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92화 (192/309)

00192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황궁 내성으로 형과 함께 걸어가면서 나는 형의 표정을 흘깃거렸다. 형의 표정은 아무리 좋게 봐 주려 해도 어두웠다. 밤샘의 피로 때문이 아니다. 나도 참을만한 수준이었는데, 미틱 시에서 며칠 밤을 새고도 끄떡없었던 형이 저 정도에 흔들릴 리가 없다.

문제는 결국 프그단을 놓쳐버렸다는 데 있다. 그를 따르던 조직이 생각보다 치밀하고 충성스러웠던지, 프그단을 쫓는 수사기사의 발목을 붙들고 허리를 껴안고 늘어지며 수많은 사상자를 내면서도 끝끝내 프그단을 도망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한다. 물론 놓친 것이 형의 책임은 아니지만, 반역을 제1의 적으로 삼는 수사 기사단으로서 이는 칭죄(稱罪)해야 마땅한 잘못이다...라고 한다.

그리고 나는, 칭죄하러 가는 것은 아니지만... 어쩌면 가서 황제 폐하 앞에서 칭죄해야 할 지도 모르겠다. 내가 하는 얘기는 분명 황제 폐하가 싫어하실 이야기일 테니까.

궁성은 소란스러웠다. 어젯밤 전격적으로 실시된 체포작전은 궁성에서는 그나마 성공적이었다고 한다. 프그단이 자리를 비울 것이 확실시되자, 형은 황태자 저하의 도움을 받아 프그단 경의 방에 들어가, 황태자 저하에게 들은 대로 비밀 서류를 빼낸 다음, 그 자리에서 서류를 분석해 궁내부원들 중 가담자를 추려냈다. 이어 경비대원들 중 비가담자를 이용해 경비대원 중에 있던 가담자를 빠르게 체포한 후, 경비대원들을 이용해 별궁에서 자고 있던 가담자들을 빠르게 체포해냈다. 궁성의 소란이 밖으로 새어나가 불안하게 되는 것이 대개 궁성에서 일어나는 사건 이후에 제도가 불안해지는 주요 원인이라는데, 어제는 오히려 궁성 밖이 훨씬 더 시끄러웠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궁내부원과 경비대원들 사이에서 적지 않은 수가 체포되는 결과를 낳았고, 그 덕분에 궁성의 업무는 꽤 많은 차질을 받고 있었다. 그 소란스러움은 외부자인 우리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정도였다.

우리를 맞아준 것은 놀랍게도 황태자 저하였다.

“저하!”

무릎을 꿇으려는 우리를 저하가 황급히 달려와 막았다.

“이러지 말게. 경들은 최고의 공신들이야. 이런 사소한 예의에 얽매이지 말게.”

“화, 황공하옵니다 저하...”

우리를 손수 일으킨 저하는,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해 보이려는 듯 바지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으며 말했다.

“다행히 형님, 형님께서 일을 잘 해 주셔서 궁성의 조직은 뿌리뽑은 듯 합니다. 궁내부 조직이 좀 많이 흔들리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요.”

“이를 말이겠습니까. 이를 통해 다시 조직을 다지는 계기로 삼으면 될 것입니다.”

나는 나스프 공작을 떠올렸다. 궁내부가 그의 손에 장악되어 있다고 하지 않았던가. 물론 프그단이 엘프였고, 그를 이용해 비밀 조직을 만들어 왔다는 것을 나스프 공작이 알 도리는 없었겠지만, 나스프 공작이 프그단 경을 천거한 것임을 생각해 볼 때 아무래도 위세가 한두 끗 깎여나가는 것은 어쩔 수 없지 않을까. 지금 내가 물어볼 계제는 아닌 것 같다. 저하는 내 묻지 않은 물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가볍게 미소지으며 말했다.

“가시죠. 아바마마께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형님과 기리인 경의 보고를 들으시고, 이후에 확대 추밀원 회의를 진행하실 예정입니다.”

저하를 따라 걷는 길은 한 번 가 봤던 길이라 눈에 익은 길이었다. 황궁은 그 때나 지금이나 호화스럽고 고급스럽기 짝이 없었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바짝 긴장한 나는 그런 게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기리인 경, 긴장 풀게. 자네는 공을 세운 거야. 벌을 받으러 들어가는 게 아니야.”

그렇게 황태자 저하께서 위로까지 해 주었지만 내 귀에는 전혀 들려오지 않았다. 왜냐하면...

<메인 퀘스트(3) -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18. 보고>

<아쉽게도 프그단은 놓쳤지만, 그가 가지고 있던 기밀 서류를 확보하여 조직을 와해시킬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황제 폐하에게 이를 보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또한 당신은 프그단의 비밀을 밝혀내어 황제 폐하에게 보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 역시 커다란 성과라 하겠습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당신은 황제 폐하에게 말할 것이 생겼습니다. 이 카드를 활용할지 안 할 지는 당신의 선택입니다.>

<황제 폐하에게 지금까지의 조사 결과에 대해 보고하고, 조치를 받으세요.

<난이도 : S+>

<보상 – 황제로부터 수령하세요.>

#15에서 갑자기 #18로 뛰었다. 그리고, 난이도는 오히려 더 올라갔다. 보고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뜻 같다. 하아. 왜 이러냐, 정말. 어제 내 목숨 내놓고 작전을 수행해 완전히는 아니라도 성공적으로 마쳤는데. 마지막 고비가 하나 남아있다는 건가.

태자 저하를 따라 우리는 서재의 문 앞에 섰다.

“아바마마, 소자이옵니다. 두 사람이 지금 도착했사옵니다.”

“들라.”

시종도 뭐도 아무도 없나보다. 저하가 직접 문을 열고, 우리 셋은 서재로 들어갔다. 황제 폐하는 책상에 기대고 서 있었다. 저하가 마치 중립적인 위치에 서듯, 형과 나와 황제 폐하로부터 떨어진 곳에 가서 서고, 형과 나는 즉각 무릎을 꿇었다.

“황제 폐하를 알현합니다.”

“쯧.”

혀 차는 소리. 나는 고개를 숙인 채 형을 곁눈질했다. 형의 표정이 빠르게 굳어가는 게 보였다. 뭐야. 왜 이래. 설마... 우리한테 화를 내고 있는 건가.

“역시 근본없는 자를 믿는 것이 아니었거늘.”

울컥. 다행히 아직까지는 내 이성이 내 행동을 억제하고 있었다. 하지만, 황태자를 살리기 위해 죽어라고 구른 건 나인데, ‘근본없는 자’로 그걸 매도해? 그리고 이걸 실패로 정의한다 말이지? 어디 뭐라 하나 들어나 보자.

“일을 조용히 처리할 방법이 분명히 있었을 터인데, 정치에 대해 일말의 고려도 없이 터트리기만 하면 전부인가? 그렇게 해서 제국의 중신들을 흔들면 누가 짐을 섬길 것인가. 이 무지한 자들아. 네 놈들이, 황태자의 눈을 어지럽히고, 정치를 흔든, 간신들 아니냐.”

무섭기도 했지만, 화도 났다. 아니, 그 두 가지 감정보다 나는 ‘이 사람이 왜 이러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궁내부원들이 꽤 없어지긴 했다. 하지만 50년 넘게 암약하며 제국 곳곳에 음모를 뻗친 조직을 하룻밤사이에 잡아내었는데, 그에 대해서는 ‘터트리기만 하면’이라고 넘어가고, ‘중신들을 흔든다’? 누가 뭐라고 하기라도 한 것인가?

“아바마마, 말씀이 너무...”

“닥쳐라! 네 놈도 멍청하기 그지 없구나! 어찌 이런 자들의 감언이설에...”

황태자에게 닥쳐라, 라고. 흐음. 감이 올 것도 같고 아닐 것도 같고.

“에아임, 자네의 사람 보는 눈도 이번에는 아주 장대하게 실패했군. 그 뿐만이 아니야. 저런 근본없는 자의 감언이설에 넘어가, 눈이 흐려졌어.”

“폐하...”

형도 워낙 당황하고 어이가 없어서 말문이 막힌 것 같았다.

“아바마마, 먼저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심이 어떨는지요.”

“들을 것도 없다. 에아임, 자네는 가서 근신하고 있게. 그리고 저 근본없는 자의 조치는 곧 회의를 통해 결정할 것이야. 물러들 가라.”

하아, 이렇게 나오신다 이거지. 이쯤 되면 나도 그 동안 보고 들은 것이 있는데 그냥 넘어갈 수는 없지.

“알겠사옵니다, 폐하. 옥체 보중하소서. 알리시아 양에게는 제가 대신 소식 전할 것이옵니다.”

조용히 뒷걸음질쳐서 물러나온다. 큰 도박수인데, 통해야 할텐데... 하나, 둘, 셋.

“거기 서라.”

나는 뒷걸음질치던 자세 그대로 그 자리에 다시 무릎을 꿇는다.

“알리시아? 뫼르말 백작의 여식을 말하는가? 그 얘기가 왜 여기서 나오는 것이지?”

당신 연기도 꽤나 수준급인데? 하지만 내 냉철이 꿰뚫어보지 못할 정도는 아니야. 당신 목소리가 떨리고 있어.

“오늘 저녁에 알리시아 양을 찾아가기로 하셨지 않았사옵니까? 그에 대해 다시 한 번 알려줘야 할 것 같았사옵니다.”

조용히, 나는 폭탄을 던졌다. 과연 어떻게 나올까. 살인멸구하려고 들까? 그렇게는 안 될걸. 누가 어디까지 알고 있는지 모르니까 말야. 과연 황제 폐하가, 지금 오해를 그대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내가 이런 폭탄을 던졌는데, 내 얘기를 한 번 안 들어보고 나를 그대로 내칠 수 있을까? 등에서는 식은땀이 흘러내렸지만, 나는 자신감이 더 커지는 것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 반응이 없는 것 자체가 그걸 말해주고 있는 거거든.

“일어서라.”

역시. 나는 조용히 그 자리에서 일어섰다. 슬쩍 곁눈으로 바라보자 얼굴이 새하얗게 질린 형과 저하가 보였다. 두 사람 다 내가 언질을 주긴 했지만, 이렇게 내가 폭탄을 터트릴 줄은 몰랐겠지. 미안해요. 나중에 사과드릴게요.

“고개를 들어라.”

허락이 떨어지고서야 나는 황제 폐하를 보았다. 이를 악물고 부들부들거리며 나를 바라보는 폐하의 얼굴에는 분노가 가득했지만, 나는 그 눈에서 찾던 것을 찾을 수 있었다. 두려움. 그래. 아무리 카리스마가 있든, 철혈의 군주이든, 당신도 내 눈을 피할 수는 없을걸.

“네 놈, 무엇을 알고 있는 것이냐.”

약간은 추측을 섞어서 말해도 되겠지.

“폐하께서 레이디 알리시아와 정기적으로 밀회를 가지고 있었던 것, 오늘 밤에도 그녀를 찾아가려 했던 것, 그리고 폐하께서 황태자 저하의 거짓 혼담 시도에 매우 동요하셨던 것, 그래서 저라는 사람을 통해 이 혼담이 알려져 제국 정가를 통해 자동으로 혼담이 깨어지게끔 하려 하셨던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그 외에도...”

“그만!”

크게 소리지른 황제 폐하는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부들부들하는 입매가 그의 분노를 표시해 주고 있었지만, 나는 조금도 겁이 나지 않았다. 지금 당신은 겁에 질려 짖는 개나 다름없거든.

‘띠링!’

<제국의 황제를 ‘겁에 질려 짖는 개’로 비유하다니, 당신의 배짱도 그만하면 대륙 최고급이군요.>

이게 다 의지력 아냐? 역경이 오면 참지만, 짓누르면 반발하기 마련이지. 어쨌든, 객쩍은 소리 말고, 좀 도와줘, ‘시스템’.

<냉철이 발동합니다.>

<유도가 발동합니다.>

<외교가 발동합니다.>

좋아. 어디까지나 나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황제 폐하를 비웃거나 놀려서는 안 된다. 그가 이것을 개인적인 모욕으로 받아들이는 순간 내가 위험해질 것이다.

============================ 작품 후기 ============================

조금 늦었습니다. 죄송합니다.

최대한 쓰는대로 빨리빨리 올려보겠습니다.

몇 번 암시하긴 했는데, 짐작하셨던 분들 있으신지요?

제게 글쓰는 힘을 주시는, 찾아서 읽어주시고 선작/추천/코멘트/쿠폰 주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카드보험 님 // 감사합니다. 조금씩 낫고 있습니다.

얼룩야옹이 님 // 먼데이+VOS 의사랑하지 말걸 그랬어, 유리상자 의사랑해도 될까요 등등이 있죠. 아이쿠, 또 띄어쓰기 실수를...

eastarea 님 // 감사합니다. 걱정해주신 덕분에 조금씩 낫는 것 같습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종특이죠. 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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