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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52화 (152/309)

00152 6. 나 좀 가만 내버려 둬요 =========================

“어쨌든, 그렇게 해 놨으니 오늘 중으로 그 남자의 정보를 알 수 있을 거고, 그러면...”

“아니에요, 형님.”

황태자 저하가 말했다.

“아마 그 남자는 어디선가 시체로 발견될 겁니다.”

형은 표정이 굳어있다가, 빠르게 납득했다.

“그렇겠군요. 저하를 암살하겠다고 날뛰는 놈들이 손목 잘린 놈 하나를 놔두지는 않겠죠. 시체 들어온 게 있는지 경비대에 알아보라고 부하들에게 지시하겠습니다.”

그러게, 나도 미처 생각하지 못했네... 당연히 떠올렸어야 하는 발상인데. 형이 편지지 한 장을 가져와 뭔가를 막 적는 동안, 나는, 아까부터 들었던 의문을 지금 저하에게 물어보기로 했다.

“저하. 실례하오나 한 가지 여쭈어도 될지...?”

“말해보게.”

“감사합니다, 저하. 저하께서는 이 비밀 결사의 단서를 어떻게 잡으신 것입니까?”

“협박을 받은 적이 있다. 몇 차례, 정책 결정에 관해 자신들의 뜻을 따라달라고 하는 지시였지.”

“어떤 형식이었습니까?”

“필적을 알아볼 수 없게, 삐뚤빼뚤한 글씨로 쓴 손바닥만한 종이가 공문서 속에 끼어서 배달된다. 내가 공문서를 읽다가 보면 그 쪽지가 발견되는 것이지. 게다가, 그 쪽지는 내가 확인하면 잠시 후 푸른 빛을 내면서 타버려. 몇 차례, 황실 마법사를 동원해 조사를 해 봤으나 누가 그런 짓을 했는지는 끝내 알아내지 못했다.”

오늘 아침 내가 받은 편지를 떠올리게 하는군.

“편지가 놓여있다거나 한 적은 없었습니까?”

“편지? 황가에 오는 모든 편지는 검열을 거친다. 편지에 독을 묻히거나, 전염병 환자와 동침시키거나, 마법을 걸어 암살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지. 공문서는 그렇게 못 하는 게 너무 많기 때문이야. 물론 간단한 암살마법 같은 검사는 하지만.”

“그렇군요... 잘 알겠습니다.”

“끝인가?”

“...네, 저하.”

나는 황태자 저하를 안심시키기 위해 짐짓 웃어보였다. 할 말이 없는 건 아니지만, 저하 앞에서는 할 수 없을 그런 얘기니까 말이다. 그 와중에 형은 편지를 다 쓰고, 가슴에서 가문의 인장과 수사기사의 인장을 꺼내 종이에 찍은 후, 편지를 접어서는 잠시 바깥으로 나갔다. 아마, 오레즈 할아버지에게 그 편지도 함께 배달을 부탁하러 가신 거겠지.

그런데, 형이 자리를 비우자, 저하가 내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기리인 경.”

“네, 저하.”

“실은 오늘 경에게 온 것은 조언을 구하기 위해서야.”

“조언이라 하셨습니까?”

후우, 하마터면 조언이요? 하고 묻는 결례를 저지를 뻔 했다...

“나는 내가 나서 그런 정보를 흘리면, 누구에게서 새어나가 어디로 흘러갔는지 알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 실마리를 약간 잡기도 했고 말이다. 아마, 에아임 경이 조사한 정보와 합치면 어느 정도 아귀가 맞을 수도 있을 거야.”

“네, 저하.”

“내가 몰랐던 것은 나에 대한 살해 협박이 실제로 있었다는 점이다. 그렇게 되니, 내가 그렇게 나선 것이 오히려 자충수가 된 셈이 되었어. 나는 화살과 총탄이 쏟아지는 적진을 향해 스스로 달려나가 버린 꼴이 된 것이니까.”

“저하께서 스스로를 미끼로 사용하실 수도 있겠으나... 그러기에는 저하께서 너무나 귀하고 중한 몸이시지요.”

“그래, 지금 아버님과 어머님께는 아들이 없다. 적자는 고사하고 인지된 서자도 없어. 우리 황가는 원래 손이 귀하니까 말이다. 그런 상황에서 나에게 일이 생기는 것은 제국이 적어도 50년간 내란의 길로 빠져드는 것이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키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 혼자서는 좋은 대응 방안이 생각나지 않아 이렇게 찾아왔다, 기리인 경. 자네는 처음으로 나 자신과 대화하는 것 같은 인상을 준 사람이었다.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대면 좀 더 좋은 해결책이 나오지 않겠는가.”

‘띠링!’

<평가가 끝났습니다. 메인 퀘스트를 갱신합니다.>

<메인 퀘스트(3) -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12. 점입가경>

뭐? 2, 3, 4, 암튼 그런 애들은 어디가고 벌써 12야?

<당신은 이미 어느 정도 황제가 내린 임무에 대해 감을 잡았을 것입니다.>

그거야 그렇지...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오늘 아침 당신이 받은 편지와 유사한 수법으로 황태자가 압박을 받아왔다는 정보 또한 있습니다. 이 조직을 소탕하지 않으면 황태자 저하의 안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잠깐만. 황태자 저하가 그 조직에서 살해 협박을 받았다는 건 없잖아.

<맞습니다. 그러나 당신이 화려한 솜씨로 습격자들을 생포해내는 바람에 그 조직이 위기의식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원래는 생각이 없었을 것이나, 이제는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뭐든 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아... 잠깐만, 시스템. 여기서부터는 내 깜냥이 아닌 것 같은데?

<퀘스트의 부여자가 황태자입니다. 거부가 인정되지 않습니다.>

하아... 그래, 내 맘대로 되는 게 아니지... 알았어. 그래서 어떤 조건인데?

<메인 퀘스트(3) -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12. 점입가경>

<황태자의 주변에 음모 조직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조직과는 무관한 황태자 암살 협박이 있다는 것도 알았습니다. 하지만 후자에 대해 어느 정도 단서를 잡은 것과는 별개로, 전자의 조직은 이번 습격의 화려한 실패를 계기로 위기의식을 느껴 황태자 저하를 겁박하거나, 암살하려 들 수도 있을 것입니다. 또한 이 조직이 연계된 귀족가문에서 어찌 판단할지도 아직 미지수입니다.>

<당신은 황태자를 미끼로 써서 조직을 유인할 수도 없고, 황궁을 자연스럽게 돌아다니며 정보를 모을 수도 없습니다. 당신은 황태자가 전해주는 정보를 통해 다음의 임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1) 황태자가 당분간은 암살 위협이 없다고 안심시키세요.>

<2) 황태자가 정보가 새어나간 경로를 조사하게 하고, 그걸 당신에게 알려주게 하세요.>

<3) 황태자와 협력하여 그 경로를 추적하여 조직의 실마리를 잡으세요.>

<퀘스트 보상 : 황태자의 전폭적인 신뢰, 연계 퀘스트로 이어집니다.>

나는 다시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점입가경, 양파 껍질을 하나 벗겼더니 그 안에 또 껍질이 있고, 그 아래 또 껍질이 있구만...

“어떤가, 기리인 경. 나를 도와줄 수 있겠는가?”

있겠는가 라뇨. 안 하겠다고 할 수가 없는 상황이잖아요.

“저하, 일단은 어제 제가 그 조직원들 열 명 중 세 명을 생포하였고, 두 명을 크게 다치게 했습니다. 게다가 수도 한 가운데에서 그들의 마차에 불이 나 연기가 솟아서 경비대와 마법사가 출동하게끔 했지요. 아마 이 조직의 실체가 무엇이든, 당분간은 저하 앞에 나타나지 못할 것입니다. 이 조직은 낭인을 훈련시킬 때도 안대를 하게 할 정도로 자기 보호에 민감한 조직입니다. 위험한 선택을 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래... 그렇겠지? 자네도 그렇게 생각하지? 후우... 일단은 여유가 생기는군...”

‘띠링!’

<1) 황태자를 안심시켜라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저하. 그리고 그 벌어낸 시간동안 우리는 적들의 조직에 대한 정보를 수집할 수 있겠지요. 송구하오나 저하, 저는 궁성을 자유로이 돌아다니며 자유로이 탐문할 수 있는 몸이 못 되옵니다.”

“그래, 자네 말이 맞아. 그것은 내가 할 것이야. 내가 해 온 것이고.”

“그러면 저하께서 그 정보의 유출 경로를 알게 되시는 때 저에게 말씀하여 주십시오. 같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고뇌하겠사옵니다.”

“그래 주겠는가? 솔직히 말해 다른 대신이나 학자들보다 자네의 머리가 더 믿을만 할 것 같아. 참, 나에게 가장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이제 갓 성인이 된 사람이라니...”

‘띠링!’

<2) 황태자의 조사 조건이 부분 충족되었습니다. 조사가 완료되면 완전 충족됩니다.>

<3) 황태자와 협력 조건이 부분 충족되었습니다. 조사가 완료되면 완전 충족됩니다.>

후우. 힘들다, 힘들어. 심적으로 지친다. 나는 약간 몸을 등받이에 기대다가, 여전히 오불관언 자세로 서 있는 비르히를 보고 저하에게 물었다.

“저하, 모욕하거나 할 의도가 없는 순수한 궁금증이옵니다만, 비르히 경 혼자서 저하의 경호에 문제가 없겠는지...?”

비르히는 순간 나에게 강렬한 눈빛을 쏘아왔다. 으아. 나는 몸이 확 쪼그라드는 느낌을 받았다. 그만큼, 비르히의 눈빛이 강렬하고 압도적이었다.

“비르히, 잘 모르고 한 말 아닌가. 적당히 봐 주게. 어떤가, 기리인 경. 어떤 느낌인지 알겠는가?”

“그렇사옵니다, 저하. 저하께서 적절한 때에 멈춰주시지 않았다면 저는 바지에 실례를 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실례를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종종 있지. 황실 경호원들은 그만큼 다양한 특기를 지니거든. 비르히의 특기는 위압이라네. 어지간한 사람들을 눈빛으로 제압할 수 있지. 그리고, 비르히 말고도 두 명의 호위가 더 있다네. 지금 집 밖에서 경계중이지. 이들은 어릴 적부터 나와 함께 자란 내 친형제나 다름없는 이들이다. 이들마저 의심해야 한다면 내가 황제의 위에 오를 자격이 없는 것일 거야.”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다니... 흐음. 대체 어떤 사람이길래. ‘정보 확인.’

<이름          : 비르히

나이          : 25

HP           : 4600(+2000)

힘            : 88

민첩          : 97

지력          : 81

마나친화력    : 65

매력          : 70

지구력        : 95

특수          : 충성심 99

스킬          : 위압 Lv. 8>

<성이 없습니다. 어릴적부터 호위대상인 황태자와 함께 자라며 충성심을 교육받은 인물입니다.>

아... 그렇구나. 그런 사람이 둘이 더 있다면, 황태자 저하가 걱정할 이유는 없다고 봐야겠지. 능력치도 뛰어나고 말야. 충성심 99라니 배반할 가능성은 눈꼽만큼도 없을 것 같고. 위압이라... 무서운 기술이구나. 순간적으로 정말 무서웠다.

============================ 작품 후기 ============================

기리인은 황태자 암살 정황에 대해 무엇을 눈치챘을까요? ㅎㅎ

사실 오늘 연참을 하는 건 지루할 수 있는 부분을 빠르게 건너뛰려는 의도도 있습니다.

지루할 수 있긴 한데, 제가 소설에 담으려고 했던 주된 내용이 담겨 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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