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87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나는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어쩌실 생각이시옵니까, 저하?”
저하는 심각한 표정을 지었다.
“나는 아무 것도 할 수 있는 게 없다. 내가 나설 수 있는 문제도 아니고 말이다.”
나는 고개를 저었다.
“저하의 입장에서는 그럴 것이라고 생각됩니다. 하지만 저하. 뒤집어서 생각해 보셔야 할 줄로 아룁니다.”
“뒤집어서?”
“저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입니다. 저하. 저 조직이 알리시아 양의 존재를 진작부터 몰랐을 리 없습니다.”
저하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왜 그렇게 생각하는가?”
“간단합니다, 저하. 저들이 보낸 메시지에 ‘ALICIA’가 누구인지 나와있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음? 무슨 소리인가?”
“저하. 만약 알리시아 양이 이번에 처음 주목받았다면 저들은 이 사람이 누구인지 모를 것입니다. 혹시나 들킬까봐 이런 마법 아이템을 이용해 통신하는 그들이 직접 만나 이야기하는 부담을 질 리 없다고 생각됩니다. 그렇다면 ‘어떤 알리시아’라는 이야기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알리시아 양의 성이라도 들어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대의 추측이 옳은 것 같다. 그렇다면...”
“저하. 그러면 알리시아 양은 안 그래도 주목의 대상이었는데, 이제 저하까지 그녀에게 관심을 보내고 계신다고 볼 여지가 있지 않겠습니까?”
“...그렇지.”
“그러면 알리시아 양이 위험하다고 볼 소지가 있는 것 아닙니까?”
“자네의 말이 맞군. 내가 도의적으로 책임감을 느낄 만한 상황이군...”
저하는 한숨을 푹 내쉬더니, 나를 보며 말했다.
“그럼 어찌하면 좋겠나, 기리인 경? 나는 나설 수 없는 상황 아닌가.”
나는 팔짱을 끼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우선, 내일 황태자 저하와 함께 찾아가서... 그리고, 그녀가 타겟이 되지 않으려면...
“이렇게 하시죠, 저하.”
나는 두 가지의 방안을 저하에게 이야기했다. 저하는 가만히 듣더니 말했다.
“방법은 방법이지만... 자네가 너무 위험하지 않은가?”
“비르히 님이 도와주신다면 어떻게든 되지 않겠습니까.”
“...확실히 그것이 일을 가장 빠르게 마무리할 수 있는 길인 듯 하군. 알았네. 기리인 경, 경의 충심과 공헌을 내 결코 잊지 않겠네.”
그냥 빨리 저를 놔 주시면 됩니다, 저하. 라고 속으로만 말했다.
<메인 퀘스트(3) -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14. 네놈을 추적해주마 - 업데이트>
<1) 그들이 보내는 정보를 보석으로 수신하세요. - 완료!>
<2) 기밀 서류를 분석하세요. - 완료!>
<3)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조직의 구성원을 추적해야 합니다.>
<난이도 : A>
<퀘스트 보상 : 연계 퀘스트로 이어집니다.>
그때 문에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저하, 누스마입니다. 활쏘기 준비가 되었습니다.”
“오, 알았다. 지금 나가겠다. 기리인 경. 함께 가세. 자네의 말 대로 더욱 친밀한 모습을 보여야지.”
“알겠습니다, 저하.”
“이야깃거리는 많이 있는가?”
“소신도 인생을 많이 산 것이 아닌데다 그닥 특이한 경험을 많이 한 것이 아닌지라... 그래도 저하께서 분부하시면 소신의 경험담을 말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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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자네 활은 특이하단 말이야...”
저하는 황궁의 무기고에서 꺼내온 것이 틀림없는 보통의 활을 보고, 내가 들고있는 컴파운드 보우를 보다가, 한 마디 하셨다.
“저하, 그러고 보니 어제 이 활을 만든 장인을 만나고 왔사옵니다. 디오틀라라는 장인인데 혹시 들어보셨는지요?”
나는 그렇게 말하고 활시위를 당겼다. 저하는 내가 활시위를 당긴 걸 보고 잠시 기다려 주었다. 나는 시위를 끝까지 당긴 다음, 가볍게 놓았다. 톡. 쐐애애애액! 터엉.
“디오틀라? 유명하지. 온갖 특이한 걸 만들어내는 장인 아닌가. 그가 만든 사이드가 달린 할버드가 곧 제국군 기마부대에 시범적으로 장착될 예정이라네. 그럼 그 활도?”
“네, 저하. 어제 디오틀라라는 자를 만났사옵니다. 그가 제 활을 손봐주었습니다.”
이번엔 저하의 차례. 저하는 제법 틀이 잡힌 자세로 시위를 당긴 후, 잠시 멈추었다가, 시위를 놓았다. 탕. 쐐애애액! 잘 날아는 갔지만 아쉽게도 중앙의 붉은 동그라미 바깥이었다.
“저하. 시위를 놓는 것이 아직도 약간 거치십니다. 조금 더 부드럽게 하소서.”
“그런가? 알았다. 아무튼, 그 활은 며칠 전 경이 어전시합에서 보여준 것보다 더 강해졌다는 이야기인가?”
“그렇다 할 수 있사옵니다. 사실 이 활을 얻은 것도 사정이 있었사옵니다.”
내 차례다. 나는 다시 시위를 당겼다. 가만히 있는 과녁에 같은 위치에서 쏘는 것이니 어려울 것 없다. 같은 조준, 바람만 약간 신경쓰면 된다. 약간 틀어서... 톡. 쐐애애애액! 텅. 이번에도 붉은 원 가운데 들어갔다.
“사정이라는 것이 무엇인가?”
“저하, 소신에게 이 활을 준 것은 북부군 아카데미의...”
저하가 내 조언에 따라 부드럽게 시위를 놓아 이번에는 빨간 동그라미 안에 화살을 집어넣는 동안, 나는 디혼 선생님과 디오틀라 씨의 이야기를 했다.
“거 참... 자네는 무슨 사연을 모으는 자석인가? 어째 자네 주변에는 그런 사연들이 몰리는 것 같은 인상이 드는구만.”
아하하. 나는 머리를 긁었다.
“그 활, 내가 한 번 쏴 봐도 될까?”
누구의 분부라고 거부할까. 나는 먼저 릴리즈를 풀어 저하에게 건넸다. 저하가 더듬대며 그걸 손에 차고는 신기하게 바라보았다.
“이것은 무엇인가?”
“저하, 이 활은 시위를 놓는 것이 더 중요한 활인지라, 최대한 충격이 덜 가게 하기 위해 이런 장치를 씁니다.”
“그렇군. 이 버튼을 누르면 되는 거군?
“그리고, 여기...”
활을 받아든 저하는, 화살을 하나 물리고는 시위를 당기다가 당황했다.
“으윽, 이거 왜 이리 뻑뻑해... 이익!”
8/3 중에 초반 8에 당황한 저하는, 그 지점을 지나고 나니 깜짝 놀랐다.
“초반에 힘을 몰아쓴 만큼 후반부가 편하군? 힘이 덜 들어가니 겨냥하기가 훨씬 쉽군... 흡!”
저하가 릴리즈를 건드리자 아까 손으로 놓을때보다 훨씬 부드럽게 시위가 풀리며 화살이 앞으로 날아갔다. 쐐애애애액! 텅.
“저하, 명중이옵니다.”
“이 활, 보기에 좀 그래서 그렇지 물건이로군, 확실히. 처음에 힘이 많이 들어서 그게 문제지...”
“디오틀라는 제가 이 활을 열심히 써서 사람들에게 익숙해지기를 바라는 것도 같습니다.”
“그도 그렇겠군. 기리인 경, 잠시 쉬지 않겠나?”
“그러시지요, 저하. 활은 이 쪽으로 주십시오.”
나는 활을 받아 상자에 집어넣고, 마침 과녁 근처에 서 있던 시종들이 뽑아다 준 화살도 받아 화살통에 챙겼다. 그동안 저하는 이미 차와 과자가 차려진 테이블 앞에 앉아 있었다. 내가 그리 걸어가자, 누스마가 차를 따랐다.
“경의 조언이 있으니 확실히 적중률이 높아지는군.”
웃으며 저하가 차를 들었다. 그러면서 눈짓. 으음. 지금부터 시작이다. 긴장하자.
“저하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무엇인들 못 하겠습니까.”
“그런가? 하하. 고맙네, 기리인 경. 그러고 보니 자네가 아까 가져다 준 자료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네.”
“그것은 제 공이 아니오라 자료를 정리한 에아임 경과 플레이크 모툼 경의 공이옵니다. 저야 중간에서 배달한 것 밖에 없사옵니다.”
“이를 말인가? 겸사겸사, 활도 배우고, 경과 친해지고, 이야기도 듣고. 좋지 않은가. 아주 중요한 정보도 들었고 말이야.”
“저하께서 즐거우셨다니 참 다행입니다.”
“그래서, 내일 아침에 나와 함께 어전에 들어가겠는가?”
“분부대로 하겠사옵니다, 저하.”
“그래. 이번 일을 조사하는데 공이 컸던 경의 말이라면 분명히 아바마마께서도 들으실 거야. 하아... 어쩌다가 이런 일이 되었는지...”
“저하, 듣는 귀가 많사옵니다. 말씀을 삼가소서.”
“아, 그래. 그렇지. 다른 이야기 하세. 경의 화려한 여성 편력에 대해 아까 이야기를 듣고 있던 참으로 기억하네만?”
“저하... 소신을 불쌍히 여기소서. 어찌 그런 이야기를...”
“무슨 불쌍히인가? 나처럼 연애 경험 없는 남자에게 경험에서 우러난 노하우를 전달해 주는 것은 의무일세, 의무.”
한동안 그런 의미없는 잡담을 했다. 나는 흘깃 누스마를 살폈다. 약간씩, 평온을 가장한 얼굴 표정의 바깥으로 초조함이 새어나오고 있다. 작전은 잘 진행되고 있는 모양이군. 저하는 하늘을 보고, 어이쿠, 하고 말했다.
“벌써 시간이 이리 되었군? 경을 너무 오래 붙들어 두었군. 오늘은 이만 작파하기로 하지.”
“알겠사옵니다, 저하.”
“오늘 나는 아쉽게도 재상부의 관리들과 저녁 만찬 약속이 있네. 경을 함께 참석시키고 싶은 마음은 간절하지만...”
“아닙니다, 저하. 소신이 낄 자리가 아닌 듯 하옵니다. 오히려 저하께 누가 될까 걱정이옵니다.”
“그래, 그리 생각해주니 고맙네. 내일 아침 마차를 보낼 테니 만나서 함께 어전으로 가세.”
“배려에 감사드리옵니다, 저하. 소신 오늘 밤 마지막으로 자료를 정리할 것입니다.”
“그래, 알겠네. 내일 아침에 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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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나는 테밀 누나와 뢰다 앞에서 초조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기 위해 애써야 했다. 다행히 형에게 쪽지나마 전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형은 형대로 지금 열심히 뛰고 있을 거다. 뢰다와 공놀이를 한참 해 주다가, 지친 뢰다가 잠들자, 나는 뢰다를 방에 눕히고, 테밀 누나에게 잘 자라고 인사한 후, 방에 돌아왔다.
한 가지를 확인한 후, 나는 다른 불을 모두 끄고 램프불만 켜 둔 채 테이블에 앉았다. 종이 몇 장을 펴 놓고, 나는 생각에 잠겼다. 지금까지 내가 내린 결론이 맞다면, 분명 뭔가 움직임이 있을 것이다. 있어야만 한다. 언제쯤 오려나.
내가 기다리다가 무료해 기지개를 켜는 순간, 문에서 두들기는 소리가 두 번 났다.
“들어오십시오. 문은 열려 있습니다.”
잠시 정적이 흐르다가, 문이 열리고, 두 사람이 들어왔다. 한 사람은 내가 모르는 사람이었다. 몸 쓰는 일을 하지는 않을 것 같은, 호리호리하고, 눈꼬리가 날카롭게 생긴 사람이다. 학자라기보다는... 그래, 마법사에 가까울 것 같다. 그리고.
“늦은 밤에 미안하군.”
내가 알고 있는 쪽의 사람은 내가 예상한 사람이 맞았다. 궁내부 장관, 프그단 경이었다.
============================ 작품 후기 ============================
급물살!
금~일요일은 낮에 한 편, 밤에 한 편씩만 올리겠습니다.
제목... 그대로 가기로 했는데 자꾸만 유혹이 생기네요.
사실 그대로 가기로 결정하고서도 선작이 늘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거든요...
그렇다고 아직 썩 끌리는 안이 있는 건 아니라...
'이런 작품이라면 조회수가 10배는 되어야 할 텐데' '제목이 안티가 확실하다' 이런 리플에 자꾸만 팔랑팔랑 귀가 팔랑대네요 ㅠㅠ 보시는 분들 의견 좀 부탁드려요.
jin-matient 님 // 칭찬 감사합니다. 제목은.. 오늘 코멘트 보고 결정하겠습니다.
eastarea 님 // 다음 제목은 '빛이 당신을 태울 것입니다'나 '정말 잘 하셨어요' 정도로 갈까요? ㅎㅎㅎ 다음 퀘스트는 예상하시는 것과 다른 방향으로 갈 것 같네요~
카드보험 님 // 비... 빌리 헤링턴...!
화이트프레페 님 // 그 여자들이 기린을 버렸다는 편견을 버리세요! 그 반대일수도 있어요! 아니면 합의하에 헤어졌다거나... (이게 다 리미 때문이다)
고대지식의돌 님 // 그러게요 ㅠㅠ 고대지식의돌이 예전에 카오스에 나왔던 아이템이었던가요?
두부세모 님 // 글쎄요, 어떻게 될까요? (순진한 표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