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71화 (171/309)

00171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내가 빠르게, 세수를 하고, 머리를 가다듬고, 옷을 챙겨입고 – 할아버지는 어제에 이어 깨끗한 셔츠를 들고 계셨다. 바지는 어제의 그 난리에도 다행히 일찍 벗겨내어서인지 많이 구겨지지는 않았다. - 방문을 나서자, 형도 채비를 마치고 본채의 정문에서 나오고 있었다.

“형, 안녕히 주무셨어요?”

“어 그래, 기리인. 좋은 아침. 준비 다 됐지?”

“네.”

그때 마침 마차 한 대가 집 앞에 와서 멈춰섰다. 마차를 모는 건 그 날 봤던 비르히였다. 그는 여전히 아무 말 없이 우리에게 꾸벅 하고 고개만 숙여보였다.

“...갈까?”

“네, 형.”

비르히가 내려서 마차 문을 열어줄 것 같지는 않아, 내가 앞장서 가서 마차문을 열었다. 이런 건 동생이 해야지. 형이 웃으며 마차에 올라타자 나도 형을 따라 마차에 올라 문을 닫았다. 우리가 다 타자 비르히가 여전히 아무 말 없이 고삐를 찰싹 하고 휘둘렀고, 마차가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아-함.”

“잠 많이 못 잤냐?”

나는 괜히 뜨끔해서 입을 다물었다.

“아뇨, 그냥 아침 일찍 깼더니 졸리네요.”

새벽의 황도 거리는 서서히 분주해지기 시작하고 있었다. 마차가 천천히 거리를 달려나가는 동안, 사람들이 조금씩 거리로 나와 아침에 갓 구운 빵을 사고, 가게 앞 청소를 하고, 신선한 우유를 사는 등 점차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거리의 색도 얇은 회색 위로 해가 서서히 떠오르며 주황색이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네 편지도 나랑 같은 내용인가?”

“아마요. 별 말 없으셨죠? 찾았으니, 와서 같이 보자고...”

“그래... 급하신가 보네, 이렇게 아침부터 부르시는 걸 보면 말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시간이 급하거나... 아니면, 당장이라도 누군가와 이야기하고 싶었거나, 둘 중 하나가 아닐까. 그러는 동안 마차는 황궁의 외문을 지나, 내성 안으로 들어가서는 정문 쪽이 아닌 동쪽으로 향했다. 마차가 멈추었고, 여전히 비르히에게 그런 걸 기대하면 안 될 것 같아서 나는 문을 열고 내렸다. 형이 내리고, 내가 마차 문을 닫자, 비르히는 우리에게 고개를 끄덕여보인 후 마차를 몰아 떠나갔다. 원래 자리로 가는 모양이다.

우리는 동궁의 정문으로 올라갔다. 다행히 비르히랑 똑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한 남자가 그 앞에 서 있었다. 그 놈도 말이 거의 없었다. 고개만 꾸벅, 형과 나에게 숙여보인 후 뒤돌아 걷기 시작했다. 형과 나는 눈을 마주친 후, 피식 웃으며 그 남자를 따라 걸어갔다.

긴 복도를 따라 걸어가 2층 계단으로 올라갔다. 다시 약간 걸어. 안쪽의 호화스러운 문 앞에 선 그 남자가 문을 두드렸다.

“토르히인가?”

황태자 저하의 목소리가 안에서 나왔고, 그 목소리를 들은 토르히라는 남자가 또똑, 똑, 또독 하고 문을 두들겼다. 이 남자들 진짜 말 안 하네. 그러자 다시 저하의 목소리가 나왔다.

“들라 하라.”

토르히는 방 안쪽을 향해 고개를 꾸벅 숙여보인 후, 문을 열었다.

방 안은 황태자 개인의 침실이었다. 네 기둥이 있는 호화스러운 침대와 간단한 서랍장, 그리고 테이블과 의자가 있었다. 테이블과 의자도 중후한 색에 정밀하게 조각까지 되어 있었다. 호화스러운 테이블에 편안한 차림의 황태자 저하가 앉아 있다가, 우리를 보고 일어섰다.

“저하를 뵙습니다.”

“오, 에아임 형님, 기리인 경. 어서 오세요.”

친히 문가까지 나와 우리를 맞은 저하는 우리를 자신이 앉아있던 테이블로 안내했다. 우리가 다같이 앉자 저하가 말했다.

“아침, 그것도 식전부터 불러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워낙 급한 일이라서.”

“급하다고 하셨습니까...?”

“네. 어제 조사해 본 결과...”

그때, 문이 열리며 은색의 카트를 밀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저하, 아침 식사를 가져왔습니다. 분부하신 대로 세 명 분입니다.”

“오, 그래, 누스마. 고맙다.”

크지 않은 몸집에, 웃는 눈매에 선량한 인상을 가진, 황태자와 나이가 비슷한 것 같은 남자가 카트를 밀고 다가와, 차주전자와 팬케익, 부친 계란, 역시 부친 햄, 콩, 갓 구운 듯 고소한 냄새가 나는 빵, 과일 등을 차례대로 내려놓았다.

지금도 생각한다. 만약, 내가 그 때 무료하지 않았다면, 그래서 그 남자의 ‘정보 확인’을 해 볼 생각을 하지 않았다면 – 그리고 그걸 보지 않았다면, 우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 뒤의 일은 어떻게 흘러갔을까, 하고 말이다.

‘정보 확인.’

<이름          : 누스마 크세이스

나이          : 25

HP           : 2510/2510

힘            : 78

민첩          : 91

지력          : 82

마나친화력    : 77

매력          : 80

지구력        : 81

특수          :

스킬          : 정보수집 A, 은밀행동 B>

<황태자가 가장 신뢰하는 시종입니다. 성장과정을 함께 하였습니다.>

흐음. 그런가? 그 때, 내 쪽으로 몸을 숙인 그의 옷깃 사이로, 목걸이 하나가 보였다. 나는 왜 이상하다고 여겼을까? 남자가 목걸이 좀 할 수도 있지 않나? 하지만 다시 생각해봐도, 곧은 수정도 아닌 약간 불규칙한 수정 모양의, 분홍색의 목걸이라면, 궁금해하지 않을까?

나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마침 그가 내 찻잔에 차를 따르기에, 속으로 잠시 사과하고는, 우연을 가장하며 손을 툭 쳐서 잔을 엎었다.

“어엇!”

내가 큰 소리를 내자, 누스마는 나에게 웃어보이며 “괜찮습니다, 기리인 경.” 이라고 하고는, 카트의 아래 선반에서 냅킨을 꺼내어 내가 엎지른 차를 닦기 시작했다. 그 동안 나는, 닦느라 숙이고 있는 그를, 정확히는 그의 목걸이를 보고...

‘정보 확인.’

<물품 정보>

<통신용 목걸이. 아티팩트. 내구도 : 15/15 랭크 : B+>

<약 200보 이내의 거리에서 불빛 신호를 같은 목걸이에 전달할 수 있다. 꼭 쥐면 불빛이 들어오고, 놓으면 불빛이 꺼진다.>

뭐라고?!

가장 신뢰하는 시종이라며? 성장과정을 함께 했다며? 그런데 왜? 저런 건 왜 가지고 있지? 누구에게 정보를 전달하려고? ......잠깐, 잠깐만. 지금 아주 중요한 단서를 잡은 건지도 모른다. 200보. 길다면 긴 거리지만, 짧다면 엄청 짧은 거리다. 그렇다는 이야기는... 누스마가 정보를 보내는 대상은, 이 황궁 안에 있다! 지금 누스마가 서 있는 위치에서 대략 200걸음 내이다!

“죄송합니다.”

“아, 아닙니다, 기리인 경. 괘념치 마십시오. 저하, 뭐 더 필요하신 거라도?”

“아... 됐네. 내밀히 할 이야기가 있으니 자리를 좀 비켜주게.”

“그럼 식사를 다 마치시거든 벨을 울려주십시오.”

“그러지. 자네도 가서 얼른 식사하게.”

누스마는 공손히 고개를 숙여보인 후 카트를 밀고 방을 나섰다. 문이 닫히는 것을 확인한 후 저하가 빵을 집어들며 말했다.

“들면서 듣게.”

우리가 약속이라도 한 듯 빵을 집어들자, 저하는 자신은 빵을 깨물 생각을 하지 않은 채 말했다.

“정보가 어디로 새어나갔는지 대략은 알았네.”

“그렇습니까.”

“그래서 경들을 아침 일찍 부른 걸세.”

자신이 계획을 짜서 성공시켰다. 그렇다면 의기양양해야 맞을 것 같은데, 태자 저하의 목소리는 그렇다기보다는... 좀, 슬프다, 우울하다, 같은 느낌이었다. 새삼 나는 태자 저하의 얼굴을 바라보고 약간 질렸다는 느낌을 받았다.

“저하, 많이 충격을 받으셨나 봅니다.”

형의 한 마디에 저하는 깊은 한숨을 내쉰 후 말했다.

“충격? 그래, 충격 받았지. 그럼. 충격 받았지. 이봐, 기리인 경.”

“네, 저하.”

“경이 보기에도 내가 충격을 받은 것 같은가?”

“저하, 제가 보기에는 저하께서는 충격을 받으셨고, 슬퍼하고 계시는 것으로 보입니다.”

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슬퍼하고 있는지도 모르지. 20년이 넘는 신뢰를 주었는데, 그것이 뿌리부터 잘못되었는지도 모른다면 내가 슬퍼하는 게 맞지 않겠나?”

“그럼...”

형은 문간으로 시선을 주었고, 저하는 그걸 보고 형에게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역시, 형도 보통 인물은 아니구나.

“그래, 에아임 경. 자네의 추측이 맞네. 정보를 유출한 사람은 누스마야.”

형은 입을 딱 벌렸다.

“세상에... 저하에게 가장 가까운, 나중에 저하께서 황위에 오르셨을 때 궁내부의 주된 인물이 될 것을 기대할 수 있는 사람 아닙니까?”

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와 누스마는 어릴 적부터 함께 자랐다. 내가 교육받기 시작하기 전까지는 거의 하루 종일 함께 놀며 지냈지. 또래와 소통하는 법을 배우라는, 그리고 엄한 황궁의 법도 아래에서 숨이 트일 공간을 하나 열어주고 싶어하셨던 아바마마의 배려이셨다.”

“그럼...”

“그래, 중간에 포섭되었거나, 혹은 무서운 추측이지만, 나를 처음 봤을 여섯 살 때부터 이미 준비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지.”

“그의 가문은 어디입니까?”

나의 질문에 황태자는 약간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그의 풀 네임은 누스마 크세이스. 크세이스 자작가의 차남이다. 크세이스 자작가에서 어릴 적부터 황궁에 끈을 만들어 놓고 싶었는지 황궁에 보내어 자라게 했다.”

“크세이스 가라면, 융파트 가의 가신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형의 말에 여전히 굳은 표정으로 저하가 말했다.

“그래, 그래서 내가 지금 마음이 너무 복잡하다. 누스마에 대한 배신감도 문제이지만, 과연 융파트는 대체 왜 그랬을까, 융파트가 나에게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 이런 고민이 자꾸만 머리에서 맴돌아 제대로 된 생각을 하기 힘들군. 나의 조사를 도와주고 있는 경들이라도 불러 고민을 나누고 싶었어. 아침부터 미안하네.”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하. 미천한 신들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나 환영입니다.”

그제야 저하는 가벼운 한숨을 내쉬더니 차를 한 모금 마셨다. 그러더니,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말했다.

“그런데 아직 한 가지 모르는 것이 있어.”

“그게 무엇입니까?”

저하는 숫제, 빵을 원래 바구니에 돌려놓고, 등받이에 기대며 팔짱을 끼었다.

“솔직히 말해 그는 이 곳에서 움직이기 힘들어. 나와 하루종일 함께 하는 날이 많으니까. 내가 잠들면 잠들고, 내가 깨어나기 약간 전에 깨어난다. 하지만 에아임 경, 경은 알겠지? 황궁이라는 곳이 빈 곳이 많긴 하지만, 의외로 보는 눈도 많은 곳이라는 걸 말이야. 누스마처럼, 내 곁을 그림자처럼 따라다녀야 하는 사람이 자리를 비우면, 금세 황궁에 소문이 났을 걸세. 그리고 그것은 어떤 방식으로든, 아바마마의 귀나 내 귀에 들어왔을 거야.”

“지당한 추론이십니다.”

“그래, 기리인 경. 경이 동의하니 확신이 생기는군. 그렇다면 말이야, 대체 그는 어떻게 정보를 전달했을까? 에아임 경도 알겠지만 궁내에서는 3서클 이상의 마법은 사용할 수 없어. 메시지 스펠은 자체가 봉쇄되어 있고. 게다가 내가 알기로 누스마는 마법사도 아니야.”

그제야 나는 아까 내가 본 것이 정말 어마어마한 가치를 지닌 정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나는 조용히 손을 들었다.

“저하.”

“오, 기리인 경, 뭔가 떠올랐는가?”

“떠올랐다기 보다는... 아까 본 것이 있습니다.”

“뭐?!”

놀라는 저하와 형을 향해 나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아까 저는 누스마 씨가 하고 있는 목걸이를 봤습니다. 남자들 중에 목걸이를 하는 사람은 많이 있습니다. 형만 해도 로켓에 가족의 초상화를 넣고 다니지요. 하지만 그의 목걸이 형태는 좀 특이했습니다. 마치 불꽃 모양처럼, 똑바로 깎지 않고 삐뚤빼뚤한, 분홍색의, 손가락 마디 하나 만한 수정이 달린 목걸이였습니다.”

“그런 걸 하고 있었나? 전혀 몰랐군...”

“전하께서 모르셨다면 아마 평소에는 하고 다니지 않았을 가능성이 큽니다. 방에 두었다가, 필요할 때 잠깐씩 꺼내었다가 다시 넣거나 했겠지요. 오늘 아침은 저하께서 일찍 영을 내리셔서 서두르다가 깜빡하고 한 채로 오지 않았겠습니까?”

“그래, 자네 말이 맞아. 오늘 아침 내가 일어나자마자 누스마를 불러 성화를 부렸지. 당장 두 사람을 데려오라고.”

“제가 아까 차를 엎지른 것은 그 목걸이를 조금이라도 더 관찰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정보 확인을 위해서라고 할 수는 없겠지. 두 사람은 나를 ‘거기까지 했냐’는 놀란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목걸이의 아래쪽에 누르는 곳이 있었습니다. 아마, 짝이 되는 목걸이나 혹은 다른 보석이 황궁 안에 있을 것입니다. 저는 마법 도구의 제작에 대해 약간 압니다, 저하. 저 스스로도 마법사였거니와, 돌아가신 제 모친은 마법 도구를 제작하는 일을 하셨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가 그걸 만든 건 맞지만, 그것 때문에 저 정보를 안 건 아니다. 하지만 나는 거짓말을 하지 않았고, 그럼 됐지 뭐.

“그런가... 그럼, 적어도 이 자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겠군?”

“네, 저하. 대략 200보 안에 위치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나마도 더 특정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저하.”

============================ 작품 후기 ============================

어우. 늦어서 죄송합니다. 무지 졸리네요.

5월 연휴를 위해 비축분을 쌓아놔야 한다는 사실을 지금 깨달았습니다. 악.

melontea 님 // 네, 성실하게, 성실하게 계속 쓰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앞으로도 종종 써먹을 예정입니다 ㅎㅎ 감사합니다.

알락곰치 님 // 취향에 맞으신다니 제가 다 기분이 좋네요. 감사합니다.

eastarea 님 // 언제나 감사합니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