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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90화 (190/309)

00190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후우... 감사합니다, 비르히 님. 믿고 있었지만 걱정도 했는데, 역시 명불허전이로군요.”

내 공치사에도 비르히는 아무 말 없이 밧줄을 꺼내 튼튼하게 프그단 경을 묶고 있었다. 팔이 뒤로 묶인 프그단 경을 의자에 앉히고, 의자에 다시 그를 묶었다. 이어 비르히는 쓰러져 자고 있는 마법사에게도 재갈을 물리고, 손을 뒤로 묶었다. 그러고도 잘 자고 있는 걸 보면 꽤나 실력 있는 마법사였나보다. 몸을 이리저리 비틀어보던 프그단 경은, 결국 의자에 얌전히 주저앉고 말았다.

“자, 프그단 경. 포기하시죠.”

“이잇...!”

강하게 이를 악물며 몸을 비트는 회색 피부의 엘프를 보니 잠시 현실감이 없어진다. 옛 이야기의 주인공이 된 것 같은 기분이다. 어쨌든, 나는 말을 이었다.

“저는 법에 대해 잘 모릅니다. 프그단 경은 확실히 인간이 아니니 제국법의 적용 이외의 대상일 수도 있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된 이상 과연 경이 무사할 수 있을까요. 당신의 행동은 분명 제국의 신민이라면 반역죄에 해당할 겁니다.”

“내가 제국의 신민이라면 그렇겠지.”

“그렇게 주장하실 겁니까. 그렇다면, 당신은 영원히 햇빛을 못 볼 지도 모릅니다.”

회색의 엘프는 자리에서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고 보니, 아까 붉으락푸르락 하던 것도 그렇고, 감정이 얼굴에 드러나는 건 인간과 같구나. 아니면 인간 사회에서 오래 살아서 인간처럼 그런 걸 드러내게 된 건가.

“...자네에게 그럴 권한이 있는가?”

“그럴리가요. 제가 정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습니다. 모두 추측이지요. 지금까지 제가 했던 것처럼요.”

“추측이 있으면 근거가 있을 것 아닌가.”

“근거랄 건 별로 없습니다. 그저, 제가 황제 폐하라면, 그리고 수사 기사단장이라면 이렇게 할 겁니다. 제국 정부의 이종족을 모두 잡아낼 수는 없습니다. 그게 누구인지 밝히는 것도 지난할뿐더러, 밝히려고 했다가는 오히려 그들이 패악을 부리거나 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경이 반역 혐의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체포 과정에서 죽었다, 라고 발표할 겁니다. 실제로는 저 지하 감옥에 가둬둔 채로요. 그러면 프그단 경이 엘프임을 아는 나머지 엘프들도 당분간은 조용히 지내겠지요.”

프그단 경은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인간들을 많이 봐 왔지만, 자네처럼 어린 나이에 현명함을 발휘하는 인간은 처음이군... 좋은 기회라 여겼는데, 자네같은 인간이 나타나 모든 걸 망치다니... 역시 신께서는 우리 엘프의 부활을 원치 않으시는 건가...”

‘자네같은 인간’이라... 사람들끼리 쓰면 욕이나 다름없는 표현이지만, 인간이 아닌 종족이 그렇게 말하니까 괜찮은거 같기도 하고. 프그단 경은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더니 말했다.

“기리인 경. 내 변신 마법이 왜 풀렸는지 아는가?”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저는 변신 마법에 대해 잘 모릅니다. 변신 마법은 인간에게 허락되지 않은 것이니까요.”

“그래, 그랬었지... 변신 마법의 요체는 마나를 끊기지 않게 흘리는 것이야. 처음에는 변신하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가만히 앉아서 마나를 돌리는 연습만 해야 할 정도로 힘든 마법이지. 심한 사람은 이걸 익히는데 10년 넘게 걸리기도 한다네. 나 역시 이걸 익숙하게, 어지간한 일에도 집중이 끊기지 않게끔 유지하는 데는 100년이 걸렸지.”

“그렇군요.”

100년이라니. 설사 인간이 변신 마법을 쓸 수 있어도 100년이나 숙련되어야 한다는 건 절대 달성할 수 없겠다.

“그런데, 자네가 마법이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때, 나는 자네에게 몸이 닿아서는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마법이 듣지 않는다는 것은 자네의 몸 주변에서 마나가 움직이지 않는다는 걸 말한다. 그런 자네의 몸이 내 몸에 닿는 순간, 마나의 흐름이 단절될 것이고... 내 변신 마법은 끊어지고 말겠지. 아까 내가 자네의 몸에 닿지 않으려 했던 것은 그 이유야.”

“그랬군요...”

“하아... 그런 줄 진작에 알았다면, 이런 복잡한 짓 따위, 50년의 안배 따위 아무 것도 필요없었을 텐데...”

“무슨 말입니까?”

프그단 경은 도박에서 모든 것을 다 잃었는데, 알고 보니 카드를 한 장 빼놓고 승부에 임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처럼 허탈한 표정으로 말했다.

“바로 자네같은 사람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라네.”

“네?”

“우리 엘프의... 아니, 아니지. 다른 이종족이 있다면 그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자네의 몸에 마법이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 알려지는 순간 모든 이종족들은 자네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할 것이다.”

...이젠 이종족까지?

“무슨 이야기입니까?”

“자세한 것은 금제로 인해 이야기해 줄 수 없다.”

아, 졸라 짜증난다.

“하지만 이것 한 가지는 이야기해 줄 수 있겠지. 우리의 금제를 풀기 위한 방법이 전승되어오고 있다. 그 열쇠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마나의 갑옷을 입은 자’이다. 자네처럼, 몸 주변의 마나가 고정되어 있는 것도 그 중 하나라는 해석이 있다. 특히 우리 엘프들이 지지하는 해석이다. 다른 이종족도, 있긴 하다면, 그리고 그들이 자네의 체질을 알게 된다면, 분명 자네에게 접근하게 될 것이다.”

프그단 경은 다시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자네가 그런 몸이라는 걸 알았다면, 진작에... 이 모든 행동을 중단하고 자네에게 와서 진지하게 말을 해 봤을 것인데...”

이 아저씨가 어디서 약을 팔아.

“아뇨. 당신은 무장한 사람들을 데려 와서 나를 강제로 끌고 갔겠죠. 나는 거기에 저항할 것이고, 당신은 내 시체밖에 갖지 못했을 것입니다. 자기 행동을 합리화하는 것이 엘프에게도 일반화된 태도라는 것 잘 알았습니다.”

“이익...”

대놓고 비꼬는 내 말에 프그단 경은 이를 악물었다. 당신이 그래봐야 어쩔 건데. 그 때, 집 밖이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했다. 프그단 경의 표정이 그제야 밝아졌다.

“이제 오는군. 조마조마해하고 있었지.”

“사람들을 불렀습니까? 야밤에 대규모의 인력을 움직이는 건 아무리 당신이라도 위험부담이 클 테고, 일정 시간이 지나도 연락하지 않으면 오게 되어있는 모양이군요.”

“자네 정말 영민하군. 내가 본 모든 인간과 엘프를 통틀어 자네만큼 영민한 사람은 본 적이 없어. 아쉽군. 자네같은 사람을 여기에서 보내야 하다니.”

하. 이 사람 보게.

“여기, 비르히 님은 보이지도 않습니까?”

“물론 무력은 이길 수 있겠지. 하지만, 그도 인간이다. 불을 이길 수는 없겠지.”

나는 히죽 웃었다.

“지금 그 말로 당신과 당신 조직은 살인과 방화의 혐의까지 추가되었습니다. 여기 비르히가 증인이자 피해자입니다.”

“...자네 간은 어디 배 밖에 두고 왔나? 자네 죽는다니까?”

“한 가지 알려드려야겠군요. 이곳은 수사기사단 2급 기사 에아임 로그푸스의 집입니다. 그리고 수사기사는 휘하 기사와 수도 경비대원들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이 있지요.”

“서, 설마...!”

나는 이제 봐 줄 것 없다는 생각에 그를 묶은 밧줄을 거세게 잡아챘다. 프그단 경이 바닥에 나뒹굴자, 나는 바닥에 웅크린 자세로 나를 드디어 공포에 젖은 눈으로 올려다보는 그에게 경멸을 담아 말해주었다.

“대체 천 년이나 살았고 50년이나 준비했다는 음모의 수준이, 열아홉 살 짜리가 하루 고민해서 방비한 대책에 펑펑 터져나간다는 게 말이나 됩니까?”

“으윽...”

“이런 수준으로 반역을 준비한다고요? 웃기지도 않는군요. 평생 지하감옥에서 썩을 걱정이나 하십시오.”

똑, 똑. 문을 두드리는 소리.

“기리인, 형이다.”

“잠시만요.”

비르히에게 눈짓하자, 그가 칼을 뽑아 프그단 경에게 겨누었다. 나는 문으로 다가가, 문틈으로 바깥을 살짝 내다보았다. 형은 두 사람의 병사와 함께 서 있었다. 혹시나 해서 약간 봤지만, 병사들은 형에게 칼을 겨누고 있다거나 하지는 않은 것 같았다. 나는 문을 열었고, 형은 두 병사와 저벅저벅 걸어들어왔다...가, 비르히의 발치에 있는 회색의 프그단 경을 보고 깜짝 놀랐다.

“어, 어? 저거 뭐야.”

“프그단 경이에요.”

“뭐 하룻밤 사이에 문신이라도 받은 거냐?”

...이건 아저씨의 농담이라고 봐야 하나.

“아뇨. 사정이 길어요. 가면서 정리해서 말해 줄게요. 바깥은 정리됐나요?”

“거의. 지금 기사단으로 갈 거지? 같이 가자.”

“네. 비르히 님, 같이 가 주시죠.”

그는 묵묵히 고개를 끄덕이고는, 잠든 마법사를 어깨에 들처메었다. 형은 칼을 뽑아들고 프그단 경을 일어나게 한 후, 등에 칼을 겨누고 앞으로 걷게 했다. 나는 형의 곁에서 걷기 시작했다. 내가 별채의 문을 잠그자, 형은 따라온 병사 두 명에게 “이 곳이 사건 현장이다. 잘 지켜라.” 라고 지시한 후, 집 앞에 선 마차에 밀어넣었다.

집 밖은 꽤 어수선했다. 다행히 뭐 불이 나거나 사람이 다치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병사들이 집 주변을 둘러서 지키고 있었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이 아직도 쫓고 쫓기는 듯, 골목 저 편에서 소란스러운 소리가 났다. 형은 마차에 타기 전에 외쳤다.

“3분대! 지금 수괴를 데리고 수사단 본부로 갈 것이다! 마차 주변을 호위하며 뛰어서 함께 귀환한다! 1, 2분대는 작전을 지속한다!”

============================ 작품 후기 ============================

SKT의 롤챔스 우승을 축하합니다. 스고수 힘내요 ㅠㅠ

찾아서 읽어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주시는 여러분들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에 저는 이 글을 씁니다.

eastarea 님 // 갑자기 그렌라간의 한 대사가 떠오르네요. "내 드릴은 한계따위 뚫어버린다!" 아 이게 아닌가... ㅎㅎ;;;;

화이트프레페 님 // 조만간 전쟁소설로 변할지도 모르죠! ㅎㅎ;;;

쓰굴 님 // 어머나 세상에 눈치도 빠르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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