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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91화 (191/309)

00191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마차가 제도의 밤길을 달려갔다. 다각다각. 수사 기사단에서 범죄자를 호송하기 위해 만든, 창문이 없는 튼튼한 마차다. 비르히와 에아임 형이 안쪽에 프그단 경을 몰아넣은 채 앉아 있었다. 비르히는 칼을 뽑지는 않았지만 언제든 뽑을 수 있게 칼자루 근처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아마, 나를 무섭게 했던 그 위압을 적용시키고 있지 않을까. 그리고 바닥에는 그 마법사가 아직도 코를 고로롱거리며 잘 자고 있었고, 형은 내 이야기를 들으며 황당해하고 있었다.

“진짜? 진짜야?”

“그렇다니까요.”

“아니... 거 참... 물론 너 혼자 본 것도 아니고 비르히도 함께 보고 들었으니까 믿어야 하는 거겠지? 아무리 그래도... 엘프라니...”

믿어야 하는데, 믿을 수가 없다. 눈앞에서 본 나도 그랬는데. 나도 냉철의 도움으로 간신히 납득하고 의지력의 힘으로 믿어버린 나도 참 힘들었는데, 천 년 넘게 사라진 지 오래라는 엘프가 지금 이렇게 눈 앞에, 그것도 사람으로 위장하고 살았다니 말이다.

“그래서? 왜 그랬대?”

“종족의 재생에 금제가 걸려 있는데, 그 금제가 뭔지 말은 못 하지만, 그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능력을 지닌 사람이 필요하고, 그 사람을 찾기 위해서는 혼란스러운 세상이 필요하대요. 그래야 그런 사람들이 많이 튀어나올 거라고.”

정리해 놓고 보니 이렇게 간단한 것을. 형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물었다.

“흐음... 그러면 내가 정리한 명단에 나온 사람들이 모두 엘프인 거야?”

“아, 아뇨. 믿을 수 있을지는 잘은 모르겠지만, 제국 행정부에는 약 10명 정도 있대요. 자신 이외의 이종족은 잘 모른다고 하고요.”

“그 중에서 10명이면 많지는 않지만, 어떤 위치에 있느냐가 문제군. 그렇다고 대규모 전수조사 따위 할 수도 없고...”

“아마 추밀원 회의에서 결정되기는 하겠지만, ‘프그단이 공개 처형되었다’는 이야기만 흘려도 좋을 거에요. 그럼 알아서들 사리겠죠. 그리고 비밀리에 일일이 확인하면 되지 않겠어요? 프그단 경 말로는 변신 마법을 쓰기 위해서는 마나를 계속 끊임없이 몸에서 돌려야 한다고 했어요. 그걸 이용하면 얼마든지 확인할 수 있을 거에요.”

“그래, 니 의견이 좋아보이긴 한다. 그런 쪽으로 보고서 써야지. 참... 아직도 믿을 수가 없네.”

“에아임 경.”

가만히 우리 이야기를 듣고 있던 프그단 경이 고개를 들고 우리를 불렀다. 가차없는 비르히가 스릉- 하며 칼을 약간 뽑아들었지만, 아직은 상황을 더 볼 요량인지 행동에 나서지는 않았다.

“무슨 일입니까?”

“나를 놔 주게.”

“헛소리도 참 창의적이시군요.”

형은 건성으로 대답했지만, 프그단 경은 다시 진지하고 애절하게 대답했다.

“나는 보다시피 엘프일세, 제국법의 지배를 받는 존재도 아니지 않나. 게다가, 더 이상 번식을 하지 못하는 우리 엘프들에게는 한 명 한 명이 종족 보존을 위해 필수적인 존재라네. 자비를 베풀어 줄 수 없겠는가?”

형은 여전히 건성으로 고개를 저었다.

“사정 없는 범죄자 없고, 애절하지 않은 범죄자 없습니다. 어느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제 동정심을 유발할 작정이시라면 그냥 포기하시는 게 좋겠습니다.”

“에아임 경...”

형은 분노한 표정과 말투로 그에게 쏘아대었다.

“애초에, 당신이 자비를 구할 입장인지 생각해 보십시오. 당신은 지위를 이용해 황궁의 온갖 비밀을 빼돌렸으며, 황태자 저하의 목숨을 위협하기까지 했습니다. 그 뿐입니까. 당신은 내 동생을 죽이거나 납치하려 들었고, 또한 방화와 살인 미수도 저지르려 했습니다. 그런 당신이 이제 와서 ‘종족을 유지해야만 한다’라고 나오는 건 참 역겹기 짝이 없군요.”

“아아...”

“내가 약속할 수 있는 건, 나는 공정할 거라는 것입니다. 사실대로 보고하고,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저하의 자비를 믿어 보라는 얘기밖에 못 하겠습니다.”

프그단 경은 좌절인지 안심인지 모를 표정으로 고개를 푹 숙였다. 그러는 동안, 마차가 크게 오른쪽으로 돌았다. 그 순간.

꽝!

마차가 갑자기 크게 기울어졌다. 이히히힝! 마차에 붙은 말이 발버둥을 치자, 온 힘을 다해 요동치는 마차에 달라붙어 있던 마부가 말들을 마차에 묶고 있는 띠를 황급히 풀어냈다. 말들이 앞으로 뛰쳐나가자, 마차가 크게 기울며 옆으로 쓰러지기 시작했다.

쿵!

눈에서 별이 번쩍 할 정도로 뒤통수를 세게 부딪혔다. 으악! 아, 아프다!

“기리인! 괜찮아?”

형은 황급히 나를 향해 물어왔다. 어떻게 멀쩡할 수가 있지. 애초에 다치지 않은 것처럼.

“아... 머리 부딪혔어요. 좀 아파요.”

“괜찮아. 죽을 정도는 아냐.”

헐. 보지도 않고. 형은 그렇게 얘기하더니, 주변을 살폈다. 마차 안에 켜져 있던 마력석 등이 넘어지며 깨졌다. 바깥은 칠흑같이 어두웠다. 형은 얼른, 옆으로 넘어져 천장쪽에 위치한 문을 열고, 바깥을 내다보았다.

형이 연 문 사이로 주변에서 칼 소리와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제길, 습격이다. 기리인, 활 안 가져왔지?”

“네...”

“괜찮아. 저들의 목적은 프그단 경이다. 그 마법사는?”

열린 문으로 새어들어온 불빛을 의지해 마차 안을 두리번거리다, 바닥에서 그 마법사를 발견했다.

“아직 자요.”

“다행이다. 기리인, 네가 그 마법사를 좀 끌고 나와라. 비르히, 프그단을 끌고 이리로 나오십시오.”

나는 어떻게 할까 하다가, 배에 힘을 꽉 주고 그 마법사를 묶은 줄을 잡아 들어올렸다. 형이 그 마법사를 받아 마차 옆면, 그러니까 지금 마차가 넘어가 있는 면 위에 올려놓는 동안, 나는 문을 잡고 몸을 확 당겨 올라갔다. 그리고, 비르히가 칼로 위협해 문 가까이 오게 한 프그단 경의 몸에 묶은 밧줄을 잡아당겨 잠든 짐짝 신세의 마법사 옆에 내려놓았다.

주변은 다행히 심각한 상황은 아니었다. 10명 정도의 적을 맞아 우리 마차 옆에서 달리던 3분대가 싸우고 있었다. 마차 바퀴를 망가트린 건 마법은 아닌 것 같았다. 부서진 바퀴와 바퀴살에 끼어 있는 커다란 쇠막대기 등이 보였다. 이미 습격자들 중 몇 명은 절명해 쓰러져 있었다.

“저기다!”

“프그단 님!”

“모두 멈춰라! 칼을 내려놓지 않는다면 이 자의 목숨은 없다!”

형이 그렇게 우렁차게 외치는 동안, 비르히는 눈치빠르게 칼을 프그단 경의 목젖 앞에 가져다 댔다.

“헹! 웃기시네! 어차피 죽일 거면서 뭘 살려주네 마네 해? 그리고 지금 프그단 님을 죽이면 니네가 과연 수사를 할 수 있을까? 어차피 못 죽여! 계속 쳐라!”

복면을 쓴 여남은 명의 습격자는 더욱 맹렬히 달려들었다. 하지만, 마차 위에서 상황을 지켜보는 나에게도, 이 문외한의 눈에도 실력의 차이는 명확해 보였다. 이를 악물고 칼을 휘두르는 습격자들에 비해 기사단원들은 매우 침착하고 냉정하게 공세에 대처하며, 간간이 역습을 넣어 상대를 혼비백산하게 하고 있었다.

“으악!”

한 놈이 검을 쥔 손목째로 날아간 팔을 왼손으로 붙잡고 비명을 질렀다. 하지만 그 비명을 만들어 낸 기사단원은 전혀 동요하지 않고, 잽싸게 옆으로 돌아가 부츠 신은 발로 오금을 강하게 걷어찬 후, 주저앉는 상대를 정확히 노려 뒷통수를 후려갈겼다. 퍼억 소리가 날 정도로 강하게, 비틀거리며 기절한 그 놈은 손목을 감싸쥔 채로 쓰러졌다. 저러면 피가 안 멎어서 죽을 텐데... 하긴 국사범이니 죽어도 상관없다는 건가.

그 놈을 시작으로, 한 놈, 두 놈씩 제압당하기 시작했다. 이대로면 금방 체포할 수 있겠다고 생각한 나는, 순수하게 표정이 궁금해서, 프그단 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는 놀라운 광경을 보고 말았다.

“어엇!”

어느새 프그단 경은 어깨를 말도 안 되게 움츠리고 있었다. 아니, 저 정도면 팔을 잡아뽑는다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렇게 해서 몸에 묶은 줄에서 벗어난 그는 목에 겨누고 있던 비르히의 칼을 피해 앞으로 굴렀다. 비르히가 놓치지 않겠다는 듯 쫓아가, 칼을 휘둘렀다. 프그단 경은 마치 그 칼을 손으로 막으려는 듯, 혹은 비르히를 밀치려는 듯 손을 뻗었다.

아니, 아니다. 다른 사람은 그렇게 이야기할 수 있겠다. 하지만 가까이에서 프그단 경의 눈을 본 나는, 상대에 대한 적의도, 혹은 공포도 그 자리에 없었다고 확신할 수 있다. 프그단 경의 눈에 들어있던 것은 바로 ‘결의’였다. 어쩔 수 없이 해야 하는 일을, 최선을 다해 하는 느낌. 프그단 경은 알았을까. 비르히가 그를 단 칼에 죽이지 않으리라는 것을.

칼의 궤적에서 프그단 경은 몸을 살짝 비키며 손을 뻗었다. 비르히의 가차없는 칼날이 프그단의 두 손목을 정확히 지났고, 그의 회색빛 두 손과 열 손가락은 뎅겅 잘려 하늘로 튀어올랐다.

“으으으윽!”

무시무시한 앓는 소리를 내었지만, 손목이 잘리며 그를 손에서 묶고 있던 밧줄도 잘린 프그단 경은 곧바로 마차 아래로 뛰어내렸다.

“잡아!”

“어딜! 프그단 님을 지켜라!”

남은 습격자 놈들이 필사적으로 프그단을 향해 달려드는 기사단원들을 막았지만, 중과부적이라 한두 명의 기사단원이 프그단 경을 향해 접근했다. 다시, 두 손이 지금 막 잘려나갔는데도 눈을 결의로 불태우고 있는 프그단 경이, 휘둘러진 두 칼날 아래로 몸을 굴렸다.

“아아악!”

기사단원들은 하수가 아니다. 그렇게 땅을 구르는 상대를 놓치지 않고 그의 옆구리와 등에 기다란 검상을 내 주었지만, 프그단 경 역시 칼에 자신의 몸을 내어주며 그 틈을 이용해 공세의 범위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두 기사단원을 돌파한 프그단 경은 불문곡직하고 저 쪽을 향해 피를 흘리며 달려가기 시작했다.

“제기랄! 뭣들 하냐! 다 쫓아! 지원을 요청해라!”

형이 당황해 그렇게 외치는 동안, 나는 압도당해 있었다. 프그단 경의 눈에 비쳤던 결의. 단순히 탈출을 위해, 몸에 묶었던 줄을 풀어내기 위해 두 손목을 희생한다고. 그게 가능한 건가. 대체 그의 숙원은, 종족을 회생시켜야 한다는 그의 숙원은 얼마나 강한 것이기에, 손목을 내어주면서, 등과 옆구리에 칼을 맞을 걸 알면서도 탈출을 노리는 것일까. 천 년이나 그런 목적을 위해 살아온 존재는 그렇게 되는 건가.

“아... 골치아프게 됐네. 기리인. 너 봤냐?”

“네. 아무래도 종족적 특성인 것 같아요. 인간의 그것이라고는 할 수 없는 식으로 몸을 움직였어요.”

“하아... 일단, 미안한데, 기리인. 마차 안에서 내 가방 좀.”

내가 마차 안으로 뛰어들어 형의 가방을 꺼내주었다. 미틱 시에서도 봤던, 수사 기사를 위한 온갖 도구가 정리되어 있는 가방이었다. 거기에서 형은 자루 하나를 꺼내어서는 비르히가 잘라낸 프그단 경의 두 손목을 자루에 담았다.

“엘프 얘기는 너무 믿을 수가 없어. 설사 기리인 너하고 비르히가 증언한다 해도 그냥은 못 넘어갈 거다. 그러니 이거라도 보여줘야겠지. 사람과 명백히 다른 이 손을 보면 안 믿을 수는 없을거다.”

그때 멀리서 마차 세 대가 달려오고 있었다. 수사 기사단의 검은색 마차였다.

“다행히 늦지 않게 오는군.”

우리 앞에서 멈춰선 마차에서 여러 명이 우르르 내렸다. 그 사람들은 순식간에 마차 앞에 모이더니, 에아임 형을 보고는 경례를 올렸다. 형이 경례에 답한 후 말했다.

“심각한 상황이다. 반란수괴로 보이는 자가 탈출했다. 현재 3조가 그들을 추적중이다. 4조와 5조는 즉시 3조에게 합류해, 수괴를 추적해 그 놈들의 조직을 쫓을 수 있도록 한다. 6조는 여기 남아 현장을 정리하고 증거를 수집한다. 실시!”

그들이 아무 말 없이 아까 3조가 사라진 쪽으로 달려가자, 형은 6조의 조장에게 다가가 뭐라 말했다. 그가 고개를 끄덕이자, 형은 나와 비르히에게 손짓했다.

“기사단 본부로 들어갈 거야. 오늘 밤 황궁에서 펼쳐진 체포 작전의 성과도 알아봐야 하고, 내일 황제 폐하에게 직접 보고드릴 것도 정리해야 한다. 비르히 님은 기리인의 경호 겸 증인으로 참석해 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기리인 너는, 사건의 중심 인물이니까 너의 증언이 없으면 안 되잖아. 같이 갈 거지?”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 밤 잠은 다 잤구나.

============================ 작품 후기 ============================

오늘 낮 연재를 못 해서 죄송합니다.

실은 지금 좀 아픕니다.

대상포진이 약하게 왔습니다.; 다행히 초기에 발견해 약먹어서 좀 낫긴 한데...

그래서 오늘 낮에는 헤롱거리며 잤습니다. 깨고 나서는 애들 보느라 시간 다 보냈구요.

원래는 한 편 더 올리려고 했는데 그냥 분량 약간 더 넣는 정도에서 그쳤네요.;

내일 가능하면 한 편 더 올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늘 말씀드리지만, 찾아서 읽어주시고,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보내주시는 여러분들이 제 힘입니다.

니코틴 님 후원쿠폰 감사합니다.

체크필통 님 // 그러게요. 역시 60년짜리 인생이든 1000년짜리 인생이든 인생은 타이밍~

얼룩야옹이 님 // 그 자세한 내용은 곧 연재분에서 소화하도록 할게요. 감사합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아사히나 선배~!

eastarea 님 // 정말 그 어 딜도 망가 는 이 게이 스포츠야 와 함께 띄어쓰기의 명작이 아닌가 합니다 ㅋㅋㅋ 아, 윤도현 의사랑 했나봐 도 있군요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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