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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80화 (180/309)

00180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다정하게, 우리는 아직 열기가 식지 않은 서로의 몸을 쓰다듬으며, 간간이 서로의 입술과 볼과 눈과 귀 등에 입을 맞추며, 키득거리고 웃으며, 시간을 보냈다. 길게 밤을 보낼 때는 몇 번이고 연인들과 섹스를 했던 나이지만, 오늘은 한 번에 모든 게 빨려나간 느낌이었다. 그만큼 강렬했고, 그만큼 만족스러운 섹스였다.

“아...”

“왜요?”

얼굴을 붉히며 다리를 비비는 선생님. 왜 그러냐고 물으니 머뭇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기리인, 아직 네 거가 흘러나와...”

“아...”

“대체 얼마나... 어우. 앞으로도 매번 이럴 거면 대책을 세워놔야겠네...”

“또 할 거에요?”

“그럼 너는 안 할거니? 이렇게 좋은 걸?”

가슴속에 뭔가 뿌듯하고 기분좋게 먹먹한 느낌이 꽉 차오른다.

“선생님.”

“응, 왜?”

좋아해요, 예뻐요, 같은 말조차 사치인 것 같아 나는 그녀를 조용히 끌어안는다. 작지 않은 키이지만 내 품 안에 쏙 들어오는 그녀를 나는 꼭 안아준다. 그녀는 조용히, 내 목에 팔을 둘러 나를 마주 안아준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내 가슴에 맞닿아 그 탄력을 자랑하고 있다.

“저 어디 안 갈테니까 선생님도 어디 날아가지 마세요.”

“그 말은 원래 꽃이 나비에게 하는 거야. 나비가 꽃에게 하는 게 아니고.”

벙쪄있는 나를 향해 선생님은 피식 웃었다.

“기리인, 키스해 줘.”

다시 우리 둘의 입술이 겹쳤다. 여전히 섹스의 전 단계가 아닌 애정표현에 가까운 입맞춤이었다. 입술이 떨어지고, 우리는 서로의 눈에서 기분좋은 졸림을 읽었다. 선생님이 시트와 자신의 몸에 묻은 액체를 향해 정화 마법을 펼치고, 나는 선생님에게 팔베개를 한 채 이불을 우리의 알몸 위로 끌어올렸다. 선생님이 방 안의 라이트 마법을 끄자, 방은 순식간에 밖에서 들어오는 약간의 조명만 남았다.

“기리인, 고마워.”

“뭐가요?”

“혼자 자서 늘 외롭고 쓸쓸했거든... 이렇게 누가 내 팔베개 해 주니까 너무 좋다. 니 품이 너무 편안해서 졸음이 솔솔 오네.”

어떻게 대답할까 하다가 나는 장난스레 대답했다.

“저는 여자 가슴을 너무 좋아해서요. 제가 팔베개 해드릴테니까 대신 밤새 찌찌 만져도 뭐라 하지 마세요. 알았죠?”

찰싹. 그녀가 내 가슴을 후려쳤다.

“으이그. 이게 그렇게 좋니?”

“네. 선생님 건 너무 아름다워요.”

못말리겠다는 듯 설레설레 고개를 저은 선생님은 뒤로 돌아서는 내 품에 등을 기댔다. 내 손이 자연스럽게, 누워서도 전혀 처지지 않을 정도로 탄력이 가득한 선생님의 젖가슴으로 향했다. 나는 내 한 손에 다 들어오지 않을 정도로 풍만한 선생님의 가슴을 가볍게 주무르다가 말했다.

“선생님, 이 몸매에 이 가슴은 반칙 아니에요...?”

“그래서, 싫어?”

“그럴리가요.”

선생님은 고개를 뒤로 돌렸다. 우리는 짧게 키스했다.

“잘 자, 기리인. 새벽에 깨워줄게.”

“잘 자요, 선생님.”

우리는 그렇게 나란히 안은 채로 잠에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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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리인, 일어나.”

몇 시간이나 잤을까. 눈을 비비며 일어나자 바깥은 아직 여명조차 올라오기 전이었다.

“얼른 가야지. 에아임 씨가 외박 하지 말라고 했는데 외박 한 거잖아. 가서 미안하다고 해야지.”

“네.”

“씻고 나오렴.”

내가 간단히 세수를 하고 나오자 선생님은 간단히 옷을 걸쳐입은 후였다.

“마차가 다니는 길까지 바래다줄게.”

“아니에요. 혼자 갈게요.”

“어딘지는 아니? 같이 가. 그리고 조금이라도 더 오래 있고 싶단 말야.”

아. 새벽, 아직 어두운 방 안에서, 화장조차 제대로 하지 않았지만, 금발머리를 풀어헤친 채 입가를 삐죽이는 선생님은 어느 누구보다 아름다웠다. 나는 그녀의 허리를 끌어당겼고, 그녀는 자연스럽게 내 목을 안아왔다. 우리는 다시, 지금 헤어지면 몇 년은 보지 못할 연인들처럼 입을 맞추었다. 한참 서로의 혀를 희롱하다가 우리는 ‘이러다가 또 불붙으면 늦는다’는 자각을 하고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입술을 떼었다.

“오늘은 뭘 할거니?”

“오늘은 뭐 살 것도 좀 사고, 그리고 제도의 장인 거리에 갈 거에요.”

“왜?”

“선생님, 바크 선생님 기억나세요? 선생님이 제 훈련을 부탁하셨었잖아요.”

“아, 그래.”

“그분이 활을 주시면서, 제도에서 디오틀라라는 장인을 찾아가 보라고 하셨거든요. 마침 오늘 별 일이 없으니 갔다 오려구요.”

“그래... 나도 너 연구 하려면 아카데미에 가서 준비해야지...”

“있다 저녁에 형 집에서 같이 저녁식사 하기로 한 거 잊지 마세요.”

“그래. 내가 시간 맞춰서 갈게.”

우리는 신발을 꿰어신고 길거리로 향했다. 밤과 아침이 막 만나 변하려는, 약간씩 세상이 밝아지려 하는 시간. 의외로 주변 집들에서는 움직임이 많았다. 아침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은 모양이다. 일찍 일터로 가는 사람들일까.

약간 걸어가자 줄서서 마차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마차가 저 멀리서 달려와서, 두 명 혹은 세 명을 싣고, 떠난다. 옆에는 다른 줄이 있었다. 한번에 같은 일터로 떠나는 여러 사람들인 모양이다. 아니나다를까, 말 네 마리가 끄는, 기다란 승합마차가 오더니, 여남은 명을 한 번에 태우고 출발했다.

봄이라지만 새벽은 아직은 약간 쌀쌀하다. 나와 선생님은 어제처럼 깍지끼어 손을 맞잡은 채, 아무 말 없이 마차를 기다렸다. 줄이 점점 줄어들고, 어느새 나를 태울 마차가 왔다. 우리는 짧게, 하지만 진하게 키스를 나누었다.

“있다가 봐, 기리인.”

“네, 있다가 봐요. 선생님.”

마부에게 형의 집 주소를 가르쳐준 후, 나는 마차의 창 밖으로 손을 흔들었다. 선생님은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간밤을 같이 보냈기 때문일까. 그 얼굴에는 어제 내가 엿보았던 불안은 없었다. 그거 하나로도 나는 다행이다, 라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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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의 집까지 왔을 때는 새벽이 확실히 밝아 있었다. 주황색이 주변을 점령하고 있었다. 마차가 서고, 나는 목에 걸고 있던 지갑에서 은화를 꺼내 요금을 지불한 후 마차에서 내렸다. 그리고, 딱 굳어버렸다.

“이리 와라.”

아침이 이른 건지 형이 딱, 대문 앞에 서 있다가 손가락을 까딱까딱해서 나를 불렀다. 으아. 나는 신병들이 그러하듯이 뛰어가 형 앞에 섰고, 형은 대뜸 내 구레나룻을 잡아올렸다.

“아야야야야야!”

“얌마, 내가 외박하지 말라 그랬잖아. 편지 보낸 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다고 그거 한 장 딸랑 보내고 집에 안 들어와?”

“아야야야! 자, 잘못했어요, 형!”

“다행히 마부한테 물어보니 레이디 요안나로 추정되는 여자랑 같이 있다고 해서 안심은 했다만, 어? 아주 그냥, 이 형을 걱정 못시켜서 안달이 났지? 어?”

“아, 앞으로 안 그럴게요! 자, 잘못했어요!”

그제야 형은 내 구레나룻을 잡아당기던 손을 놓았다. 내가 눈물을 글썽이며 손으로 거기를 잡고 있자 형은 평소보다 약간은 거칠게 내 머리를 헤집었다.

“다음부터는, 외박을 하려거든 그 전날 얘기해라. 물론 네가 어디 가는지 간섭하려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형은 니가 밥은 여기서 먹고 잠은 저기서 자는 식으로 몸을 막 굴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 집에 있는 한은 내 말을 들어주라. 알겠냐?”

그 말이 강압적이었다면 반발했겠지만, 누가 들어도 그 말은 나를 걱정하는 말투였다. 정말 친한 친형이 있었다면 이렇게 할 수 있을까.

“죄송해요, 형. 걱정하게 해서.”

“그래서, 좋았냐?”

손바닥 뒤집듯 태도를 바꿔 빙글빙글 웃으며 내 옆구리를 쿡 찌르는 형.

“아... 형...”

“왜? 서로 좋아하는 젊은 남녀가 같이 하룻밤을 보냈는데 당연히 역사가 이루어졌어도 몇 번은 이뤄졌겠지! 그게 뭐 어때서?”

“민망하니까 그만 물어보세요...”

“허이구, 너도 민망함을 느끼냐? 나는 니가 여자 다루는 게 하루이틀이 아니라는 느낌을 받아서 내가 저렇게 물으면 ‘아, 그게 말이죠~’ 하면서 막 떠벌릴 줄 알았는데?”

“상대에 대한 예의가 아니잖아요...”

기어들어가듯 던진 소심한 항의. 형은 웃음기를 약간 거두며 다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그게 진짜 바람둥이지.”

“네에?”

“여러 사람을 만나지만, 만날 때는 상대를 진심으로 대하는 것이 진짜 바람둥이의 자세지. 나는 잘 모르지만 그런다고 하더라.”

“혀엉....!”

“가끔씩 사교계에서 그거 흉내내는 사람들은 봤어. 그러다가 가끔씩 무리수를 둬서 한바탕 치정극이 벌어지거나, 뺨 맞거나, 뭐 그런 일들이 흔히 벌어지지. 진심을 흉내내는 거하고 진심은 다르거든. 그런데 너는 진심으로 그러잖아.”

내가 아무 말 못하고 있으니까 형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서 더 나빠.”

“네?”

“너를 미워하게도 못 하거든.”

형은 웃으며 기지개를 켰다.

“자, 아침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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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은 소박했지만, 정성이 들어가 있었다. “자, 뢰다야, 한 숟가락만 더 먹자. 아-” 하는 테밀 누나를 바라보며 나는 이런 평범하고 따뜻한 가정을 이루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과 이렇게 친하게 지내본 것이 처음이라 그럴까. 나중에 누군가와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으면, 이런 아침을 맞을 수 있을까?

조금 전까지 선생님을 품 안에 안고 같이 잠들었던 생각이 난다. 그렇게, 같이 아침을 맞을 수 있을까.

“기리인, 나는 밥 먹고 출근할 거야.”

“어, 여보. 같이 나가요. 나도 오늘은 뢰다 유치원에 맡기고 상점가에 가 봐야 해요. 우리 기리인 방에 가구나 이불 좀 더 사야 할 것 같아서요. 에노 할멈이랑 같이 갈 거에요.”

“그래, 같이 가. 마차로 가다가 내려줄게. 기리인, 너는 어쩔 거니?”

“저는 조금 쉬었다가... 활 가지고 장인 거리에 가 보려구요. 활 주신 분이 저한테 부탁하셨었어요.”

“그래. 너 편지도 좀 써야 할 거다. 첫날만큼은 아니지만 많이 왔다더라. 그렇지, 오레즈?”

“네, 기리인 도련님 앞으로 편지랑 선물이 또 와 있습니다요. 답장 써 주시면 제가 보내드리겠습니다요.”

나는 아이 앞에서 한숨쉬면 안되겠다 싶어 간신히 한숨을 삼키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 작품 후기 ============================

곧바로 다음 편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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