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17화 (117/309)

00117 6. 나 좀 가만 내버려 둬요 =========================

“얼른 가자!”

형은 비슷한 크기의 집들이 늘어선 곳들 사이로 난 길로 나를 끌고 갔다. 이 곳은... 조금 고급스럽지만, 비슷한 크기와 모양의 집들이 늘어선... 그래, 북부 대요새의 관사촌 같았다. 내가 ‘집’이라고 부를 수 있는 곳이 있었던 곳. 코 끝이 찡한 느낌이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형은 앞으로 나를 끌고 가기 바빴다. 형의 걸음걸이는 누가 봐도 신났다는 느낌이었다. 오랜 외유 끝에 막 집으로 돌아가는 사람이 보일 법한 그런 느낌. 그렇게 좋나.

몇 번을 꺾었을까, 우리는 꽤 널찍한 집들이 있는 곳에 이르러 있었다. 좀 넓은 마당이 있는 집에는 자그마한 2층 건물이 있었고, 마당 한구석에는 방 하나 정도 넓이에 역시 2층 높이인 별채가 있었다. 정원에서 사다리와 가위를 들고 누군가가 정원을 손질하고 있었다.

“할아범!”

형이 반가움이 잔뜩 담긴 목소리로 부르자, 그 사람은 모자챙을 젖혀 우리 쪽을 보더니, 환하게 웃으며 사다리를 내려와 가볍게 고개를 숙였다.

“도련님, 어서 오세요.”

“할아범, 잘 지냈어? 건강하고?”

“물론입죠. 편지 받고 미리 준비하고 있었습니다요. 사모님과 아드님도 거실에 계십니다. 그리고 이 분이 그...?”

“그래, 내가 편지로 소개했던 기리인 모스 군이야. 별채의 손님방을 내 주면 어떨까 하는데?”

그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입죠. 기별 받고 이미 깨끗하게 청소해 두었습니다.”

형은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리인, 이 분은 오레즈 할아버지다. 오레즈 할아버지와 에노 할머니는 내가 본가에서 살 때부터 나를 돌봐주셨던 분들이야. 제도로 독립하면서 내가 아버님께 말씀드려 우리 가족 일을 돌봐주고 계신다. 오레즈 할아범, 이쪽은 기리인 모스.”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기리인 모스라고 합니다. 형님의 후의에 힘입어 신세지게 되었습니다.”

“아이구, 말씀 편하게 하십시오. 지내시는 동안 불편하지 않게 해 드리겠습니다.”

형은 씩 웃으며, 배낭을 한 번 추스른 후, 말했다.

“가자, 기리인. 우리 마누라 소개시켜 줄게.”

형은 성큼성큼 걸어들어가, 문을 열었다. 그 순간 형은 예상하지 못한 습격자에 의해 쾅 하고 습격을 받았다. 형은 하지만 전혀 놀라지 않고, 그 습격자의 공격을 받아내며 – 그를 안아들었다. 꽤 튼튼해 보이는, 한 네다섯살쯤 되어 보이는 남자아이였다. 형보다는 약간 진한 색의 금색 머리카락에, 녹색의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형과 꼭 닮아 있었다.

“아빠!”

“어이쿠, 우리 뢰다! 잘 지냈니?”

“응! 엄마 말도 잘 듣고, 밥도 어엄~청 많이 먹었어! 나 잘했지?”

형은 내 머리를 쓰다듬었듯, 뢰다라는 아이의 머리를 슥슥 쓰다듬었다. 뢰다는 헤헷 웃으며 형의 목을 꼭 껴안았다.

“왔어요?”

그 뒤로, 홈 드레스를 단정히 차려입은 레이디 한 분이 나타났다. 아. 저 분이... 테밀 형수님이구나.

“응, 여보. 나 왔어.”

“고생했어요.”

형은 뢰다를 내려놓지 않은 채, 형수님을 맞아들여 짧게 입맞춤했다. 뢰다는 엄마와 아빠를 번갈아 보더니, 두 손을 뻗어 엄마와 아빠를 함께 끌어안았다. 자연스럽게 세 사람은 잠시 포옹하게 되었다. 아아. 보기만 해도 흐뭇해지는 광경이다. 얼마 후, 포옹을 풀어낸 형수님이 나를 보며 말했다.

“이 분이...?”

“응, 그래. 내가 편지에 썼던, 이번에 의동생 삼기로 한 기리인이라는 녀석이야. 기리인, 인사해라. 네 형수님이시다.”

“반가워요. 테밀 로그푸스라고 해요.”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기리인 모스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편하게 생각해요. 이이한테 동생이면 나한테도 동생인걸요.”

“아빠, 이 형아 누구야?”

아직 형에게 매달려 있던 뢰다가 말했다.

“으응, 기리인 삼촌이야.”

“삼촌? 루 고모나 엘 큰아빠처럼?”

“응, 그런데 루 고모나 엘 큰아빠는 아빠보다 나이가 많지? 이 삼촌은 아빠보다 나이가 어린 삼촌이야. 뢰다, 안녕하세요 해야지.”

뢰다는 혀짧은 소리로 ‘안녕하세요~’ 했다. 아유. 귀여워라. 나는 “안녕?” 하며 손을 내밀었다. 뢰다는 잠시 주저하다가, 내 손의 검지와 중지를 손으로 꼭 붙들고 흔들었다. 내가 씩 하고 웃자, 뢰다는 아직은 낯설은지 아빠에게 안겨들었다.

“자, 당신은 얼른 옷 갈아입고 씻고 와요.”

형수님이 형을 안쪽의 안방으로 밀어넣었다. 그리고는 나를 보며 말했다.

“기리인...이라고 불러도 되겠죠?”

“네. 말씀도 편하게 해 주세요.”

“그럼 기꺼이 그렇게 할게.”

형수님은 씩 웃으며 말했다. 첫인상이 좋아 보인다. 적어도 친해지기 어려운 사람은 아닐 것 같다.

“기리인, 아까 말한 대로, 저이한테 동생이면 나한테도 동생이야. 그러니 형 누나 집에 왔다고 생각하고 편하게 있어줘. 얼마든지 있어도 아무런 상관 없으니까 말이야. 알았니?”

“네, 형수님.”

“누나라고 불러.”

“...네, 누나.”

테밀 형수님, 아니아니, 테밀 누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오레즈 할아버지, 기리인에게 별채를 안내해 주세요. 기리인, 빨래감 같은 건 모두 오레즈 할아버지한테 내놓고, 정리 대충 하고, 씻고, 와서 밥 먹자. 저이가 내 토마토 스튜가 먹고 싶다고 해서 내가 잔뜩 만들어 뒀거든? 그거 먹으면서 자세한 얘기 하자.”

안그래도 집안 가득 맛있는 냄새가 나서 미칠 지경이었다. 나는 누나에게 고개를 숙인 후, 오레즈 할아버지를 따라 별채로 향했다.

“빨래감은 여기 이 바구니에 담아주세요. 그러면 우리 여편네가 깨끗이 빨아서 돌려드릴 겁니다. 혹시 건드리지 말아야 할 짐이 있으세요?”

“어... 이 상자하고 이 갑옷은 제가 직접 관리할게요.”

“알겠습니다. 그럼 침대 밑에 두세요. 거기는 건드리지 않을게요. 우리 여편네가 하루에 한 번씩 청소하러 들어올 겁니다. 그럼, 정리하시고 본채로 오세요.”

할아버지는 고개를 숙이고는 문을 닫았다. 나는 배낭을 방 한 가운데 내려놓고 방을 둘러보았다.

손님이 왔을 때 묵어갈 수 있게끔 되어 있는 이 별채는 그리 크지는 않았지만 정갈했다. 1층에는 책상과 의자, 허리 정도까지 오는 자그마한 서랍장, 옷걸이, 만약 손님을 맞아야 할 경우를 위해 놓은 듯한 세 명 정도가 둘러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있었다. 안쪽에 있는 문을 열어보니 마법적 처리가 된 변기와, 씻을 수 있는 시설이 있었다.

좁은 계단을 타고 올라가는 2층에는 두 사람이 누워서 잘 수 있는 넓은 침대가 있었다. 2층이라기보다는 침대가 있는 다락방이라고 해야 겠구나. 나는 들고 올라온 갑옷과 활이 든 상자를 침대 밑에 잘 밀어넣고, 옷도 갈아입지 않은 채 침대 위에 벌렁 드러누웠다. 좋은 매트리스를 쓰는지 푹신푹신했다. 어우.

“아이고...”

잠깐은 농땡이피워도 되겠지. 나는 잠시 지난 며칠을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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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플레스탁의 틈’을 지난 후, 우리는 일직선으로 제도를 향해 달려왔다. 황도를 달리던 나머지 사흘동안 나는 가져온 책 세 권을 모두 다 읽고 심심해서 아저씨에게 경전을 빌려서 경전도 읽었고, 밤에는 형에게 검술의 기초를 배웠다. 순전히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였다. 제도가 가까워질수록 시간이 안 가는 것 같았다.

사흘째 되던 날, 점심과 저녁 사이, 대략 오후 네 시쯤에 우리는 제도의 성문에 닿았다. 지나다니는 마차마다 일일이 점검하던 병사가 우리 마차로 다가오더니, 에아임 형을 보고 깜짝 놀랐다.

“넷째 도련님!”

“에아임 님이라고 불러라 제발.”

“도련님, 이제 오십니까. 저 두 분은 도련님과 같이 일하시는 분이시고... 저 젊은 분은...?”

“아. 기리인 모스라고 한다. 그의 신원은 내가 보증한다.”

두 말 하지 않고 그는 팔을 가슴에 붙이는 군례를 해 보이고는 마차를 전진시켰다. 대략 5분쯤 이동해서, 마차 반납소에 말과 마차를 반납한 우리는, 각자의 짐을 지고 이고 모였다.

“톨라츠, 당신은 어디로 갈 거야?”

“저야 뭐 어디 갈 데가 있겠습니까. 일단은 대신전에 가 볼 작정입니다. 담당 사제님을 만나 고해성사도 하고, 의논도 하고, 거기서 쉴 작정입니다.”

“에빌로는 기사단 독신자 숙소에 갈 거지?”

“네.”

“...가서 잘 거지?”

“네.”

형은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아마 내일은 기사단 본부에 와야 할 거야. 서면으로 보고를 했지만, 다시 직접 대면해서 상황 설명도 해야 하고, 그리고 레카 시의 정세보고와 이 놈에 대한 얘기도 해야 하니까 말야.”

형은 그렇게 말하면서 내 어깨를 툭 쳤다. 으윽. 안 그래도 배낭에 활까지 무거운데.

“그럼 내일 아침 9시에 본부 1층 로비에서 만나지. 특별한 일이 있으면 그 전에 연락을 넣도록 하고 말야.”

“그렇게 하죠. 내일 뵙겠습니다.”

“내일 봐요. 기리인, 내일 봐.”

“내일 봐요.”

그리고는 형은 그 즉시 빠른 걸음으로 앞장서 집을 향해 성큼성큼 걸어가기 시작했다. 이 사람이! 길이라도 잃어버리면 어쩌려고!

“형! 같이 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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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 침대에서 멍하니 누워있던 나는 퍼뜩 정신을 차렸다. 아,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지. 나는 배낭을 털어 약간 쉰 냄새가 나기 시작하는 빨래감을 바구니에 담고, 이럴 때를 대비해 마지막으로 남겨두었던 깨끗한 속옷과 셔츠, 바지를 꺼낸 후,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머리까지 잘 빗은 후, 아까 할아버지가 책상 위에 올려둔 열쇠로 문을 잠그고 본관으로 향했다.

============================ 작품 후기 ============================

6챕터 시작합니다.

일종의 본편? 개념이겠네요. 본격적으로 기리인이 구르기 시작합니다.

요안나도 만나야죠 물론. 그 전에, 권력자들 먼저 보고.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숫자 올라가는 걸 볼 때마다 큰 힘을 얻습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쉽게 만나지는 못할지도 모르겠네요 ㅎㅎ;;

브륀하르트 님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상식뽀각 님 // 감사합니다! 공략편이 계속 나오는 것도 식상하고, 이번에는 게임 스토리상 별 진전이 없어 공략편은 다음에 다룰 예정입니다.

melontea 님 // 프롤로그까지 110편이었으면 본편은...ㄷㄷㄷ;;; 감사합니다!

eastarea 님 // 언제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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