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89화 (189/309)

00189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다, 당신 뭐야...”

프그단 경은, 아니, ‘저걸’ 프그단 경이라고 할 수 있을까?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이미 변이가 끝난 그의 온 몸은 회색이었고, 피부의 광택도 보통 사람과는 다른 것 같았다. 그는 체념한 듯 허탈하게 웃으며 말했다.

“자네는 나를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정보 확인.’

<이름          : 프그단 알쿠

나이          : 986

HP           : 3920/3920

힘            : 72

민첩          : 75

지력          : 88

마나친화력    : 87

매력          : 85

지구력        : 66

특수          : 언변 88, 정령친화 80

스킬          : 위장 A0, 변신 B+>

<1000살이 가까운, 인외의 존재입니다.>

놀라야 정상일텐데 전혀 놀랍지가 않았다. 그럴 것 같았다, 어쩐지 이상하더라, 는 게 내 솔직한 감상이었다. 물음표가 드러난 그는, 확실히 ‘인외’의 존재 같았다.

‘띠링!’

눈 앞에 퀘스트창이 갱신되어 나타났다.

<메인 퀘스트(3) -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15. 추궁 - 업데이트>

<그의 비밀 서류가 밝혀졌다는 것, 그리고 그의 정체가 밝혀졌다는 것으로 인해 프그단은 현재 극도의 탈력감에 빠져 있습니다. 그를 더 압박하여 그의 목적을 밝혀내세요.>

<프그단의 비밀을 밝혀냈습니다. 보상이 주어집니다.>

<보상으로 연계 퀘스트가 진행됩니다.>

‘띠링!’

<메인 퀘스트 업데이트>

<퀘스트 달성 조건 : ‘이티클레 대륙의 진실’을 안다.

퀘스트 진행 힌트 :

1. 제도로 가서 요안나와 함께 당신의 몸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세요. - 진행중

2. 엘프 종족을 비롯한 숨어있는 고대 종족들에 대해 알고 그들을 추적하세요.

3. ???>

나는 프그단 경의 앞에서 놀라지 않기 위해 엄청 애를 써야 했다. 갑자기 메인 퀘스트? 엘프?! 아무리 잡아도 치르낙 대왕의 시기보다 몇 백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간신히 있을까말까 한 그 전설속의 엘프? 그게 왜 지금 나타나? 설마...?!

“당신, 엘프입니까?”

“역시 명민하군. 그렇다. 나는 엘프 중에서도 그레이의 일족이다.”

정말 오랜만에, 내 눈 앞에 있는 광경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무리 ‘냉철’과 ‘의지’를 동원해서 현 상황에 나를 적응시키려고 해도 그만큼 어마어마한 사실을 믿을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이미 사라져버린지 오래라는 엘프 종족이, 대체 왜, 궁내부 장관까지 하고 있는 거지?

“궁금한 게 많겠지.”

“어... 네, 정말 궁금한 게 많군요.”

“말해보게. 대답해 줄 수 있는 건 대답해 주도록 하겠네. 이미 들통날 만큼 들통난 것 같으니.”

와. 나는 침을 꿀꺽 삼켰다. 프그단 경이 인간이었다면? 지금까지처럼 그냥, 사건에 대해, 그리고 배후에 대해 추궁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가 인간이 아닌 천 살이 가까이 먹은 엘프라는 시점에서 내가 물어야 할 것은 완전히 달라진다. 그리고 나는 그가 사실을 이야기하는지 아닌지도 알 수 없다. 내가 믿는 것이라고는 내 ‘냉철’과 ‘언변’, 그리고... 음. 아무튼, 침착하게, 냉정하게.

“당신과 같은 존재들이 많이 있습니까?”

“많이, 의 기준이 어느 정도인지 모르겠군.”

으윽. 이제 될 대로 되라 하는 마음인 걸까, 아까보다는 침착을 찾은 그는 언변 88 이 말해주듯이 손쉽게 넘어오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럼 이렇게 물어볼까요. 제국 행정부에 당신처럼 인간으로 변신한 엘프는, 혹은 엘프 이외의 종족이 있다면 그것도, 몇 명이나 됩니까?”

“우리 이외의 종족이 있는지는 모른다. 엘프는 모든 종족을 막론하고 10명 정도 있는 걸로 알고 있다.”

10명이면... 적은 건 아니겠지만, 프그단 경이 그 존재로 증명하듯, 어느 고위직에 올라있을지 알 수 없다. 만약 프그단 경처럼 제국을 좌지우지하는 위치까지 올라가 있다면 결코 방심할 수 없을 것이다.

“당신들의 목적은 무엇입니까?”

“목적이라니?”

무슨 뜻인 지 모르겠다는 듯, 갸웃 하며 나를 바라보는 프그단 경. 회색 피부의 사람이 마치 인간 같은 표정을 지으며 바라보니 묘한 생각이 든다. 뭐라고 콕 집어낼 수는 없지만, 분명 같은 눈 코 입이 있지만 같은 감정을 갖고 있지는 않을 것 같은데.

아쉽다. 내 안의 마법사, 학자로서의 자신은 지금까지 몇백 년동안 사라진 종족들에 대한 궁금증, 이들이 인간과 어떻게 다르며 어떤 반응을 보이는가에 대해 알고 싶다. 하지만 사회적인 나는, 그리고 ‘퀘스트’를 짊어지고 있는 나는 그렇게 할 수 없다. 아쉽다. 언제든 기회가 있겠지, 라고 생각하며 나는 다시 물었다.

“프그단 경. 당신이 엘프라면 거의 천 년 가까이 살았을 것입니다.”

프그단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비해 인간은 길어야 몇십 년 삽니다. 그 중에서도 성년이 될 때까지는 교육만 받아야 하고요. 성년이 되고 나서 자기 일을 할 수 있는 건 고작 30년? 40년? 그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만약 제가 프그단 경이라면, 그러니까 엘프 종족이라면, 인간 세상에 나와서 이렇게 고생하실 게 아니고, 종족을 늘리기 위해 애써야 하는 것 아닙니까?”

“당연한 물음이야. 그렇다면 우리가 그렇게 하지 못하는 것에는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나는 왠지 그 웃음이 처연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이유입니까?”

“그건 말할 수 없네.”

“프그단 경.”

“미안하네. 하지만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말하지 못하는 것이니 이해해주게.”

저 표정, 답답해하는 표정까지 가짜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물론 그가 거짓말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내 ‘유도’와 ‘외교’가 작동하고 있는 걸 뚫고 거짓을 말한다... 아무리 천 년 가까이 산 엘프라고 해도 내가 일말의 의심도 없이 그 거짓말을 믿어주게 될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했다. 믿을 건 믿고, 의심할 건 의심하자. 나는 잠시 프그단 경의 표정을 살피다 물었다.

“어떤 종류의 금제가 걸려있는 것이군요?”

“그래. 어떤 금제인지 밝힐 수 없네. 하지만 우리가 세상에 숨어들어 함께 살아가는 것은 그 금제를 풀기 위한 노력이라고 보면 되겠군.”

“그 노력이 황족들에게 협박편지를 보내거나, 혹은 암살 시도를 하는 것입니까?”

잽싸게 고삐를 잡아챘지만, 프그단 경은 여전히 약간은 처연한 웃음을 보였다.

“말려든 자네에게는 미안하게 생각하네. 하지만 우리도 어쩔 수 없었어. 영민한 황태자가 우리 조직을 눈치챘기 때문에 말이야.”

“혼담 이야기군요. 혼담에 관한 이야기가 어떻게 전달되었는지 황태자 저하께서 밝혀내셨지요.”

“그래. 함정에 빠진 거지. 거의 단서가 없었을 텐데, 역으로 만들어낼 줄이야. 대단해.”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물론 저하의 전략 자체는 탁월했습니다만, 그 전략이 성공한 것은 저하의 솜씨만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솔직히 물어보죠. 저하가 호감을 품은 상대가 알리시아 양이라는 걸 알았을 때, ‘기회다’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뭣...”

아까만큼은 아니지만 화들짝 놀래버린 프그단 경. 나는 이번 사건, 황제 폐하가 나와 형을 부른 이래 급박하기 짝이 없게 진행된, 아직 채 열흘도 지나지 않은 이 모든 일들을 떠올리며,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말했다.

“솔직히 지금 황태자 저하의 위치는 흔들릴 것이 없지요. 황제 폐하께서도 건재하시고, 그 폐하의 유일한 계승자인데다가, 사이가 썩 좋지는 않지만 나스프 공작가를 외가로 업고 있지요. 그런 저하가 하필이면 알리시아 양을 골랐습니다. 기회다, 싶지 않았습니까? 황제 폐하로부터 황태자 저하를 멀리 떨어트려 놓을 수 있는?”

“아아...”

“좀 더 확인해보고 접근하셨어야죠. 너무 성급하셨습니다. 저같은 초심자도 금방 알아낼 수 있는 것을 어찌 비밀리에 조직을 유지해 오신 분께서 그렇게 쉽게 당하셨습니까.”

얼굴이 붉으락푸르락 해 지다가 다시 하얗게 질린 프그단 경은, 더듬거리며 말을 꺼냈다.

“그럼... 자네는, 우리가 잘못 짚었다는 건가...?”

“네. 일이 이렇게 된 건 우연의 산물이라고 봐도 무방할 겁니다.”

“아아........”

프그단 경은 다시 두 손을 얼굴에 파묻었다. 자책하는 걸까. 자책하는 거라면, 지금 일이 이렇게 된 것은 그가 주도한 것일까. 뭐... 이건 내가 밝혀낼 부분은 아닌 것 같다. 수사국에서 알아서 하시겠지.

“그래서, 다시 원점입니다. 대체 왜 그러신 건가요?”

한참동안 두 손에 얼굴을 파 묻고 있던 프그단 경은 손 사이로 나오는 억눌린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우리의 금제를 풀기 위해서는... 몇 가지 방법이 있다. 우리 얼마 남지 않은 엘프들 사이에서도 그 방법들에 대한 의견은 많이 갈리는 편이다. 내가 아까 제국 행정부에 엘프가 10명 정도 섞여있다 하지 않았던가? 이들의 의견이 모두 일치하는 것도 아니야. 나와 의견을 같이하는 사람은 몇 없네. 뭐... 그나마 자네들이 그 사람들마저 잡아낸 것 같지만 말이야...”

“그래서요? 아직 경은 내 질문에 대답하지 않았습니다.”

“나와 의견을 달리하는 이들이 어쩌는지까지는 모르겠다. 내가 추진하는 방법을 위해서는, 세상이 혼란스러워야 한다. 지금 고인 물처럼 가만히 정체된 세상에서는 우리가 찾는 사람이 묻혀서 나오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기에 우리는 세상을 흔들어놓고자 했다.”

세상을 흔들어놓고자, 라...

“그럼, 황제 폐하나 황태자 저하에게 협박을 한 것도, 지방의 기사단을 장악한 것도 그 때문이었겠군요.”

“장장 50년에 걸친 준비였다. 그것을...”

갑자기, 그는 나를 향해 눈을 매섭게 빛내기 시작했다.

“네 놈 때문이다. 네 놈이 그 때 나타나지 않았다면, 우리의 계획은 아무런 문제 없이 성공했을 것이다. 황제와 황태자는 서로 반목하고, 중부와 남부는 서로 내전을 일으키며, 세상은 혼란으로 빠져들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원하는 자를 우리는 찾을 수 있었을 것이야. 네 놈이! 하필 네 놈이...”

우당탕.

잠시 나는 뭔가 눈 앞에서 휙휙거리는 움직임에 정신을 잠시 놓고 말았다. 잠시 후 정신을 차려보니, 프그단 경이 바닥에 엎드려, 아니, 깔려 있었다. 어느새 튀어나온 비르히가 그를 순식간에 제압해 바닥에 짓누르고 있었다.

“후우... 감사합니다, 비르히 님. 믿고 있었지만 걱정도 했는데, 역시 명불허전이로군요.”

============================ 작품 후기 ============================

프그단을 체포했다!?

아직 끝나려면 좀 남았습니다.

찾아서 읽어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주시는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모두 여러분 덕에 이렇게 씁니다.

eastarea 님, 쇠황조롱이 님, 초산이 님, GoodYear 님, 화이트프레페 님 // 모두 '엘프' 맞추셨습니다. 아쉽게도 여자 엘프는 아니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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