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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226화 (226/309)

00226 8. 시궁창에서 꽃은 필 수 있을까 =========================

마법은, 마법으로 대응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다. 물론 검사의 마나 에지가 오러를 만들 수 있는 수준까지 올라간다면 마법사가 날려오는 불덩어리를 베어내거나 하는 것이 얼마든지 가능하지만, 그런 건 다르임 형님 정도나 돼야 가능하니까 말이다. 마법사가 날리는 불덩어리를, 같은 불덩어리로 받아치거나, 벽을 세우거나, 비슷한 크기의 얼음덩어리를 날리거나... 뭐 그런 식으로 말이다.

그리고, 저 쪽은 우리 마법사들처럼, 기병의 진격을 방해하면 안 된다는 제약 같은 것이 없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해야 한다. 지계마법으로 땅을 파거나, 불을 지르거나. 그 증거로, 적진의 상공에 불덩어리들이 몇 개 떠오르기 시작했다.

“대응하라!”

베테랑들이 많은 황제군 마법부대는 이미 적의 마법공격에 대응할 준비를 마쳐놓고 있었다. 공격에 참여하지 않고 있던 절반의 마법사가 일제히 캐스팅에 들어갔다. 그리고, 사령관님이 뭐라고 지시하자, 부관이 깃발을 흔들었다. 잠시 후, 궁병대가 일제히 화살을 활에 먹이고, 시위를 당기기 시작했다.

“기리인, 너도 한 방 날려라. 마스. 한 번 더 흔들어보자.”

“네, 사령관님.”

마스 경이 숨을 후욱 하고 들이키더니, 다시 낭랑하게 외쳤다.

“이번엔! 마법사대다! 각오하라!”

나는 화살을 활에 먹이며 적의 마법사대를 살펴보았다. 수많은 적의 마법사들이 나와 눈이 마주쳤다. 몇몇은 명백히 동요하고 있었다. 헤헹. 동요하면 마법을 쓰기 힘들지. 나는, 적 마법사대의 시선을 느끼며, 활을 당겼다. 빠아아아아. 활이 금속의 신음을 내뱉는다.

“백작님, 저기. 머리 흰 사람 보이시죠.”

마스 경이 적절하게 조언을 해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이와 실력이 완전히 비례하지는 않는 게 마법사들이지만, 저 정도의 사람이라면, 잡혔을 때 동요하지 않을 수 없겠지. 문제는 나보다 약간 아래에 위치해서, 활로 쏘면 한 사람만 잡을 것 같은데... 심리적 타격 말고, 한두 명 정도 더 잡는 실질적인 타격도 주고 싶은데... 으음.

나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정신을 집중하며 눈을 뜨고, 마나의 레일을 그렸다. 항상 위로 휘어졌다가 아래로 떨어지는 레일을 그렸지만, 이번에는 반대다. 아래로 내려갔다가, 위로 올라오게. 저 머리 희끗한 사람의 복부를 꿰뚫고, 다음 사람의 몸을 노릴 수 있게끔. 그러면서 우리 병력을 지나가지는 않게끔. 조심스럽게, 레일을 그렸다. 그리고, 신호를 기다렸다. 궁병대와 함께 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마스 경과 눈빛이 마주치고, 마스 경이 ‘잘하셨습니다’는 뜻으로 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적의 마법사대가 우리 쪽으로, 아니 내 쪽으로 불덩어리를 날려오고, 우리 마법사대가 그 불덩어리들을 겨냥해 얼음덩어리와 커다란 물덩어리를 날리고, 적의 허공에 먹구름을 끌어모으는 그 순간.

궁병대를 지휘하던 기사의 깃발이 확 내려갔다.

“쏴라!”

톡. 나는 릴리즈를 놓았다. 내 마수목 화살은 부드럽게 시위에서 밀려나 레일을 타고, 마치 물 속으로 헤엄쳐 들어가는 물고기처럼, 포물선을 그리며 솟구치는 화살들과는 달리, 아래로 내려갔다. 하지만 다른 화살들보다는 훨씬 빠르게 언덕과 언덕 사이를 가르며, 물 위로 펄쩍 뛰어오르는 물고기처럼, 위로 솟구치기 시작했다.

빠앙!

휘어진 레일을 그리느라 레일의 길이가 짧아, 아까와는 달리 2/3 정도의 지점에서 끝나버렸다. 마법을 준비하던, 혹은 우리가 날리는 마법을 대응하기 위해 준비하던 적의 마법사대가, 그리고 하늘을 바라보며 날아오던 화살을 대비하려던 이들이, 모두, 언덕 중턱에서, 굉음과 함께 새하얀 꽃을 피우며, 그들을 향해 솟구쳐 올라가는, 거무튀튀한 화살촉을 바라보고 있었다. 쐐애애애애액!

퍼억!

복부를 노린 화살은 그 머리 새하얀 마법사의 배 중앙에서 약간 오른쪽을 맞췄다. 마치, 눈에 보이지 않는 마수가 한 입 크게 깨문 것처럼... 그 마법사의 오른쪽 복부가 완전히 사라졌다. 머리를 맞췄을 때는 피와 뇌수가 터져나갔는데, 복부를 맞히니... 화살에 조각난 창자가 매달려 있었다. 오른쪽 배가 사라진 마법사가 허물어지기도 전에 그 화살은 다음 사람의 가슴에 틀어박혔다. 창자 때문일까, 아니면 갈비뼈에 걸려서일까, 꿰뚫고 지나가지는 못했지만... 뒤에 있던 마법사의 흉골 한가운데를 부수며 파고들었다. 흉골 뒤에는 심장이 있다. 심장을 파고든 화살은 사방으로 핏물을 날렸다.

털썩, 털썩.

멀어서 소리가 들릴 리 없는 거리이지만, 배가 사라진 마법사와, 심장이 터진 마법사가 차례로 쓰러졌다. 저들이 모든 동작을 멈추고 그 쓰러진 사람들을 바라보는 바로 그 순간.

후두두두두두두둑.

화살의 비가 그들 위로 쏟아졌다.

“아아아아악!”

누구일까. 멍청하게 방패도 들지 않고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하필이면 눈에 화살을 맞아버린 마법사가 찢어져라 비명을 질렀다. 그들이 날린 불덩어리 몇 개는 우리측 마법사에게 카운터되어 허공에서 수증기만을 남기며 사라져버렸고, 수많은 사람들이 몸에 화살이 꽂힌 채 땅을 뒹굴고 있었다.

“좋다. 마법사의 타격은 이제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기병대에게 돌격 준비를 명하라!”

그러더니 사령관님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함정이 있다 한들, 그것을 힘으로 돌파해 버리면 그만이다!”

사령관님의 옆에 있던 부관이 깃발을 이리저리 휘저었다. 삐-익! 기병대에서 누군가가 호각을 꺼내 불었고, 말들을 통제하기 바쁘던 기사들의 눈빛이 바뀌었다.

“돌겨억- 준비!”

다르임 형님의 목소리다. 기병들이 일제히 대열을 재편성했다. 다르임 형님을 중심으로 좌우에 기사들이 늘어서기 시작했다.

“기병들이 돌격한다. 보병은 개진(開陣)하라. 궁병대는 화력을 집중해 적에게 쏟아부어라. 마법사대는, 적이 후퇴할 경로를 계산해 그 위에 마법을 쏟아부을 준비를 하라.”

깃발 신호가 오간다. 나는 사령관님의 옆에서 그대로 대기한다. 화살을 아끼라는 지시를 받기도 했거니와... 분명, 적들의 흑인 병사 전력은 아직 나타나지 않았다. 그들이 나타났을 때를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랜스!”

앞 열에 선 기사들이 세워들고 있던 장창을 흉갑에 달린 랜스 레스트(rest)에 결합했다. 동시에, 전면, 내리막 비탈에 서 있던 보병들이 좌우로 갈라졌다.

“트리클이여, 우리를 보호하소서! 돌겨어어어억!”

우렁차게 다르임 형님이 외치는 것과 동시에 앞으로 뛰쳐나갔다. 내리막을 전력으로 달려나가는 다르임 형님은 그저께 밤에 보았던 것처럼 스스로 쐐기의 선두가 되고 있었다. 형님의 뒤에 두 명, 세 명, 다른 기사들이 랜스를 앞으로 세워든 채 달려들어가고 있었다. 야트막한 언덕을 뛰쳐내려가는 말들은, 두 걸음, 세 걸음만에 언덕을 거의 다 내려가버리는 착각마저 주고 있었다. (사실은 말의 무릎에 부담이 될까 겁난 다르임 형님 이하 기사단이 속도를 약간 조절했다고 하지만, 그만큼 무서운 기세였다.)

“마법사대, 궁수대, 사격 중지. 전원 승마하라.”

“사격 중지-! 전원 승마하라!”

궁수대는 활을 거두고, 마법사대는 마법을 쓰느라 다소 지쳤는지 땀들을 닦거나 호흡을 고르거나 하며 일어서서, 자신들의 진형 뒤에 묶어두었던 자신들의 말을 찾아 이리저리 움직였다. 나는 건너편의 기병대를 바라보았다. 다르임 형님의 창 끝으로 바람이 불어들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바람이 아니다. 마나 에지를 창 끝에 발동시킨 여파로, 평원의 마나가 그쪽으로 약간씩 움직이는 것이다. 형님만이 아니다. 전원 마나 에지를 사용할 수 있는 기사들인 황실 기사단의 기사들의 창끝은 모두, 마나 에지로 푸르스름하게 빛나고 있었다.

내리막을 한참 달려내려간 기병대가, 그 돌격의 힘을 모아, 그대로, 적들이 올라가 있던, 우리가 올라있는 언덕보다 약간은 낮은 언덕을 뛰쳐올라가고 있었다. 위에서 보면 어떨까. 창끝을 앞으로 내민 거대한 화살촉이 적진을 가르기 위해 돌격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을까. 두구두구두구두구. 말발굽 소리가 두 언덕 사이에서 부딪혀 울리고 있었다. 땅 자체가 울리는 느낌이다.

얼마 남지 않은 거리가, 눈 한번 감았다 뜨자, 거의 사라져 있었다. 랜스 끝과, 겁에 질린, 얼마 남지 않은 적 보병들의 칼 끝이, 마주치고,

꽝!

실제로 거대한 폭발음이 들리며, 적 병사 한 명이 실제로 하늘로 솟구쳤다. 기사단의 거대한 전마가 갤럽(gallop)의 속도로 들이받자 그대로 날아가버렸다. 한명만이 아니었다. 십수 명이 동시에 하늘로 날아가버리고 말았다. 이미 아까의 서전(緖戰)에서 사기가 팍 꺾인 그들은 창이나 검을 들어올릴 생각도 못하고 있었다.

이미 적은 마치 달궈진 나이프가 치즈를 가르고 지나가듯 갈라졌다. 보병대를 이미 지나쳐, 그 약간 떨어진 후방에 서 있던 기병대에 다다르려 할 때, 적의 기병대에서 삐-익! 하는 호각소리가 들림과 동시에, 그들은 타격을 감수하고 왼쪽으로 일제히 달려가기 시작했다. 두두두두두! 저건 도주가 아니다, 질서정연한 후퇴다! 일부의 뒤의 기병들이 타격을 받긴 하겠지만, 한 덩어리로의 전력은 유지할 수 있다! 갑자기 수천 마리의 말이 지축을 울리자, 땅이 흔들리는 느낌이 더 심해졌다.

아니, 아니다! 정말로 땅이 울리는 거다! 기병이 지나간, 우리가 올라가 있는 언덕과 그들이 올라가 있던 언덕 사이의 땅이, 울리고 있다! 우르르르릉!

============================ 작품 후기 ============================

YOU JUST ACTIVATED MY TRAP CARD!

리리플은 있다가 밤에 할게요.

독자 여러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덕에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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