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4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어서 오세요, 레이디 요안나.”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에아임 경.”
두 사람은 공손하게 인사를 나누었다. 형은 웃으며 말했다.
“저는 깜짝 놀랐습니다.”
“왜 놀라셨어요?”
“우리 기리인이 비맞은 강아지처럼 이렇게 안절부절 못하는 모습은 처음 봤거든요.”
“풋!”
입가를 가리며 웃는 선생님. 그래, 놀려라. 나는 개의치 않는다. 저렇게 예쁜데 뭐.
“그래서 오히려 조금 안심했습니다. 제 눈에 비친 기리인은 올해 성년이 된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능구렁이 같은 모습을 많이 보여줬었는데... 지금에야 제 나이에 걸맞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네요.”
“그런가요? 제 앞에서도 그런 나이보다 성숙한 모습을 많이 보이는걸요. 오히려 저는 기리인에게 형이 되어 줄 분이 나타나서 다행이라고 여겨져요.”
형은 약간 쑥쓰러워하며 볼을 긁었다. 새삼, 여기 이 두 사람이 지금 나에게 제일 가까운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가족이 되어 주고 많은 새로운 가족을 만들어 준 에아임 형, 그리고 내가 애정하는 요안나 선생님.
“자, 현관에서 이럴 게 아니라, 들어가실까요?”
형은 앞장서서 걷기 시작했다. 나와 선생님은 서로 마주보다가, 미소짓고, 형을 따라 본채의 현관문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정원이 손질이 잘 돼 있네요. 편안하고 단정한 게 보기 좋아요.”
“저기, 오레즈 할아범이 들으면 좋아하겠군요.”
현관 앞에는 오레즈 할아버지가 나와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어서 오세요.”
“만나서 반갑습니다. 요안나 이스카라고 해요.”
“정말로 아름다우신 분이군요. 이 늙은이가 죽기 전에 눈이 호강하는군요.”
“어머, 과찬의 말씀이세요.”
그런데 왜 내가 기분이 다 좋을까? 오레즈 할아버지는 얼른 문을 열며 말했다.
“들어가시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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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 그럼 이 스튜는 테밀 언니 솜씨에요?”
어느새 테밀 누나와 요안나 선생님은 언니 동생하고 서로를 부르며 – 테밀 누나가 요안나 선생님보다 두 살 많았다. - 아주 친밀하게 지내고 있었다. 뢰다는 의젓하고 씩씩하게 열심히 퍼먹고 있었고, 테밀 누나는 뢰다의 입가를 닦아주며 말했다.
“그럼. 우리 집 대대로 전해지는 비법에 내 기술도 조금 더 들어가 있지.”
“너무 맛있어요. 어쩜... 똑같은 토마토 스튜인데 이렇게 다르죠?”
“몇 달 지방을 떠돌다가 돌아올 때, 황도에서 마차를 타고 가족 생각을 하면 곧 떠오르는 게 이 스튜입니다. 그만큼 맛있어요. 그렇지, 기리인?”
나는 조용히 엄지손가락만 내밀 뿐이었다. 테밀 누나는 기분좋게 웃었다. 암. 안주인이 행복해야 집안이 행복하지. 그리고 거기에 더부살이하는 나도 행복하고.
“참... 부러울 정도로 보기 좋은 가정이네요.”
요안나 선생님이 말하자, 테밀 누나가 말했다.
“부러워? 부러우면 요안나도 결혼하면 되지~ 오늘 꼭 그 분위기잖아. ‘저 만나는 사람 있어요’ 하고 남동생이 여자친구 데려와서 보여주는 거.”
“아하하...”
나는 머리만 긁었다. 선생님을 흘깃 바라보자, 얼굴에 홍조를 띄우고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형과 누나는, 흔히들 유부남 유부녀들이 미혼의 커플들을 놀릴 때 그러듯, 놀리기 시작했다.
“그러고 보니, 기리인, 어제 요안나 만나고 온 거였어?”
“그렇다니까. 어제 요안나 선생님이 우리 일 도와줬는데, 어우 그냥, 옆에서 보는데 막 분홍빛 분위기가...”
“어머어머, 어쩐지... 기리인, 요안나 만나러 그 먼 길을 내려온거야? 활까지 배우면서? 세상에나~”
결국 나는 형과 누나가 바라는 반응을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 좀, 그만들 좀 하세요... 곤란해 하시잖아요.”
“어머어머, 여자친구의 위기를 구하기 위해 나서는 기사도 정신이야?”
물론 내 어설픈 시도는 한 방에 격퇴되고 말았다.
“형, 누나, 그만 좀 놀리세요. 체하겠어요.”
“야, 뭘 이 정도를 가지고 그러냐. 나는 처음에 장인어른께 인사드리러 갔을 때 정말 등에서 식은땀이 막 나더라.”
“어머, 그랬어요? 울 아빠는 ‘따님을 주십시오’ 하고 와서 당당해서 보기 좋았다 그랬는데?”
“어우, 나 그날 집에 오자마자 셔츠 갈아입었어. 땀으로 푹 젖었더라구.”
“울 아빠가 무서워요?”
“그 때는 무서웠지. 하도 선배들이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지는 내 딸은 줄 수 없다!’ 하고 얻어맞았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 줘서... 지레 겁먹었지. 알고 보니 그렇게 막 문전박대 당한 선배들도 거의 없드만. 참 나. 아, 그러고 보니 여보, 장인어른 무릎은 좀 어떠시대?”
“응, 신전에서 치료 받고 괜찮으시대요. 여보 돌아오기 전에 편지 받았어요. 걱정할 것 없으시대요. 사업도 잘 되시고.”
우리한테서 핑크빛 분위기가 난다고? 당신들한테서는 행복의 분위기가 난다, 이 사람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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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탁을 정리하고, “삼촌, 내일은 꼭 공놀이 같이 해!”라고 하는 뢰다에게 작별인사를 한 후, 우리는 오레즈 할아버지에게 차를 부탁한 뒤 별채로 향했다. 저녁식사 자리에서야 요안나 선생님을 소개하고, 친분을 다지고, 거기에 더해 나를 놀리느라 그냥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오늘 선생님이 온 건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형과 나와 선생님은 내 방 테이블에 둘러앉았다. 선생님은 방을 둘러보더니 말했다.
“내 방보다 좋네... 기리인, 너 정말 에아임 경한테 감사해야 돼. 이렇게 좋은 방을 제도에서 구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축복이다 너.”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형이 내 머리를 헝클어트리며 말했다.
“형이 되어서 동생을 집에 머물게 하는 건 당연한 거죠. 그리고, 이 놈 가만히 뒀다가는 레이디 요안나에게 가기 전에 다른 나비잡이 꽃들에게 여러 번 채여갈까봐 걱정이 되어서 도저히 안 되겠더라구요.”
쿡쿡 웃던 선생님은, 일어서서 방 안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흐음... 의외로 방어가 나쁘지는 않을 것 같아요. 호위하는 분도 와 있을 거라고 했고, 창문마다 알람(alarm) 마법 걸고, 건물에 강화(fortify) 마법 걸어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이 정도의 집을 마법으로 한 번에 무너트리거나 큰 타격을 주는 건 대마법사가 와야 하는데, 그 정도가 되면 어차피 마법으로 방비하는 게 불가능하니까.”
“매일 걸어줄 필요는 없나요?”
“매일까지는 필요없고, 3일에 한 번 정도면 될 것 같아요. 그리고 혹시 감시 물품이 있는지 체크하는 마법도 걸어주면 좋겠구요.”
선생님은 말이 나온 김에, 라고 하면서 창문들을 돌며 전부 창문을 닫고 알람(alarm) 마법을 걸었다. 그리고 방 한 가운데에 서서 “강화”와 “눈에는 눈(eye for an eye)” 마법을 걸었다. 눈에는 눈... 주시하는 눈이 있으면 그 눈을 찾아내는 눈도 있다는 마법이다. 5서클짜리인데 꽤 큰 마법을 거셨구나.
“됐어요. 이제 3일 후에 와서 마법을 다시 걸어주면 됩니다.”
“...생각보다 빨리 끝나는군요.”
그 때, 할아버지가 차를 가져와서 차를 따라주었다. 요안나 선생님이 말했다.
“저, 오레즈 할아버지. 이 방의 관리는 할아버지가 하시죠?”
“네, 도련님이 출타하실 때 제가 청소도 하고 하지요.”
“그럼 앞으로 1주간 정도, 길면 열흘 정도 창문은 열지 마세요.”
“네? 창문을 안 열면 먼지가...”
“일주일이니까 괜찮을 거에요. 열면 시끄러운 소리가 나는 마법을 걸어놨거든요.”
“아... 무슨 말씀인지 알겠습니다요.”
그렇게 오레즈 할아버지가 돌아가자, 형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했다.
“얼른 자리를 비켜드리고 싶지만, 그 전에 한 가지만 얘기했으면 합니다. 레이디 요안나는 지금 기리인이 처한 상황을 아시는지요?”
“대충 들어서 압니다만 에아임 경이 제3자의 눈으로 다시 말씀해 주시면 좋겠어요.”
“선생님께서 누군가에게 발설하실 분은 아니라고 믿고 말씀드리겠습니다. 어제 도와주셔서 아시겠지만 기리인은 황태자 저하를 노리는 조직을 밝혀내고자 하는 저하의 일을 돕고 있습니다. 그리고 제국의 3공작, 즉 북대공, 융파트 공작, 나스프 공작이 기리인에게 호의를 품고 있습니다.”
다행히 형은 아르논 양 얘기는 하지 않았다. 그 얘기를 했다면 나는 또 삐진 (척 하는) 선생님을 한참 달래줬어야 할 텐데.
“그리고 선생님께서도 잘 아시겠지만 기리인의 몸상태를 밝히기 위해 선생님이 소속되신 아카데미와, 대신전, 그리고 대도서관과 제국 대학 쪽에서 그를 노리고 있습니다. 이건 첫 번째 문제만큼 심각하지는 않지만, 그의 형이라는 입장에서 보면 기리인의 장래에는 가장 중요한 일일 수도 있습니다.”
저렇게 말해주니 참 고맙다.
“어제 제국 대학 교수 한 명을 만났어요. 기리인도 알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좀 천박하고 너무 노골적이었어요. 마학계에서 그렇게 나오는 건 어쩔 수 없겠지요. 대신전 쪽에서도 나서는 줄은 몰랐네요.”
“신전 쪽에서도 나름의 사정이 있습니다. 지금 두 파로 갈라져서 서로 대립 중인데, 한 파에서 기리인 군의 연구를 놓고 대립하는 두 단체를 중재하면 자신들의 위상을 올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아...”
요안나 선생님은 새삼 나를 바라보고는, 형에게 말했다.
“솔직히 믿기지 않을 때가 있어요.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기리인은 제 제자고, 제도의 아카데미에 와서 대마법사가 되기 위해 공부할 거라고, 그래서 세상사와 많이 얽히지 않고 마나의 길을 걸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기리인이 제도에서도 화제의 인물이 되어 황태자 저하와 친분이 생길 정도의 인물이 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어요.”
형은 그런데 고개를 저었다.
“주머니 속에 단검을 넣으면 아무리 조심해도 옷을 찢고 나오게 되어 있는 법이죠. 저는 기리인 정도의 재능이라면, 꼭 이런 방식이 아니라도 늦든 빠르든 어떻게든 이름을 알렸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제 생각보다 너무 빨리 그렇게 되기는 했지만요.”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오전중에 좀 바빠서...
찾아서 읽어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주시는 여러분들 덕에 힘내서 씁니다. 감사합니다.
Karsian 님 // 나중에 한조 궁같은거 쏘게 해 볼까요? "류요, 와가 테키오 쿠라에!"
화이트프레페 님 // 다량살상 무기를 쥐어주는 데는 이유가 있겠죠? ㅎㅎ;
melontea 님 // 강화시키는 만큼 굴려야...
eastarea 님 // 그러네요. 산탄 미사일이라고 봐야겠네요. 본격 전략병기 기리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