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30화 (130/309)

00130 6. 나 좀 가만 내버려 둬요 =========================

대전에 모인 많은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나는 조심스럽게 칼을 내렸다. 이 역시 지시받은 대로였다. 옆에 다가온 시종에게 칼을 넘겼다. 그러자 황제 폐하께서 몇 걸음 뒤로 물러나셨다.

이제 나를 선보여야 하는 시간이다. 나는 고개를 들지 않은 채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뒤로 돌았다. 박수 소리가 한층 더 커졌다. 거기에 웅성웅성하는 소리까지 섞여들었다. 내가 너무 어리고, 또,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미남이기 때문이겠지. 아무리 능력들이 출중하셔도 스캔들이라면 눈이 뒤집어져 다른 사람처럼 구시는 귀족 나으리들에게 좋은 먹이감이 되겠지.

하지만 그렇게 두지만은 않겠다. 형이 나를 믿어주고, 황제 폐하가 나를 믿고 계신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능력을 공정하게 평가한다고 자부하는 <시스템>이 나를 믿고 있다. 내가 상당히 높은 수준의 냉철과 언변을, 그리고 대륙 최고 수준의 지능과 의지력을 가지고 있다는 걸. 그렇게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기리인 경에게 망토를 둘러 줄, 후견인이자 황실 기사단의 선배로는, 제국 2급 수사기사이자 황실 기사단 명예 기사인 에아임 로그푸스 경이 수고해 주시겠습니다.”

소란스러움이 한층 더 커졌다. 에아임이? 저 친구의? 이런 식의 빠른 속삭임이 지나갔다. 아마, 그들이 평가하는 내 모습은, 지금 이 순간 운좋은 시골뜨기에서, 에아임 형의, 그리고 로그푸스 가의 꼭두각시 정도로 격상되었겠지. 시골뜨기나 꼭두각시나 그게 그거지만.

그들을 향해 서 있는 내 왼쪽으로 에아임 형이 다가와, 시종이 내민 쟁반에 잘 개어져 있던 망토를 팍 하고 털어서 펴서는 내 왼쪽에 둘렀다. 형은 나를 친밀하게, 거의 껴안다시피 하며 내 오른쪽 어깨 너머로 망토의 끈을 넘겨 걸쇠에 걸었다. 그리고는, 한 술 더 떠서, 형은 나를 가볍게 끌어안고 등을 툭툭 두드려 준 다음, 재빨리 자리로 돌아갔다. 박수소리에 웅성거림이 섞이기 시작했다.

프그단 경이 헛기침을 두어 번 하자, 소란스러움이 조금 가라앉았다. 프그단 경이 다시 낭독하기 시작했다.

“폐하께서는 또한, 약관도 되기 전에 제국에 큰 공훈을 세운 새 청년 영웅의 공훈을 기려, 두 가지 행사를 지시하였습니다. 그 첫째로, 오늘 오후에 있을 황실 티타임은 황실 궁도장에서 벌어질 것이며, 신임 기사 기리인 경을 포함한 무관들의 활쏘기 여흥이 있을 것입니다.”

활쏘기라고? 하는 약간 큰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를 낸 누군가는 주변의 눈길을 이기지 못하고 입을 틀어막으며 고개를 숙였다. 귀족들이라고, 모두 북대공 전하처럼 위엄이 넘치시는 것만은 아니구나.

“또한 금일 저녁 황실에서 주최하는 무도회에 기리인 경으로 하여금 참석토록 지시하였습니다.”

다시 웅성거림이 커졌다. 나는 흘깃, 좌우를 둘러보았다. 대략, 돌아가신 아버지의 나이 정도 되는 사람들이 내 얼굴을 흘깃거리며 웅성거리고 있었다. 내 가치가 어느 정도 되는지, 에아임 형이 내 후견인이 된다 한 것의 가치는 어느 정도 되는지 헤아려 보는, 장사치가 물건 감정할 때 보던 그런 눈이었다.

“기리인 경은 퇴장하셔도 좋습니다.”

원칙적으로 어전 회의에 있을 자격이 없는 나는 수여식이 끝났으므로 나가봐야 한다. 나는 뒤로 돌아, 폐하께 군례를 올린 후(기사단 소속이 되었으므로 군례를 올리는 것이 마땅하다고 한다. 앞으로도 말이다.) 아까보다는 좀 나아진 걸음걸이로 방을 빠져나왔다.

그리고 대전의 문을 빠져나오자마자 의자에 주저앉아버렸다.

“후아...”

긴장이 탁 풀렸다. 아침에 어떻게 어떻게 진행될 거니까 폐하 앞에서는 어떻게 하고 그 다음에 어떻게 하라는 내용을 한 번만 듣고, 시험해 볼 틈도 없이 바로 본 행사를 치르느라 나는 긴장이 온통 곤두서 있었다. 그 긴장이 탁 풀리니까 아무리 황궁 안이라도 그냥 의자에 주저앉게 되었다.

“고생했어요.”

내 옆에서 쟁반을 들고 서 있던 시종이 나에게 말했다. ‘시종’이라고 하지만 사실 이 분들은 궁내부 소속의 관리다. 나보다 경력도, 직책도 더 높은 분들이다. 예를 들어 내 앞에 있는 사람 역시도 ‘경’이라는 경칭을 쓸 수 있는, 드르연 경이라는 분이다. 나는 공손히 인사했다.

“감사합니다.”

“에이, 뭘. 그나저나, 긴장 하나도 안 하는 것 같더니, 그건 아니었나보네요?”

“황제 폐하를 알현하면서 긴장 안 할 사람이 있겠어요...”

드르연 경은 “하긴...”이라고 중얼거리더니, 서류를 보며 말했다.

“기리인 씨. 이제 다음 순서로 황실기사단 단장에게 가서 인사하셔야 합니다. 그 후에는 여기 황궁 소연회장에서 황제 폐하와 추밀원 소속 귀족들이 참석하는 오찬 모임에 참석하셔야 합니다.”

“네에? 오찬이요? 폐하와 추밀원이라고요?”

하아... 갈수록 점입가경이구나...

“우리가 정한 게 아닙니다. 황제 폐하께서 오늘 ‘그 오찬에 기리인 경을 부르도록 하게’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마치 변명하듯 말하는 드르연 경. 하긴 아저씨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요. 도와주겠다고 말했더니 아주 뿌리째 탈탈 털어가시려는 황제 폐하의 문제죠. 에휴.

“기사단은 어디로 가면 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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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실 기사단은 외성의 한쪽 구석, 그러니까 황궁 내성을 L자 모양으로 싼 외성의 한쪽 가지 끝에 있었다. 생각해 보니 어제 반대쪽 가지 끝에는 수사기사단 본부가 있었지. 그런데, 그 수사기사단 본부보다도 건물이 작다. 어. 이거...

“이게 다에요?”

나는 내 한 걸음 앞에서 걷고 있던 드르연 경에게 물었다. 드르연 경은 내가 왜 그러는지 알고 있다는 듯 웃으며 설명해 주었다.

“크기가 너무 작아서 그러죠? 황실 기사단에 상주하고 있는 기사는 채 100명이 안 돼요. 그나마도 본부에 있는 기사분들은 일하느라 바쁜 분들이죠. 나머지 기사분들은 전투력을 유지하기 위해 늘 훈련하고 있어요.”

아하... 하긴, 내가 황제라면 수도 안에 무장병력이 많이 있으면 께름칙하겠다. 내보내서 훈련도 시키고, 수도의 안전도 확보하고, 겸사겸사. 우리 둘이 다가가자, 기사단 담장 앞에서 경비를 서고 있던 할버드를 든 남자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우리를 향해 말했다.

“정지. 이 곳은 황실 기사단 본부입니다. 어떤 일로 오셨습니까?”

드르연 경이 대답했다.

“오늘 황제 폐하로부터 황실 기사단 명예 기사로 서임받은 기리인 모스 경이 기사단장님께 인사드리러 왔습니다.”

그들은 놀라서 나를 보더니, 곧 “잠시만 기다리십시오.” 하고는 한 사람이 부리나케 안으로 뛰어들어갔다. 얼마나 지났을까. 아까 들어갔던 사람이 달려내려와서는 말했다.

“들어오십시오, 기리인 경. 단장님께서 모시고 오라셨습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하고는, 그 사람의 뒤를 따라 기사단 본부로 가는 계단을 걸어올라가기 시작했다.

제국 수사기사단은 로비에 동상도 있고, 사람들도 많이 지나다니는데, 이 곳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빠져 있어서 그런가 한산한 느낌이었다. 물론 황제 폐하가 직접 다룰 수 있는 무력 중에서도 가장 강력한 무력이기에 지원이 허술할 리 없었고, 그 지원은 시설에서도, 그리고 내 앞을 걷고 있는 사람의 갑옷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영, 수사기사단보다 활력이 떨어진다는 느낌이었다.

어느새 우리는 3층에 도착했다. 안내해 준 사람을 따라 어느 문 앞에 서자, 그 사람이 문을 노크했다.

“들어오게.”

중후한 목소리. 우리의 안내자는 문을 열었다. 내가 한 걸음 안으로 내딛었는데, 드르연 경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내가 약간 놀란 눈으로 드르연 경을 바라보자 그는 웃으며 말했다.

“이 자리는 나를 위한 자리가 아니니까요.”

그게 아니고 욕 먹으면 도매금으로 같이 넘어갈까봐 그러시는 건 아니시구요?! 나는 속으로 그 말을 삼킨 후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자 뒤에서 문이 쿵, 하고 닫히는 소리가 났다.

단장의 책상은 어제 본 황제 폐하의 책상 만큼은 아니지만 꽤 크고 호화스러워 보였다. 뒤의 책장에는 책 대신 서류를 묶은 서류철들만이 잔뜩 들어 있었고, 이미 책장을 다 채운 서류가 이리저리 넘쳐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책상에 한 남자가 앉아 있었고, 그의 앞에서 마치 보고를 하듯 다른 남자가 서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모두 나를 보고 있었다. 표정이 다행히 일단 화내는 표정이 아니라 안심은 되는데... 평온하게 있다가도 갑자기 버럭! 하고 화를 내는 사람들이 (특히 학교 선생님들 중에) 많았으니까, 아직 방심하기는 이르다...

나는 정중히 군례를 취해보인 후 말했다.

“기리인 모스라고 합니다. 황제 폐하의 임명과 한때 이 기사단 소속이었다는 에아임 로그푸스 경의 후원을 받아, 이번에 황실 기사단의 명예 기사라는 과분한 지위를 얻게 되었습니다.”

“흐음.”

앉아 있던 남자가 일어섰다. 체격도 크고, 나이가 대략 50대 후반은 되어 보이는데, 그럼에도 온 몸의 근육이 울퉁불퉁했다. 이미 체내의 마나를 스스로의 길로 다스릴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고 볼 수 있다. 반백의 그 남자는, 머리를 쓸어넘기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말했다.

“자네에 관해서는 익히 알고 있네. 에아임이 편지를 보내 말해 주었으니까.”

“네?”

“자네 에아임의 의동생이 되기로 하였다며.”

“황송하오나 그렇습니다, 단장님.”

그러다가 나는 단장님의 얼굴을 바라보게 되었다. 어라... 웬지,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느낌이... 그러고 보니 어제 형이, 단장직은 로그푸스 변경백가의... 아! 그래!

“에아임의 의동생이면 나에게는 아들이란 얘기군?”

흥미롭다는 듯, 에아임 형의 아버지, 현 변경백가 가주는 내 얼굴을 들여다보았다.

============================ 작품 후기 ============================

어우. 졸리네요.

간신히 낮 연재분 완성해서 올립니다.

읽어주시고 선추코쿠 주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주시는 하나하나가 제게는 큰 힘이 됩니다.

판타지zz 님 // 코멘 감사합니다.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카드보험 님 //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그러게요. 이번엔 또 무슨 일이 벌어질까요. (웃음)

Blue+ 님 //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열심히 쓰겠습니다!

얼룩야옹이 님 // 원고료쿠폰 감사합니다. 열심히 연참하겠습니다!

eastarea 님 // 늘 감사합니다. 늑대가 되더라도 잡아먹는 게 아니고 마성의 매력으로 홀려서... (뭐래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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