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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218화 (218/309)

00218 8. 시궁창에서 꽃은 필 수 있을까 =========================

“모스 백작을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봐야겠군요. 저 정도로 무서워하다니. ‘괴물 활’이라...”

황제 폐하가 린베크 아버님을 보며 하하, 하고 웃자, 아버님 역시 미소지으며 말했다.

“전장을 혼자서 바꿀 수 있을 정도의 활이라니, 누가 믿겠습니까. 다행히 소신에게 몇 가지의 생각이 있습니다.”

“좋군요. 그럼 그건 사령관님에게 맡기겠습니다. 그보다... 에아임 경.”

“네, 폐하.”

말석에 앉아있던 형이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는 형에게, 눈을 찡긋하며 – 아마 분명, 파라 경이 보지 못하게 그랬을 것이다 – 물었다.

“점심때 얘기했던 그 건은, 해결됐습니까?”

“걱정마시고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때, 밖에서 우당탕탕 하는 발소리가 들리며, 시끌시끌한 소리가 들렸다. 경비병들이 곧 누군가를 들여보냈다. 파라 경 근처에서 자주 서 있던 사람이었다. 아마 그 가문의 영향력이 닿는 무슨 자작가나 남작가 정도의, 쉽게 말해, 폐하에게 나 정도의 위치인 사람이었다. 그 사람이 황급히 달려와 파라 경에게 뭐라뭐라 속삭이자, 파라 경의 얼굴빛이 확 하고 변했다. 파라 경이 공손히 손을 들고 폐하에게 말했다.

“폐하, 송구하오나, 소신 본가로부터 급한 연락을 받자와...”

“무슨 일입니까?”

“아버님이 위독하시다는 급한 전갈을 받았습니다.”

모두가 시끌시끌해졌다. 폐하가 물었다.

“위독이라니, 대체 얼마나 아프다는 말입니까?”

“오늘 제도를 통해 거쳐온 우편으로 받은 연락이라 확실하지는 않사오나... 어쨌든 제가 융파트 영지로 돌아가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 윤허하여 주소서, 폐하.”

나는 보았다. 에아임 형이 눈을 폐하에게 찡긋해 보이는 것을. 폐하는 역시 그걸 놓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국가의 기강을 바로세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인륜을 바로잡는 것도 중요하겠지요. 그리 하세요, 파라 경.”

“감사합니다, 폐하.”

그리고 파라 경과 그를 따르는 두세 명이 자리를 일어나려 할 때, 린베크 아버님이 손을 들고 말했다.

“파라 경. 귀환로는 어떻게 잡을 작정인가?”

“네? 그것이...”

“이봐, 정신차리게. 직선거리로야 저 지난 구릉지를 가로질러 대균열의 끄트머리를 우회하면 곧바로 융파트 영지가 나오겠지만, 지금 거기에는 적군이 있지 않나.”

“아... 그렇지요...”

새삼 새하얗게 변하는 파라 융파트 경의 얼굴. 헤헹. 이거 재미있네.

“그러니, 기병 1개 분대를 붙여줄테니 마음은 조급하겠지만 안전하게 나스프 영지로 말을 타고 돌아가게. 거기에서부터 말을 빌려 고속으로 달려 황도에 올라가면, 파발을 이용할 수 있지 않겠네. 그렇지?”

“그게... 어... 네...”

핑계 찾느라 애쓰십니다.

“얼른 출발하게. 융파트 경이 많이 편찮으시다니 나도 걱정이 많이 되는군. 이 혼란한 시대에 그런 분들마저 흔들리셔서는 안 될 텐데. 이보게, 웨룽 군!”

입구쪽에 서 있던, 플레이트 메일을 차려입은 장교가 군례를 올렸다.

“파라 경. 웨룽 군은 내가 신뢰하는 기병 장교라오. 그가 당신을 나스프 영지까지 안내할 것이라오. 얼른 가시오.”

누가 봐도 똥씹은 표정으로 얼굴이 일그러진 파라 경은, 고개를 끄덕인 후, 황제 폐하에게 인사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나는 형을 보고 있었다. 형은, 우연히, 내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거에요?

응, 이거야.

형이 그런 의미를 담아 눈을 찡긋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했다. 슬쩍, 앉아있는 폐하의 표정을 살피자, 폐하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헤죽 웃고 있었다. 그 얼굴에 간만에 미소가 돌아온 것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럼, 내일의 회전을 위해 전략회의를 하겠습니다. 지도를 가져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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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어떻게 그 짧은 시간에 편지를 위조해냈어요...?”

“나도 얼마전에 알았는데, 수사기사단 정보부는 온갖 일을 할 수 있더라고. 그리고... 그런 일을 하는데는 융파트의 가문 인장 같은 건 필요없지. 믿을만한 편지만 있으면 되거든. 서명은 어떻게든 위조할 수 있는 거고.”

“그럼...?”

“뛰어들어와서 말한 그 자작 있잖냐. 요즘 돈이 좀 궁하거든. 어음 하나 써줬지.”

“헤에...”

형과 나는 내 천막 쪽으로 걸어가며, 소리죽여 얘기했다. 혹시나 누가 들으면 안 되는 얘기니까.

“그래도 일단 정보 유출의 가능성은 줄여놨으니까... 다행인 것 같네요.”

“그래. 지금도 우리 마법사들이 비행 마법을 하며 적진을 살피고 있지. 아, 니가 얼마전에 쏘아 떨어트린 그 마법사 있잖아? 그 사람을 취조하며 안 건데 적에게는 마법사가 그렇게 많지 않댄다.”

“아무래도... 그랜드 아카데미를 가지고 있는 제도 쪽에 그 전력이 많겠지요.”

“그래. 그래서 우리가 마법사들의 공중정찰에 의해 정보를 얻는 대신, 그들은 우리 진영 안에 박아넣은 사람으로 정보를 얻은 모양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불안하냐?”

“...티나요?”

형은 내 머리를 헤집었다. 이 전장에 나온 이후로 이 헤집음을 당하면 왠지, 아무리 참혹한 전쟁터에 있어도 일상이 계속된다는 보장을 주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

“사르임 장군님이 지적한 게 영 마음에 걸려서요...”

“그래, 그 분 말씀이 맞긴 맞지. 적이 원래도 밀리던 군세에 어제 야습으로 꽤 많은 병력을 잃었는데도 회전에 나선다는 건, 적어도 우리 군에 필적할 만한 추가 병력의 보충이 있었다고밖에 볼 수 없으니까.”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은 다시 내 머리를 헤집으며 웃었다.

“그래서 니가 있잖아.”

“...저 혼자한테 그런 역할을 맡겨도 되는 걸까요?”

“너 혼자라니? 저기 봐.”

내 천막 앞에 열대여섯 명의 사람이 서 있었다. 오와 열을 반듯하게 맞춘 기사들과, 그 중 갑옷이 제일 좋은 다른 기사 한 명, 그리고 로브 차림의, 마법사인 것 같은 사람이 한 명 서 있었다.

제일 좋은 갑옷을 입은 기사가, 나를 보더니... 정중하게 군례를 올려왔다. 내가 어정쩡하게 답하자 그가 웃으며 말했다.

“모스 백작님. 백작님의 호위를 맡은 이트로프 마스라고 합니다. 이 녀석들은 제 수하들이고, 여기 이 분은 마법사대에서 제 아래로 임시로 배속된 게트 씨입니다.”

“아, 네, 반갑습니다. 기리인 모스라고 합니다.”

“내일 저와 이 녀석들이 백작님을 지켜드릴 겁니다.”

“아, 감사합니다...”

마스 경은 말을 마치고는, 에아임 형을 향해 돌아섰다.

“형님.”

“이트로프. 오랜만이야?”

“그러게요. 형님이랑 제도의 밀수조직 습격하던 때가 좋았는데.”

“와, 그게 벌써 몇 년이 지났구나... 다들 잘 지내지? 제수씨도 잘 있고?”

“네. 형수님이랑 뢰다도 건강하죠?”

“그럼. 걱정해준 덕분이지. 이트로프, 이 놈을 잘 부탁한다.”

마스 씨는 웃으며 대답했다.

“걱정마세요, 형님. 이 녀석들은 전원 어제 야간 습격에 참여했던 놈들입니다. 왜 우리가 지금 모스 백작님을 필사적으로 보호해야 하는지 아주 잘 알고 있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퍼뜩 정신이 들어 도열한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2열 종대로 늘어선 하급 기사들과, 심지어 게트라는 이름의 마법사마저 나를 초롱초롱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마스 경이 말을 이었다.

“백작님, 백작님의 신궁이라면 혼자서도 전황을 뒤집을 수 있을 겁니다. 저와 이 녀석들이 반드시, 필요하다면 몸으로 화살을 가려서라도 막겠습니다.”

아뇨, 그럴 것까진 없는데요...

“기리인, 이트로프는 내가 몇 년 전부터 알고 지낸, 신뢰할만한 사람이다. 그가 너를 지킨다고 했으니 지켜줄 거야. 걱정하지 말고 작전에 임해라.”

아... 사람 잘 보는 형이 그렇게 말한다면 그런 거겠지. 나는 얼른 바지춤에 손을 닦은 후 마스 경에게 내밀었다. 마스 경이 새삼스러운 눈으로 내 손을 마주잡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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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날.

새벽부터 전 병력을 기상시켜, 든든하게 배까지 채워서, 해가 막 뜰 때쯤 우리는 평원에 내린 이슬을 밟으며 행군을 시작했다. 한여름이지만 아직은 해가 뜨기 전이라 덥지는 않았다. 조금만 있으면 매우 더워지리라. 모두에게 수통을 꽉꽉 채우고 분대별로 여분의 수통을 보유하라는 지시가 있을 정도였다. 나는 말 위에서 손가락을 펴 바람의 방향을 살피려 했지만, 바람은 전혀 불지 않았다. 이 정도라면 오늘은 적중률이 나쁘지 않겠는걸.

내 주변에는 이트로프 마스 경을 비롯해 어제 나에게 와서 인사했던 열여섯 명의 기사와 마법사가 말을 걷게 하고 있었다. 마스 경은 얼굴은 웃는 얼굴이었지만, 모두와 마찬가지로, 가벼운 흥분과 긴장을 얼굴에 띠고 있었다. 행군 중에 다른 이에게 말을 걸기도 힘들어 나는 생각에 잠겼다.

작전대로라면, 나는 전장 전체를 내 사정거리에 넣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위험해진다. 그러니... 나를 노린 정밀 마법타격이 날아오기 전에, 마법사대를 먼저 제압해야한다. 나는 내 허벅지의 전통을 달그락거렸다. 어제 남아있는 모든 화살촉을 화살대에 결합했다. 필요시에는 도끼날이 달린 화살도 쓸 각오를 하고 말이다. 어쨌든, 이 회전이 끝나면 전후처리만이 남아있을 거고, 그건 황제 폐하가 직접 하지 않아도 될 테니... 나도, 제도로 돌아갈 수 있겠지.

============================ 작품 후기 ============================

오후에는 드디어 이번 챕터의 목표 중 하나,

대규모 회전의 묘사가 시작되겠군요.

기리인의 활약은 어디까지 이어질 것인가!

오늘은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저는 저번 사전투표때 이미 한 표를 행사하고 왔습니다.

여러분들도 아직 투표하지 않으신 분들은 투표하고 오세요.

누구를 찍든 상관없이, 한 표 한 표는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제 글을 찾아서 읽어주시고 선작/추천/코멘트/쿠폰 날려주시는 독자 여러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여러분이 제 힘이십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사실 약간의 오마주가...ㅋㅋㅋ

eastarea 님 // 기리인의 공적은 어디까지 올라갈까요...ㄷㄷ

유한도전 님 // 괜히 '고급 언변'을 92나 쳐주는 게 아니라는...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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