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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81화 (181/309)

00181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형, 누나, 조심히 다녀오세요. 에노 할머니도요. 뢰다야, 잘 갔다와.”

“응, 삼촌! 있다가 같이 공놀이하자!”

“그래, 삼촌이 집에 있으면 같이 놀아줄게. 꼭.”

“있다 여섯 시에 오기로 했다고?”

“네, 누나.”

“에노 할머니, 들으셨죠? 같이 장 보러 가야겠네요.”

“그래요. 아이고, 뭘 하면 좋을까...”

그런 말을 남기고 네 사람은 기사단에서 보낸 작은 마차에 모두 올라탔다. 내가 형이랑 같이 기사단 갈 때 탔던 마차라면 넷이 타기는 약간 비좁지 싶은데, 아무래도 새 마차를 부르는 건 낭비니까 그냥 조금 끼어타면 된다 싶은 모양이다. 창 밖으로 머리를 내밀고 손을 흔드는 뢰다에게 웃으며 마주 손을 흔들어주는 동안 마차는 앞으로 나아가, 곧 코너를 돌아 사라졌다. 오레즈 할아버지가 나에게 말했다.

“도련님, 차라도 준비해 드릴까요? 편지쓰시기에 시간이 약간 걸리실 테니까...”

“네, 부탁드립니다.”

나는 만 하루만에 열쇠로 문을 따고 내 방에 들어갔다. 에노 할머니와 오레즈 할아버지가 청소와 정리를 잘 해주어서인지 먼지 냄새가 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내가 벗어놓은 속옷 같은 빨래도 잘 되어 있었다. 나는 어제 정화 마법은 걸어주었지만 갈아입지는 못한 속옷을 벗어 빨래바구니에 넣고, 욕실에 들어가 몸을 씻었다. 새 옷으로 갈아입고 나오니 탁자 위에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찻잔과, 편지 다발과 선물들이 놓여 있었다.

편지들은 첫 날과 마찬가지로 대부분 이름을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귀족들이 보낸 편지였다. 제도에 이렇게 귀족가가 많았나. 그리고 다들 내가 가겠다고만 하면 티파티와 저녁 식사자리를 만들 수 있을 정도라는 건가. 하아. 나는 첫 날과 마찬가지로 편지와 선물을 분류했다. 돌려줘야 할 것들을 모으고 나니, 편지가 세 통, 그리고 선물 하나가 나왔다.

나는 편지보다 선물을 먼저 집어들었다. 선물에는 ‘아르논 나스프’라고 서명이 된 카드가 꽂혀 있었다. 선물의 포장지를 뜯자, 고급스러운 검은 빛으로 칠해진 상아 같은 펜모양의 막대가 보였다. 아니, 진짜 상아인가? 뚜껑을 열자, 그 끝에 은빛으로 빛나는 촉이 달린 만년필이 보였다. 흐음. ‘정보 확인’.

<물품 정보>

<만년필. 내구도 : 15/15. 아티팩트. 랭크 : B0

뒤에 잉크를 넣으면 조금씩 앞으로 흘러나오는 제품입니다. 겉의 상아 재질의 펜대에는 깨어지지 않는 마법이 걸려 있어, 잉크가 새거나 할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됩니다.>

어이쿠. 이렇게 귀한 걸. 나는 카드를 펼쳤다.

<기리인 경.

아버님께 이야기 들었어요. 기리인 경께서 저와 친구가 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고 말이에요. 아버님께 직접 허락을 구하고, 게다가 아무런 댓가도 원하지 않는 사람은 처음이라고 아버지께서도 좋아하셨어요.

그 날, 정원을 산책하며 나눈 대화는 정말 재미있었어요. 앞으로도 종종 그런 시간 가졌으면 좋겠어요. 경이 제도에 계시는 동안 여러 공연 같은 것도 함께 보면 좋겠고요.

약소하지만 자그마한 선물 하나 보내드려요. 이건 전에 제 오라버니에게 받은 것인데, 막상 저는 쓸 일이 많이 없는데다 레이디가 쓰기에는 너무 어두운 색깔이라, 나중에 선물해야지 하고 있었는데, 문득 경의 생각이 나서 보내드리는 거랍니다. 어차피 제게 있어도 쓰이지 않는 것이니 경께서 써주시면 펜의 입장에서도 더 좋지 않을까 해요.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어요. 답장 기다릴게요.

아르논>

아. 약간 양심의 가책이 느껴진다. 물론 나는 아무 것도 잘못한 게 없다. 그녀에게 미래를 약속한 것도 아니고, 감언이설로 꾀어낸 것도 아니다. 그녀에게 음심을 품은 것은 더더욱 아니다. 하지만, 어제 밤 내내 선생님을 품에 안고 있다가, 이제 그녀에게 편지를 쓰려니 왠지 몰라도 내가 못할 짓을 하는 것 같다.

그래도 답장은 보내야지. 음. 나는 간단히, 편지와 선물 감사하다고, 이 편지는 주신 만년필로 쓰고 있는데 아주 마음에 든다고, 그리고 뭐라고 덧붙일까 생각하다가... 뢰다의 이야기를 덧붙였다. 아이가 있는 부부를 가까이에서 보아서인지 나중에 내가 부모가 되는 상상을 하게 된다고 말이다. 이쯤에서 그녀에게 약속을 청하는 것이 예의인 줄은 알지만, 지금은 황태자 저하의 일만 해도 바쁘다보니 내가 마음의 여유가 없어, 나는 약간 급작스럽게 ‘또 편지하지요’라는 말만 남기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두 번째 편지와 세 번째 편지는 북대공의 큰아들인 외르트 케비주 경과 융파트 가의 큰아들인 파라 융파트 경이 보낸 편지였다. 결코 무시할 수 없는 편지들이라 나는 조심스럽게 개봉 후 편지를 읽었다. 다행히 별 내용 없었다. 요약하면 ‘너 나스프 가는 갔다며, 우리 집에는 안 오냐? 맛있는거 해 놓을 테니까 얼른 와’ 정도였다.

하아. 어쩐다. 이틀에 한 번씩 황궁에서 황태자를 뵈어야 하니... 오늘도 안 되고, 내일도 안 되고. 고심 끝에 나는 융파트 가에 ‘환대에 감사하며 3일 후에 찾아뵙고자 하는데 어떨지’라고 적었고, 케비주 경에게는 ‘일이 있어 죄송하고 특히 북부 출신 사람으로서 마땅히 먼저 찾아뵈었어야 하나 의도와는 달리 선약이 생겨 죄송하다. 5일 후, 트리클의 날에 예배 후 오후 티타임 때 찾아뵈면 어떨까’라고 적어보냈다.

융파트를 먼저 가기로 한 건 다름이 아니라, 황태자 저하의 시종 누스마가 융파트 가에서 온 사람이라는 이야기가 기억나서였다. 과연 융파트는 어느 정도로 개입하고 있는 것일까. 속마음을 한 번쯤 떠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싶어서였다.

대충 정리가 끝나자 나는 돌려보내야 할 편지와 선물들을 모아놓고, 침대방으로 올라가 활이 든 상자를 메고 화살통의 뚜껑을 닫은 채 허리에 찼다. 그리고는 별채의 문을 열고 마당으로 나갔다. 마침 마당을 쓸고 있던 오레즈 할아버지가 말했다.

“외출하세요, 도련님?”

“아, 네. 안 그래도 잘 됐네요. 할아버지. 디오틀라라는 장인을 찾아가야 하는데요.”

“디오틀라 님이요?”

약간 놀란 것 같은 인상의 오레즈 할아버지. 나는 등에 맨 상자를 추슬러 보이며 말했다.

“이 활을 만든 분이시라서요. 찾아뵈어 달라고 부탁하신 분이 있어요.”

“아, 네. 그 분이 괴팍하시기로 유명한 분이시라서 말입니다. 도련님도 조심하세요.”

아하하, 나는 웃을 수밖에 없었다. 할아버지는 마차를 부르는 깃발을 세운 후 말했다.

“워낙 유명하신 분이니까, 그리로 가 달라고 하면 갈 겁니다. 편지와 선물은 이리 주세요. 제가 있다가 잠시 나가는 길에 부쳐드릴게요.”

“감사합니다.”

“실은 어제 도련님께서 외박하셨을 때 혹시나 이 집으로 여자를 데려올까 하고 걱정했었습니다요. 손님으로 온 건 어쩔 수 없지만 여자를 끌어들인다면 뢰다 도련님 교육에도 좋지 않고, 마님도 분명 안 좋아하실텐데 하고 걱정했었는데, 다행히 도련님께서 잘 판단해 주셔서 다행입니다요.”

“안 그래도 아침에 형한테 혼났어요. 구레나룻을 이렇게 잡아당겨지면서.”

“하하, 에아임 주인님이 어릴 적에 어르신께 그렇게 혼이 많이 났었지요.”

“정말요? 와, 그래서 그랬구나...”

그 때, 2인승 승용 마차가 집 앞에 와서 섰다.

“자세한 얘기는 나중에 오시면 들려드릴게요. 다녀오세요, 도련님.”

“다녀오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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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참을 달려, 광장에서 오른쪽, 중심가 뒤편으로 넘어가 조금 더 달려갔다. 조금씩 주변이 시끌시끌해지고 있었다. 일하는 소리들이었다. 망치질 소리, 물이 끓는 소리, 고함 소리... 대장간과 공방들이 몰려있는 곳인 것 같았다. 나는 어릴 적에 아버지와 어머니가 일하시는 공방에 몇 번 놀러갔던 일이 생각났다. 이런 곳에서 부모님 생각을 하게 되다니.

이제는 부모님 생각을 해도 예전만큼 마음이 얼어붙거나 하는 느낌은 아니었다. 그저, 부모님이 신의 곁에서 잘 지내셨으면 좋겠다. 선행을 많이 하신 건 아니지만, 악행을 하신 분들도 아니고, 그저 하루하루를 충실히 사시면서 신앙도 지키셨으니 나쁘게는 대접받지 않을 것이다. 아버지, 어머니. 잘 지내셔야 해요.

그런 생각을 하는 동안 마차가 멈춰섰다. 나는 내려서 마부에게 요금을 지불하고, 공방을 돌아보았다. 3층짜리 너른 건물의 현관 위에 ‘디오틀라’라고 멋부린 글씨체로 쇠를 잘라 세운 간판이 보였다. 간판은 비를 맞으며 약간씩 녹이 슬었는데, 그 녹이 슨 것마저 멋으로 보였다.

나는 1층의 스윙 도어를 밀고 들어갔다. 1층에는 손님을 상대하기 위한 카운터가 하나 있었고, 카운터와 그 뒤와 옆 벽면의 선반에는 여러 무기와 방어구들이 걸려 있었다. 그런데 그 모양들이 하나같이 해괴했다. 키만한 창대에 플레일을 매달아 놓은 건 그렇다 치자. 대체 저 할버드 끝에 단 건 뭔가. 낫(scythe)? 그러고보니 형이 그랬지. 나머지 장인들에 비해 디오틀라 장인은 시험적인 시도를 많이 하고,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는 제품이나 파격적인 제품읆 많이 만든다고. 하긴, 내 활 같은 제품을 만든다면 그럴만도 하지.

얼굴에 주근깨가 박힌, 붉은 머리의, 몸에 근육이 여러 곳에 박힌 여자분이 카운터 뒤의 문을 열고 나타나서는 나를 보았다.

“네, 손님. 어쩐 일이세요?”

“아...”

나는 등에 메고 있던 활을 내려놓았다. 바닥에 상자를 내려놓자 그 여자가 이채를 띠고 그 상자와 나를 바라보았다.

“이 활을 어느 분에게서 선물로 받았습니다. 그 분께서, 이 활과 화살을 제도의 디오틀라 님에게 보이라고, 디혼이 주었다고 전해 달라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그래서 수소문 끝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아... 그러시군요. 잠시만요. 제가 안에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그녀는 나를 두고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문이 열려있는 채라 안을 건너다보니, 이 건물의 안마당 같은 곳은 모두 공방으로 사용되고 있는 것 같았다. 안쪽에 커다란 화로가 불타고 있고, 담금질을 위한 모루와 망치, 그리고 조그마한 용광로들이 몇 군데 보였다. 재료가 될 금속들도 잔뜩 쌓여 있었다.

주근깨 종업원이 하얀 머리를 한 누군가의 귀에 대고 뭐라뭐라 말하자, 그 사람은 곧 눈을 크게 뜨더니 불문곡직하고 이 쪽으로 뛰어오기 시작했다. 이크. 그 사람은 열린 문을 통해 뛰쳐나와서는, 카운터를 훌쩍 뛰어넘더니, 대뜸 내 멱살을 잡았다.

“디혼이 보냈다고? 네 놈은 누구냐? 디혼은 어디에 있어? 이 활을 왜 디혼이 너에게 준 거지? 말 해!”

한 가지씩 물어보세요. 그리고 좀 놓고 말하면 안 될까요...

============================ 작품 후기 ============================

기리인 파워업을 위한 이벤트입니다.

선삭이 있어서 가슴아픈 밤입니다. 흐으. 다시 멘탈잡고 열심히 써야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그리고 쿠폰 주시는 모든 분께 행복을 기원합니다. 제가 글 쓰는 건 모두 여러분 덕입니다.

eastarea 님 // 그래서 글 첫머리에 경고문을 넣기 시작했어요 ㅎㅎㅎ

화이트프레페 님 // 전작은... 오죽하면 주인공 별명이 '기둥'... ㅋ; 질려서 능동적인 주인공으로 바꾸었더니 애가 나비가 되었네요.

melontea 님 // 당분간은 달달 모드로 가야죠 ㅎㅎ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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