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195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내가 메시지를 읽고 있는 동안, 황제 폐하는 잠시 뭔가를 궁리하고 있었다.
“황태자여.”
“네, 폐하.”
“회의가 준비되었는가?”
황제 폐하가 묻자, 저하는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아마도 ‘황태자여’라고 부른 것이 지금부터는 공적인 영역이다, 라는 신호였던 모양이다.
“네, 폐하. 오늘의 회의는 추밀원 회원들과, 마법 아카데미 대표, 제국 학술원 대표, 대신전 대표가 참석하기로 하였습니다. 이종족에 관련된 건이라 그리 조치하였사옵니다.”
“잘 했다. 그 회의는 황태자가 주재하도록 하라.”
“폐하!”
왜 이리 놀라나, 했는데, 황제 폐하는 폭탄을 떨어트렸다.
“쉰도 되지 않았는데, 늙어버린 기분이 드는군. 내가 사소한 것에 사로잡혀 있는 사이, 황태자와 젊은이들이 모든 것을 해결했어. 서서히 질 준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겠군.”
그 즉각 형과 나는 바닥에 납죽 무릎을 꿇었다.
“폐하, 말씀 거두어주소서! 어찌 소신들로 하여금 불경죄를 저지르게 하시나이까!”
“말씀 거두어주소서!”
“그만. 나는 양위로 그대들의 충성심을 시험할 의도가 없다. 일어나게.”
“폐하!”
“일어나래도.”
약간 역정을 담아 폐하가 말했다. 우리는 일어나지 않을 수 없었다. 아. 대체 끝까지 안심할 수가 없구나.
“이미 전부터 생각하고 있던 것이다. 황태자의 나이도 이제 스물여섯, 이미 경험도 성년이 된 이후 짐을 도우면서 쌓을 대로 쌓았다. 나에게 남은 유일한 일은 황태자의 국혼일 터, 황태자를 장가보낸 후 바로 양위할 것이다.”
“폐하...!”
“그만. 말했지 않은가. 이것은 권력다툼을 위한 것이 아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짐은 확신하게 되었다. 황태자여.”
“네, 폐하.”
“이번 사건을 시작으로 황태자에게 가는 국정의 비중을 늘릴 것이다. 그와 동시에, 적절한 배필을 골라 국혼을 추진하고, 성혼하는 대로 적절한 시기를 골라 양위할 것이다. 황태자는 내가 왜 이러는지 알겠지?”
“폐하...”
“기리인 경. 경은 내가 왜 그렇게 하는 것 같은가?”
쉬운 질문이다. 나는 바로 대답했다.
“불경을 용서하소서. 폐하께서 양위하시게 되면 황후 전하께서도 한 발 뒤로 물러나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 황후 전하의 가족인 나스프 공작의 입김도 약해질 것이며, 동시에 궁내부도 이번 사태를 통해 인원이 꽤 솎여나갔기 때문에 황태자 저하께서 원하는 인물로 채울 수 있을 것입니다.”
“역시 막힘이 없군. 황태자여.”
“네, 폐하.”
황제 폐하는 담담히 웃으며 말했다.
“이번 일에 있어 기리인 경의 공훈이 어느 정도라 보는가?”
“절대적이옵니다, 폐하. 그가 없었다면 아무 것도 밝혀 내지 못했을 것이옵니다.”
즉답! 나는 태자 저하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였다.
“그래. 나도 동의한다. 에아임 경, 기리인 경. 확대 추밀원 회의에 참여하게. 그 자리에서 경들에 대한 포상도 이루어질 것이야.”
그저 형과 나는 고개를 숙이며 “성은이 망극하옵니다.”라고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폐하, 회의가 준비되었사옵니다.”
“알았다. 황태자, 그리고 경들. 함께 가세.”
“네, 폐하.”
폐하는 다시, 황제에 어울리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앞장섰고, 그 뒤에 황태자 저하가 따라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제야 긴장이 풀리는 걸 느끼고, 주저앉으려는 다리에 힘을 꽉 줘야 했다. 형이 다가와, 내 어깨를 한 번 꽉 쥐어 주었다. 나는 형에게 눈짓으로 감사를 표하고 일어서서 따라 걸었다.
긴 복도를 따라 걷자, 중앙 홀에 붙어 있는 회의실이 나타났다. 궁내부원이 문을 열고 “황제 폐하께서 입장하십니다!”라고 외치자, 안에서 부산스러운 움직임이 있었다. 형과 나는 약간 고개를 숙이고 방 안으로 들어갔다.
방 안의 타원형 원탁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린베크 아버님이 나를 향해 손을 들어보였고, 나는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그 옆에 앉은 나스프 공작님도 손을 들어보이셨고 나는 다시 고개를 숙였다. 그 외에도, 북대공의 큰 아드님, 융파트 공작의 큰 아드님도 나에게 눈인사를 해 왔다. 나는 이쪽저쪽으로 고개를 꾸벅거리기 바빴다. 융파트 공작님은 매번 약속을 해놓고 가보지를 못하네. 저기, 내가 모르는 사람은 제국 재상인가보다. 날카롭게 생겼네. 비쩍 말랐고. 그래서 그 때 식사를 안 하셨던 건가.
말석에는 처음 보는 사람들도 앉아 있었다. 로브를 입은 사람들이었고, 전에 대신전에 가서 뵈었던 대사제님도 앉아 계셨다. 내가 고개를 숙여보이자 대사제님은 빙긋이 미소지었다. 그 건너편에는 수사기사단 단장 모툼 경이 앉아 있었다. 내가 또 인사드리자 그 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입모양으로 ‘수고했네’라고 말해왔다.
...그러고 보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대부분을 아는구나. 나 그동안 무슨 짓을 해 온거냐. 그러는 동안 황제 폐하가 상석에 앉았고, 그 옆자리에 황태자 저하가 앉았다.
“추밀원 회의를 시작하겠네. 먼저 경들에게 한 가지 할 말이 있네.”
모두가 황제 폐하를 돌아보자 황제 폐하는 입을 열었다.
“이번 사건의 전모에 대해 말하기 전에, 이번 사건을 처음 인지한 것은 황태자였고, 종횡무진 활약하며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조직의 정체를 밝혀낸 것은 저기 있는 기리인 경이었네. 그리고 어제 수사기사단을 동원해 궁내부원과 경비대원을 체포하는 공을 세운 것은 에아임 경과, 저기 앉아 있는 모툼 경의 공훈이었고. 나는 한 게 없다네.”
황제 폐하는 어느새 궁내부원이 따라준 차를 한 모금 마시더니 말을 이었다.
“그래서 이번 사건의 최종 처리까지 황태자에게 맡길 생각이네.”
간단한 말이지만 그 말이 불러온 여파는 생각보다 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놀란 표정으로 황태자 저하에게 고개를 돌렸다. 반역 사건인데 황태자에게 맡긴다... 대부분 사람들이 황제 폐하의 2선 후퇴를 생각할 정도의 발언인 건가.
황태자 저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아바마마의 영을 받듭니다.”
그렇게 말한 황태자 저하는, 웃으면서 말했다.
“황제 폐하께서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지만, 실은 이 전모를 밝혀낸 일등공신이 저기 기리인 경이니만큼, 기리인 경이 먼저 일의 전모를 설명해 주는 것이 어떨까 합니다.”
황제 폐하께서 고개를 끄덕이자, 황태자 저하가 나를 보며 말했다.
“기리인 경, 부탁하네.”
가볍게 한 쪽 눈을 깜빡이는 저하. 황제 폐하와 알리시아 양의 이야기를 빼라는 이야기이겠지. 물론 그것 없이도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하니 어려운 일은 아니다. 나는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략 열흘 전, 제가 어전에서 명예 기사 직위를 수여받기 전날이었습니다...”
---
그 후로 한참동안 이어진 내 설명을 들은 참석자들은 대부분 눈알이 튀어나올 정도로 눈을 크게 뜨거나, 코가 떨어져나갈 정도로 만지작거리거나... 아무튼 믿을 수 없어했다. 특히 말석에 앉아 있던 대신전, 아카데미, 제국대학 삼총사가 그러했다.
“엘프라니...”
“50년간의 계획이라고?”
“으음...”
융파트 가의 도련님은 약간은 심술궂은 표정으로 나스프 공작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무래도 공작대 공작이 아니라서 직접 뭐라고 하지는 못하지만, 그 표정 만으로도 나스프 공작은 모욕감을 느끼기에 충분한 것 같았다. 하지만 나스프 공작은 굴욕감을 삼키는 듯 했다. 지금은 큰 소리 칠 입장이 아니니까 말이다.
“증거는 있소?”
나를 도와주고 싶었던 것인지, 린베크 아버님이 그렇게 물었다. 나는 에아임 형을 바라보았고, 에아임 형은 들고 온 자그마한 가방을 열어 그들에게 돌려보였다.
“어제 탈출 과정에서 제가 직접, 프그단에게서 잘라 낸, 손목입니다.”
회색 빛의, 명백히 인간과는 다른 피부와 손목을 보며 모두는 다시 한 번 할 말을 잃었다. 황태자 저하가 헛기침을 해 주의를 돌리더니 말했다.
“오늘 참석하신 대사제님, 제국대학 학장님, 아카데미 대표님.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아... 뭐라 말하기 참 어렵습니다... 마법적 보존 처리는 된 것인지요?”
형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 사람은 가까이 다가와 뻣뻣이 굳어버린 잘린 손을 만져보기 시작했다. 대사제님은 한 쪽에 손을 얹고, 눈을 감고 기도하기 시작했다. 곧 그의 온 몸에서 하얀 빛이 일었다가, 가라앉았다.
“이 손목에 관해 기리인 경과 에아임 경이 한 말은 모두 진실입니다. 신께서 보증하셨습니다.”
머리로 알고 있던 것과, 대사제님이 보증해 주는 것은 느낌 자체가 다른 모양이었다. 갑자기 방 안의 모두가 시끄럽게 떠들기 시작했다. 웅성웅성웅성.
“어흠!”
황태자 저하가 기침을 하자, 놀랍게도 그 소리가 모두 가라앉았다. 나는 지금의 이 장면이 뭔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황제 폐하가 아니라, 황태자 저하가 권위를 발휘하고 있는 장면. 모두가 황태자 저하를 차기 보위의 주인으로 인정하는 장면이라는 느낌이다.
“이번 사건의 해결의 책임을 황제 폐하로부터 임명받은 자로써, 명하겠소. 저 잘라낸 손목이 정말 엘프의 것이라는 것은, 기리인 경이 증언하고 내 호위인 비르히가 다시 증언해 줄, 이종족이 제국의 정계나 관계 등에 숨어있다는 것을 말할 것이오. 물론 이들이 모두 프그단처럼 비밀결사를 꾸리거나 하지는 않겠지만 말이오. 제국 아카데미와 제국 대학은 서로 협력하여, 제국 내에 있을 수 있는 이종족들에 대한 연구를 하는 한편, 대책을 세워 주시오. 대신전 측도 이에 협력을 부탁드립니다.”
“명을 받듭니다.”
아카데미의 대표와 대학의 학장이 저하에게 고개를 숙였고, 대사제님도 “그리 하겠습니다.” 라고 말했다. 저하는 고개를 끄덕인 후, 추밀원의 구성원들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 작품 후기 ============================
다행히 월도짓하며 한 편 더 썼네요. 다음에는 자정에 올리겠습니다.
제 힘이 되어주시는, 찾아서 읽어주시고 선작/추천/코멘트/쿠폰 주시는 독자님들께 감사드립니다.
계룡산도인 님 // 감사합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아무래도 황태자니까... 제국의 명운이 걸린 사람이라고 봐야겠죠?
jin-matient 님 // 그러게요. 저도 놀라서 막 속보 찾아보고 그랬...ㅎㅎ;;
melontea 님 // 중간고사 기간이구나... 고생 많으세요! 시험 다 보고 보세요! 어디 안 갑니다! ㅎㅎ;;;
Blue+ 님 // 영상으로만 봤는데, 다음에 가서 꼭 실시간으로 봐야겠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