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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01화 (101/309)

00101 4. 누군가의 즐거움이 누군가에게는 슬픔 =========================

황급히, 그 무거운 책을 옆구리에 끼고 나는 레카 시의 남쪽을 절반만큼 가로질렀다. 걸어서 30분은 갈 거리를 쉬지 않고 짐까지 들고 뛰며, 나는 새삼 올려놓은 내 힘과 지구력에 감사했다. 한참 뛰어 크주크 형이 들어가 있는 병실에 들어가자, 이미 형과 아저씨와 누나가 병실 안에 있었다.

“형!”

“어... 기리인.”

형은 왼손을 들어보였다. 그 손에 힘이 없는 게 좀 가슴아팠다. 형은 등 뒤에 베개를 받친 채 앉아 있었다. 오른손은 침대 옆에 앉아서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는 비키 씨의 손을 잡고 있었다. 형의 머리 뒤쪽에는 뮤리나 누나가 서 있었다. 누나도 눈물을 글썽거리고 있었다. 형은 에아임 형과 톨라츠 아저씨를 바라보며 말했다.

“저를 많이 도와주셨다고 들었습니다.”

에아임 형은 웃으며 말했다.

“별 일 아닙니다. 황제 폐하를 섬기는 관료로서 마땅히 제국 신민의 평화와 안녕을 위해 복무하는 것이 당연하지요. 특히나, 크주크 씨의 방어전은 크주크 씨만의 문제가 아니었으니까요.”

형은 그러더니, 크주크 형과 비키 씨가 잡은 손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래도, 미녀가 눈물과 정성으로 병상을 간호해주고, 부럽습니다. 크주크 씨.”

크주크 형은 기운없지만 밝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어렸을 때는 제가 미숙해서 놓쳤던 손이지만, 이제라도 놓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러더니 크주크 형은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기리인, 이래저래 네 덕분이다. 배에서 너하고 그 연습 했던 것도 도움이 많이 되었고, 무엇보다 네 덕에 비키와 다시 만날 수 있었어. 그 배에서 너를 만난 덕분에, 격투가로서의 인생은 끝났지만, 내 인생은 다시 찾을 수 있게 된 것 같다.”

그러더니 형은 병상 위에 앉아서나마 고개를 꾸벅 숙여보였다.

“기리인, 고맙다. 여러분, 고맙습니다. 지금 당장은 힘들지만, 언젠가 꼭 보답하겠습니다. 제 명예를 걸고 맹세합니다.”

고개를 든 크주크 형의 얼굴은 밝았다. 나는 비키 씨를 바라보았다. 미스트레스로서의 지위를 강제로 포기당하고, 재산도 가진 것이 없지만, 형의 옆에 있는 비키 씨는 행복해 보였다. 늘 반쯤 뜬 눈이었던 비키 씨의 눈이 오늘은 크게 떠져 있었다. 내 눈길을 바라본 비키 씨는 빙긋 웃어보였다. 그 큰 눈이 초승달 모양으로 휘어졌다. 웃으며 그녀가 나에게 가볍게 고개를 숙여보였다. 나는 웃으며 마주 고개를 숙여보였다.

뮤리나 누나는 두 사람을 보며 약간은 복잡한 표정이었지만, 이제 세 사람이 같이 지내며 해결해 나갈 부분이겠지, 그건. 크주크 형과 비키 씨가 함께 살기로 결심한다면, 뮤리나 누나는 한 가족이 될 생각을 해야 할 테니까 말이다. 나는 누나를 보며 빙긋 웃었고, 누나는 어제의 그 일이 생각나는지 약간 얼굴을 붉혔다.

“두 사람이 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톨라츠 아저씨가 진지한 말투로 말했다. 아저씨의 중후한 중저음은 주의를 확 잡아끄는 면이 있었다. 크주크 형과 비키 누나가 톨라츠 아저씨를 바라보자, 아저씨는 약간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크주크 씨가 쓰러진 이유 말입니다.”

“그 때 머리를 맞아서, 머리가 흔들려서 그런 것 아닙니까?”

크주크 형의 말에 아저씨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도 맞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만이었다면, 크주크 씨의 몸 상태라면 하루만에 일어났어야 합니다.”

“그럼...”

“크주크 씨의 몸 상태는 지금 상당히 좋지 않습니다. 사람은 태어날 때 크건 작건 ‘생명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몸을 단련하거나 건강을 위해 노력하면 이 생명력이 채워지거나 늘어나고, 무리하게 일하거나 피로하거나 하면 생명력이 줄어들죠. 물론 정확하게 몸 상태와 대응되는 것은 아니지만, 기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사제들이 늘 건강한 생활습관을 강조하는 것도, 그것이 생명력을 채워주기 때문이지요. 그런데 크주크 씨는 지금 이 생명력이 상당히 고갈되어 있습니다.”

뮤리나 누나는 눈을 크게 떴지만, 크주크 형과 비키 씨의 표정은 담담했다. 둘은 알고 있었던 것이다. 아저씨는 말을 이었다.

“저도 아직 사제 선임은 안 되어서 공공연히 사제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어쨌든 신의 부름을 받은 몸입니다. 그러다 보니 신의 치유하는 손길을 다루고,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지요. 그 중에는 격투기 선수들에 대한 내용도 있습니다. 대충은 압니다, 크주크 씨. 크주크 씨는 아마 이 잠재된 생명력을 끌어내어 당장 뽑아쓰는 약을 드셨을 겁니다.”

“오빠! 진짜야?”

크주크 형은 어깨너머로 뮤리나 누나를 보다가, 담담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뮤리나 누나가 할 말을 잃은 가운데 톨라츠 아저씨는 말을 이었다.

“뮤리나 양이 어떤 오해를 하고 있는지 알겠군요. 이 생명력이 다하면 죽는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이겠지요. 걱정하지 마세요. 생명력은 그렇게 쉽게 고갈되지 않습니다. 단지... 크주크 씨의 상태는, 생명력을 담은 병에 금이 가서 이것이 쉽게 새어나올 지경이라는 것입니다.”

“그럼... 어떻게 되나요?”

톨라츠 아저씨는 약간은 슬픈 빛으로 두 사람을 바라보며 말했다.

“크주크 씨는 이제 자주 아플 겁니다. 예전의 건강했던 자신을 떠올리면 안 됩니다. 근육과 뼈의 나이가 보통보다 많이 들었기 때문에, 격한 운동은 고사하고 움직이는 것도 건강했을 때의 자신과는 완전히 달라질 겁니다. 이른 나이에 지팡이를 짚거나 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크주크 형은 슬픈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말했다.

“각오했던 일입니다.”

아저씨는 잠시 크주크 형을 바라보다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인 후, 비키 씨를 바라보았다.

“굳이 비키 씨가 있는 앞에서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두 사람이 앞으로 평생을 함께 할 각오가 되어 있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앞으로 크주크 씨는 비키 씨에게 의지해야 할 때가 많을 겁니다. 비키 씨는 병수발의 경험이 있으십니까?”

비키 씨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가 형을 만날 때까지도 계속 하고 있었던 것이 그것이었으니까. 톨라츠 아저씨는 아, 하고 깨닫고는 말했다.

“그럼 잘 아시겠군요. 크주크 씨는 앞으로 조심조심, 자신의 몸이 비싼 도자기라도 된 것처럼 사셔야 합니다. 비키 씨는 그런 크주크 씨의 곁에서 그의 손을 붙잡아 주십시오.”

두 사람이 굳게 고개를 끄덕이자, 아저씨는 한 걸음 앞으로 나서 두 사람의 머리 위에 손을 올렸다.

“두 사람을 트리클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양 팔의 균형을 수호하시는 트리클 신의 가호가 그들의 앞에 있길. 그들의 행동이 신의 천칭에서 합당한 보답을 받기를 신의 이름을 빌어 기원합니다.”

아저씨의 손이 약간 밝게 빛나고, 그 빛이 크주크 형과 비키 씨에게 옮겨갔다. 두 사람은 더없이 환한 표정으로 아저씨를 향해 고개를 숙여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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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아침.

영빈관에 부탁해 이른 아침을 먹고 우리는 마차에 짐을 싣기 시작했다. 두 마리의 말이 끄는 마차는 제법 컸다. 우리의 짐을 모두 지붕 위에 올리고, 튼튼히 밧줄로 묶어 떨어지지 않게 한 다음, 우리는 마차에 올랐다.

“기리인, 너 마차 운전 해 본적 없지?”

“네, 형.”

“그럼 내 옆에 와서 앉아. 내가 심심해하지 않게 말동무 좀 해 주면서 나한테 배워. 나중에는 셋이서 교대하면서 모는 거다.”

“아... 어렵지는 않나요?”

“어렵냐고? 니가 황도를 잘 모르는구나. 있다가 황도에 들어서면 알 거다.”

그러더니, 형은 톨라츠 아저씨와 에빌로 누나가 제 자리에 앉은 것을 확인하고, 내가 형의 옆자리에 올라앉자 고삐를 휘둘러 가볍게 두 말의 등을 찰싹 쳤다.

“이랴!”

곧 마차는 앞으로 천천히 나아가기 시작했다.

운하를 낀 아침의 도시는 조금씩 깨어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해가 이미 떠 안개가 걷혔고, 주황색이 조금씩 노란색으로 바뀌고 있었다. 우리는 그 가운데를 마차로 지나고 있었다. 두 번째 다리를 건너 우리는 극장 앞을 지나는 대로를 타고 계속 그리 빠르지 않게 달렸다. 나는 극장을 보며, 수르키 씨를 떠올리고는, 잠시 눈을 감았다. 행복하세요.

마차가 극장을 지나, 내가 와 본적 없는 레카 시의 남쪽 성벽을 따라 난 길에 이르렀다. 형은 마차를 왼쪽으로 꺾었고, 한 5분 정도 그렇게 달려간 우리는 남쪽 성문에 이르렀다. 이미 도시를 출발하려는 마차들이 꽤 있었다. 형은 제동기를 당겨 마차의 속도를 줄이고는, 말들을 가볍게 걷게끔 했다. 말들이 조금씩 앞으로 가며 대열에 합류했다.

그 때, 아저씨가 창문으로 바깥을 내다보다가, 말했다.

“기리인 군.”

“네?”

“저 쪽을 보세요.”

세상에. 성문 근처에 서 있는 사람이 보였다. 봄이라지만 아직은 쌀쌀한 새벽녘의 추위를 피하기 위해 두툼한 로브를 두르고 있는 사람은, 다름아닌 뮤리나 누나였다. 누나는 고개를 돌린 나를 발견하고는, 손을 흔들며 우리 쪽으로 다가왔다. 아저씨는 말의 속도를 더 늦추었고, 뮤리나 누나는 우리 옆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누나! 아침부터 여긴 어쩐 일이야?”

“어제 잘 가라고 인사를 못 해서!”

주변은 상당히 시끄러웠다. 말의 소리, 경비대원들의 소리, 마차가 굴러가는 소리, 그리고 마차를 노린 행상인들의 호객 소리. 우리는 그 소리들을 뚫고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큰 소리로 말을 해야 했다.

“뭘 그런 것 때문에 새벽부터 나왔어! 이슬에 옷 젖은 거 봐!”

“어차피 집에 있으면 눈치가 보여서!”

뮤리나 누나는 키득댔다. 신혼부부 사이에 끼인 것 같아서 그러나. 누나의 웃음에 그늘 같은 건 없어 보였다.

“기리인! 고마워! 네 덕분에 새 언니가 생겼어! 에아임 아저씨! 그리고 나머지 분들도 고마워요!”

톨라츠 아저씨는 창문을 통해 인자하게 웃으며 손을 흔들어 보였고, 에아임 형은 “아저씨라니...”하고 짧게 투덜대면서도 손을 흔들어 주었다.

“조심히 가! 건강하고! 좋은 일 많이 있길 바래!”

“응, 누나! 누나도 건강하고 행복해! 형이랑 비키 씨한테도 안부 전해주고!”

누나는 경비병들이 “더 가면 안됩니다!”라고 막을 때까지 우리 마차를 따라오다가, 계속 손을 흔들며 우리를 배웅했다. 나는 목이 아플 때까지 뒤를 돌아보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우리 마차가 성문을 빠져나오자, 에아임 형은 나를 보며 짓궂게 웃었다.

“이야, 우리 마성의 남자. 아무 생각이 없어도 저절로 여자가 꼬여요, 그렇지?”

“아 형, 또 시작이에요? 그런 거 아니라구요.”

“그런 거 아니긴. 아, 나도 니 얼굴로 딱 하루만 살아 봤으면 좋겠다.”

아 쫌! 언제나처럼 나를 놀리며 마차는 황도를 향해 나아가기 시작했다.

나는 마지막으로 고개를 돌려 레카 시를 바라보았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 사이에 온갖 희노애락을 모두 겪었다. 쾌락을 위해 양심이나 이성을 버리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누군가에게 슬픔을 강요해 즐거움을 얻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곳이기도 했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웃으며 작별할 수 있어서, 다음을 기약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슬픔이 지나가면 언젠가는 기쁨이 오겠지.

============================ 작품 후기 ============================

4챕터 끝났습니다.

최대한 빨리 공략글과 오마케를 써서 연참 비스무레한 것을 해 보겠습니다.

밤에 오마케가 한두편 정도 올라갈 예정입니다.

혹시 오마케로 보시고 싶은 내용 있으면 리퀘스트 부탁드립니다.

읽어주시는 분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모두 여러분들 덕입니다.

모든 코멘트 꼼꼼히 읽으며 리리플 달아드리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추천과 쿠폰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숫자 올라갈 때마다 큰 보람을 느낍니다.

eastarea 님 // 대댓은 글 쓰는 동안 빠지지 않고 할 작정입니다 ㅎㅎ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200화 넘어서까지도 열심히 쓰겠습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시 만나는 여캐들도 있을 예정입니다. 나중에요.

melontea 님 // 쓸 수 있는 한 계속 열심히 쓰겠습니다.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판타지zz 님 //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재미있게끔 노력하겠습니다.

longway 님 // 글쎄요, 언젠가 특전으로 'nice boat' 한 번 써 볼까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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