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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201화 (201/309)

00201 오마케 #6 (납량특집) =========================

오마케 #6. 아직 여름은 아니지만 납량특집

* 평행세계의 이야기이며 본 편의 전개와는 큰 연관은 없습니다. *

“기리인 경!”

“아저씨, 누나.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유달리 할 일이 없는 날이라, 출근하는 형에게 ‘따라가도 돼요?’하고 물었더니 된다고 해서, 아침에 함께 출근했다. 내가 형과 함께 형의 방에 들어가자, 곧 방문에 노크 소리가 들리고 반가운 얼굴들이 고개를 내밀었다. 이제는 1급이 되어 현장에 나갈 일이 없어진 형과는 한 팀을 이루지는 않지만, 아직 기사단과 함께 일하고 있는 톨라츠 아저씨와 에빌로 누나였다.

“그리고 아무도 없을 때는 전처럼 기리인, 하고 불러주시면 안 돼요? 거리감 느껴지게 경이 뭐에요, 경이.”

“아무리 그래도, 황태자 저하의 측근을 이름을 부를 배짱은 없어.”

그러는 누나는 빙글빙글 웃으며 말꼬리를 잘라먹었다. 우리가 그간 보낸 시간들이 그렇게 의미없진 않았던 것 같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에아임 부장님도 오랜만이네요. 부장 자리는 어때요?”

“아이고, 죽겠어. 나는 역시 현장 체질인가봐. 이거 봐. 배 나온 거. 가만히 앉아있기만 하니까 살찌고 있어. 오늘도 기리인이 할 일이 없다 그래서 일 없으면 와서 좀 도와달라고 불렀지. 두 사람은 어떻게 일하고 있어?”

“에빌로 양은 계속 심문할 일이 있어서 본부로 출근하고, 저는 제도에서 강력범죄를 수사하는 3급 수사기사들을 따라서 요즘 돌았죠. 그런데 3일 전부터는 같이 일하고 있어요.”

“같이?”

형은 관심이 동한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톨라츠 아저씨는 씁쓸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이게, 범죄는 아닌데, 분명 지금 악영향을 미치고 있어서 말이죠...”

“악영향이라니?”

누나가 말을 받아 말했다.

“에아임 씨, 정보 보고 들어온 것 중에 ‘흉가’에 관련된 것이 있지 않아요?”

형은 아, 하고선 책상으로 돌아가, 쌓인 서류를 뒤적뒤적하더니 한 장을 꺼냈다.

“이거군? 아니, 이 사건이 그렇게 커졌어? 톨라츠랑 에빌로 양이 같이 들어갈 정도로?”

“그러게 말입니다. 아주 시끄러워졌어요. 그 동네가 시끌시끌할 정도라니까요.”

“대체 무슨 사건인데 그래요?”

아저씨와 누나, 그리고 형이 나를 보며 동시에 말했다.

“귀신 나오는 집!”

“에에? 귀신이요?”

형은 헛기침을 흠흠, 하더니 말했다.

“기리인 너는 아직 제도의 어디에 뭐가 있는지 잘은 모르지? 북동쪽 성벽 근처에는 빈민가가 있어. 빈민가라 해서 막 무너질 것 같은 집들만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집들이 좀 오래 되고 비도 새고 하지. 암튼 그런 집들이 있는 곳인데, 그 중에서도 워낙 어두침침한 집이 하나 있었나봐. 빈 집이 된 지 한 3년 정도 되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여 듣고 있다는 표시를 했다. 형은 말을 이었다.

“안 그래도 거기는 우리 수사기사단 병사들이 밤마다 순찰하는 경로에서도 약간 벗어나 있긴 하지만, 항상 경로를 약간 어기더라도 그 곳을 찍고 오게 한다. 빈 집이다 보니, 가만히 놔두면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어서 말이지. 그리고 동네 안까지 병사들이 순찰하는 게 사람들을 안심시키기에도 좋고. 아무튼, 그러던 중이었는데... 수사 중이라면 두 사람이 이야기하는 게 어때?”

톨라츠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인 후 말을 꺼내기 시작했다.

“석 달쯤 전부터,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집 안에서 귀신이 산다는 거지요.”

“귀신이요?”

아직도 믿기지 않아 나는 아저씨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리 봐도 아저씨는 농담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 아저씨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아까 에아임 씨가 말씀하셨듯이, 그 집은 오래 전에 빈 집이었습니다. 그 빈 집을 다른 사람들이 이용하지 못하게끔 정기적으로 순찰도 다녔고요. 그런데, 비만 왔다 하면 그 집에서 덜그덕거리는 소리, 쾅쾅거리는 소리, 뭔가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보고가 계속해서 들어오는 겁니다. 그것도 한두 사람이 그러는 게 아니고, 여러 사람이 공통적으로 그런 보고를 하는 겁니다.”

“하지만... 그건 신성모독의 가능성이 있지 않아요? 트리클 교에서는 귀신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잖아요.”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지요. 모든 영은 지상에 머무르는 것이 아니고 신의 곁으로 간다는 것이 교리이죠. 그런데 소문이라는 게 그렇지 않지 않습니까? 특히 그 동네가 빈민가이다 보니... 아, 빈민이라고 해서 비하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헛소문이 훨씬 더 잘 퍼지는 경향이 있지요. 아무튼, 귀신들린 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진 겁니다.”

“귀신들린 집이라는 소문이요?”

“뭐, 뻔하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죽은 남자와 그 딸, 딸이 그 집 안에서 비오는 밤에 목을 맸다더라, 그런데 자살해서 신의 곁으로도 못 가고 그 집 안을 떠돈다더라, 아직 자기가 죽은 줄 몰라서 집 안의 가구들을 쓰려고 하기 때문에 가구들이 덜그럭거리는 거라더라... 덕분에 비만 왔다 하면 사람들이 그 집에서 멀찍이 떨어지느라...”

“동네가 난리도 아니겠네요.”

아저씨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니 저와 에빌로 양이 투입된 겁니다. 마법적인 흔적이 있는가, 혹은 어떤 사악한 힘의 적용인가를 조사하기 위해서 말이죠.”

“그랬군요...”

음? 잠깐만.

“그랬는데 별 게 안 나왔나봐요?”

아저씨와 누나는 침울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어제 그 집에서 자고 오는 길입니다.”

“네에?”

형도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들었다. 아저씨는 여전히 밝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오죽 답답했으면 그랬겠습니까. 신성 마법으로 악한 힘의 존재를 찾아도 없고, 에빌로 양이 아무리 마법을 써도 마법의 흔적은 에빌로 양이 시전한 것 말고는 없고... 기사단의 하급 기사들을 동원해서 방을 샅샅이 뒤져도 아무 것도 안 나오고 말이죠. 그래서, 어제 비가 온다기에, 진짜 밤에 그런 현상이 일어나긴 하는 건가? 하고, 하급 기사 두어 명과, 에빌로 양과 제가 그 집에 갔죠.”

“그랬는데요?”

아저씨의 표정은 약간 무서워하는 표정이었다.

“해가 지고, 날이 어두워지면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곧 비가 거세게 내리면서 번개가 번쩍 치고 천둥이 울기 시작했지요. 빈민가라 마력등도 많이 없어 바깥은 점점 칠흑같이 어두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번개가 여러 번 치고, 낡은 집 답게 빗물이 천장에서 몇 군데 한두 방울씩 떨어지기 시작할 때... 그 때,”

“그 때?”

나와 형이 말을 재촉하자 아저씨는 에빌로 누나를 흘깃 보았다. 누나의 얼굴은 어느때처럼 졸려 보였지만, 오래 누나를 봐 와서 표정에 익숙한 나는 알 수 있었다. 누나의 얼굴은, 약간 질려 있었다.

“번개가 크게 번쩍였습니다. 사방이 하얗게 변하고, 그 눈을 찌르는 빛 때문에 우리는 잠시 눈을 감아야 했죠. 그리고, 빛이 사그러들 때쯤...”

꿀꺽.

“집 안에는 전 주인이 두고 간 가구들이 남아있었습니다. 이리저리 망가진 낡은 책상과 의자, 옷장 같은 것들이 있는데... 갑자기 그 가구들이, 덜그럭 덜그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전부요?”

“네, 전부요. 그 뿐만 아닙니다. 우리가 가지고 간 배낭들이나, 무기들도 덜그럭거리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그러다가?”

“갑자기, 의자가 스르르륵 하고, 먼 쪽 벽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습니다. 우리가 놀라서 바라보고 있는데... 같이 갔던 하급 기사의 검집이 갑자기 스르르륵 밀려나오더니, 천장을 향해 솟구치는 겁니다. 책상은 또 우리 쪽으로 달려오고요. 깜짝 놀라 피하니까 그 책상이 벽에 쾅 하고 부딪히더니, 퍼석 하고 윗판에 금이 쫙 갔습니다.”

와. 으스스하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고 있는, 결코 춥다고 할 수 없는 날씨인데, 싸늘하게 느껴졌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갑자기 모든 가구들의 움직임이 뚝 그쳤습니다. 천장에 달라붙었던 검집도 땅으로 쾅 하고 떨어졌구요. 그러다가, 또, 스르륵 하고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요?”

“...이번에는 검집 뿐만이 아니고, 아까 검에서 빠져나왔던 칼도 벽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하더군요. 그제야 우리는 우리 짐만 챙겨 빠져나왔지요. ‘귀신 붙은 칼은 싫다!’며 그 기사는 결국 그 안에 칼을 두고 나왔구요. 그래서 기사단 본부에서 쪽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기리인 경이 놀러왔다고 해서,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왔습니다.”

“아니, 뭐 저라고...”

“기리인 경, 아니, 기리인. 부탁해. 너라면 알 수 있지 않을까?”

기운이 하나도 없는 목소리로 에빌로 누나가 말했다. 아. 이러면 안 도와줄 수 없잖아. 나는 고개를 끄덕였고, 그러자 두 사람의 얼굴 표정은 환해졌다.

============================ 작품 후기 ============================

밤에 해답편이 연재됩니다. 사실 해답이래봐야 별 것 없지만...

찾아서 읽어주시는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선작, 추천, 코멘트, 쿠폰 주시는 분들께 더욱 감사드립니다.

판타지zz 님 // 감사합니다.

쓰굴 님 // 의도치 않게 그렇게 됐네요...; 이제 황태자 장가보내기 조금 골치아프게 됐네요. 감사합니다.

melontea 님 // 말씀하신거 보고 레포데를 찾아봤네요. 어우. 감사합니다!

얼룩야옹이 님 // 뭐, 나쁜 놈이 있으니 좋은 놈도 있겠지만... 이 사건이 터졌으니 더 깊이 숨어들겠지요.

화이트프레페 님 // 그러게요. 딱 깽판이네요.

eastarea 님 // 축하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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