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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75화 (175/309)

00175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자, 그럼 이제 어떻게 하면 좋겠나?”

“목걸이는 저하께서 가지고 계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래, 궁성을 나가게 되면 이 목걸이는 무용지물이 되지.”

“그리고 가져온 서류는 에아임 경이 모툼 경과 함께 분석하고 수사하게 두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도 그렇군. 이런 일에 가장 전문가가 에아임 경 아닌가. 맡기겠습니다, 형님.”

“심려 놓으시옵소서, 저하.”

형은 예의 그 씩 웃는 웃음을 보여주었다. 왠지 몰라도 저 웃음을 보면 안심이 되는 것 같다.

“그럼... 기리인 경은 뭘 하는가?”

“저하, 황공하오나 당장은 제가 할 일이 없사옵니다. 정보가 나와야 그를 토대로 뭔가 행동에 들어갈텐데 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가지고 온 저 서류 분석에는 제가 도와줘야 얼마나 도울 수 있겠습니까?”

“그도 그렇네만... 자네를 놀리는 것이 너무 낭비같아서 하는 말이지.”

나도 그건 불만이다. 나는 한시라도 빨리 이 정치의 얽힘에서 벗어나고 싶다. 물론 ‘경(sir)’이라는 작위까지 받고, 평생 얼굴이나 볼 수 있을까 하는 인물들과 교분을 트는 계기가 되었지만, 이 일이 끝난 후에도 그럴 수 있을까? 과감히 말하지만 아니라고 본다. 내가 앞으로 마법을 되찾아 마법사로 살아가건, 혹은 마법을 되찾지 못하고 지금처럼 살아가건 – 나는 그저 하급 귀족일 뿐, 내 밥벌이는 내가 스스로 챙겨야 한다. 작은 고기가 큰 물에 가면 큰 물고기의 밥이 될 뿐이다. 작은 물고기는 작은 물에서 놀아야 한다.

그러니 한시라도 단서를 찾아 빨리 치우고 싶은데, 지금으로서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어쩌면 좋을까... 음... 아. 조금 위험하지만, 한 번쯤 시도해봄직 하지 않을까?

“저하.”

“말해보게. 난 경이 하는 말이라면 뭐든지 찬성할 준비가 되어 있어.”

으아. 기분이 좋은 게 아니고 부담스럽다. 무지.

“저하, 혹시 궁술을 배워보신 적이 있으신지요?”

“약간은 있지만 그렇게 즐기지는 않는다. 팔 힘이 나쁜 편은 아니지만 좋은 편도 아니라.”

“그럼 저하, 저에게 활쏘기를 배워보시지 않으시겠습니까?”

“음?”

저하도 지력이 95다. 여기, 요안나 선생님 급은 된다는 말이다. 과연 저하는 내가 한 마디 던진 것을 두고 곰곰이 생각에 잠겼다.

“...위험하지 않겠나?”

“위험할 수도 있겠지요. 그래서 두 가지 안전장치를 하려고 하는데, 이 중 한 가지에는 저하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내가 줄 수 있는 도움이라... 비르히?”

“가능하겠습니까?”

“오래는 힘들다. 1주일 정도라면 어떻게 가능할 수도 있다. 다행히 이번 한 주는 일이 많은 주가 아니니까, 저들에게 휴식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다행이군요. 나머지 하나는 여기, 요안나 선생님의 도움을 받으면 됩니다.”

“...기리인, 내가 도와준다고 해도 너무 위험한 일 아니니?”

선생님도 대화의 흐름을 무리없이 쫓아오고 있었다. 나는 웃으며, 가볍게 선생님의 손을 다독였다. 그런 내 손길을 보고 황태자 저하가 이채를 띠었다.

“걱정 마세요, 선생님. 한 가지만이라면 위험할 수 있겠지만, 두 가지가 함께 사용된다면 저는 안전할 거에요.”

“자, 잠깐. 나를 위해 중간을 생략하지 말아줘. 기리인. 황태자 저하와 활쏘기 연습을 함께 한다고? 그러면... 음...”

나는 잠시 기다렸다. 형도 바보는 아니다. 지력이 90이나 되니까. 100인 나와 같이 95인 황태자 저하나 요안나 선생님 옆에 있어서 문제지. 과연, 형은 잠시 생각 후 말했다.

“황태자 저하가 최근에 사교계에 나타난 신성 기리인 경과 친하게 지낸다고 하면, 조만간 저 쪽 세력에서 뭔가 수작이 들어올 거다?”

“네.”

“위험하... 아, 그래서 비르히를 얘기했군. 1주일이라면 저들도 버틸 수는 있겠군. 저들이 호위한다면 그런대로 괜찮을거다. 그리고 레이디 요안나의 도움을 받는다면 마법적인 대처도 가능하겠지.”

“그거에요, 형. 그 동안, 형이 알아낸 정보를 제가 황태자 저하에게 전달하고, 저하께서 알아낸 정보를 제가 형에게 알려드릴게요. 형이 출입하시면 너무 이목을 끌 가능성이 있어요.”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나는 수사 기사라는 걸 모두가 아니까. 만약 내가 황태자 저하를 자주 만난다면, 그 조직은 팔다리를 자르고 숨어버릴 거야. 프그단 경을 체포한다 해도 거기까지이겠지. 아니 그 전에, 프그단 경은 자신의 범죄를 모두 인멸해버릴 거다.”

“그거죠. 하지만 제가 출입한다면? 저는 아직 나이도 어리고, 사람들이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을 거에요. 황태자 저하에게 새로운 취미가 생겼구나, 정도로 알겠지요. 하지만 그 조직은 그렇게 보지만은 못할 거에요. 저를 한 번 습격했던 조직이니까요.”

요안나 선생님이 걱정스럽게 내 손을 쥐어왔다. 나는 짐짓 웃으며 다시 선생님의 손등을 다독였다.

“그래, 안 그래도 너를 주목하고 있을 그 놈들인데, 네가 저하와 정기적으로 만남을 갖게 되면 극도로 경계하는 게 당연하겠지. 그럼 기리인, 비르히와 레이디 요안나 말고도 한 가지의 도움이 더 필요하겠구나. 그건 내가 주마.”

“네?”

“역시 형님, 현명하십니다. 저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습니다.”

내가 어떤 것을 빨리 못 알아채는 것은 정말 오랜만인데. 형은 나를 보며 피식 웃으며 말했다.

“비르히 같은 사람은 너를 납치하러 오는 소수의 사람을 막기에는 좋지만, 만약에 마차로 떼로 우리 집으로 몰려오면 어쩌려고 그러냐? 다수의 테러를 막을 수는 없지, 그 방식으로는.”

아아... 나는 내가 뭘 빼먹었는지 그제야 알았다. 형은 웃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모툼 경과 협의해서, 우리 집에 경비병을 둘 거고, 주변의 순찰도 강화할 거다. 기리인, 부담 안 가져도 된다. 이건 너를 지키는 것 뿐만 아니라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한 것도 되니까 말야.”

오히려 제 부담을 덜어주시는 거죠. 나는 형에게 고개를 숙였고, 형은 평소처럼 내 머리를 헤집었다. ‘신경쓰지 마라, 임마’라고 말하는 것처럼.

“그럼 그렇게 하세. 곧 저녁식사 시간인데, 함께 들...지 않는 게 좋겠군.”

“네?”

“나도 눈치는 있으니 말이야. 형님은 어쩌실 작정입니까?”

“바로 모툼 경을 찾아뵈어야 겠습니다. 기리인.”

갑자기 약간 목소리를 굳혀 나를 부르는 형. 나는 저절로 등이 펴지는 걸 느꼈다.

“네, 형.”

“외박은 안 된다. 데이트도 좋지만, 레이디를 너무 늦은 시간까지 붙잡아 두는 건 신사로서 예의가 아니야.”

으아, 으아, 으아. 형의 농담에 나는 정말 오랜만에 얼굴이 달아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나도 모르게, 흘깃, 선생님을 바라보자, 선생님은 나를 보며 생긋 웃어보였다. 아, 다행이다. 웃어주었어. 기분나쁘진 않은 거야.

“레이디 요안나, 기리인을 잘 부탁합니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걸요. 오히려 앞으로 댁에 자주 찾아가게 될 것 같으니 제가 잘 부탁드려야지요.”

“테밀, 아, 제 집사람 이름입니다. 테밀과 좋은 친구가 되실 것 같습니다. 말이 나온 김에 내일 저녁 식사 같이 어떠신가요? 저희 집 노복인 에노 할멈이 요리를 정말 잘 합니다.”

“기꺼이 찾아뵙겠습니다.”

우리는 짐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섰다. 선생님이 칸막이 뒤로 가 옷을 갈아입는 동안, 나는 뜯어낼 기세로 위에 입고 있던 시녀복을 벗어냈다. 아. 여장이 어울리건 말건 나는 정말 여장이 싫다. 아니, 어울려서 더 싫다. 앞으로는 이런 걸 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기리인, 기념으로 챙겨 놔. 다음에 또 언제 입을 일이 있을지 모르잖냐.”

아악. 그리고 당신이 이렇게 놀리는 건 더 싫어! 형과 저하가 껄껄대며 웃고 있는 동안, 원래의 로브 차림으로 갈아입은 선생님이 칸막이 뒤에서 돌아나왔다. 아아. 예쁘다. 사교계에서 봤던 어떤 레이디들보다 예쁘다. 화장도 하지 않고, 수수한 로브 차림인데도, 온갖 화장과 드레스와 보석으로 자신을 치장한 다른 레이디들에 비해 훨씬 아름다웠다.

“레이디 요안나, 오늘은 정말 감사했습니다.”

“아니옵니다, 저하. 제국의 신민된 자로 제 미천한 손길이 도움이 될 수 있었다니 영광일 따름입니다.”

황태자 저하는 아니라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젓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기리인 경. 내일은 내가 일정이 있으니 힘들겠군. 모레 세 시쯤에 자택에 있게. 마차를 보내겠네.”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덧붙였다.

“그 이틀동안 오늘 그 수정이 대답을 했으면 좋겠군요.”

저하는 손에 쥔 보석을 보며 새삼 고개를 끄덕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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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궁 내성을 걸어나온 우리는 마차를 타지 않고 외성까지 걸어나갔다. 외성문 앞에서 형은 멈춰서서는 빙글빙글 웃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아쉽지만,” 전혀 아쉽지 않다는, 장난기 가득한 말투. “저는 오늘 이 서류 때문에 기사단 본부로 돌아가봐야겠습니다. 기리인. 레이디 요안나와 저녁식사를 하고 들어올거지?”

아. 또 얼굴이 화끈거린다. 왜 이러냐. 연애경험 없는 초짜처럼. 설레기나 하고.

“배웅 잘 해 드려라. 살펴 가십시오, 레이디.”

“네, 내일 저녁에 뵙겠습니다.”

형이 손을 흔들며 휘적휘적 걸어갔다. 나는 왠지 선생님의 얼굴을 바라보기 민망했다. 선생님은, 가볍게 한숨을 쉬고, 기지개를 켰다. 그러더니 말했다.

“경비 교대식은 못 봤지만...”

내가 선생님에게 고개를 돌리자, 선생님도 웃으면서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런 경험도 같이 하니까 더 재미있는 것 같네. 두 번 하라면 못하겠지만 말야.”

뭐라 할 말이 없어, 아니, 가슴 속을 뭔가 뿌듯함이 채워서, 나는 그저 마주 웃어주기만 했다. 선생님은 손을 내밀었고, 나는 그 손을, 며칠 전 밤, 마차의 마부석에서 그랬듯, 서로 깍지끼어 잡았다. 마치 연인들이 그러하듯. 그녀가 당장은 나와 연인이 될 수가 없다는 사실을 그녀도 나도 잠시 잊기로 암묵간에 우리는 합의했다. 그녀는 나를 ‘애정하고’, 나도 그녀를 ‘애정한다’. 그 정도면 된 거 아닐까. 관계를 정립하는 게 뭐가 중요할까.

============================ 작품 후기 ============================

조금 늦어서 죄송합니다.

사실 16일 정오 연재는 무리이기도 했지만,

쉬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해서이기도 했습니다.

세상은 냉정하더군요. 조회수가 40% 줄고, 점유율이 폭풍하락...

역시 성실이 최고라는 걸 다시 깨달았습니다.

내일부터 열심히 다시 하루 2~3편씩 올리던 모드로 돌아가야겠습니다.

눈이 자꾸 감기려 해서 오늘 분량은 약간 짧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얼룩야옹이 님 // 1등 축하! 그리고 감사합니다!

대왕물개 님 // 어 저는 '빛이 당신들을 태울 것입니다' 정도를...ㅋㅋㅋ;; 감사합니다!

RRSS 님 // 앞으로 전개에 나올 부분입니다. 감사드립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기리인은 싫어하지만... 종종 하게 될 것 같은... 그거슨 운명의 데스티니...

eastarea 님 // 언제나 감사드립니다! 저도 대왕물개님 코멘 보고 웃었슴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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