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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72화 (172/309)

00172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네, 저하. 대략 200보 안에 위치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나마도 더 특정할 수 없는 것도 아닙니다, 저하.”

“어떻게? 어떻게 특정한다는 것인가?”

지금까지 실망하고 우울한 기색을 내비치던 저하가 갑자기 벌떡 일어나 나를 향해 외쳤다. 이 사람이, 누가 들으면 어쩌려고! 나는 손가락을 입 앞에 하나 세워보였고, 저하는 즉시 자신의 실태를 깨닫고 헛기침을 했다. 그리고는 말소리를 크게 낮춰 물었다.

“어떻게 특정한다는 것인가, 알려주게.”

“혹시 황궁의 단면도가 있습니까?”

“없지만, 대략 그려보지.”

황태자 저하는 접시를 대충 밀어놓더니 종이 한 장을 가져와 슥슥 삐뚤빼뚤한 네모들을 그렸다.

“황궁 본채의 2층은 모두 아바마마와 어마마마, 귀비 마마들의 침전과 규방들이다. 이 곳에는 아무나 올라갈 수 없어. 1층에는 아바마마가 사무를 보시는 곳, 회의를 하는 곳, 서재 등이 있고, 궁내부 장관이 여기 있다. 황궁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별채에 있고, 낮에는 궁성 안에 있다가 저녁에는 무조건 별채로 들어가야 한다.”

황태자 저하가 그린 그림은 큰 ㅗ자 모양이었다. 그 왼쪽, 그러니까 동쪽, 황궁 내성의 성벽에 면한 면이 지금 우리가 있는 동궁이었다. 가운데의 긴 세로 모양이 황궁 본채, 그러니까 그저께 내가 작위수여를 받고, 오찬을 하고, 무도회를 했던 곳이고, 오른쪽, 즉 서쪽이 황제 폐하께서 사용하는 사무 공간인가보다.

“저하, 황제 폐하께서 제게 분부를 내리셨다는 말씀 제가 드렸었지요?”

“그래, 나에 대한 살해 협박을 받았다고 하지 않았나.”

“평소, 황제 폐하께서, 가장 정사를 많이 보시는 쪽이 어느 쪽입니까?”

“중앙의 홀에서 식사나 차를 겸해 회의를 하시는 일도 있지만, 회의는 알다시피 어느 누구나 엿들으려면 들을 수 있다. 그리고 회의를 엿듣는다 해서 좋을 것도 없어. 어차피 그대로 집행될 터인데. 정책에 영향을 주거나 협박을 하고 싶다면 당연히 아바마마께서 홀로 쓰시는 공간을 사용해야 한다.”

“길이는 대략 어느 정도 됩니까?”

“어릴 적에 가정교사에게 수학을 배우면서 길이와 삼각비를 배운 적이 있었다. 그 때 기억으로는, 이 길이가 대략 250보 정도 되었던 걸로 기억한다.”

황태자 저하는 ㅗ의 오른쪽 변을 가리켰다. 흐흥. 문제가 쉬워지겠는데?

“저하, 저희는 어디 있습니까 현재?”

“아마 이 쯤일 거다.”

저하는 ㅗ의 왼쪽 변의 가운데 즈음을 짚었다.

“이 길이도 대략 250보 정도 되지요?”

“그래.”

나는 그 점을 중심으로 원을 하나 그리고, 아까 황제 폐하께서 사무를 보신다는 곳을 중심으로 원을 하나 그렸다.

“아까 제가 마법 도구에 대해 말씀드렸었죠. 저 마법 도구는 대개 200보 거리 정도가 한계이며, 거기를 넘어가면 안정적인 통신을 보장하지 못합니다. 음성이나 그림을 전달하는 것은 아까 메시지 스펠이 막혀 있어서 불가능하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렇다면 다른 전달 수단이 없을테고, 수정에 불을 들어오게 하면 반대쪽 수정이 불이 들어오게끔 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사실은 ‘시스템’의 ‘정보 확인’이 도와준 거지만, 그 얘기는 어차피 할 수가 없으니까...

“그래, 자네의 추론이 맞는 거 같아. 계속해보게, 기리인 경.”

“그렇다면 저하, 이 도구를 어떻게 사용했을까요? 아마, 불을 길게 켜는 것과 짧게 깜빡이는 것, 이 횟수를 가지고 암호문을 만들어 사용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흐음. 경이 군사 암호에 대해 잘 모르는데도 그런 이야기를 한다는 건 대단하군. 제국 해군에서 횃불 신호로 실제로 그걸 사용하고 있네. 등불을 가렸다가 열었다가 한다고 하더군.”

“그렇습니까? 다행이군요. 그럼, 저하. 정보는 한 군데로 모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펜을 들어 두 원이 만난 두 점 사이를 직선으로 그었다. 이제 내가 그린 원은 ㅗ 위에 가운데가 납작해진 8자를 그린 것처럼 되었다.

“이 선 위에 무엇이 있는지를 찾아내면 됩니다.”

그런데, 황태자 저하는 눈을 찢어져라 크게 뜨며 선이 지나가는 점을 바라보고 있었다. 선은 황궁 가운데에서 약간 빗겨나가, / 모양으로 황궁을 지나가고 있었다. 이 선이 지나가는 곳에 무엇이 있기에...

“저하?”

헐... 저하는 이제 약간 떨고 있었다. 덜덜 떨며, 황태자 저하는, 엄지손톱을 입에 물고 싶은 충동을 참는 듯, 손을 간신히 내려 테이블을 꽉 쥐었다. 무거운 테이블은 다행히 움직이지는 않았지만, 황태자 저하가 떠는 것에 따라서 그 위에 놓인 접시들이 달그락거렸다.

“저하, 왜 그러십니까?”

형이 묻자, 황태자 저하는 선이 지나가는 곳, ㅗ자의 가운데에서 오른쪽으로 약간 간 부분을 가리켰다.

“여기가... 어디인지 아는가?”

“송구하오나...”

“여기야... 다른 곳은 모두 아바마마의 개인적 공간이나 서재들, 혹은 미술품을 둔 방이야. 이 방에는 사람들이 없어. 여기만이 누군가가 항상 상주해 있지...”

“그런데 저하께서는 왜 이리 놀라신 것인지요...?”

“안 놀라게 생겼는가...”

저하는 떨리는 손길로 그 부분을 짚으며 말했다.

“여기는... 프그단 경의 사무실이다.”

“네에? 궁내부 장관 말씀이십니까?”

형과 나는 도저히 믿을 수 없어 서로를 바라보았다. 대체 왜 그 사람이 지금 여기서 튀어나오는 거지?

---

황태자 저하가 진정하는 데는 차 한잔을 마실 정도의 시간과 파이프 담배 한 대가 필요했다. 창가에 서서 담배 연기를 뻑뻑 뿜으며 한숨을 쉬어대는 저하를 뒤로 한 채, 우리는 눈빛을 교환하며 식사를 대충 먹어치웠다. 형이야 황태자 저하가 ‘형님’이라고 부르는 사람이지만, 나는 대체 무슨 깡이었을까.

담배를 다 태운 황태자 저하가 파이프에 남은 가루를 창 밖에 떨어버리고 문을 닫은 후 테이블로 돌아왔다.

“후우. 좀 진정되는군. 기리인 경.”

“네, 저하.”

“자네의 추론에 대해 얼마나 자신이 있는가?”

“저하, 그리 물으시면 곤란하다는 답변밖에 드릴 것이 없습니다. 저는 그저, ‘사실이 아닌 것을 제하고 나면 남는 것이 진실이다. 얼마나 믿을 수 없다 하여도.’라는 말을 대신 드리고 싶을 따름이옵니다.”

“하아... 솔직히 말해 기리인 경, 내가 누스마가 정보를 유출하고 있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면, 자네의 이런 말을 믿지 않았을 걸세. 하지만 이제 와서는 믿지 않을 수 없군...”

“저하, 문제가 생각보다 심각할 수도 있습니다.”

형이 불쑥 말했고, 저하는 형을 돌아보았다.

“아까 누스마 군은 융파트 가 쪽과의 연결이 의심된다 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프그단 경은 누가 뭐라 해도 나스프 공작과 황후 마마의 사람입니다.”

“...형님, 지금, 중부와 남부의 연합이 있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입니까...?”

“속단하기는 이릅니다, 저하. 여러 가지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요. 주범과 종범의 가능성, 회유 또는 협박의 가능성, 이용당했을 가능성... 그리고, 저하.”

“말씀하시지요, 형님. 어떤 참혹한 얘기라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아직 프그단 경이라고 확정된 것도 아닙니다.”

“그렇지만 여기에는 아무 것도 없단 말입니다.”

“이 층에는 그렇겠지요.”

아! 나는 부지불식간에 손뼉을 짝 쳤다가, 저하와 형이 움찔하는 바람에 황급히 손을 거두고 고개를 꾸벅꾸벅 했다.

“기리인 경, 설명해 줘.”

“저하, 이 곳의 2층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아바마마와 어마마마께서 쓰시는 침소다.”

“그럼 2층은 아니고... 이 지하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황궁의 지하에는... 서, 설마?”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에아임 경이 탁월하게 보았습니다. 반경 200보라면, 이 만나는 선의 길이만큼의 직경을 가진 구체 안에서는 어디에든 있을 수 있다는 것이지요. 2층은 폐하의 침전이라고 했고, 1층은 프그단 경의 사무실이고... 이 지하에는 무엇이 있습니까, 저하?”

저하는 고개를 저었다.

“황궁 지하에는 황실의 보물 창고가 있다. 이곳에는 드래곤 르플레스탁으로부터 얻어낸 마법 주문을 이용한 결계가 채워져 있다. 치르낙 대왕의 피가 흐르는 하페르 황가의 인물이며, 동시에 황제의 인장을 가지고 있는 사람만이 들어갈 수 있지. 인장은 아바마마와 나 둘만이 가지고 있다.”

“저하, 혹시 제 질문이 물어서는 안 될 것을 묻거든 말해주십시오. 그 보물 창고는 깊이 있습니까?”

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마법 효과가 가미된 승강기를 타고 내려간다. 대략, 지상에서 보면 3~4층 정도의 높이를 내려가는 느낌이야.”

“보물 창고는 단층입니까?”

“그래. 자네에게 보여주지 못하는 것이 아쉽군. 어마어마하게 넓고 거기엔 온갖 종류의 보화와 마법 무구들이 쌓여 있다네. 드로그 금화도 더미째로 쌓여 있지.”

뭐... 궁금하긴 하다. 돈은 많을수록 좋은 거니까.

“그렇다면 저하. 누군가 만약, 프그단 경 모르게, 혹은 프그단 경의 비호 아래, 프그단 경의 사무실 아래에 지하 공간을 만들었다면 어떨까요?”

“기리인, 그런 공사는 쉬운 공사가 아니다. 사람들의 이목을 끌게 마련이야. 흙과 돌을 퍼내는 것만으로도 어마어마한 시간이 걸린다.”

형이 지적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형. 마법이 있으면 가능해요.”

“마법?”

“아주 정밀하게 통제해서 써야겠지만, 3서클 이내의 마법 중에는 땅을 파거나 하는 마법이 있어요. 그런 걸로 대충 만들고 나면, 다지는 것은 크게 이목이 필요치 않으니까요... 저하, 아마 프그단 경이 휴가를 얻은 동안 사무실의 도배나 대청소를 했던 적이 있을 것입니다. 그 기록을 찾아보시면 언제부터 이것이 이뤄졌는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프그단 경의 비호 없이는 이것이 이뤄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군.”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저하. 아직 그렇게 결론내리기에는 이릅니다. 지하 공간의 위치는 분명 프그단 경의 집무실 아래에 있겠지만, 그 입구마저 프그단 경의 방에 있지는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으음? 하지만 나머지 공간은 모두 언제 아바마마와 마주칠지 모르는 곳이 아닌가.”

“그러니 황제 폐하와 언제든 마주쳐도 이상하지 않은 사람이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내가 누스마에게 속아넘어간 것처럼 말이군.”

“황공하오나...”

“아니, 경의 말이 맞아. 어쨌든, 다른 걸 제하고 나면 남는 이것이 진실인 법이니까.”

황태자 저하는 목이 탔는지 식어 미지근해진 차를 한 입에 털어넣은 후 주전자에서 새롭게 차를 따르며 말했다.

“어쨌든 그럼, 프그단 경의 집무실을 조사해야만 한다. 문제는 그가 궁내부 장관이라는 점이다. 다른 장관들이라면 외성의 사무실에 있거나, 출장을 가거나 해서 비는 시간이 얼마든지 있다. 하지만 그는 궁내부 장관이다. 궁성을 떠나지 않아. 그리고 궁내부원들의 이목도 피해야 한다. 프그단 경은 궁내부원을 완벽히 장악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 작품 후기 ============================

간만에 쓰면서 머리 터질 것 같은 느낌을 다시 받네요.

트릭 자체는 어렵지 않습니다. 트릭이랄것도 없죠 실은.

이번 화는 추리보다는 서스펜스나 음모에 가깝겠습니다.

읽어주시는 여러분 덕에 기운내서 열심히 쓰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hasj12 님 // 감사합니다! 제가 여러 지역명과 이름들을 등장시키면서 이런 이름들이 너무 많으면 독자님들이 다 기억해 주실까 하고 걱정했는데, '융파트는 안끼는 곳이 없다'고 기존 내용까지 정확히 파악해 주셔서 한 시름 놓았습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적당히 디버프 시켰는데도 저정도에요...;; 만약 초안대로 갔으면, "아?" "응." "여기." "네." 이러고 끝났을지도...;;;

eastarea 님 // ㅇㄱㄹㅇ ㅂㅂㅂㄱ

쓰굴 님 // 그러게요? 어딘가의 주인공인듯? ㅎㅎㅎ;;; 감사합니다!

이문세 님 // 짧고 굵은 칭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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