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70화 (170/309)

00170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하아...”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이게 무슨 꼴인지. 내가 왜 궁성에 와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지. 원래대로면 선생님과 손을 잡고 제도의 길을 걸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맛있는 것을 사 먹다가, 지금쯤 하고 있을 경비 교대식을 보고 있을 거였는데. 왜 어울리지도 않는 복장을 하고 여기서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건지.

“기리인, 자세 똑바로 해! 조신하게! 한숨 쉬면 어쩌니!”

옆에서 날아오는 다급한 속삭임. 나는 움찔해서 자세를 바로 했다. 시녀의 기본 자세. 두 손을 앞으로 모으고, 고개는 고귀한 분을 직접 보지 않기 위해 약간 숙이고, 걸음은 종종걸음. 아. 어렵다. 치맛자락이 나풀거리지 않게 한다는 게 정말 힘들다.

그래, 나는 지금, 여장을, 그것도 황궁의 시녀복을 입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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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인 경. 이 쪽이 노니유크 경비대장일세. 경비대장, 이쪽은 기리인 모스 경. 북부 대영지 출신일세. 자네도 소문은 들어봤겠지?”

“기리인 모스라고 합니다.”

“르틴 노니유크입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노니유크 대장은 오른손을 내밀어왔다. 맞잡은 그 손에서 강력한 힘과 굳은살, 단단함이 전해져오는 느낌이었다.

“북부 대영지라면, 제 친우가 근무하고 있던 곳이군요.”

“안 그래도 대장님, 그분이 저에게 대장님을 찾아가 보라고 서신을 보내주셨습니다.”

“정말입니까?”

나는 오늘 노니유크 대장에게 보여주기 위해 챙겨온 서신을 펼쳐 보여주었다.

[...그 보답이라기는 뭐하지만, 제도에 가면 노니유크라는 사람을 찾아보게. 황궁 수비대원으로 근무하고 있을 거야. 그 사람에게 에반스 요뢰브가 안부 전했다고 하고, 이 편지를 보여주게. 그 사람에게서 도움 받을 일이 반드시 있을걸세. ...에반스 요뢰브]

“아아... 요뢰브. 이 친구 지금은 뭐 하고 있습니까?”

“북부군의 기사단 기사단장님이십니다.”

“단장이라고 하셨습니까? 아아... 정말 세월이 빠르군요. 둘 다 황실 기사단의 신임 기사로 해적 소탕을 하며 열심히 굴렀던 것이 어제 같은데, 어느새 저는 황실 경비대의 경비대장이 되어 있고, 그 친구는 결혼하더니 북대공께 몸을 의탁해 기사단에 들어가더니 이제 기사단장이 되었군요.”

“저도 요뢰브 백작님께 노니유크라는 분이 황실 경비대에 있으니 찾아가 보라는 것만 편지에서 보았을 뿐, 그 분이 경비대장님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깜짝 놀랐습니다.”

“하하하! 제일 무서운 것이 신의 천칭이 아니라 세월이라고 하더니, 정말 그런가 봅니다.”

가만히 옆에서 웃으며 지켜보던 황태자 저하가 이만하면 됐다 싶었는지 나섰다.

“자, 노니유크 대장님. 우리 기리인 경과 내가 부탁을 한 가지 하고자 합니다.”

“어떤 부탁이신지?”

황태자의 부탁이라면 어느 누구라도 당연히 긴장할 것이다. 하물며 나까지 함께 있는 마당에야.

“어... 좀 어려운 부탁입니다.”

“당연히 그러시겠지요. 제 오랜 친우의 편지까지 들고 오실 정도라면 말입니다. 말씀해 보시지요, 저하. 저하가 어릴 적에 황궁을 남의 눈을 피해 들락날락했던 시절부터 봐 온 저인데 이제 와서 굳이 체면을 차리려 하십니까.”

“아... 노니유크 대장... 이제 옛날 일인데 좀 내 체면이라는 걸 생각해 주면 안되겠소?”

“하하하. 아무튼, 말씀해 보십시오.”

“내일이 경비 교대식이 있는 날 아닙니까?”

“그렇지요.”

“경비 교대식이 있을 때 성내의 인물은 어떻게 됩니까?”

“전원, 제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황제 폐하나 황후 전하, 그리고 황태자 저하나 공주 마마 같은 황족들을 제외하면, 그 시간에 황궁 내에서 돌아다니는 사람은 모두 일절 예외 없이 즉결처분 당합니다. 오죽하면 그 시간은 궁성에서 일하는 관리들마저도 돌아다니지 않거나 일찍 퇴근하지요.”

“예외는 없습니까?”

“없습... 아, 그건 있습니다. 황족이 가끔 시녀들을 데리고 가서 일을 시키는 경우가 있는데 그건 봐줍니다. 간혹 황제 폐하들 중에서는 그렇게 해서 시녀들에게 승은을 내리는 경우가 없지 않았습니다.”

이거다! 황태자 저하와 나는 눈을 마주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말입니다, 대장... 그 날, 내가 시녀 두 사람 정도를 잠시 사용해도 되겠습니까...?”

노니유크 대장은 나를 유심히 바라보다가, 황태자를 바라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차피 안 된다고 해도 하시겠지요. 저 청년이라면 괜찮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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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가 이거다... 혹시나 걸리는 일이 있을까봐, 어디선가 구해온 가발까지 쓰고, 머릿수건까지 그 위에 쓰고, 여자 속옷으로 가슴까지 만들었다. 신발은 내가 신던 신발이지만, 긴 치맛자락으로 가리고 있다. 내가 보통의 여자들보다는 키가 크기 때문에, 혹시나 걸릴까봐 허리를 숙이고 있다. 아. 걷기 힘들다. 한숨 나오려 한다.

“기리인! 자세! 자세!”

옆에서 다시 주의를 주는 요안나 선생님. 그래, 이 분이 지금 내 옆에, 황태자 뒤에 따라가고 있다는 게 가장 비현실적이다. 하아. 나는 다시 한 번, 선생님을 내 곁에 데려오지 말았어야 했나, 하고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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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

즉답!

“네에?”

“놀라긴 뭘 놀라니? 부탁해놓고.”

“아뇨, 그렇게 바로 말씀하실 줄은 몰랐는데요...”

선생님은 앞에 있던 찻잔을 들어 차를 마시며 건너편을 내다보았다. 광장에 면한 카페였다. 3일 후 오후에 만나기로 했다가 내가 급히 편지를 보내 오늘 늦은 점심을 함께 하기로 했다. 할 얘기가 있다는 나의 말에 선생님은 별다른 말 없이 나와주었다.

내 앞에 앉은 선생님은, 언제나처럼 예뻤고, 언제나처럼 나를 숨막히게 했다. 언제나처럼 별 장식이 없는 로브를 입고 있었지만, 선생님처럼 몸매가 빵빵한 사람에게는 로브는 반칙이라고 주장하고 싶었다. 그 큰 가슴이 로브 앞자락을 열심히 밀어대며 부피감을 자랑하고 있었다. 찻잔을 내려놓은 선생님이 말했다.

“네가 스스로 하고자 하는 건 아닌 거잖아. 내가 아는 기리인이라면 이런 류의 모험같은 행동에 말려들지 않을 건데.”

“네... 높으신 분의 부탁인데, 거절할 수 없어서요.”

“그래... 어쩌다가 우리 기리인이 이런 일에 말려들었니? 우리 몇 달 전만 해도 아카데미에서 서로 문제를 내고 맞추는 놀이하던 사이였는데...”

“아마 그 때의 저에게 지금의 제 모습을 보여줬다면 같은 사람이라고 믿지 못했을 거에요.”

“그러게, 너 몸이 너무 좋아졌어... 약한 기리인도 매력적이지만, 건강한 기리인은 더 매력적인데?”

나는 하하, 하고 웃고 말았다. 학교에서 보던 선생님과는 달리, 제도에서 여유 속에서 만난 선생님은 가끔씩 가식이 없는 직설적인 표현을 던지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누구의 부탁인데?”

“말로 하기는 좀 그렇고요...”

나는 손가락을 두 개 펴 보였다. 선생님은 잠시 내 손가락을 보다가, 깜짝 놀랐다.

“정말?”

“네...”

“어쩌다가?”

“여기서 얘기하기는 좀 그래요.”

“세상에...”

선생님은 고민하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데?”

“우선 제가 여장하는 걸 도와주셔야 해요.”

“여자앙?!”

나는 어떻게 된 일인지를 설명해 주었다. 내일 움직일 수 있는 건 시녀들밖에 없다. 시녀들 두 사람이 움직일 수 있다는 건 허락을 받아뒀다. 지금 그나마 여장이 가능한 건 나 정도고, 그리고 마법사가 한 명 필요하다. 여자 마법사가 한 명 있기는 하지만, 심리와 수사 마법 전문이다. 그래서 다른 마법사, 다른 세력과 연결되지 않았다는 확증이 있는 마법사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게 나구나? 너처럼?”

“네, 그게 지금 제가 지목받아서 쓰이고 있는 이유이기도 해요...”

“그래... 그럼 기리인, 한 가지만 더 물어보자.”

“네.”

“내일 우리가 뭘 알아봐야 하는 거야?”

아, 그거. 정말 우연에 우연이 겹쳐 알아낼 수 있었던 바로 그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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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이브 오르테 씨와 그 황당한 섹스를 한 다음 날.

“쾅쾅쾅쾅!”

나는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깨어났다. 창밖을 보니, 아직 새벽인데...? 왜 새벽부터...

“네, 나갑니다! 누구세요?”

“도련님, 접니다!”

할아버지였다. 나는 황급히 바지를 꿰어입고 내려가 문을 열었다.

“도련님, 급한 전갈이 와서 이렇게 문을 두드렸습니다요. 지금 에아임 주인님도 깨서 준비중이십니다요.”

그러면서 할아버지가 편지를 내미셨다. 편지에는 ‘기리인 경 앞’이라는 말 이외에 아무 것도 적혀있지 않았지만, 떡하니 황실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황실...?”

“새벽에 급하게 문을 두드리면서 주고 갔습니다요. 급한 모양입니다.”

나는 얼른 편지를 뜯었다.

[기리인 경.

며칠 전 우리가 논의한 사항에 대해서, 드디어 단서를 찾았습니다. 시간이 많이 없으니 당장 오늘 아침에 조찬을 함께 하며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에아임 경과 함께 바로 황궁으로 와 주면 좋겠습니다.

동궁에서]

동궁이라... 황태자께서 거하시는 별궁이지...?

“뭐라고 적혀 있습니까요?”

“에아임 형과 바로 출발해야겠네요.”

“아침을 가서 드셔야 하는 모양이네요. 얼른 준비하겠습니다요.”

============================ 작품 후기 ============================

7챕터 시작합니다.

시점이 좀 왔다갔다합니다. 그러면서 잔가지는 쳐내고 좀 빠르게 진행할 예정입니다.

한참 조회수가 상승했을 때에 비해 반 정도 빠졌네요. 지금 정도가 안정선이겠죠?

전작때도 그러더니 제 글 스타일이 아무래도 주류랑 차이가 있다 보니까...

투베 말석에라도 자리를 붙이고 있더니 어제부터 투베에서 빠지게 되었네요.

또 연참을 준비해야 하나...ㅎㅎ;;; 아 그리고, 응응응씬이 별로인가요?;;;

여러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쓸 맛 내며 쓰고 있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melontea 님 // 그건... 나중의 일~ 찾을지도 모르고 못 찾을지도 모르죠~ ㅎㅎ;;;

화이트프레페 님 // 투베에서는 밀려났어요 ㅠㅠ 주베에는 81위에 있네요. 월베 드는 거랑 선작 1800이 1차 목표였는데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네요.

eastarea 님 // 역시 나비... 꽃들의 사랑을 찾아 날아다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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