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196화 (196/309)

00196 7. 황태자의 암살을 막아라...?! =========================

“물론 대륙의 모든 것의 주재자이신 황제 폐하께서 의견을 달리 표하시면 그리 결정되겠으나, 개인적으로는 이번 사건에 연좌제를 적용할 것은 아니라고 봅니다. 즉, 프그단을 입궁시키고, 그를 궁내부 장관으로 추천한 나스프 공작가에는 아무런 책임을 묻지 않겠습니다.”

나스프 공작은 눈을 질끈 감고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아... 이건 그러니까 용서가 아니구나. ‘한 번 봐줬으니, 알아서 기어?’라는 메시지구나. 굳이 ‘프그단을 입궁시키고 그를 궁내부 장관으로 추천한’이라고 언급한 것만 봐도 말이다.

“황태자에게 전권을 위임하였으니, 황태자는 내 의견을 기다리지 말고 일을 처리하라.”

황제 폐하의 승인이 떨어지자 황태자 저하는 폐하를 향해 고개를 숙여 보인 다음 말을 이었다.

“이번 사건에서 기리인 경과 에아임 경의 공훈은 말할 나위 없으나, 그 중에서도 궁내부와 황궁 경비대에 암약하고 있던 저들의 조직을 하룻밤 사이 거의 일망타진해 낸 것, 그리고 그것이 가능하게끔 궁내부 장관의 방에서 기밀 문서를 빼낼 수 있었던 것이 가장 큰 공훈이라 하겠습니다. 그들의 공훈으로 인해 궁내부와 경비대에 공백이 생기기는 했으나, 이 자리에 오히려 깨끗한 인물을 채울 수 있으니 전화위복이 아닐까 합니다.”

황제 폐하가 맞는 말이라는 듯 고개를 끄덕끄덕거리고 있는데, 어느 누가 반론을 제기할 수 있을까. 나스프 공작이 자기 등 긁기 바빠 남의 등 긁어 줄 시간이 없는 상황이니 더더욱 말이다.

“이들의 인선은 추밀원에서 맡아 주십시오. 인선이 완료되면 황제 폐하의 추인을 받아 새 궁내부 장관을 임명하겠습니다.”

나는 추밀원의 구성원들의 표정을 살폈다. 권력구도에서 약간은 자유로운 린베크 아버님 말고는 모두 뭐 씹은 표정이었다. 나스프 공작가가 강력하게 권력을 주장할 수 없는 상황에서 궁내부와 경비대의 인선을 ‘추인을 받겠다’는 건 황제 폐하의 뜻, 즉 자기의 뜻을 반영하겠다는 뜻을 밝힌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3일 후 트리클의 날에, 대신전에서 열리는 예배에 황가가 모두 참여하겠습니다. 교황님께 그리 말씀해 주시기 바랍니다. 황가의 건재함을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함입니다.”

대사제님은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 하겠습니다.”

“그 외에 사용 경비 등 자세한 사항은 재상부에서 논의 후 추밀원에 보고하여 주시고, 수사 기사단은 자세한 보고서를 다음 추밀원 회의에 제출해 주십시오.”

“그리 하겠습니다, 저하.”

“대충 마무리가 된 것 같군. 그럼 이제 내가 이야기를 좀 하지.”

황제 폐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회의를 주재하던 황태자 저하는 한 걸음 뒤로 물러나 공손히 손을 앞에 모으고 시립했다.

“이것은 황태자가 이야기하지 못할 것이기도 하고, 내가 이야기하는 것이 옳을 것이라고도 생각된다. 우선, 지금부터 국정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로 황태자의 국혼을 놓겠다. 이는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협력해야 할 것이다. 알겠는가.”

“예, 폐하.”

흘깃, 황태자 저하를 돌아본 황제 폐하는, 웃으며 말했다.

“황태자도 이제는 더 이상 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본인이 마음에 드는 귀족가의 여성이 없다면, 이 아비나 추밀원에서 정해주는 짝을 맞아들여야 할 것이야.”

“그리 하겠사옵니다, 폐하.”

아까 황태자의 헛기침이 모두를 조용하게 한 사건과 더불어, 지금 장면이 ‘조만간 황태자 저하가 황위에 오르겠구나’하는 인상을 모두에게 주지 않았을까?

“그리고...”

이제 폐하는 서 있는 나와 에아임 형 쪽을 향해 돌아섰다.

“황태자, 저 두 사람의 공훈이 절대적임을 인정하는가?”

“물론입니다, 폐하. 특히 기리인 경이 제 수족처럼 저를 도우며 자신의 목숨까지 걸고 프그단을 유인하지 않았으면 해결은 요원하였을 것입니다.”

“짐의 생각도 그러하다. 그래서 저 두 사람에게 포상을 내리고자 한다.”

형이 얼른 무릎을 꿇었고, 나도 약간 늦게나마 같은 자세로 무릎을 꿇었다.

“에아임 로그푸스 경은 이미 가문의 명예가 드높으므로, 가문에 포상을 내리거나 작위를 더하거나 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판단된다. 그러므로 두 가지를 지시하겠다. 우선 모툼 경. 에아임 경을 승진시킬 계획이 있는가?”

모툼 경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수사 기사단이 전 대륙에서 모아들이는 첩보를 검토하고 이들을 지휘하는 1급 수사기사 직위가 곧 비게 됩니다. 이 자리에 적임자를 찾고 있었는데, 에아임이 이번에 세운 공훈이라면 1급 승진과 함께 정보부장을 역임하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을 듯 합니다.”

“좋다. 그리고, 재상. 그에게 적절한 훈장을 수여할 수 있도록 조치하게. 아, 기리인 경도.”

“그리 하겠습니다,”

“그리고, 기리인 경에 대한 포상 말인데...”

웬지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은 황제 폐하는 나를 건너다보았다. 황급히 고개를 숙이면서도 나는 저 사람이 왜 저러지? 하는 생각을 했다.

“에아임 경. 기리인 경의 능력에 대해 어찌 평가하는가.”

“소신은 그와 의형제를 맺은 사이이므로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힘드옵니다, 폐하.”

“그래도 괜찮으니 말해 보라.”

“그만한 인재는 제국 어디에 가도 없을 것입니다.”

대뜸, 형은 내 눈치도 안 보고 그렇게 말해버렸다. 나는 얼굴이 확 붉어지는 걸 느꼈고, 내 얼굴을 보았는지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빙긋이 웃었다. 그들이 나를 보고 웃는다는 걸 알아챈 내 얼굴은 더 화끈거렸다.

“나스프 공작.”

“네, 황제 폐하.”

갑자기 불린 나스프 공작은, 그러나 당황하지 않고 말했다.

“자네는 그를 만나보지 않았나? 자네는 어찌 평가하는가?”

“가능만 하다면 사위 삼고 싶습니다.”

저 분까지... 왜들 이러셔...

“황태자여.”

“네, 폐하.”

“그대는 기리인 경과 함께 이번 사건을 해결하였다. 그에 대해 어찌 평가하는가?”

“명석하고, 선하며, 강단이 있는 인재입니다.”

“그래. 짐도 그리 생각한다.”

형이 갑자기 헉 하고 숨을 들이쉬었다. 뭐에 놀란 걸까? 그런데 형만 놀란 것이 아니라, 모두가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돌아보고 있었다.

“세 사람의 귀족이 동의하였다. 에아임 로그푸스 경은 작위가 없으나, 이는 황태자가 찬성하였으므로 상쇄할 수 있다. 그렇지 않은가, 재상?”

“그러하옵니다, 폐하.”

황제 폐하는 자세를 고쳐 섰다.

“이에 짐은, 그의 공훈과 그의 재능을 기리며 그의 재능이 앞으로도 제국의 모든 신민을 위해 쓰여지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그에게 영지 없는 단승 백작위를 하사하노라. 앞으로 기리인 경은 모스 백작을 칭하도록 하라. 또한, 짐은 모스 백작의 재능을 높이 사서, 그를 황태자의 일을 돕는 무임소 비서관으로 임명하노라. 그에게는 매 달 10드로그의 연금이 주어질 것이다.”

“폐하! 그것은 너무 큰 혜택입니다! 무임소 비서관에게 10드로그라니요!”

재상이 말했지만, 폐하는 고개를 저었다.

“나는 기리인 경에게 두 가지를 기대하고 있다. 첫째, 황태자에게는 대신들 이외에 대화와 조언의 상대가 필요하다. 기리인 경이라면 그것을 하기에 차고 넘칠 것이다. 둘째, 이 직위와 연금은 짐이 자리에 있을 동안만 유효하다. 차기에 황태자가 황위에 오르면, 기리인 경을 원하는 대로 등용하여 그 자리에 걸맞는 혜택을 주도록 하라.”

“폐하...!”

“그만. 이것은 기리인 경이 황태자의 목숨을 구한 것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기도 하다. 이것은 황제의 결정이다.”

‘이것은 황제의 결정이다’는 말이 나오자 모두가 고개를 숙였다. 나도 재빨리 눈치껏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속으로는 ‘망했다’고 외치고 있었다. ‘무임소 비서관’이니까 매일 출퇴근할 필요도 없고, 황태자의 정책이나 다른 여러 가지의 토론 상대가 되어주면 될 일이다. 그리고 10드로그라는 고액의 연금도 매 ‘달’ 나온다. 엄청나게 좋은 자리다. 자리에 대해 불만은 없다. 이게 황제가 주는 퀘스트 보상이라면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황제는 이 자리를 나에게 하사하고, 당연히 황제가 주는 자리니까 나는 받아들여야 한다. 황제는 이 자리를 나에게 줌으로서, 황태자에게 나를 묶어버렸다. 나는 이제 어지간해서는 황태자의 곁에 있어야 한다. 그의 조언자가 되다가, 아마 그의 각료가 되겠지. 설령 올해 내가 마법을 회복하더라도 말이다.

다시 말해, 지금 내 인생의 진로가 황제에 의해 정해졌다. 거부할 수도 없다. 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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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이봐, 모스 백작.”

“저하... 제발...”

“아니, 황제 폐하께서 주신 작위를 거부하는 건가?”

황태자 저하는 아까부터 훨씬 격의없이 나에게 대하고 있었다. 뭐랄까. 에아임 형 같다.

“그것이 아니오라...”

“이봐, 무임소 비서관. 황태자로서 첫 번째 명령이다. 좀 편하게 얘기해. 에아임 형님 수준까지는 안 바란다. 우리 둘이 있는 이런 자리는 좀 편하게 얘기해라. 이제는 얘기 전달할 누스마도 없잖아.”

“아이고... 네, 저하.”

“아무튼, 모스 백작.”

“저하. 기리인 이라고 불러주시면 안 되겠습니까?”

“그래도 되겠는가?”

표정이 확 밝아지는 황태자 저하. 하아. 생각해보니, 나는 황태자에게서 멀어져야 하는데, 어쩌자고 지금 점점 가까워지는 길을 밟고 있냐... 하지만 차기 황제가 될 사람이니 함부로 대할 수도 없고... 황태자 저하는 나를 보며 말했다.

“기리인, 생각해 보니 내가 너에게 고맙다고 한 적이 없는 것 같구나. 고맙다. 생각해보면 아바마마와 나에게 휘둘려 제도에 온 이후로 이 일에만 매달렸겠구나. 그러면서도 불평 한 마디 없이 내 목숨을 노리는 자들을 잡아줬어. 고맙다, 기리인.”

아무리 편하게 대하라지만 이런 발언은 가만 앉아서 듣고 있으면 안 된다 싶어 일어나 무릎을 꿇으려니, 황태자 저하가 손을 내밀었다.

“황태자로서 두 번째 명령이다. 다른 지시가 있을 때까지, 내 앞에서 내가 무릎 꿇으라고 하기 전까지는 무릎을 꿇지 말 것. 알았나?”

“...네, 저하.”

손을 거둔 저하는 웃으며 말을 이었다.

“아바마마는 나에게 무임소 비서관을, 그리고 나중에 내가 황제가 되었을 때 함께 일할 수 있는 사람을 붙여준다는 생각을 하고 그런 자리를 너에게 주셨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아바마마께서 좀 어리지만 말이 통할 수 있는 동성의 친구 한 명을 주셨다고 생각하려고 한다.”

아아. 뭔가 목에 덩어리가 꽉 끼는, 목메는 기분이다.

“그러니,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친구.”

나는 마른 침을 두어 번 삼킨 후에야 대답드릴 수 있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저하. 저 역시 저하를 평생 우정으로 대할 것입니다.”

============================ 작품 후기 ============================

챕터 끝 아닙니다. 퀘스트는 끝났지만 챕터는 남았습니다. 아쉽지만 그건 내일...

제가 글을 쓰는 힘이신, 제 글을 찾아서 읽어주시고 선작/추천/코멘트/쿠폰 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계룡산도인 님 // 감사합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역시 한 국가의 수뇌부가 되려면 저 정도 능력자들이 모여야...

nnuhgwyegd 님 // 앞에 전개될 내용에서 잘 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astarea 님 // 칭찬 감사합니다. 더 힘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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