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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59화 (59/309)

00059 3. 갈림길에서는 돌아보라 =========================

형은 한숨을 쉬더니, 다시 백작님을 향해 말했다.

“문제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는 시바낙 문제. 아무리 독성이 거의 없어졌다 해도 시바낙은 마약입니다. 중독성이 남아있습니다. 오늘 광장에서 본 사람들이, 물통을 마치 신의 선물이라도 된 듯 꼭 끌어안는 모습을 보니 이대로 두면 위험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아픈 사람들에게 치유의 의식 같은 거였겠지만, 오늘 광장에 나온 미틱 시민의 절반쯤은 되어 보이는 그 사람들이 모두 병자인 것 같지는 않더군요.”

형은 손가락을 하나 더 꼽았다.

“둘째로, 이건 약간 지엽적인 문제입니다만, 세금 문제가 끼어 있습니다.”

“세금?”

예상하지 못했던 말인 듯 되묻는 백작님.

“미틱 시라는, 준 자유 무역 도시의 특수한 환경이 문제겠습니다만, 기본적으로 미틱 시는 중부 공작령 소속이고, 그렇게 본다면 북부 대공령에서 물품과 사람을 중부 공작령에 보내어 판매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융파트에 계신 공작님께서 관세나 입항세 같은 걸 매기려고 드실 수도 있겠죠. 뭐, 이거야 대공 전하와 공작님 두 사람 사이에서 알아서 하실 일입니다만.”

형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하더니, 손가락을 세 번째로 꼽으면서 말했다.

“세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치유의 손’은 시바낙이 풀어진 물을 통해 미틱 시에 혼란을 야기했습니다.”

뭐라 말하려 드는 백작님에게 형은 손을 들어보이며 말했다.

“압니다. 북부군은 반역의 의도가 없다는 것. 하지만 이미 북대공 전하께서는 ‘치유의 손’을 통해 미틱 시에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계십니다. 반역만큼 무서운 것이 사회의 혼란입니다. 중부의 관문인 미틱 시가 흔들린다면, 니아트 강을 통해 진행되는 수운(水運)과 무역이 혼란에 빠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범죄가 아니지 않는가.”

백작님은 그 말을 예상했다는 듯이 받아쳤고, 형은 다시 맞받아쳤다.

“무슨 말씀을 하십니까. 고귀한 신분을 가진 자가 응당 제국을 섬겨야 할 ‘고귀한 의무’의 일환으로서 귀족 및 국가에 봉사하는 공복은 사회를 안정시켜야 할 의무가 있습니다. 제국 수사기사가 단속할 수 있는 제국법의 위반은 아니지만, 제국 수사기사에게 있는 고발권의 대상이 됩니다. 그리고 저는 이 고발권을 행사할까 합니다.”

“...그렇게 놔 둘 수만은 없겠군.”

어어어.

“자, 잠시만요.”

가만히 뒀다가는 칼을 뽑을 것 같아 얼른 나섰다.

“우선 두 분은 한 걸음씩 뒤로 물러나 주십시오.”

나도 안다. 이 정도 수준의 기사간의 대결에서 한두 걸음이라는 게 얼마나 큰 의미를 갖는지. 하지만 내가 두 사람을 물러나게 한 건, 실질적으로 ‘물러난다’는 액션을 취하게 해서 두 사람의 기세를 조금이라도 떨어트리게 할 요량에서였다. 평소 주문을 욀 때 동작이 어떤 의미를 갖는지 궁구하는 마법사들이 할 수 있는 발상이었다. 그리고, 발상대로 두 사람은 한 걸음 물러나며 기세를 조금은 죽였다.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도 되겠습니까.”

나는 백작님을 바라보며 말했다. 백작님은 눈은 내가 아닌 에아임 형을 떠나지 않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불현듯, 나는 이 자리에 있는 다른 두 사람을 떠올리고는 그들을 바라보았다. 포니만 부녀는 약간은 얼굴색이 바랜 채, 서로에게 매달려, 우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누나 참 매달리는 거 좋아하네, 하고 나는 잠시 실없는 생각을 하며 말했다.

“저희가 저 아르토 포니만 양과 접촉하게 된 것은 우연에 우연이 겹친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미틱 시에 들어왔을 때 모두가 ‘치유의 손’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치유의 물을 마시니 무릎 아픈 것이 없어졌다는 여관 아주머니의 말 때문이었죠. 우연히 에아임 형님의 일행과 동행하게 된 저는, 형님이 시바낙의 유통 경로를 좇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미틱 시에서 3일간 머무르는 동안 형님의 조사를 돕기로 하였지요. 단, 형님에게 북부 사람들이 직접적인 고통을 겪는 해결방안이 아닌 다른 방안을 생각해 달라는 조건을 내걸었지만 말입니다.”

착각일까. 백작님이 나를 보는 눈매가 한 꺼풀만큼은 부드러워진 것 같은데.

“그래서 형의 부탁을 받아 저는 도시를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 봤지요. 그 과정에서 이 물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만난 분이 저 아르토 포니만 양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날 시청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미틱 시의 상공담당관 도나위 씨가 독살당했고, 같은 자리에 있었던 라움 상단주도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죠. 아시리라 믿습니다만.”

형과 백작님의 표정은 닮아있었다. ‘왜 지금 이 얘기를 나에게 하고 있는가’ 하는 표정이었다.

“다행히 라움 상단주와 도나위 씨의 혈액을 확보해, ‘치유의 물’과 함께 아르토 양에게 분석을 의뢰할 수 있었습니다. 그 결과 저희가 알아낸 것은 도나위 씨와 라움 상단주의 살해에는 3단계 이상의 트릭이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애초에 두 사람에게는 많은 시바낙이 투여되어 있었고, 그래서 고통을 잘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그런 두 사람이 광물독이 찔린 바늘을 맞았고, 그래서 반응이 느려진 상황에서 잔에 묻은 투구꽃의 뿌리, 약재 이름으로는 ‘까마귀 머리’라고 하는 독을 섭취해서 곧바로 사망한 겁니다. 라움 상단주는 그 한 시간 후쯤에 순수한 물을 마시고 같은 반응이 일어나 발작으로 쓰러졌구요.”

“그래, 기리인 군. 그런데 그 얘기를 왜 나에게 하는 거지?”

“백작님께 묻고 싶습니다. 라움 상단주가 쓰러진 일은 ‘치유의 손’에 어떤 영향을 주었습니까?”

백작님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차질이 컸지. 무엇보다 나무를 충분히 구하지 못해 배럴을 원래 계획했던 것의 1/3 밖에 만들지 못했어. 배럴을 만들려면 나무를 자르고, 불에 그을려 휘고, 쇠로 테를 두르는 작업을 거쳐야 하는데, 나무 자체가 적은데다 땔감으로 쓸 잡목까지 없다 보니 작업이 도저히 진행이 되질 않았다네.”

“라움 상단주가 나무를 넘겨줘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 뿐만 아니야. 아까 에아임 군이 관세 이야기를 한 것을 잊었는가? 원래는 미틱 시에서 상공담당관이 나와서, 나무 뗏목의 수와 그 가격을 책정해서 관세를 매기게 되어 있지. 그런데 상공담당관이 쓰러지는 바람에 그 절차조차 치르지 못하고 있어. 그렇다고 우리가 가져가기로 한 잡목을 마음대로 가지고 가면 그것 역시 미틱 시의 경비병들의 눈을 피해야 하고 말이야.”

“잘 말씀해 주셨습니다, 백작님. 저는 범인을 밝혀내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에는 증거 조사나 인물 탐색이 너무 부실했으니까요. 너무 많은 일들이 벌어졌구요. 하지만 마나의 움직임 없는 마법이 일어날 수는 없다고, 모든 일에는 원인과 결과가 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형은 입을 약간 벌리고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미 내가 하려는 말을 짐작한 것일까.

“앞뒤를 바꿔보죠. 상공담당관은 물론 은원이 얽히는 자리이니 범죄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은신한 마법사를 미끼로 쓰면서까지 암살할 만큼 매력적인 자리인가요? 돈이 목적이라면 그를 살려두고 협박하거나 매수하는 것이 훨씬 더 편한 길일 텐데 말이죠.”

“그렇...긴 하지.”

끌려들어가는 느낌이 본능적으로 싫었던지, 백작님은 약간 주저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그가 죽어서 가장 손해를 본 쪽은 어디라고 생각하십니까?”

“그야, 북부 쪽, 그 중에서도 우리...!”

그제야 백작님의 눈이 크게 떠졌다.

“서, 설마, 우리를 막기 위해서 상공담당관을 죽였다는 건가?”

“확실하지는 않습니다. 죽인 사람과 상공담당관 도나위 씨 사이에 원수 관계가 있었을 수도 있죠. 이것만 가지고는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다만?”

나는 형 쪽을 바라보며 물었다.

“형님, 미틱 시장을 본 적이 있습니까?”

“예전에는 본 적이 있지. 이번에는 한 번도 얼굴을 보지 못했다. 관저에 틀어박혀 내려오지 않더구나.”

그렇게 생각하던 형은, 고개를 돌려 내 쪽을 바라보았다.

“그럼 너는 이 일이 미틱의 시장이 꾸몄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냐?”

“어디까지나 정황일 뿐입니다. 다만, 상공담당관의 죽음과 상단주의 의식불명으로 인해 가장 손해를 보고 멈춰서게 된 것이 백작님과 ‘치유의 손’이라는 점, 그리고 ‘치유의 손’을 늦추거나 막아 가장 이익을 보는 쪽이 시청 측이라는 점. 그리고 무엇보다, 도나위와 라움에게 와인과 잔을 가져다준, 그래서 두 사람의 살인을 가장 하기 쉬웠던 사람이 다름아닌 도나위 아래에서 일하는 시청의 관리인 점, 그리고 시청은 마탑의 협조를 구하기 쉬웠으리라는 점. 이 점들을 모아보면 그런 생각이 듭니다.”

형은 형대로, 백작님은 백작님대로 고민에 빠졌다. 형이 말했다.

“네 스스로 말했듯 어디까지나 정황이고 추론이다. 하지만 상당히 설득력 있는, 모든 걸 하나로 묶는 추론이야. 이를 토대로 시청 쪽을 압박해 진실을 알아내 보면 되겠군.”

“이보게, 기리인 군.”

백작님이 나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에는 갑자기 긴장이 어려 있었다.

“시청에서 우리를 막으려면 다른 방법이 있었을 거야. 예를 들면 우리들을 일시적으로 구금한다거나, 성에 들어오지 못하게 한다거나. 그러지 못한 이유가 있을까?”

나는 잠시 생각해본 후 대답했다.

“확실하게 아는 이유가 있고, 확실하지는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확실한 것부터 말해주게.”

“만약 뚜렷한 이유 없이 ‘치유의 손’ 집회를 갖지 못하게 했다면 분명 소요사태가 일어났을 것입니다.”

“근거 있는가?”

“백작님이 시민들 사이에 집어넣은 바람잡이들이 소문을 냈을 테니까요.”

백작님은 잠시 말이 없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아마 나는 그랬겠지. 바람잡이들을 이용해 소문을 퍼트려, 혼란을 야기했겠지. 그리고 그 혼란을 틈타 시를 장악하거나 영향력을 행사하려 들었을 거고. 그럼 확실하지는 않은 이유라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 시청의 행동의 목적은 완전한 금지가 아닌 ‘시간을 끄는’ 것입니다. 시간을 끌면 어떻게 될까요. 지금 사태는 시청의 힘만으로는 막아내기 힘듭니다. 그렇다면 어디에든 구원을 요청하는 것이 합리적이지 않을까요?”

“융파트...!”

어떤 원한 관계라도 있는건가. 백작님은 이를 갈았다. 하긴 그렇다. 이런 대규모의 공작을 단순히 돈만 벌기 위해서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원한도 있을 수 있고, 군사적인 목적, 즉 미틱 시를 흔들어 북부의 영향력을 넓히고 나아가 미틱 시 주변을 북대공령으로 편입하려는 그런 목적도 있었겠지.

“그래, 알았네, 기리인 군. 치유의 손은 철수시키기로 하지. 꼬리가 밟혀 볼썽사나운 꼴을 만드는 것은 좋지 않으니까.”

백작님이 한숨을 푹 내쉬었다.

'띠링!'

<메인 퀘스트(2) 업데이트>

<1. 북부 영지와 제국 양쪽이 모두 만족하는 해결책을 이끌어 내세요.>

<2.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무력 충돌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 완료>

<3. 1, 2를 통해 ‘치유의 손’의 철수를 이끌어내세요. - 완료>

<여기서 메인 퀘스트(2)를 마무리하시겠습니까?>

<부분적인 마무리를 선택할 경우 부분적인 보상이 주어집니다.>

그럴 수는 없지. 무엇보다, 이대로 끝나면 북대공령이 너무 손해를 본다. 그 때문에 굶주리고 헐벗을 고향 사람들을 생각하면 이대로 둘 수는 없다.

============================ 작품 후기 ============================

정확히 조회수가 반토막이 났네요.

최근 전개에 대해 반성하게 되었습니다.

제가 쓰고 싶은 내용을 쓰더라도 재미있게 써야 한다는 걸 다시 깨닫고 갑니다.

이런 취향타는 듣보잡 소설을 읽어주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남겨주시면 더욱 감사히 더욱 열심히 써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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