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60 3. 갈림길에서는 돌아보라 =========================
“백작님, 잠시 기다려 주십시오.”
“무슨 일인가.”
“아르토 씨, 그리고 케브토 씨. 잠시 얘기 좀 하실 수 있을까요.”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포니만 부녀와 백작님, 그리고 형을 향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아직, 가능성은 있다.
“지금 이대로 끝나면 북부는 기껏 마련한 재원을 잃게 됩니다. 더더군다나 이번 ‘사업’을 위해, 시바낙을 경작하느라 노예들을 여럿 잃었고, 미틱 시의 암흑가를 정복하고 ‘치유의 손’ 조직을 꾸리느라 자금이 많이 들었는데, 회수하기는 아직 멀었으니까요.”
백작님이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다.
“남은 건 두 사람의 의사에 달렸습니다. 케브토 씨. 아르토 누님에게 듣기로, 케브토 씨는 시바낙의 독성을 제거하는 연구를 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르토 누님은 시바낙을 고생하지 않아도 추출하는 방법을 연구하셨다고 들었고요.”
“맞네. 그리고 거의 모든 연구가 끝났어.”
“저도요, 아버지. 저는 시바낙의 진액을 기다리지 않고도 진액을 추출할 수 있는 용액의 배합법을 찾았어요. 이제는 시바낙을 잘라서 통째로 용액에 넣고 끓인 후 증류하면 돼요.”
“그게 정말인가?”
외친 것은 케브토 씨가 아닌 백작님이었다. 하긴 북대공령은 안 그래도 사람이 귀한데, 채찍까지 쳐가며 그렇게 노예를 굴렸다가는 다들 몸이 성하지 않겠지. 얼마나 고민이 많았으면 저 소식에 바로 반응을 하셨을까.
“정말이에요. 그 용액은 구하기 어려운 용액도 아니에요. 물과, 발효된 술을 증류해서 얻은 주정(酒精)을 1:1로 섞고, 그 무게의 1/20 만큼의 암염(巖鹽)을...”
가만히 뒀다가는 또 학술 연구자의 자세로 다다다다 말을 쏟아낼까봐 헛기침을 한 번 했다. 누나는 아, 하고 정신을 차리더니, 고개를 숙였다. 아마 낮이었으면 또 얼굴이 발그레해 진 걸 알 수 있었겠지. 가만 두면 또 어디 땅파고 들어갈 분위기니 얼른 마무리를 짓자.
“아무튼, 구하기 어렵지 않은 재료들이고, 방법도 쉬워서 대규모로 작업도 가능할 거라는 말이죠?”
“맞아요...”
다시 기어들어가는 목소리. 나는 케브토 씨에게 물었다.
“제가 아르토 누님에게 듣기로, 케브토 씨는 독성을 제거하는 연구를 거의 마치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랬지. 하지만, 재료가 필요해, 재료가.”
“재료가 필요하다고요?”
케브토 씨의 눈빛이 번쩍 하고 빛났다. 아이고, 누나의 저 눈빛이 어디서 왔는가 했더니 케브토 씨한테서 왔었구만. 다행히 케브토 씨는 누나처럼 완전히 모든 것을 놔버리고 몰입하는 스타일까지는 아닌 것 같았다.
“시바낙의 중독성을 제거하는데는 백색 산맥에서 나는 재료들이 반드시 필요하네. 백색 산맥의 북부 감시 요새 근처에서 쉽게 캘 수 있는 빙정(氷晶)을 갈아서, 시르지아의 뿌리를 말린 것과 검은 콩을 1:1로 섞은 것을 달인 물에 섞고, 그 물에 시바낙 가루를 잘 갠 다음...”
“자, 잠깐, 시르지아요? 그 시르지아 사탕으로 먹는 달짝지근한?”
“그래, 그 시르지아. 독성의 제거가 별거인 줄 아나. 독을 제거하는 약초들에 섞어 희석하는 것이 기본적이지. 시르지아는 여러 약재들에 감미료 역할을 하지만, 검은 콩과 만났을 경우에는 독소를 흡착하여 몸 밖으로 내보내는 역할을 한다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케브토 씨는 아쉽다는 말투로 말을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동물의 담즙을 약간 넣는다네. 정말 아쉬운 것은 이 지점이야. 지금 시바낙의 독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하는 것도 그 때문이라네. 보통 생물의 담즙은, 그게 곰이라 해도, 완전한 효과를 발휘하지 않아. 방법은 단 하나. 마수의 심장, 온전한 마수의 심장을 마력석과 조합하여 정화 마법진을 만들어야 하는데, 마수의 심장을 온전하게 구하기가 정말 어렵지... 자네 왜 그러나?”
내가 제자리에서 펄쩍 뛰었기 때문에, 나머지 네 명은 모두 놀랐다. 아니, 나 같은 상황이면 모두 그럴 거다!
“마수의 온전한 심장이 있으면 가능합니까?”
케브토 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보존 상태만 괜찮다면. 마수의 심장과 마력석을 결합하면 동물성 약재의 효능을 크게 증폭시키는 마법진을 그릴 수 있다네. 그걸 이용해 동물들의 담즙을 증폭시키면, 곰이 아니라 소에게서 얻은 담즙 정도만 되어도 충분히 시바낙을 완전히 정화시킬 수 있을 걸세.”
“마수의 심장이 한 번만 있으면 되는 거죠? 얼마간 쓰면 닳아서 주기적으로 갈아끼워야 하는 건 아니죠?”
“암, 마력석과 결합시켜버리면 그 마력석에 충전만 해 주면 되니까...”
“마수의 심장을 제가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이제 나머지 네 명이 펄쩍 뛸 차례였다.
“아니, 어떻게...”
“그걸 토대로 시바낙을 완전히 정화하면, 시바낙은 중독성이 없는 안전한 진통제가 되겠군요. 그렇지요?”
케브토 씨와 아르토 누나는 열렬히 고개를 끄덕였다.
“대륙에 그만한 진통제는 없을 걸세!”
“그럼요! 그 정도의 효능이라면 전 대륙에 시바낙으로 만든 진통제를 팔 수도 있을 거에요!”
나는 백작님을 돌아보며 말했다.
“백작님. 어떠십니까? 이 부녀를 북부에서 스카웃하시면? 북부산 시바낙 진통제는 어느 누구도 다치게 하지 않고, 합법적이고, 바람직한 상품이 되어 주지 않을까요? 게다가, 마수의 심장이 없으니, 설령 다른 곳에서 비밀을 알아챈다 한들 만들지는 못할 겁니다.”
백작님의 얼굴도 환해졌다.
“물론이지! 당장 그렇게 추진하겠네. 북대공 전하께서도 아주 기뻐하실 걸세. 기리인 군, 자네가 다시 한 번 우리 북대공령을 살리는구먼!”
‘띠링!’
<메인 퀘스트(2) - 시바낙 커넥션 클리어!>
<1. 북부 영지와 제국 양쪽이 모두 만족하는 해결책을 이끌어 내세요. - 성공>
<2.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무력 충돌이 있어서는 안 됩니다. - 성공>
<3. 1, 2를 통해 ‘치유의 손’의 철수를 이끌어내세요. - 성공>
<우연과 추론이 겹치긴 했지만, 거의 불가능했을 상황에서 모두를 만족시키는 놀라운 솜씨를 보여주었습니다. 당신의 업적은 찬양받아 마땅할 것입니다. 비록 어디 가서 자랑하기는 힘든 업적이겠지만 말입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금화 100드로그가 당신의 여관방 안의 배낭 안에 지급되었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보너스 능력치 5가 지급되었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능력치를 올릴 수 있는 권한이 1회 부여되었습니다. 이 권한을 쓰면 그 이후 1시간에 한해 당신의 능력치에 보너스 능력치를 더할 수 있습니다. 신중하게 고민 후 사용하시기 바랍니다. 단, 수치가 100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
<북대공의 보상이 추가로 있을 예정입니다.>
<에아임 로그푸스의 보상이 추가로 있을 예정입니다.>
<제국 수사기사단의 정식 포상이 추가로 있을 예정입니다.>
‘띠링!’
<메인 퀘스트(2) - 시바낙 커넥션 : 보너스 조건 클리어!>
<당신이 찾은 길은 북부 영지에 경제적 이익을 가져다 주는 길입니다.>
<당신이 찾은 길은 에아임 일행이 살인 사건을 더욱 추적할 수 있게 해 주며, 동시에 미틱 시를 안정시키고 반란이나 소요의 위험을 없애는 길입니다.>
<이를 통해 당신은 갈림길에서 한 쪽을 선택하지 않고 양쪽을 모두 만족시키는 새로운 길을 찾아냈습니다.>
<약속대로, 본 시스템이 드릴 수 있는 최대한의 보상을 드립니다.>
<정보 확인의 레벨이 1 상승합니다. 이제부터 인물의 간단한 상태나 정보를 추가로 확인할 수 있으며, 정보 확인을 사용할 수 있는 레벨이 증가하게 됩니다.>
<101권을 1장 지급합니다. 이 권한을 사용하면 당신의 능력치 중 어느 하나를 101까지 올릴 수 있습니다.>
‘띠링!’
<메인 퀘스트(2) - 서브 퀘스트 : 대화가 필요해 클리어>
<포니만 부녀 답게, 서로의 학술적 성과를 공유하고 새로운 전망을 소개한 것만으로 화해가 이루어졌습니다.>
<특히 귀한 재료인 마수의 심장을 그냥 내놓은 당신에게 포니만 부녀가 감격하였습니다.>
<퀘스트 보상으로 보너스 포인트가 2 추가 지급됩니다. 기존 지급된 보너스 포인트와 함께 사용 가능합니다.>
<아르토 포니만 양으로부터 추가 보상이 있을 것입니다.>
‘띠링!’
<세련된 외교가>
<당신은 대립하는 두 세력 사이에서 성공적인 중재를 이끌어내었습니다. 이미 당신은 세련된 외교술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당신의 언변 스탯이 고급 언변 스탯으로 바뀝니다.>
<고급 언변 스탯에는 몇 가지의 부가 기능이 있습니다. 차차 정보 확인을 통해 알아보시기 바랍니다.>
<고급 언변 스탯이 1 상승하였습니다.>
이쯤 되면 정보를 확인해보지 않을 수가 없다.
‘정보 확인!’
<이름 : 기리인 모스
나이 : 18
HP : 1200/1200
힘 : 80
민첩 : 100
지력 : 100
마나친화력 : 0
매력 : 100
지구력 : 80
특수 : 의지력 101, 고급 언변 92, 냉철 94
* 보너스 포인트 8
* 포인트 증가권 1회, 101권 1회
스킬 : 정보확인 Lv. 2>
우, 우와... 온갖 위기를 겪었지만, 결국 모든 것을 극복하고 나니 엄청난 보상이 뒤따라 왔다. 아니, 보상도 물론 기쁘기 그지없지만, 보상은 부차적인 문제다.
나는 내가 할 수 있으리라고 믿지 않았던 일을 해냈다. 어마어마한 거물들의 사이에서, 마법도 없이, 오로지 머리와 말재주만으로 모두가 만족하는 결말을 얻어냈다.
마법사가 아닌 나라도, 얼마든지 할 수 있는 일이 있고, 존재가치가 있다.
나는 그 하나만으로도 너무나도 기뻤다.
============================ 작품 후기 ============================
시바낙(sibannac)은 거꾸로 쓰면 칸나비스(cannabis), 즉 대마입니다. 물론 이름만 따 왔습니다. 그 외에도 글자를 뒤집어 차용한 경우가 많습니다. '까마귀 머리'는 동양의학에서 쓰는 '오두(烏頭)'이고, 시르지아는 감초(甘草)의 학명에서 따왔습니다.
취향 타는 듣보잡 소설을 읽어주시는 여러분께 대단히 감사드립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주고 가시면 더더욱 감사히 더더욱 열심히 달리겠습니다.
(리코멘)
판타지zz 님 // 정말 감사합니다. 큰 힘이 되었습니다.
백사열 님 // 코멘 감사합니다. 이게, 스케일을 키우자면 이런저런 설명을 하고 넘어가야 하는데, 그러다보니 루즈해지더라구요.. 좋은 교훈이 되었습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코멘 감사합니다. 얼른 이 공작령을 떠야죠 이제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