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73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확실히 상대가 궁내부 장관이니 애매하군요...”
형의 탄식 같은 한 마디. 황태자 저하도 한숨을 내쉬었다.
“그럴 수밖에. 그가 음모를 꾸민다 이런 이야기가 아니라, 자리를 도통 비우지를 않을 테니까...”
자, 자. 이렇게 생각이 꼬일 때는 아예 처음으로 돌아가야 한다. 머리를 비우고, 쉬운 답변부터 끌어내야 한다. 거기에서부터 생각을 쌓아가면 된다.
“궁내부 장관이 자리를 비우는 때는 어느 때가 있을까요?”
“거의 없다. 일반 가정의 안주인이 아내라면, 궁성의 안주인은 궁내부 장관이다. 설사 아바마마께서 출타하신다 해도 장관은 자리를 지켜. 뿐만 아니라, 아까 말했듯이, 궁내부의 모든 직원, 그러니까 궁성의 시종과 시녀들은 모두 장관의 수하들이다. 경도 알고 있을텐데? 궁내부의 실질적인 수장은 어마마마이고, 프그단 경은 어마마마의 수족같은 분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저하께서 이토록 동요하시는 거로군요.”
“그래... 프그단 경은 나스프 공작, 그리고 어마마마와 떼어놓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생각하기도 싫은 상상이나, 어마마마가 아바마마를 도모하려고 하신다면... 나인들 가만 두실까.”
“가만 두실 겁니다.”
내 말에 황태자 저하는 딱딱하게 굳은 표정으로 나를 보았다.
“적어도 황궁 지하의 보물창고 때문에라도 가만 두실 겁니다. 협상하려 들겠지요. 황태자 저하에게 자신의 영향력 아래 있는 황태자비를 맞게 하고요.”
“하아... 기리인 경, 자네는 스물도 안 된 사람답지 않게 냉정하군...”
의지력과 냉철 덕분이겠지요.. 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는 없지.
“저하께서는 저하 본인의 문제이시니 저처럼 밖의 시각으로 바라보기 어려우신 것이겠지요. 저도 제 본인의 문제라면 같은 반응일 것입니다.”
내가 고개를 숙이며 그렇게 말하자, 저하는 코웃음을 쳤다.
“글쎄올시다. 경은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께 파티장에서 경을 오래 지켜보고 있었지. 이러니저러니 해도 사교계의 신성이니까. 한데 경은 레이디들을 아주 능숙하게 다루더군. 아르논이며, 알리시아며, 그리고 그 누구지... 그 교수 말이야.”
뜨끔. 자신을 ‘내 노예’라고 주장한 이브 오르테 씨가 생각나 나는 괜히 움찔했다.
“생전 처음 보는 자리, 그것도 귀족들이 즐비한 자리에서 경 같이 지내는 사람이, 어떤 문제든 고민을 한다는 게 나는 상상이 안 되는군.”
반쯤은 농담이다. 저하는 지금 긴장을 약간이나마 풀고 싶은 거다. 어울려드리자.
“저하, 무슨 말씀이십니까. 저도 고민 많이 합니다. 예를 들면 월요일에 아는 레이디와 경비 교대식을 보러 가기로 했는데, 그 전에 무엇을 먹으러 갈까....”
“자, 잠깐! 지금 뭐라 했는가?”
황태자 저하가 눈을 크게 뜨고 나를 다그쳐왔다. 왜 이래, 갑자기? 이런 타입 아니잖아? 뭐라도 떠오르신 건가?
“아는 레이디와...”
“그 다음에!”
“경비 교대식을...”
“그거야! 경비 교대식!”
황태자 저하는 환한 표정을 지었다. 형과 나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서로를 돌아보았다.
“경비 교대식! 황궁 경비를 교대하는 행사를 할 때는 황궁에서 몇 사람이 나가 그곳을 감독하네. 거기에는 궁내부 장관도 당연히 참석하지! 궁내부 장관이 실질적인 관리자니까! 그 때를 노리면 되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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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퀘스트(3) -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13. 수색>
<황궁에서 정보가 전달되는 경로를 알아본 결과 프그단 경의 방으로 모이는 것을 확인하였습니다. 아직, 프그단 경이 음모의 중심이라고 확언할 수는 없으나, 프그단 경의 방을 수색할 필요는 있습니다.>
<유일하게 수색이 가능한 시간은 경비 교대식 시간입니다. 하지만 경비 교대식때 움직일 수 있는 것은 황족, 그리고 시녀들 뿐입니다.>
<1) 시녀로 여장을 하세요. - 완료!>
<2) 프그단 경의 방에서 정보를 전달받는 장치, 혹은 비밀 통로를 찾아내세요.>
<퀘스트 보상 : 연계 퀘스트로 이어집니다.>
어느덧 우리는 궁내부 장관의 방 앞에 왔다.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다. 시녀들도 이 시간에는 거의 돌아다니지 않고, 경비들은 지금 교대식하러 바깥에 나갔으니까. 애초에 경비들은 황궁 안에 잘 안 들어오고. 황궁은, 지금, 놀랍도록 조용하다. 주머니에서 열쇠를 꺼내는 황태자의 달그락거리는 소리마저 크게 들릴 정도로.
다행히 맞는 열쇠를 찾아낸 황태자가 방문을 열었고, 우리는 잽싸게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닫았다. 혹시라도 프그단 경이 방에서 바뀐 것이 있는지를 알아채면 안 되니까, 나는 품 안에 있던 마력석을 사용하는 전등을 꺼내 불을 켰다.
“좋아, 여기까지 왔다. 그 다음에는 어떻게 하지?”
나는 선생님을 바라보았고, 선생님은 곧 조용히 두 손을 모으고 마법을 시전했다.
“감지(detect). 마법 물품(magic item).”
우선은 프그단 경의 방 안을 조사해야 한다. 선생님은 대략, 우리가 찾는 것이 무엇인지 듣고 나서, 마법적으로 동조된 물건이기 때문에 마법 물품을 찾아내는 방식으로 찾아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황궁 안에서는 큰 마법을 쓸 수 없기 때문에, 단순한 방식으로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곧 선생님의 손이 뻣뻣하게 한 방향을 가리켰다.
“저 쪽을 수색해 주세요.”
지금부터 할 일은 그래서 단순노동의 반복이다. 선생님이 가리키는 방향을 찾아, 물품을 뒤져보고, 맞는지 확인하고를 반복하는 거다.
그러기를 몇 차례... 우리는 프그단 경이 청결 마법이 걸린 파이프라거나, 매번 잉크를 찍어서 쓸 필요가 없는 펜이라거나 하는 희한한 마법 물품이 많다는 사실만 확인했다. 힘빠진다. 선생님도 같은 마법을 여러 번 써서 지쳐 보였지만 다시 두 손을 모았다.
“감지(detect). 마법 물품(magic item).”
곧, 선생님의 손이... 어라? 들어올려지지 않는다?
“선생님, 뭐 문제 있어요?”
“아니, 그게 아냐. 손이 아래를 가리키고 있는 거야.”
황태자 저하와 나는 서로를 돌아보았다. 찾았다!
“어, 어디입니까?”
“이 아래인 것 같습니다, 저하.”
“그럼 얼른, 입구를 찾아보자고!”
“저하, 잠시만...”
저하는 ‘왜 그러냐’ 하는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함정의 가능성은 없겠습니까? 혹시나, 허락되지 않은 방식으로 열었다가는, 문제가 되는 것 아닐까요?”
황태자 저하의 얼굴이 심각해지며, 고개를 끄덕였다.
“분명 그럴 수도 있겠군. 그렇다면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을 불러야 하나...?”
“그 전에 저하, 마법을 한 번만 더 사용해 보시죠. 선생님.”
선생님은 고개를 끄덕인 후 다시 손을 모았다. 그 아름다운 얼굴로 땀방울이 한 줄기 흘러내렸다. 지금처럼 연속 사용하면 아무리 선생님처럼 뛰어난 마법사라도 힘들텐데.
“감지(detect). 함정(trap).”
만약 우리가 악의를 가지고 지나가면 작동할 함정이 있는가? 잠시 그렇게 눈을 감고 서 있던 선생님은, 고개를 저었다.
“함정은 없어요.”
“좋아. 문제는 시간도 없다. 이미 상당부분 식이 진행되었을 거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이 잠시 호흡을 고르며 쉬는 동안, 나와 황태자 저하는 납죽, 바닥에 엎드렸다. 아까 선생님이 가리킨 부분이 대략 이 정도다. 그리고, 사람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곳, 예를 들면 자기 책상 앞 같은 곳에 지하로 가는 비밀 통로를 만들지는 않았을 거다... 아. 톨라츠 아저씨가 보고 싶다. 그 아저씨가 있으면 바닥에 귀를 대어보고 들리는 소리로 ‘이 쪽이 감이 이상한데요?’ 하지 않을까...
이봐, ‘시스템’. 방법이 없을까?
‘띠링!’
<‘정보 확인’ 기능을 좀 더 적극적으로 사용해 보십시오.>
뭐? 그 말은... 가만있자... 나는 바닥을 바라보았다. 길게 자른, 내 손바닥 너비 정도 되는 목재를 바라보며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정보 확인.’
<물품 정보> <평범한 바닥 목재입니다.>
에잇. 첫 술에 배부를리는 없겠지. 나는 계속해서 ‘정보 확인’을 속으로 외쳤다.
<물품 정보> <평범한 바닥 목재입니다.>
<물품 정보> <평범한 바닥 목재입니다.>
<물품 정보> <평범한 바닥 목재입니다.>
<물품 정보> <평범한 바닥 목재입니다.>
<물품 정보> <바닥 목재입니다. 다른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물품 정보> <평범한 바닥 목재입니다.>
<물품 정보> <평범한 바닥 목재입니다.>
자, 잠깐! 어디야, 어디! 나는 다시 시선을 옮기고 ‘정보 확인’을 사용했다.
<물품 정보> <바닥 목재입니다. 다른 장치가 되어 있습니다.>
“찾았다!”
내 말에 형과 선생님이 황급히 달려들었다.
“어디, 어디?”
“이 판자에 다른 장치가 되어 있는 것 같아요.”
“다른 장치? 바닥에 다른 장치가 되어 있다면...”
황태자 저하가 바짝 엎드려, 바닥을 두들기고 쓸어보기 시작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 분, 고귀하기 그지 없는 분이 언제 또 이렇게 바닥에 바짝 엎드려볼까... 그러는 동안에도 황태자 저하는 바닥을 두들기며 말했다.
“황실에서 가장 중요한 건 남의 눈이야. 남의 눈에 쉽게 띄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여는데 시끄러운 소리가 나거나, 열기 복잡하거나 하지는 않을 거야. 그랬다가는 아무리 사무실 안이라도 남의 눈이나 귀에 걸릴 가능성이 있으니까. 빠르게 보고, 빠르게 닫아야겠지. 그렇다면 이런 장치가 돼 있는 판자를...”
철컥.
“이처럼, 살짝 들어올려 뒤집는다든가 하는 방식으로, 쉽게 열 수 있을거야.”
아니나다를까 그 판자는 들어올려져 있었다.
“전하, 대단하십니다!”
“아니 뭘. 내가 비슷한 장치를 내 공부방에 했던 것이 기억났을 뿐이다.”
쑥쓰러워하는 전하. 아이고, 전하.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확실히 슬럼프가 온 것 같습니다. 잘 안 쓰여지네요.
내일 낮 연재는 힘들지도 모르겠습니다; 양해를 미리 부탁드립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정작 울 기리인은 걸 할아버지도 아버지도 없네요 ㅎㅎ;;;
eastarea 님 // 그러게요. 얼른 탐정 따위 때려치고 나비가 되어야... 뭐래니;
이문세 님 // 사건복은 작품 끝날때까지 빵빵할 겁니다 아마도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