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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32화 (132/309)

00132 6. 나 좀 가만 내버려 둬요 =========================

린베크 단장님, 아니, 린베크 아버님은 당연히 제국 추밀원의 일원이셨다. 그래서 나는 황궁 내성으로 점심 식사를 위해 이동하는 길에 린베크 아버님과 동행하게 되었다. 그리고 아버님은 그 동안 계속 나에게 질문을 퍼부으셨다. 손자뻘 되는 내가 퍽이나 귀여우셨던 모양이다.

“그래서, 그 이후로는 마법을 못 쓰게 되었다는 말인가?”

“네, 아버님. 회로 과부하(overload)라고 부르는 현상입니다.”

“아, 그래, 그렇지. 마법사들은 그 과부하를 이기지 못하지. 하, 참... 기사들에게는 간단한 일인데 말이야.”

“네?”

나는 놀라 아버님을 바라보았다. 그래, 아버님도 마나 사용자이시지? 어쩌면 뭔가 단서를 주실 수도 있지 않을까?

“마법사들은 회로를 통해서 마나를 움직이지. 그 회로가 망가져 버리면 다시 그 회로를 되살릴 수 없고 말이야. 하지만 우리 기사들, 그 중에서도 마나 에지를 사용할 수 있는 고위급 기사들은 설사 전장에서 마나 에지를 너무 과하게 써서 회로가 다 타버린다 해도 문제될 것이 없네.”

“기사님들은 어떻게 해결하십니까?”

“병행하는 새 회로를 뚫지.”

“아...”

마법사들이 그걸 몰라서 안 하는 것은 아니랍니다, 아버님. 단지 그 복잡한 회로를, 몇십년에 걸쳐서 뚫었던 회로를 다시 뚫는 것이 너무 시간이 오래 걸릴뿐더러, 이미 죽어버린 회로 자리를 피해가야 하니 공간도 없는 게 문제이지요...

그런데 아버님의 얘기는 그렇게 간단한 얘기가 아니었다.

“아무리 다 타버린 회로라도, 마나 에지는 복잡한 마법이 아니기 때문에 그냥 마나를 보내기만 하면 돼. 그 보낸 마나를 유도해서 실제로 마나 에지라는 마법으로 만들어 줄 간단한 통제 회로만 추가로 옆에 하나 뚫어주면 되는 거거든.”

“아...”

이 방법은 연구가치가 있겠다. 나중에 선생님에게 물어보자, 고 나는 기억해 두었다. 그렇게 얘기하는 동안, 어느새 우리는 황궁 안의 ‘로터스 홀’에 도착해 있었다. 문 앞에는 에아임 형이 초조하게 서 있다가, 우리를 발견하고는 다가왔다.

“아버님. 기리인.”

“에아임. 이 놈 말이다.”

형은 얘가 또 무슨 사고쳤나 하는 눈길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네, 아버님.”

“아주 물건이더구나. 살짝 시험을 해 봤는데, 아주 마음에 들었어. 네 사람 보는 눈은 역시 믿을만 하구나.”

“아...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아니 글쎄, 다르임이 너를 모욕하는 척을 했더니, 이 친구가 장갑을 벗어던지더라니까.”

형은 눈을 크게 부릅떴다.

“기리인, 너, 대체...”

“뭐라더라. 자기가 죽어도, 자기를 동생 삼을 정도로 좋게 봐 준 에아임 형의 명예는 지켜질 테니 그거면 됐다, 던가? 허허. 요즘도 이런 신의가 있나.”

신의만은 아니고, 냉철한 계산도 일부 들어가 있긴 했는데요... 형은 뭐라 말해야 좋을지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다가, 간신히 말을 꺼냈다.

“기리인. 나의 명예를 생각해 주는 건 좋지만, 나는 네가 살아있는 게 더 좋다. 나를 위해 목숨을 무릅쓰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다. 알았지?”

“네, 형. 멋대로 굴어서 미안해요.”

형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평소처럼 내 머리를 헤집으려다, 곧 예의를 차리는 자리에 가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냥 머리를 두어 번 쓰다듬어 주었다. 그 광경을 흐뭇하게 바라보던 아버님이, 시종을 향해 고개를 끄덕이자, 시종이 홀의 문을 열었다.

“변경백 린베크 로그푸스 경, 그의 아들이자 제국 2급 수사기사 에아임 로그푸스 경, 그리고 금일 기사 서임자로서 황제 폐하의 초청을 받은 기사 기리인 경입니다.”

그리 크지는 않은 목소리로 시종이 홀에 선언했다. 이미 테이블에는 몇 명이 앉아 있었다. 시종의 목소리에 그들은 우리를 돌아보고 있었다. 린베크 아버님은 별 신경쓰지 않는다는 듯 당당한 걸음걸이로 자신의 이름이 붙어있는 곳에 가서 앉으셨다. 한편 에아임 형과 우리는 린베크 아버님의 건너편 자리로 안내를 받았다.

동시에 나는 마음 속으로 내 뺨을 가볍게 쳤다. 긴장하기 위해서였다. 지금 나는 이 자리에 구경하러 왔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으러 온 것이 아니다. 추밀원 회의를 구경하기 위해 온 것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이 자리에 황제 폐하의 부탁을 수행하기 위해 온 것이다. 아마, 추밀원을 구성하는 인물들 가운데 끼어 있을, 융파트 공작, 나스프 공작, 혹은 그 대리인을 통해 상황을 파악하고 정보를 더 알아보라는 뜻일 것이다. 긴장하자.

“린베크 경, 오랜만이오. 건강하시오?”

고개를 돌린 린베크 아버님의 눈이 커졌다.

“오, 나스프 공작님이 아니시오. 어쩐 일로 제도에 계셨소?”

‘정보 확인.’

<이름          : 웨빌 나스프

나이          : 48

HP           : 3520/3520

힘            : 78

민첩          : 75

지력          : 89

마나친화력    : 73

매력          : 84

지구력        : 67

특수          : 정치력 96, 언변 86

스킬          : >

<남부 나스프 공작령의 공작입니다. 정치력이 뛰어난 것으로 유명합니다.>

머리가 나이들어 희어졌다기보다는 원래 하얀색인 것 같은 머리와 수염을 하고, 인자한 인상의 아저씨였다. 어디 학교에서 교장 선생님을 하면 어울릴 것 같은 인상인데, 저 분이 나스프 공작인가.

“몇 가지 처리할 일이 있어 제도에 오게 되었소. 이번에는 한 두어 달 정도 머무를 예정이오. 어차피 아들 놈에게 영지의 일도 경험을 시켜줘야 하고 말이오.”

아... 공작이 제도로 와서, 공작의 계승권을 가진 아들이 그리로 간 모양이다. 나스프 공작은 에아임 형과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에아임 경, 오랜만이군.”

“격조하였습니다, 공작 각하. 그간 강녕하셨는지.”

“나야 덕분에 잘 지내지. 자네야말로 별 일 없는가?”

“걱정해 주신 덕분에 잘 지내고 있습니다.”

어째 사이가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옛날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 아니면 그냥 긴장관계인가? 공작은 내 쪽을 바라보고는, 아, 하고 말했다.

“자네가 아침에 어전에서 기사 서임을 받은 그 친구로군? 이름이...”

“기리인 모스라고 합니다, 공작 각하.”

“흐음. 제법 잘 생겼군. 작위만 좀 높다면 우리 딸에게도 한 번 소개시켜 주고 싶은데 말이야. 뭐... 오늘 밤 무도회에서 볼테니 알게 되겠지만.”

공작은 어느새 따라져 있는 물을 한 모금 마셨다. 그러더니 린베크 아버님을 바라보았다.

“린베크 경, 경은 오늘 어전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서 모르겠구료.”

“기사단에서 할 일이 있어서. 그나저나, 뭘 모르겠다는 말인게요?”

“오늘 황태자 저하의 황태자비 문제가 안건으로 떠올랐다오.”

어우. 어떻게 얘기를 꺼내야 할지 몰랐는데, 이렇게 얘기를 꺼내주시니 고맙기 짝이 없다. 린베크 아버님은 약간은 침중해진 표정으로 말했다.

“또 말이오? 황태자비를 구하지 않는 문제를 누군가 제기한 게요?”

“궁내부와 재상부의 연명 상소문이었소.”

“아하...”

탄식하듯 린베크 아버님이 외마디 소리를 내뱉더니 말했다.

“말인즉슨 맞기야 하지. 황태자 저하의 춘추가 스물 여섯. 이제 성혼을 하셔서 황태손을 생산하셔야 황가도 제국도 안정될 것인데. 그간 황태자 저하께서 극구 손사래를 치셔서 넘어갔던 일인데, 이번에는 연명 상소라니 아주 작정을 하고 나왔구만. 그래, 황태자 저하께서도 자리에 계셨소?”

공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황태자 저하의 반응이 그런데 묘했단 말이오.”

“묘했다 하시면?”

“저하께서는 이전처럼 지금은 정사를 배울 때 라는 등의 말로 물리치시는 것이 아니라,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자신도 성혼하여 일가를 이루고 싶다는 말을 하셨소.”

“오, 그건 좋은 반응 아니오?”

“그러게요...”

전혀 좋지 않다는 말투로 공작은 대답했다. 심기가 복잡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역시, 뫼르말 백작가의 여식 문제가 걸리는 건가. 저 표정이 연기가 아니라면, 너무 자신의 뜻대로 돌아가는 것을 감추기 위해 일부러 좋지 않다는 표정을 지어보이는 것이 아니라면, 그는 지금 뫼르말 백작에 대한 통제권을 완전히 갖고 있지는 못한 것 같다.

‘띠링!’

<메인 퀘스트(3) -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1. 단서 수집 - 업데이트!>

<퀘스트 목표

3) 나스프 공작과 남부 공작령의 상황에 대해 단서를 수집하세요 – 2/5>

좋아, 좋아.

그때, 시종이 크게 외쳤다. 아까 우리가 들어올 때보다는 훨씬 큰 목소리였다.

“제국의 정당한 지배자이며 대륙 모든 생물들의 주재자이며 신앙의 수호자이신 황제 폐하, 그의 신께서 정하신 반려이신 황후 전하, 그리고 황제 폐하의 계승자이자 제도 공작인 황태자 저하께서 입장하십니다.”

우리 모두는 자리에서 기상해 차렷 자세로 바로 섰다. 황제 폐하와 황후 전하, 그리고 황태자 저하는 테이블 가운데로 와서 앉으셨다. 황제 폐하의 맞은 편에 황후 전하가 앉으셨고, 황태자 저하는 우리 쪽, 그러니까 공작의 옆 자리에 앉으셨다.

============================ 작품 후기 ============================

아이고. 두 편씩 쓰는 건 역시 쉽지 않네요. 일요일이다보니.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감사말씀 드립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주시는 분들께 머리숙여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제 힘입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그래서 진짜 아빠로 만들었습... ㅎㅎ;; 감사합니다!

eastarea 님 // 언제나 감사합니다!

longway 님 // 오랜만입니다. 그러게요, 새 아빠가 생겼네요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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