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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202화 (202/309)

00202 오마케 #6 (납량특집) =========================

잠시 생각해보자.

“아저씨, 귀신이라고 믿으세요?”

아저씨는 고개를 내저으려다, 멈칫했다.

“사실 제가 신께 기도드린 것이 맞다면 당연히 아니라고 바로 답이 나와야 맞겠지요. 하지만 어젯밤에 아무래도 눈 앞에서 본 것이 있다 보니...”

아저씨는 길게 한숨을 쉬었다.

“아무래도 아직 정식으로 신의 사제가 된 몸이 아니다보니, 신께서 말씀해 주셨음에도 눈 앞에서 본 것에 흔들려 버리고 마는군요. 제 믿음이 약한 탓입니다...”

나는 웃으며 아저씨의 팔을 다독였다.

“아직 단정하지는 말자구요. 누나, 누나도 마법적인 흔적은 발견할 수 없었다고 했지요?”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용된 마법을 확인하는 마법을 몇 번에 걸쳐 써 봤는데, 최소 한 달 안에 거기서 써진 마법은 내 마법 밖에 없었어.”

“그리고 그 마법은 ‘마법을 확인하는 마법’이었을 거구요.”

“응...”

“시간이 너무 지나서 마나의 유동은 확인해보기 어려웠을 거구요.”

“응.”

흐음.

“형, 형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형은 내 말에 대답하지 않고, 책상에 있는 호출 벨을 눌렀다. 그러자 밖에서 형의 비서 역할을 하는 5급 수사기사가 들어와 목례했다.

“이거, 이 사건과 관련해서, 두 가지 기록을 찾아와라.”

형은 아까 서류더미 속에서 찾아낸 ‘흉가’와 관련된 보고서를 그에게 내밀었다.

“네. 어떤 기록을 찾아올까요?”

형에게서 그 보고서를 공손히 받아든 그 비서는 받아적을 준비를 하며 수첩을 꺼내들었다. 호오.

“첫째, 이 사건에 대한 주민들의 증언 혹은 신고 모음. 둘째, 신고가 들어온 날을 포함하여 3개월간의 날씨 자료.”

“알겠습니다.”

다 적은 그 수사기사는 멋들어지게 경례를 붙...이지는 않고 곧바로 뒤로 돌아 나가버렸다.

“기리인, 이 정도면 됐지?”

역시 형. 이제는 서로 생각을 어느 정도 읽을 수 있게 되어서일까, 내가 필요한 것을 말하지 않아도 알고 있는 형에게 나는 엄지를 들어보였다. 형은 씩 웃었다.

“호흡이 잘 맞는군요?”

우리를 보고 웃으며 톨라츠 아저씨가 말했다. 에빌로 누나도 약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두 사람의 형제의 맹세를 신께 보고한 것이 저인데, 지금 두 사람의 호흡을 보면 신께 부끄럽지 않을 것 같군요.”

“그보다는 기리인이 읽히기 쉬운 사람이라는 게 맞지 않을까?”

“여전하시군요, 에아임 씨. 쑥쓰러우면 둘러대는 건.”

형과 나는 서로를 보다가, 피식 웃어버렸다. 형제인데, 호흡 잘 맞으면 좋지 뭐. 그렇게 우리가 잠시 촌극을 펼쳐보이는 사이에, 아까 나갔던 비서가 서류철 두 개를 들고 왔다. 하나는 아주 얇았고, 하나는 꽤 두툼해 보였다.

“부장님, 이것이 이 사건 관련 신고를 접수한 문서이고, 이것이 지난 3개월간의 날씨 기록입니다. 다 보시면 말씀해 주십시오.”

“그래, 수고했다.”

형은 그 파일을 보지도 않고 나에게 내밀었다. 나는 그 파일을 톨라츠 아저씨와 에빌로 누나가 함께 볼 수 있게끔 앞의 탁자에 내려놓았다.

“이건 그런데, 우리도 본 건데...”

“물론 보셨겠죠? 이건 가장 기초적인 수사 준비니까요. 제가 궁금한 건 다른게 아니고...”

나는 두툼한 서류철, 날씨 기록을 펼쳐서 지난 3개월간 제도에 비가 내린 날을 찾았다.

“4월 21일... 5월 3일... 9일... 18일... 26일... 6월 4일... 6월 14일, 그리고 어제가... 25일.”

그리고 나는 신고 접수 기록을 살폈다.

“4월 22일, 신고 3건. 5월 10일, 신고 5건. 5월 27일, 신고 8건. 6월 5일, 신고 1건. 6월 14일, 신고 10건. 그리고... 오늘. 오늘 건 아직 기록 안 됐네요.”

“원래 그거 정리하는 데는 며칠 걸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기리인 경, 이 기록은 왜...?”

나는 날씨 기록을 살피며 말했다.

“‘사실이 아닌 것들을 제외하고 남는 것은, 그게 얼마나 믿을 수 없다 해도 진실’이라는 말 아시죠?”

“알지요. 유명한 말 아닙니까.”

기록을 살펴본 나는 내가 원하던 것을 찾았다는 것을 알고는, 날씨 기록에서 4월 21일, 5월 9일, 5월 27일, 6월 14일, 그리고 오늘 자의 기록은 오른쪽으로 접고, 나머지 비가 온 날짜는 왼쪽으로 접어, 아저씨와 누나에게 건네며 말했다.

“저는 아저씨가 훌륭한 사제가 되실 거라고 생각해요. 그러니까 아저씨의 믿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누나도, 훌륭한 마법사라고 생각하고요. 제 말은, 아저씨나 누나가 조사하신 것이 잘못되었을 리는 없다는 거죠.”

두 사람은 내가 오른쪽과 왼쪽으로 접은 기록을 살펴보고는, 약간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기리인, 이건 왜...?”

“이제부터 설명할게요. 어제 일을 설명하실 때 아저씨는 번개가 치고 나서 갑자기 집 안에 있던 것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말씀하셨어요.”

“그랬지요. 정말 가까운 곳에 떨어졌는지 온 세상이 새하얗게...”

“바로 그거에요. 처음에 ‘비가 오면 귀신이 나타난다’고 했지만, 기록을 보면 비가 오는 날마다 신고가 들어오지는 않았어요. 여기 보세요.”

신고 기록과, 날씨 기록을 비교하던 두 사람은, 아...! 하는 소리를 냈다.

“그렇군요. 확실히... 왼쪽으로 접은 기록 날에도 비가 왔는데, 신고가 없어요. 6월 5일자에 한 건 신고가 있긴 한데...”

“그건 그런 거 아닐까요? 그 날은 그런 일이 없었지만, 하도 비가 오는 날마다 시달리다 보니까 일종의 환청을 들은 거죠.”

“으음... 그럼 기리인 경, 오른쪽으로 접은 기록과 왼쪽으로 접은 기록간의 차이는 뭔가요?”

“한번 더 살펴보시겠어요?”

“흐음...”

그때쯤에는 형도 와서 기록을 뒤적이고 있었다.

“아! 알았다!”

형이 외쳤다.

“번개! 오른쪽으로 접은 날은, 비가 많이 오고 번개가 친 날이야. 왼쪽으로 접은 날은 그렇지 않고.”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혹시나 하고 확인해 본 건데 맞아서 다행이에요.”

“으음... 그런데, 기리인 경. 번개가 친 날마다 그런 일이 벌어졌다는 건 알겠습니다. 그런데 번개와 우리가 본 현상이 무슨 관련이 있나요?”

나는 아저씨에게 되물었다.

“아저씨, 아저씨는 ‘예민한 감각’을 가지고 계시잖아요? 혹시 그 집에서 의자나 가구를 움직여보지 않으셨나요?”

“물론 그랬지요.”

“어떤 느낌이셨습니까?”

“내 감에 비해 좀 무겁다, 는 느낌이었습니다.”

“아저씨의 힘에 무거우면 꽤 무거웠겠네요?”

“아, 그 정도는 아닙니다. 제 말은, 저는 어지간한 걸 보면 대충 아, 이 정도 무게겠구나, 하는 느낌이 들어요. 그리고 그 정도 무게를 드는 감각으로 들면 딱 맞죠. 그런데 그 집에 있는 가구들은 생각보다... 조금씩 무거웠어요.”

나는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거다.

“누나, 물체 창조 마법 가능할까요?”

“응, 간단한 거라면, 어떤 걸 만들어줄까?”

“두께는 관계없고, 구리로 된 지름이 두 뼘 정도 되는 링을 하나 만들어 주세요.”

누나가 간단히 물체 창조 마법으로 링을 만들어내자, 나는 그걸 테이블 위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다시 누나에게 말했다.

“테이블이 타지 않을 정도로 약하게, 이 구리 링에 전격 마법을 써 보세요.”

“왜?”

“재미있는 거 보여드릴게요. 형, 짧은 칼 같은 거 있어요?”

“여기.”

형은 편지봉투를 개봉할 때 쓰는 레터나이프를 건넸다. 이 정도면 되겠군.

“시작한다. 라이트닝(lightening).”

누나의 손에서, 약하게 통제된 아주 작은 번개가 번쩍 하고 구리 링을 때렸다. 곧 링은 노란 색의 빛줄기가 빠지직 거리는, 당분건은 건드리기 싫은 물건이 되었다.

“잘 보세요.”

나는 레터나이프를 링에 가져다 댔다. 그러자, 철컥.

“어?”

레터나이프가 구리 선에 찰싹 달라붙었다.

“제가 알기로 이 현상이 발견된 건 몇 년 안 되었을 거에요. 구리나 쇠, 혹은 좀 더 미친 짓을 하자면 은이나 금으로 된 선에 전기를 흘리면, 그 선 주변이 마치 자석이 되는 것처럼 쇠붙이를 끌어당기는 효과가 나지요.”

“아...”

“혹시 이런 거 아닐까 하고 생각한 게, 아저씨가 가구들이 ‘조금 무겁다’고 했잖아요? 그리고 가져간 짐도, 기사의 검집과 검도 달라붙었다고 했고요. 그 가구들 안에는 철심이 박혀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번개가...?”

누나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 집은 아마 허술한 집이니까, 몰래 들어가서 구리선 같은 걸 벽에 넣어놓기 쉬웠을 거에요. 그리고, 모든 벽에 다 넣을 필요도 없어요. 벽 한두개에만 넣어도, 가구들은 제멋대로 벽 쪽으로 끌려가거나 하면서 덜그럭거리고 쿵쾅대고, 유리가 깨지며 쨍그랑 하겠죠. 제가 이 일을 꾸민 사람이라면 가구도 몰래 갖다놨을 거 같네요.”

“그런데, 그 집에 번개가 떨어질 거라는 보장은 없잖아?”

“제가 한 가지 여쭤볼게요, 아저씨. 혹시, 그 집이 주변 집들보다 약간 지대가 높거나, 뾰족하지 않나요?”

아저씨는 약간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낡은 집 답지 않게, 다락방 하나가 위로 뾰족 솟아 있어요.”

“그리고 그 다락방 꼭대기에는 쇠 막대기가 하나 세워져 있을 거구요.”

“...낡은 풍향계 하나가 세워져 있기는 해요. 이제는 잘 돌아가지도 않지만.”

형이 말했다.

“기리인, 그럼 그 풍향계가 번개를 끌어모으는 거라는 말이냐?”

“네, 형. 며칠 전에 아르논이랑 밥 먹었거든요. 그 때 들은 얘기 중 하나가, 폭풍이 많이 오는 남부에서는 높은 건물들에 번개가 치는 경우가 많아서, 시범적으로 번개를 땅으로 흘려보내는 걸 해 보고 있다고, 그렇게 말하더군요. 단지, 이 건물에 설치된 건 땅으로 가는 게 아니고 벽으로 가는 거죠.”

“흐음. 일단 말이 되긴 한다. 그런데, 기리인.”

형의 말투가 진중해졌다. 이럴 때는 형이 일 얘기를 하는 때다.

“네, 형. 말씀하세요.”

“리에나 왕비의 말씀을 기억하지?”

“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두 가지, 이익과 명예다.”

“그래, 다른 모든 것들은 저 두 가지의 변주에 불과하지. 그렇다면 말이다. 이번 일은 명예와 관련있기는 힘들 것 같고, 이익과는 어떻게 관련이 있을까?”

나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가 대답했다.

“이런 현상이 한두달만 더 계속되면, 그 집 주변에서 살려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요? 그러면, 이익보는 사람은 둘 중 하나겠죠. 그 집을 나라에서 부수게 될 테니, 땅 주인은 공짜로 처리하기 힘든 건물을 치우게 되는 거고요. 아니면, 그 가격 떨어진 땅과 집을 사서 고치거나 새로 지은 다음에 더 비싸게 팔 수도 있고요. 어쨌든 아무리 빈민가라도 제도니까 땅이나 집은 비쌀 거 아니에요.”

“그럼, 그냥 불지르는 게 싸게 먹힐 수도 있지 않겠냐?”

“맨날 수사기사단이 순찰한다면서요? 걸리면 어쩌려고요. 걸렸다가는 대번에 집이고 땅이고 나라 걸로 묶여버릴텐데.”

“흐음...”

형은 생각에 잠겼다. 그러더니 말했다.

“톨라츠, 에빌로. 수고스럽겠지만, 휘하 1개 분대를 데리고 한 번 진실을 확인하러 다녀오지 않겠어? 기리인의 예상이 맞다면, 이번 일은 귀신이 아니고 사람의 악의인 것 같으니 말이야.”

“얼른 다녀오지요. 우리도 그게 귀신의 소행이 아니라는 걸 빨리 확인하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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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형과 기사단 구내식당에서 점심 배식을 받아들고 있자니, 식당 문이 열리며 톨라츠 아저씨와 에빌로 누나가 귀신이라도 본 듯한 눈으로 나를 보며 다가왔다.

“맞던가요?”

두 사람은 고개를 끄덕였다.

“기리인 경, 경이 그간 마술을 많이 부렸다는 건 알지만, 어떻게 이번 일까지...? 그 ‘번개’라는 걸 가지고 이런 걸 추론해낼 수 있는 겁니까?”

나는 웃으며 고개를 흔들었다.

“아뇨, 저는 예비 사제로서의 톨라츠 아저씨와, 마법사로서의 에빌로 누나를 믿었어요. 그리고...”

“그리고?”

나는, 평소 내가 생각하던 바를 말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귀신보다 천 배 만 배 무서운게 사람의 악의라고 생각하거든요.”

============================ 작품 후기 ============================

대충 짐작하신 분들도 있으실 겁니다.

알고 보면 마법이나 악마의 힘, 또는 귀신이 아니라 과학 원리죠.

(다아시 경 시리즈가 추구하는 바가 그것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기리인이 남긴 마지막 한 마디가 제가 남기고 싶던 말이었습니다.

추리 파트치고는 좀 어설프지만 예쁘게 봐 주셨으면 합니다 ^^;;

제게 힘을 주시는, 찾아서 읽어주시고 선작/추천/코멘트/쿠폰 남겨주시는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astarea 님 // 전에 납량특집 한 번 해 달라고 하셔서... 제 취향과 결합해 봤는데, 어떠신가요?

화이트프레페 님 // 그러게요. 그 쪽 오마케도 한 번 써봐야겠네요. 진짜 처녀귀신을 기리인이...쿵짝쿵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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