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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36화 (36/309)

00036 3. 갈림길에서는 돌아보라 =========================

나는 모두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나는 이런 것에 조금도 경험이 없는, 조건부로 형을 도와주기로 한 사람일 뿐이다. 반면 이 사람들은 최소 몇 년씩 경험을 쌓은 베테랑들이다. 누군가가 나를 죽이려 올 수도 있다, 는 위기의 상황에서 이 분들은 과연 어떤 표정을 짓고 있을까, 가 궁금해서였다.

톨라츠 아저씨는 약간은 긴장된 것 같지만 예의 그 덤덤한 미소를 입에 물고 있었다. 그리고 에빌로 누나는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눈을 감고 있었는데 적어도 긴장하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마지막으로 형은... 음. 형은 화가 나는 걸 다스리는 것 같았다.

“기리인. 미안하다.”

“뭐가요?”

“우리 때문에 너까지 말려들게 되는 것 같아서.”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형 그런데, 진짜로 시바낙 때문에 우리를 노리고 있다는 게 맞긴 맞는거죠?”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정황증거일 뿐이지만, 모든 것이 우리를 가리키고 있어.”

“그럼 어차피 형들이 없었어도 저도 무사하지 못했을 것 같은데요.”

형의 눈이 약간 크게 떠졌다. 그러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건 그렇긴 하지. 북대공 입장에서는 조금의 위험도 감수할 수 없을 거야. 마약에, 노예 농업에, 그 노예를 사지로 밀어넣는 비인간적인 행태까지. 들키면 엄청난 추문이 될테지. 북대공의 평판도 땅으로 곤두박질칠테고.”

“반면 저는 북부로 돌아오지 않을 가능성이 크죠. 회복이 되든 안 되든. 북대공 전하의 입장에서는 득실이 명확한 선택이잖아요. 일단 당장은 북대공 전하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게 중요하죠. 죽기는 싫으니까. 톨라츠 아저씨가 얘기했던, 북부 사람들의 경세제민 걱정은 그 다음이구요.”

형, 누나, 아저씨는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괜찮겠니? 너를 도와주신 분인데. 너 혼자만이라도 이 배에서 벗어나 살 길을 찾는 게 좋지 않겠어?”

“누나. 저를 시험하시는 거죠?”

에빌로 누나가 흠칫 하더니 아니라고 고개를 저었다. 진심이었던 건가 그럼.

“그건 더 안전하지 않은 방법이라고 생각했어요. 배를 잠시 늦추기 위해 궁기병들을 보내는 선택을 하는 사람이에요. 모가지 네 개를 가지고 오라고 명을 받은 사람들이, 설사 성공했다고 해도 제가 없는 걸 알면 금세 추적할 수 있지 않을까요.”

누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톨라츠 아저씨가 아, 하고 생각났다는 듯이 말을 꺼냈다.

“에아임 님. 혹시, 공식적으로 나서면 어떻게 합니까? 예를 들면 북대공 전하의 정식 명령서를 받은 관원들이 나타나, 우리를 정식으로 소환하기로 했다면?”

에아임 형은 바로 고개를 저었다.

“생각 안 해 본 것은 아닌데, 그렇게 되면 나는 제국 수사기사임을 선언하고 공식적으로 이 사건의 해결을 위해 행동하겠다고 선언해 버릴 거야. 물론 선장이나 상단주는 그 놈들과 한통속일 가능성이 크지만, 과연 이 배의 모든 선원들까지 그렇게 할 수 있을까? 그들의 입까지 모두 막을 수 있을까? 그 정도의 사건을 은폐하려면 훨씬 더 많은 인원이 필요할 거야.”

그렇게 말하던 형은 피식 웃었다.

“안 되면, 톨라츠. 당신의 기도만 믿을 뿐이야.”

톨라츠 아저씨는 미소를 지우지 않은 채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떻게든 해 보죠.”

형은 몸을 일으켰다.

“각자 무장들을 정비하고 준비하고 있도록 해. 나는 선장과 상단주를 만나고 오겠다.”

“뭐라고 하시게요?”

“뭐라고 하긴. 습격의 위험이 있으니 선원들에 대한 무장을 시키라고 권고해 볼 생각이다. 되지는 않을 것 같긴 하다만.”

형은 여전히 약간은 분노하는 표정으로 자리를 떴다. 나는 활과 화살을 챙기고, 상갑판에 있는 우리 선실로 이동하려고 했다. 그때 에빌로 누나가 나를 불렀다.

“기리인.”

“네, 누나.”

나는 누나 곁으로 다가갔다. 누나는 갑판 난간에 기대어 밖을 바라보는 자세로 말했다.

“걱정되는게 있는데...”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누나는 특유의, 귀를 기울이지 않으면 잘 듣기 힘든 목소리로 말했다.

“에아임 오라버니의 판단이라면 나는 신뢰해. 그러니 오늘 밤이나 내일쯤 우리를 습격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리고 우리가 아주 위험한 상황이라는 것도 알고 있어.”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누나는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리인. 사람을 맞혀본 적은 없지?”

내가 흠칫하자 누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럴 거 같았어. 출발하기 전날 마수를 그 먼 거리에서 잡아내긴 했지만, 그건 마수이고 사람이 아니니까... 사람이 피를 흘리고 비명을 지르는 걸 들으면 제 정신을 유지하기 힘들거든... 내 동생뻘 되는 아직 스물도 안 된 애한테 너무 큰 부담을 주는 거 같아서...”

전혀 생각해보지 못했는데...

첫 화살세례가 있었던 날, 나는 지금 상황에 대해 쭉 생각해 봤다.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질 것인가. 왜 저 놈들은 우리를 노리는가. 추론 끝에 나는, 만약 에아임 형 일행이 노려지고 있다면, 제국 수사기사를 죽이는 부담을 질 작정이라면 나 하나쯤 추가하는 것은 아무 것도 아닐 것이며, 그렇기 때문에 나도 노려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라고 결론내렸다. 조금 전에 형에게 이야기했던 것은 그걸 확인받은 것이다.

그 추론을 내리면서 나는 한 가지 각오도 했다. 만약 나를 노리는 사람들이 있다면, 나도 그냥 숨어서 덜덜 떨 수만은 없다. 죽기 전에 저 놈들을 죽일 것이다, 라고.

하지만 과연 내가 실제로 그 광경을 봤을 때 멀쩡할 수 있을 것인가.

마법사로서 가장 먼저 배우는 것은 자아보다 훨씬 큰 세상이 있다는 것이다. 마법사의 자아가 비대하다면, 그것은 마법사가 그 등 뒤에 자기 마나로 지배하는 세상을 업고 있기 때문이다. 자기 스스로 몸을 단련하여 스스로 강한 전사들과는 다르다. 그러기에 우리 마법사는 자신을 과대평가하지 않고 정확하게 보는 법부터 배운다.

그렇기에 나는 내 자신을 신뢰할 수 없었다. 과연 그런 상황에서 내가 제 정신일 수 있을까. 누나는 내 팔에 가볍게 손을 올려놓았다.

“기리인. 이렇게 보여도 나는 끔찍한 경험들을 많이 했어. 전장의 참혹함 앞에 눈을 돌려버리는 사람들도 많이 보았고, 심하게는 미치는 사람도 많이 봤어. 그리고 나는 정신계열 마법의 전문가야. 그래서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생각보다는 강하지 않다는 걸 잘 알고 있어.”

누나는 내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말을 이었다.

“자기합리화를 해도 좋고, 술 같은 것들에 의지해 잊어도 좋고, 종교에 매달려도 좋아. 톨라츠 님께 치유 마법을 받아도 도움이 될 거야. 하지만 만약, 지금의 너에게 단 하나의 충고를 하라고 한다면 난 이 말을 해주고 싶어.”

누나는 내 눈을 들여다보며 말했다. 누나의 갈색 눈동자에서 오는 시선은 흔들리지 않았다.

“눈을 돌리지 마.”

“...안 돌리고 있는데요.”

“그 말이 아니고. 전장에서 눈을 돌리지 마.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스스로 납득해야만 다음을 맞이할 수 있어. 그렇지 않으면 정신은 그 끔찍한 기억을 계속 반추할 뿐이야. 강한 의지력이 있는 사람은 전장 후에 찾아오는 끔찍한 기억들까지도 자신의 것, 자신의 선택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 그 말을 해 주고 싶었어.”

누나의 눈동자와 내 팔을 잡은 누나의 손에서 진심이 느껴졌다. 나는 진심을 담아 말했다.

“고마워요, 에빌로 누나. 직시할게요.”

누나는 특유의 아주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이며 내 팔을 한 번 꼭 쥐었다 놓은 후 선실로 들어갔다. 나는 활을 한 손에 아직 든 채, 뱃전 너머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잡생각들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나는 생각했다. 저들은 어떻게 나올 것인가.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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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아임 형은 한 시간쯤 후에 씩씩거리며 나타났다.

“어떻게 됐습니까?”

톨라츠 아저씨의 물음에 에아임 형은 화가 난다는 말투로 말했다.

“뭐, 예상대로지요. 상선인데 선원들 무장은 어렵고, 어차피 화살 쏘는 것만 조심하면 되는 거 아니냐,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에 그런 무리한 대처를 할 수는 없다... 평소에는 이런 일이 없는데 당신들이 타서 이런 일이 생기는 거 아니냐. 이 주변에 농경지랑 황무지밖에 없으니 내리라고는 안 하겠다. 이런 얘기들을 얼굴빛 하나 안 바꾸고 늘어놓더군요.”

“허어... 예상은 했지만...”

“역시 상단주와 선장, 아니 이 배의 모든 사람들이 한 패라고 봐야겠군요.”

에빌로 누나의 말에 형은 고개를 끄덕인 후, 한숨을 길게 내쉬며 말했다.

“그래서 내가 그랬다구요. 아니, 톡까놓고, 만약에 우리 일행을 죽이는 모습을 본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도 살려두겠냐, 이 배를 침몰시켜 모두를 죽이고 깔끔하게 살인멸구 하는 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보이지 않겠냐, 당신들 목숨도 위험하다... 그랬는데 말을 안 들어요. 아마 상단주하고 선장은 확실한 저 쪽 사람이라고 봐야 할 거 같아. 모두가 그런 핵심 가담자는 아니겠지만.”

“자칫 잘못하면 우리는 앞뒤로 적을 맞이할 수도 있겠네요.”

“그래서 기리인, 네가 중요해.”

“네?”

에아임 형은 웃음기 하나 없는 말투로 말했다. 장난기가 언제나 어려 있는 인상의 형이 정색을 하자 평소에 느껴지지 않던 위압감마저 느껴지는 것 같았다.

“습격은 분명히 배로 올 거다. 그것도 이 배 정도의 크기인 배로. 그래야만 이 배로 쉽게 넘어올 수 있을 테니까. 접근을 허용해 버리면, 아무리 나라고 해도 다 처리하기는 힘들어.”

내가 마른침을 삼키며 고개를 끄덕이자 형은 말했다.

“멀리서 접근하지 못하게 할 필요가 있다. 에빌로의 마법으로 바람의 지원을 받아서, 첫 날 보여줬던 초장거리 저격으로 우리에게 가까이 오기 전에, 적을 많이 줄여야 해. 가장 좋은 건 아예 접근도 못 하게 하는 거고.”

형은 그러더니, 갑자기 무릎걸음으로 다가와, 나를 확 끌어안았다. 커억. 숨막혀.

“미안하다.”

“아까 그 얘긴 하셨잖아요.”

“내 동생이나 조카뻘 되는 애한테 이런 일을 맡기려니 정말 미안하다. 내가 이러려고 수사기사가 된 건 아닌데. 너무 큰 임무를, 너무 큰 책임을 너에게 주는 것 같아서 면목이 없다.”

그러더니 형은 말했다.

“이 위기를 무사히 넘긴다면 내가 어떻게든 너에게 보답하마. 로그푸스 변경백 가문의 이름을 걸고 맹세한다.”

그렇게 말하고 형은 나를 놓아주는 듯 하더니 다시 내 어깨를 잡고 내 눈을 똑바로 들여다보았다.

“부탁한다. 기리인.”

저렇게까지 말하는데 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다.

“형. 걱정 마세요. 생각해 본 끝에 제 스스로 택한 길이에요. 은혜고 경세제민이고 뭐고, 제 목숨이 위험한데 다른 걸 생각하는 건 사치죠. 할 수 있는 일은 할게요. 걱정하지 마시고 부려먹어 주세요.”

형은 가만히 내 눈을 들여다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톨라츠(라인하르트) : 한조 궁 멀음?

기리인(한조) : 80퍼요 좀만

에아임(겐지) : 한조밖에 믿을 게 없다니 참 갑갑하면서 웃긴다

에아임(겐지) : 우리가 공격 막아드릴테니 얼른 게이지 채우셈

기리인(한조) : 궁온 갑니다

기리인(한조) : 류요, 와가 테키오 쿠라에!

...이렇게 쓰고 싶은 충동이 막... 음음.

조금 늦었습니다. 갑자기 막 졸려서...

화이트프레페 님 // 에아임 일행이 영양가가 없어도 일단 기리인 입장에서는 살고 봐야겠죠.

크리스펠로 님 // 감사합니다.

고하쿠 님 // 궁수 캐릭터를 굴리려면... 베인? 한조? ...어째 전부 충캐릭터네요...;;;

genessis 님 // 퍄퍄가 ㅗㅜㅑ를 합친거라는 거 얼마전에 알았습니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주고 가시면 더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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