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25화 (125/309)

00125 6. 나 좀 가만 내버려 둬요 =========================

“이제부터는 부탁이네, 기리인 경. 자네를 사교계에 데뷔시킬 거야. 그러면, 자네에게 접근하려는 사람이 매우 많을 걸세. 그도 그럴 것이 자네 자체도 흥미로운 인물인데다가, 자네의 배경에 에아임 경과 로그푸스 가문이 있지 않은가. 그러니 자네는 수많은 이야기를 듣게 되겠지.”

“네, 폐하.”

“그 이야기들을 나에게 전해주게. 나는 지금 약간의 단서라도 절실히 필요한 상황이야. 누가 내 아들을 노리는지, 누가 중부와 남부, 그리고 북부와 동부의 대립을 부추기는지, 누가 황태자에게 뫼르말 가의 여식을 소개해 줬는지, 뫼르말 가의 여식의 생각은 무엇인지... 내가 직접 다니면 그 이야기들을 들을 수가 없고, 믿을 수 있는 수사기사들은 그런 자리에는 참석하기 힘들고. 자네라면, 어느 쪽에서도 경계받지 않고, 특히 나와 연관이 있으리라고 생각하기 힘든 자네라면 내가 지금 간절히 필요로 하는 단서를, 정보를 알아다 줄 수 있으리라 생각하네.”

‘띠링!’

<메인 퀘스트(3) -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현재 라고 황제에게는 아들이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 아들이 암살될 경우 제국의 황제 직위를 놓고 온갖 암투가 벌어질 것이며, 결국은 내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와중에 이 아들에게 암살 위협이 있다는 것 사실 자체를 아는 사람이 얼마 없고, 풀숲을 건드렸다 뱀이 튀어나오는 우려를 살 수 있어 대규모 조사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당신은 마침 적절한 시기에 적절한 자리에 있음으로서 황제에게 부탁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가치를 알아 본 황제는 당신에게 황태자 암살 협박 사건에 대한 단서를 조사해 달라고 했습니다. 분명 이 단서 조사는 그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더욱 큰 사건을 물고 오게 될 것입니다.>

<퀘스트의 부여자가 황제입니다. 퀘스트를 거부할 수 없습니다. 강제수락합니다.>

<퀘스트 성공조건 : 황태자의 암살을 노리는 조직의 체포>

<퀘스트 실패조건 : 어떠한 조건에서든 황태자가 사망할 시 실패 처리됩니다.>

‘띠링!’

<메인 퀘스트(3) -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1. 단서 수집>

<제국의 사교계에서는 온갖 가십이 흘러다닙니다. 이 중에서는 황태자와 결혼에 대해, 그리고 어쩌면 그의 암살을 노리는 조직에 대해서도 이야기가 나올지도 모릅니다.>

<가능한한 많은 사람을 만나고, 많은 이야기를 들어보기를 권합니다.>

<퀘스트 목표

1) 뫼르말 가문에 대해 단서를 수집하세요 – 0/3

2) 뫼르말 가문의 여식에 대해 단서를 수집하세요 – 0/4

3) 나스프 공작과 남부 공작령의 상황에 대해 단서를 수집하세요 – 0/5

4) 융파트 공작과 중부 공작령의 상황에 대해 단서를 수집하세요 – 0/5

5) 사교계에서 도는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저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0/3>

<추가 퀘스트 목표 – 달성시 큰 보상이 있으며 연계 퀘스트의 난이도가 낮아집니다.

1) 뫼르말 가문의 여식과 직접 이야기를 해 보세요.

2) 황태자와 만나 직접 이야기를 해 보세요.>

<난이도 : A>

<퀘스트 성공 시 : 황제의 당신에 대한 호감도와 평가 상승, 사교계에서 당신의 평판 상승, 연계 퀘스트 출현>

헐... 그간 퀘스트를 많이 깬 건 아니지만 강제수락이라니. 강제수락은 처음 본다. 하긴 황제 폐하께서 부탁하신 것이니 거부할 수가 없겠지. 기왕 이렇게 된 거 말이라도 시원하게 해야겠다.

“미천한 백성이 황제 폐하를 도울 수 있는 기회를 허락하여 주셔서 크나큰 영광이옵니다, 폐하.”

“도와준다 하여 정말 고맙네, 기리인 경. 그리고 앞으로는 자네 자신을 ‘소신’이라 칭하게. 이건 어명이네.”

“그리하겠사옵니다, 폐하.”

나는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는 편지를 돌려받고는 즐겁다는 듯 웃었다.

“간만에 짐을 하나 던 기분이군. 고맙네, 기리인 경. 에아임 경. 내일 아침 대전에서 만나세.”

그러더니 황제 폐하는 편지를 서랍 안에 잘 넣은 후, 종을 흔들었다. 그러자 방 밖에서 발소리가 들려오더니, 프그단 경이 안으로 들어섰다.

“이야기는 끝나셨사옵니까, 폐하?”

“음. 여기 기리인이라는 청년이 내일 어전 회의에서 포상을 받을 것이다. 그가 예복을 구할 수 있게끔 자네가 증서를 써 주도록 하라. 그리고 보검 한 자루를 준비하라.”

“알겠사옵니다, 폐하.”

“내일 오후의 티타임은 황실 궁도장에서 가질 것이다. 여흥을 겸할 것이며, 저 청년도 참석할 것이다. 그리 준비하라.”

“알겠사옵니다, 폐하.”

“이제 이 두 사람을 바래다주도록 하라. 에아임 경, 기리인 군. 즐거운 대화였네. 생생히 전해 준 지방의 소식 정말 고맙네.”

나와 형은 급히 한 쪽 무릎을 꿇었다.

“황공하옵니다, 폐하. 이만 물러가겠사옵니다.”

---

우리는 황제 폐하의 서재를 물러나와, 화려하디 화려한 복도를 걸어 자그마한 사무실로 들어갔다. <궁내부 장관 사무실>이라고 적혀 있었다. 아. 그러니까, 저 프그단 경이 궁내부 장관이셨구나... 그래서 황제 폐하께서 저 분을 물리친 후에 그 이야기를 하셨구나.

프그단 경은 우리를 자신의 책상 앞에 앉게 한 후, 서류철을 뒤적거려 뭔가를 꺼내더니 펜을 꺼내 한참 뭐라뭐라 적었다. 그러더니 책상 서랍을 열어 그 종이 위에 도장을 쾅 찍은 후 우리에게 건네주었다.

“에아임 경이 잘 아실 테니, 가게 위치는 말 안 해 드려도 되겠지요?”

“네. 시간이 너무 촉박하여 다른 방법이 없을 것 같습니다.”

“그 종이를 장인에게 보여주시오. 대금은 황실에서 지불하겠다는 증서요.”

“감사합니다.”

“감사는 무슨. 황제 폐하께서 지시하신 사항인데. 아, 그리고, 기리인 군.”

“네, 말씀하십시오.”

“내일이면 기리인 경이라고 불리겠군.”

뭐라 대답해야 좋을지 몰라 나는 묵묵히 있었다. 그는 종이를 뒤적이다 나를 보며 말했다.

“황실 무기고에서 기리인 군의 체격에 맞는 보검을 한 자루 내어주게 될 걸세. 이 보검은 자네 소유로 주는 것이 아니고, 언젠가 다른 무기를 하사받거나 하게 되면 황실에 반납하라는 뜻일세. 그러니 관리 잘 하게. 아, 노파심에 말해두네만 전투 중에 칼이 부러질 시에는 반납 의무가 소실되니 칼 아끼다가 목숨을 날리는 일은 없도록 하게.”

“알겠습니다, 프그단 경.”

“마차를 내어드리지요, 에아임 경.”

“감사합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

“기리인.”

“네, 형.”

“무슨 생각이었는지 좀 말해주면 좋겠다.”

형의 말투는 딱딱했다. 화가 났다기 보다는... 그래, 나이차이가 나는 형이 사고치고 다니는 동생을 혼낼 때 쓰는 그런 말투 같았다.

“걱정시켜드려서 죄송해요, 형.”

“그걸 아는 놈이, 자그마치 황제 폐하 앞에서 그러냐?”

콩. 형은 내 머리를 장난스럽게, 하지만 아프게 쥐어박았다.

“왜 그랬냐?”

“어... 제 생각은 이랬어요. 일단 그 방에 끌려들어간 이상 황제 폐하의 부탁, 아니 명령을 거절할 수는 없잖아요? 형도 그렇게 생각해서 처음에 폐하에게 결례를 무릅쓰고 말한 거였죠? 제가 아직 어린애에 불과하다고.”

형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나를 곁눈으로 바라보며 말했다.

“그럼 너는 네가 어린애가 아니라는 걸 보여주기 위해서 그런 곡예를 한 거냐?”

“설마요, 형. 그건 아니구요.”

“그럼? 솔직히 아까의 너는 자기 재주를 자랑하지 못해 안달난 사람 같았다.”

음... 그렇게도 보일 수 있겠구나... 나는 내 행동을 형에게 설명해야 할 필요를 느꼈다.

“형, 저는 이런 생각이었어요. 만약에, 제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냥 폐하께서 주는 임무를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저는 어떤 정보를 왜 얼마나 얻어야 하는지도 모르잖아요. 아마 황제 폐하의 장기말 중 하나가 되어 계속 굴려지다가, 자칫 위험하게 움직이면 피해를 당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형은 잠시 굳은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히 가능한 일이지. 폐하께서는 사람을 좋아하시는 분이지만 매정해야 할 때는 저런 철혈의 군주가 또 없으시다.”

“그래서, 저는 그렇게 생각했어요. 그냥 체스말이 되어서는 안 되겠다. 내가 그냥 체스말로 두기에는 능력이 뛰어나고 상황에 대한 이해가 빠르다는 것을 보여줘야겠다는, 그래서 그냥 버리거나 하지 못하게, 나를 일종의 동맹자 내지는 중요한 협력자로 승격시키게끔 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어요.”

“너를 폰(pawn)으로 보는 황제 폐하에게 스스로를 승격(promotion)시켜 퀸(queen)이 되어 보였다는 거구나.”

바로 체스말과 룰의 비유로 받아쳐오는 에아임 형.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북부 속담에, 만일 마수의 등에 타거든 죽어라 계속 타야 한다, 는 말이 있어요. 내리면 잡아먹히니까요. 나중에 어떻게 되든 일단 타게 되면 계속 달려가야 하죠. 지금 우리 상황이 그렇다고 생각했어요.”

형은 아까보다는 풀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머리를 헤집었다.

“으윽.”

“기리인, 이건 형으로서의 충고인데 좀 들어줄 수 있을까?”

“물론이죠, 형.”

“너는 능력이 너무 출중하다. 물론 알아. 칼을 천주머니 안에 두면 언젠가는 칼끝이 주머니를 뚫고 나오게 마련이다. 능력을 영원히 감출수는 없어. 하지만, 키 큰 놈이 벼락을 먼저 맞는다고, 너무 뛰어난 능력을 지닌 자는 질시와 견제의 대상이 된다. 너도 모르지 않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이번엔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말했다.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면 모르지만, 네 능력을 완전히 신뢰할 수 없는 사람 앞에서 모두 드러내는 것은 삼가야 한다. 언제나 1할에서 2할의 여력을 남겨놓아야 한다. 명심해라.”

“네, 알겠어요. 고마워요, 형.”

형은 빙긋 웃으며 창밖을 내다보다가, “아, 도착했다. 내리자, 기리인. 여기가 예복을 전문으로 맞추는 장인들이 모인 거리야.” 하며 마차 문을 열었다.

============================ 작품 후기 ============================

곧바로 다음 편이 이어집니다.

몇 분들의 충고에 따라 페이스를 올려 열두 시에 두 편의 연참을 하도록 하겠습니다.

읽어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저의 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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