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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209화 (209/309)

00209 8. 시궁창에서 꽃은 필 수 있을까 =========================

“이-하!”

두두두두 하는 말발굽 소리를 뛰어넘는 높은 고함이 앞에서 터졌다. 다르임 형님이었다. 곧 이-하!는 주변으로 전파되기 시작했다. 두세 명이, 예닐곱 명이, 여남은 명이- 그리고, 선두의 다르임 형님이 “핫!” 하는 짧은 고함과 함께 말을 채찍질하여, 말이 허리춤 높이의 얼음벽을 훌쩍 뛰어넘자 – 나를 제외한, 말을 달리던 기사단 전원이 “이-하!”라고 외쳤다. 둘씩, 셋씩, 예닐곱 명씩 얼음벽을 뛰어넘을 때쯤에는 얼음벽은 이미 무릎 높이까지 낮아져 있었다.

“경! 셋에 뜁니다!”

내 옆에서 말을 달리던, 이름은 들었지만 까먹은, 나를 호위하기로 한 기사가 크게 외쳤다. 이-하!와 두두두두 사이에서 그 말을 간신히 들은 나는, 옆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이미 많은 수가 내가 만든 얼음벽에 의해 갈라진 통로를 뛰어넘고 있었다. 곧 우리 차례다.

“하나! 둘! 셋!”

옆에서 두 커다란 전마가 같이 넘어주었기 때문일까. 암말치고는 덩치가 큰 편이지만, 결코 전마는 아닌 내 레브는, 무릎 높이만 남은 얼음벽을 훌쩍 뛰어넘었다. 장하다! 레브!

지금 우리는 평원을 달리고 있다. 아까 작전회의에서 말했던 대로, 이 평원이 아마 회전이 펼쳐지는 곳이 될 것이다. 그리고 우리는 내일 이 평원이 보이는 곳으로 와서 숙영지를 펼 예정이었다. 그러니, 오늘밖에 시간이 없었을 것이다. 이렇게 함정을 팔 시간은. 어떻게 마법사들의 눈을 피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혹은 이게 마법적인 불길인지 모르지만 – 어쨌든, 우리는 우리를 좁은 구석으로 몰아가려던 불길의 벽을 돌파해냈다. 이제, 우리 앞에 함정은 없을 것이다!

“이-하!”

적진이 소란스러워진다. 가슴 높이까지 오는 목책으로 방비하고 있는 적의 숙영지에서 삐-익! 삐-익! 하는 호각소리가 들린다. 경계병의 호각소리에 병사들이 자고 있던 천막들이 급하게 부산스럽게 움직이는 모습이 보인다. 하지만 이미 우리는 적진에 육박해 있다.

“경! 두 시 방향, 300보! 감시탑!”

확인하기도 전에 내 오른손은 화살을 꺼내고 있다. 화살을 먹이며 나는 감시탑을 바라본다. 300보 거리... 옳지. 세네 명 정도의 병사가 이 쪽을 보며 소리치는 모습이 보인다. 활이 닿지 않는 거리라 아직 소리만 지르고 있다. 아래쪽으로 소리지르는 사람이 있는 걸 보니 사다리를 타고 올라올 사람도 있는 모양이다. 저기에 특등사수나 마법사라도 올라오면 대단히 곤란하지. 그렇다면...

나는 이번엔 빨간 보석을, 이번에는 짧게 누른다. 우우웅. 활이 짤막하게 운다. 마나의 레일이 150보를 간신히 채우는 시점에서, 나는 조준을 확신하고, 활시위를 놓는다.

톡.

스르르륵. 허공을 화염의 창이 가로지르고,

꽈앙! 허공에 하얀 꽃이 피어나며 화염의 창이 눈깜짝할 사이에 감시탑 기둥에 틀어박힌다. 그리고,

뻐엉!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감시탑 기둥이 폭발하며, 그 불길이 사방으로 흩뿌려진다. “으아악!” 감시탑 위에 올라가 있던 세 명의 병사가 불길을 피해 아래로 뛰어내리고, 감시탑은 순식간에 마치 거대한 횃불을 땅에 꽂아놓은 것처럼 불타기 시작한다. 그리고 내가 폭발시킨 불꽃이 주변으로 퍼져나가, 천막들의 지붕에 떨어진다. 마침 바람이 적절하게 불어준다. 이 정도면, 천막들도 불탈 걸 기대해봐도 되겠지?

“불이야!”

땡땡땡땡땡땡! 어느 천막에 매달린 종을 누군가가 마구 두들기고 있다. 사람들이 사방으로 뛰쳐나오고 있다. 아직 옷도 제대로 못 입고, 눈도 반쯤밖에 못 뜬 적병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온다. 나는 그걸 잠시 구경하다가, 고개를 돌려가며 다음 목표를 찾는다. 그동안 다르임 형님은 대열이 멈추지 않게끔 계속해서 일직선으로 적의 숙영지를 헤집는다.

“비켜라! 하-! 하-!”

일부 용감한 병사들이 갑옷이나 투구도 제대로 못 쓴 채 앞으로 나와 길을 막아보려 하지만, 다르임 형님은 창을 몇 번 휘두르는 것만으로 그들을 물러나게 한다. 그리고 그 물러난 놈들은 미처 우리 일행의 대열 밖으로 빠져나가지 못해, 말발굽에 치인다. 피와 뭔지 모를 것들이 말발굽 아래에서 다져지는 끔찍한 소리가 들린다. 우욱. 역겹다.

“경! 저기!”

그러거나 말거나, 내 왼쪽의 기사는 나대신 다음 목표물을 찾아준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누가 봐도 확실한 목표였으니까. 천막으로 지붕만 길게 만들어 준 그 곳에는, 얼핏 봐도 몇십 마리의 말이 기둥에 매여 자고 있다가, 소음과 사람들의 비명에 놀라 이리저리 깨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 혼란을 더 크게 만들어줄 때지.

다시, 화살을 당기며, 붉은 보석을 짧게 누른다. 거리가 멀지 않다. 다행히, 내 150보 만큼의 마나 레일로도, 화살을 우리 머리를 넘어 위에서 저 임시 마굿간 위로 떨어트릴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머릿속으로 레일을 그리고, 마나를 불어넣으며, 시위를 당긴다. 그리고, 너무 멀어지기 전에, 톡 하고 시위를 놓는다.

스르르륵. 허공을 고개를 오르듯 올라 정점에 올라간 화염창이 다시 스르르륵, 하고 허공에서 아래로 내려오기 시작한다. 중간쯤 왔을까. 빠앙!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허공에 하얀 꽃을 만드는 화살, 아니, 이미 화염의 창이 보인다. 내가 활을 제자리로 돌리자.

꽈꽝!

굉음과 함께 화살이 내리꽂히며 불꽃의 폭발이 일어난다. 이히히히힝! 말들이 고통과 놀람에 발버둥치지만, 아직 그들의 고삐는 풀리지 않았다. 우리는 말들이 날뛰는 소리를 뒤로 하고 계속 앞으로 달려나간다. 아직, 기마궁수대와 기마마법사대가 오려면 약간 시간이 남았는데, 저 날뛰는 말들에 의해 전진이 혼란받지는 않을까?

하지만 내 걱정은 괜한 걱정이었다. 쩌쩌쩍! 우리가 달려가는 적의 숙영지 한가운데 길 왼쪽에, 갑자기 두께가 한 걸음은 되어 보이는 두꺼운 얼음의 벽이 생겨나고 있었다. 역시, 말을 달리면서도 이 정도의 마법 시전이 가능하다니. 아까처럼 방향전환이든 뭐든 하느라 힘든 상황이 아니라면 정말이지 전장 마법사는 무서운 존재구나.

갑자기 나는 등골이 서늘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어느새, 적의 숙영지를 2/3 정도 돌파해, 반대쪽 문으로 나설 채비를 하고 있었다. 아무리 기습을 받았다지만, 그리고 적이 설치하고 안심하고 있던 함정을 돌파했다지만, 그래서 적들이 혼란에 빠져 있다지만, 이제는 슬슬 반격에 나설 법도 한데...?

펑!

갑자기 우리 앞에 구덩이가 하나 생기며 세 길은 되어 보이는 불길이 확 치솟았다. 마법, 마법이다!

“흩어져!”

우리는 구덩이를 중심으로 좌우로 우회하는 길로 자연스럽게 흩어졌다. 그 순간, 펑! 펑! 흩어진 사람들의 앞에 다시 불구덩이가 생겼다. 두 개로 갈라진 흐름이 네 개로 갈라진다. 제기랄! 우리를 흩어놓으려는 거야! 시스템!

‘띠링!’

<11시 방향!>

급박한 상황이라 시스템도 자세히 말하지 못하고 방향만 말해줬다. 이럴 때는... 나는 손을 뒤로 돌려 다른 화살통에서 약간 짤막한 화살을 꺼냈다. 디오틀라 님이 주신, 원통이 달린 화살이다. 100보쯤 날아가면 터진다고 했었지? 나는 마나의 레일을 100보 정도 만든 시점에서 끊은 후 화살을 대략 11시 방향으로 날렸다. 톡. 스르르륵.

꽈앙!

하얀 꽃이 앞으로 피어났다. 아니, 보통의 마불살을 날렸을 때는 하얀 꽃을 뒤에 매단 채 앞으로 날아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100보 정도를 날아간 화살은, 하얀 꽃잎을 만들고 – 그 꽃잎이 앞쪽을 향해, 그래, 마치 장미 줄기에 달린 가시들처럼, 아니면 날카롭게 뾰죽하게 자라난 고드름처럼, 쭉쭉쭉 앞으로 수십 수백 줄기가 자라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 자라난 투명하고 흰 고드름들이, 11시 방향을 휩쓸고 – 퍼퍼퍼펑!

“아아아아아악!”

보통의 화살에 맞았을 때와는 다른 비명들이 터져나왔다. 활을 갈무리하며 흘깃 보니, 여남은 명의 사람이 다양한 부위를 감싸쥐고 땅을 뒹굴고 있었다. 확실히 죽이지 못한 것을 아쉬워해야 진정한 무인일까? 모르겠다. 나는 그저, 더 이상의 마법이 터져나오지 않게 된 것을 고마워할 뿐이다.

내 옆에서 말을 달리던, 나를 호위하겠다고 했던 기사가 외친다.

“경! 그거 뭡니까!”

“일종의 산탄(散彈)입니다!”

“좋군요! 좌우로 한 발씩만 더 날려주십시오!”

나는 고개를 끄덕인다. 한 발당 금화 한 닢이라지만, 내 목숨값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 더해서 나와 같이 말을 달리고 있는 이 기사들과도. 나는 원통달린 화살을 두 개 꺼내어, 비스듬히 휘어 떨어져내리는 화살의 궤적을 머릿속으로 그린다. 마나의 레일을 그 궤적을 따라 두 개 동시에 그리고, 그 다음... 화살을 당겼다가, 놓고, 당겼다가, 놓는다. 화살이 하늘로 조용하게 솟구쳐 올라가는 동안, 우리는 숙영지의 반대쪽 문에 이르렀다. 그런데... 문이 닫혀 있다! 적들도 바보가 아닌 듯, 우리가 달려오는 것을 보고 숙영지의 반대쪽 문을 먼저 닫아버린 모양이다!

“하앗!”

갑자기, 다르임 형님이 말을 더 빠르게 몰아 앞으로 휙 달려나간다. 전력질주보다 더 빨리 말이 돌아갈 수도 있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던 그 때, 형님의 뒤를 쫓아 기사 두 명이 달려갔다. 형님은 칼을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우웅-. 오직, 나만이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마나를 직접 움직일 수 있는 나만이, 일대의 마나가 그 칼의 움직임에 따라 진동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진동에 이끌려 모여든 마나가. 길게 늘어나 약 세 걸음 정도의 긴 칼날 모양으로 만들어진 것도.

“헙!”

짧은 기합과 함께 다르임 형님이 칼을 X자로 두 번 휘둘렀다. 그러자... 칼날이 문에 닿지도 않았는데, 마치 달군 나이프가 버터를 베고 지나가듯 문이 사르르륵 갈라지는 것이었다! 나는 어릴 적, 학교에서 북부군의 무예 시범을 견학했던 일이 기억났다. 아, 저것이... 오러 마스터의 진정한 위력이구나. 북대공 전하를 비롯해 대륙에 몇 명만 있다는 오러 마스터. 형님의 뒤를 따라 간 두 명의 기사가, 형님에게는 미치지 못하지만 역시 마나가 덧씌워진 칼을 휘두르자, 문은 더 이상 의미를 갖지 못하고 너덜거리며 옆으로 벌어져버리고 말았다.

“그대로 돌파한다!”

꽝!

그때 마침 내가 쏘아올린 두 발의 산탄 화살이 우리 양 옆으로 뿌려졌다. 아직 우리 옆으로 접근하려는 시도를 하는 적병은 없었지만, 넓은 범위에 자그마한 못 같은 화살이 뿌려지며 흙먼지와 파편이 부욱- 하고 일자 그나마 시도도 포기하는 것 같았다.

“하아! 하!”

우리는 그 속도 그대로 말을 달려 적의 숙영지를 벗어났다.

============================ 작품 후기 ============================

기리인을 조만간 너프시켜야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습니다.

설정이 너무 쎘는지 평타 한 방에 한조궁이 나가네요...ㅎㅎ;;;;;

저에게 힘을 주시는, 읽어주시고 선작/추천/코멘트/쿠폰 주시는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트라이아스 님 // 정주행 감사합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아마 어디선가 정보가 샜겠죠?

eastarea 님 //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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