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09화 (109/309)

00109 5. 세 가지 이야기 =========================

한 친구의 이름은 레트네였어요. 레트네... 성이 뭐였더라. 아. 레트네 레지. 우리끼리는 레레 라고 불렀지요. 레레는, 밝고, 착한 아이였어요. 우리 둘하고 제일 친하게 지냈지만, 다른 친구들과도 다들 친하게 지냈지요. 선생님들도 레레를 좋아하고, 공부도 잘 했지요. 키는 저만했고, 예쁘기도 예뻤어요. 하지만 분위기가 밝아서 더 예뻐보이는 친구였지요.

다른 친구의 이름은 오도나였어요. 오도나 비르. 오비르 라고 불렀지요. 오비르는... 음... 눈에 잘 띄지 않는 아이였어요. 약간... 어... 어두침침한 아이였죠. 다들 학교 다닐 때 그런 아이 한두명쯤은 있었을 거에요. 두꺼운 안경을 끼고, 시선은 위를 향하는 법이 별로 없고, 말소리도 작은 아이. 몸집도 크지 않고, 귀여운 외모이기는 하지만 어두운 인상 때문에 약간 감점이 있는 타입이었지요.

우리가 친해진 계기는 되게 단순했어요. 처음에 3인 1조로 수업을 할 때 레레와 오비르, 그리고 제가 한 조가 되었던 거에요. 적극적인 레레가 우리 둘과 적극적으로 친해졌고, 그래서 우리 셋은 어느 새 같이 다니게 되었죠. 서로를 별명으로 부르면서요. 제 별명이요... 밝히기 싫은데... 어... 네. 예측한 게 맞아요. 에비라고 불렀어요. 저는 귀신 쫓는 거 같아서 싫어했는데 친구들은 꿋꿋이 불렀고 나중에는 저도 포기했지요.

처음엔 셋이 다 잘 지냈어요. 레레가 워낙 친화력이 좋고, 오비르도 친한 친구가 되니까 이런저런 재미있는 면이 많은 아이였다는 걸 알게 되었죠. 셋이 시험때 공부도 같이 하고, 서로의 집에 놀러가서 파자마 파티를 하기도 하고. 네? 파자마 파티가 뭐냐고요? 그냥 잠옷 입고 같이 수다떨다가 자는 거에요. 그렇게 2년동안 잘 지냈어요.

그랬는데... 3년째부터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지요. 레레는 성적이 좋았고, 저는 심리마법 쪽으로 다른 사람보다 결과가 잘 나왔는데, 오비르는 어느 쪽이건 영 신통찮았으니까요. 기리인, 너희는 아카데미 졸업하면 진로가 어땠니? 아, 대부분이 북부군에 들어간다고? 우리는  성적 우수자들은 마탑에서 뽑아가고, 나처럼 특수한 진로로 가는 경우도 있는데, 신통치 않은 아이들은 좀... 어. ‘업계’에서 많이 무시를 당하지. 자그마한 공방 같은데 틀어박혀서 맨날 부여마법이나 거는 신세가 되거든.

레레는 마탑에 들어가는 게 거의 확실했어요. 성적이 늘 상위 10위 안에 드는 아이였거든요. 저는 선생님의 주선으로 심리 쪽 마법을 더 깊이 연구하게 되었구요. 그런데 오비르는... 네. 날이 갈수록 초조해졌죠. 공방에 틀어박히는 꼴을 피하려고 애를 썼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성적이 안 나오고... 오비르는 그 짜증을 우리에게 풀었어요. 저는 착한 거랑은 거리가 멀고, 레레는 착하지만 아무리 착해도 무한히 짜증을 받아주지는 못하지요. 결국 세 단짝은 두 단짝으로 바뀌었어요. 원래도 우리 말고 친구가 없었던 오비르는 결국 마지막 학년인 4학년때는 혼자 다니게 되었지요.

그리고... 졸업을 하고, 우리는 각자의 길로 가게 되었어요. 오비르는 결국 성적 때문에 좋은 일자리는 얻지 못했나 보더라구요. 마지막 학년때는 친하지도 않았고... 어떻게 되었는지 정확히는 몰랐죠. 레레는 제도 5대 마탑 중 하나라고 불리는 오르트사 마탑에 들어갔어요. 저는 특기를 인정받아서 제국 수사기사단에 마법사로 들어가게 되었고요.

저도 엄청 바빴고, 레레도 연구다 작업이다 논문이다 정말 정신이 없었죠. 하지만 우리는 그 시간 없는 중에도 한두 달에 한 번은 만나서 꼭 같이 밥이라도 한 끼 먹었어요. 제가 에아임 씨와 함께 다니게 되면서 한두 달이 서너 달이 되었지만, 그래도 제가 제도에 돌아갈 때면 꼭 연락을 넣었고, 그러면 레레는 모든 걸 미루고 뛰어나와 저를 맞아주곤 했지요.

2년 전이었어요. 그날도 레레를 만나 차를 마시는데, 레레가 남자친구가 생겼다고 말하더군요. 놀랄 일은 아니었지요. 레레는 예쁘고 성격이 좋아서 인기가 많았으니까요. 그런데 레레가 내년에 안식년을 맞게 되었는데, 안식년을 이용해 그 남자와 결혼을 할 거라고 말했어요. 그건 놀랄 일이었지요.

‘어떤 남자인데?’

‘으응, 제국 재무성에서 일하는 공무원이야. 남작가 둘째 아들.’

‘좋아?’

‘응, 행복해. 정말 좋은 사람이야. 나도 아껴주고. 남작가라서 집안 도움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우리끼리 벌어서 살기에는 충분해.’

‘정말 잘 됐다.’

저는 레레를 축복해 주었지요. 결혼식을 하면 가겠다고도 했고요. 레레는 웃으며 고맙다고 하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어요. 그러다가 레레가 이 이야기를 하더군요.

‘아, 저저번 달에 오비르를 만났어.’

‘오비르? 어떻게 만났어?’

‘너 저번달에 우리 동창회 했던 거 모르지? 동창회에서 우연히 만났어. 오비르 많이 밝아졌더라. 예뻐지고.’

‘그래?’

‘응. 진짜로 못 알아보겠어. 어느 공방에서 부여마법 쓰는 일 하고 있다고 하더라고. 오늘 같이 가자고 했는데, 오늘은 일해야 돼서 못 나온대.’

그렇구나, 하고 말았지요. 만나면 좋지만, 안 만나도 굳이 상관 없는 친구였으니까요. 그 날은 그렇게 헤어졌지요. 나중에 결혼식 날짜가 정해지면 알려주기로 했지요. 어차피 결혼은 내년 안식년에 하기로 했었으니까 여유있으니 상관없겠다 싶었지요.

그때는 에아임 씨 일행과 함께 다니고 있던 때였어요. 에아임 씨, 내가 그 얘기 했던 기억이 나나요? 3년 전쯤인데. 기억나죠? 네. 그 뒤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는 제가 얘기하지 않았었죠. 그 때, 제가 에아임 씨와 톨라츠 씨와 함께 제국 해군기지 쪽에 사건을 조사하러 다녀 와서, 휴가를 신청했던 적이 있었지요. 기억하시죠? 제가 유일하게 휴가를 신청했던 때였으니까.

그 때, 다녀와서 들었어요. 레레가 죽었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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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이...”

처음 듣는 이야기인지 에아임 형과 톨라츠 아저씨는 충격에 빠진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톨라츠 아저씨는 말했다.

“아니 그럼, 나한테 이야기를 하고, 수사해 달라고 해야지...”

“에아임 씨는 그 때 신혼이었잖아요. 결혼한 지 얼마 안 된 새신랑한테 자기 관할도 아닌 곳의 살인사건을 처리해 달라고 어떻게 말해요. 에아임 씨가 안 되니 톨라츠 씨에게도 말하지 않았죠. 기사단에 물어보니, 휴가를 내고 그 쪽 수사팀에 합류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했어요. 그래서 두 사람에게 말하지 않았어요. 미안해요.”

“거 참.... 아무리 그래도 얘기를 해야지... 내가 알았으면 어떻게든 도움을 줬을텐데...”

“친한 친구의 일이라 혼자서 해결하고 싶었어요. 그리고... 주요 참고인이, 오비르였거든요. 두 친구간에 있었던 일이라 제가 나서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어요. 거듭 사과할게요, 에아임 씨.”

에아임 형은 탐탁치 않다는 표정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이더니, 잔을 비우고는 종업원을 불러 맥주를 더 가져오게 했다. 종업원이 맥주와 함께 우리가 주문했던 요리 – 소박한 고기 요리와 감자 요리, 튀김 요리 등이었다. - 를 날라왔지만, 우리는 누나의 이야기를 듣느라 요리에는 아무도 손을 대지 않고 있었다. 누나는 말을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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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요, 주요 참고인이 오비르였다는 데까지 얘기했었죠. 저는 휴가를 얻자마자 그 수사를 담당한 기사님에게 가서 사정을 설명했어요. 같은 기사단 소속의 부탁이니까 기사님은 부탁을 흔쾌히 들어주셨죠. 기사님이 제게 어떻게 된 일인지 설명해 주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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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내내 사무실을 떠나지 못했던 레레의 약혼자가 레레의 집 현관문을 두드렸지만, 아무리 두들겨도 레레는 나오지 않았다. 그때 오비르가 레레의 집으로 찾아왔다. 그 날 셋이서 레레의 집에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왜 약속을 해 놓고 아무도 없는지 궁금해하던 중, ‘강아지 소리라도 들려야 하는데 이상하다’는 약혼자의 말을 듣고 오비르가 ‘그럼 열쇠로 들어가 보자’고 했다.

약혼자가 자기가 가지고 있던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자, 레레는 머리 위에 치마를 뒤집어쓴 채 목에 올가미가 조여져 땅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레레가 기르던 강아지 역시 보자기가 얼굴에 둘러진 채 목이 졸려 숨져 있었다. 작은 방의 창문을 제외하면 모든 창문은 닫혀 있었고, 벽난로 굴뚝도 사람이 사용한 흔적이 없었으며, 창살은 훼손되지 않은 상태였다. 게다가 레레는 두 사람을 맞아 저녁식사를 함께 하기 위해 식사준비를 하던 음식 재료들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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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현관문의 열쇠는 모두 두 개였소. 하나는 약혼자가 가지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의 열쇠, 레트네 레지 씨가 가지고 다니던 열쇠는 레트네 씨의 손가방에 들어있었는데, 그 손가방은 작은 방 안에서 발견되었소. 열쇠나, 레트네 레지 씨의 가방, 레트네 레지 씨의 시체, 강아지의 시체에서는 마법의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소. 조사원들이 현장을 꼼꼼하게 뒤지고, 나도 가서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가 꼼꼼하게 찾아보았지만, 그런 것은 없었소.’

기사님이 그렇게 말했어요.

‘자살의 가능성은...’

‘약혼자나, 레트네 씨가 근무하던 마탑의 사람들, 그리고 이웃 사람들에게 물어봤지만 레트네 씨가 평소와 다른 점은 없다고 했소. 무엇보다, 유서 같은 것이 발견되지 않았소. 그리고...’

‘그리고?’

‘목에 난 밧줄의 흔적이 뒤로 당겨져 있더군. 위가 아니라.’

저는 고개를 끄덕였어요. 타살이라는 걸 알게 되었지요. 기리인만 모르는 이야기겠구나. 목을 매어 자살하는 사람의 목에 생기는 밧줄의 흔적은 비스듬히 뒤통수 쪽으로 올라가. 하지만 누군가가 밧줄을 목에 매어 당기게 되면, 발버둥을 치면서 움직이기 때문에 밧줄의 흔적이 여러 줄로 뒤로 나타나게 되지.

‘골치아프군... 문에도 마법적인 흔적이나, 문을 따기 위해 도구를 이용한 흔적 같은 것은 없어. 열쇠는 집 안에 있었고. 밀실 살인이군.’

‘오비르를 만날 수 있을까요?’

기사님의 주선으로 저는 심문실에서 오비르를 만났어요. 졸업한지 4년만이었어요. 레레의 말마따나 오비르는 많이 변했더군요. 안경도 벗고, 어깨도 펴지고. 조금은 당당해졌어요. 옷도 잘 차려입었더군요. 검은 색 드레스에, 진한 색 두꺼운 가죽 벨트를 허리에 차고 있었어요. 벨트가 한 뼘은 되는 너비였는데 드레스와 잘 어울리더군요. 오비르는 제가 들어온 걸 보고 깜짝 놀라더군요.

‘에비...’

‘오비르. 소식 듣고 달려왔어. 많이 놀랐지?’

‘나를 심문하러 온 거야?’

‘무슨 소리야. 기사님 말씀 들었잖아. 너는 현장을 발견한 사람이라서 참고인으로 불려온 거야. 나는 친구가 비극을 당했고 그 비극을 다른 친구가 발견했다고 해서 놀라서 달려온 거고.’

오비르는 그제야 약간 안도하는 표정을 지었어요. 오비르의 이야기는 기사님이 들려 준 이야기와 별 다를게 없었어요. 단 하나 제 눈에 띈 점이 있다면, 오비르가 손에 낀 장갑을 자꾸 불편한 듯이 위로 끌어올리고 있었던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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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나는 거기서, 약하게 웃으며 말했다.

“아까 톨라츠 씨가 문제를 냈었으니 저도 문제를 내지요. 범인은 오비르가 맞았어요. 제가 마법으로 오비르에게 자백을 받았거든요. 오비르는 어떻게 그런 현장을 완성했을지를 생각해보세요.”

============================ 작품 후기 ============================

트릭 자체는 단순합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에서 있었던 사건을 차용하였습니다.

읽어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주시는 모든 분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숫자가 1, 2 올라갈 때마다 저는 글 쓰는 보람을 크게 느낍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아쉽게도 이번 추측은 빗나가셨... ^^;;

melontea 님 // 마음에 드실런지 모르겠네요...

브륀하르트 님 // 일단 메인퀘스트를 따라가고 있으니 가까이 갈 수 있지 않을까요?

eastarea 님 // 며칠만에 오셨네요. 어디 가셨나 했습니다. 꼬박꼬박 코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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