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243화 (243/309)

00243 8. 시궁창에서 꽃은 필 수 있을까 =========================

“매음굴...”

왠지 몰라도 약간은 어두워보이는 골목길에, 이미 살갗을 많이 드러낸 창녀들이 나와서 길거리를 지나는 남자들을 호객하고 있었다. 틀림없이 우리 군에서 나온 것 같은 남자들 몇 명도 복장이 약간은 흐트러진 채 골목 안으로 들어가거나, 바지춤을 추스르며 나오고 있었다.

매음굴의 첫 인상은 악취였다. 뭔지 모를 퀴퀴한 듯한 썩은 듯한 냄새가 났다. 골목 하나 차이로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는 걸까. 아니... 뭔가, 탁한 구름이 끼어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악취...라고 하기에는 뭐랄까, 질 낮고 저급한 욕망이 현실화된 것 같은 냄새랄까. 나는 코를 찡그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저씨! 은화 반 개! 은화 반 개에 한 발! 한 개면 반나절!”

퉁퉁한 체격의, 억세 보이는 아줌마 – 포주가 길거리에서 대놓고 호객행위를 하고 있었다. 길거리에서 사과나 꽃을 파는 것과 같은, 전혀 부끄러움이나 거리낌 없는 태도였다. 해가 이제 막 하늘의 가운데를 넘어간, 쉽게 말해 한낮이었는데... 한낮부터 일말의 부끄러움이 없는 듯한 태도에 나는 생경함마저 느꼈다. 포주들만이 아니었다. 그 뒤에서, 거의 가슴을 다 드러내거나, 조금만 더 갈라졌어도 샅의 터럭이 보일 정도로 허벅지를 드러낸 창녀들이, 포주들이 호객하거나 흥정하는 사내들을 향해 유혹하는 듯한 눈빛을 던지고 있었다.

“반 개... 하이고.”

“왜요?”

마스 경의 표정은 결코 밝다고는 할 수 없었다.

“백작님은 여자를 사 보신 경험이 없으시죠?”

“어, 네...”

“여러 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제도에서 마차를 타고 다니는 고급 창녀들을 하룻밤 사는 데는 드로그 금화 두세 닢은 줘야 합니다. 조건이 안 좋아질수록 점점 내려가죠. 그래도, 이런 여자들을 품기 위해서는 한두 시간에 은화 두 닢은 줘야 합니다. 반나절이나 하룻밤에는 다섯 닢은 줘야 하고요.”

“그럼, 거의 반의 반 값이네요...?”

“그렇죠... 게다가, 어... 백작님이 안목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창녀들 중에는 영 어색한 사람도 있네요.”

짝!

“아악!”

말하기가 무섭게, 약간 떨어진 곳에서 살갗을 치는 매서운 소리와 비명 소리가 났다. 누가 들어도 뺨을 치고 얻어맞는 소리라고 할 수밖에 없었다. 골목을 지나다니던, 혹은 화대를 흥정하던 남자들이 일제히 그 쪽으로 고개를 돌렸지만 – 포주들이나 창녀들은 관심없다는 눈으로 하던 일을 계속할 따름이었다.

“이 년아! 비싼 밥 먹여주고 옷 사주고 화장까지 시켜줬는데 왜 일을 못 해!”

“아! 아! 아!”

억센 포주의 머리채에 머리를 잡힌 것은 – 아무리 좋게 봐도 나보다 대여섯살은 어려 보이는 ‘소녀’였다. 여자아이들이 어른을 동경해 화장한 것처럼, 어색하게 뿌옇게 뜬 화장을 한, 그리고, 가슴을 드러내려고 애를 썼지만, 가슴이 아니고 뼈만 드러난 여자‘아이’가 머리채를 잡힌 채 질질 끌려다니고 있었다.

“이 년아! 누가 너보고 은화 벌어오래? 어? 누가 너같은 년한테 은화 주기나 한 대? 동화 벌어오라고! 동화! 남들 다 벌어오는 동화도 못 벌어오는 주제에! 뭐가 잘났다고 그렇게 뻣뻣하게!”

짝! 짝! 짝! 쉴새없이 화살을 쏘아내는 사수처럼 그 포주는 쉴새없이 말을 쏘아내며 그 사이사이에 사정없는 구타를 집어넣었다. 뼈밖에 없어서 아픔을 그대로 몸으로 받아내고 있는 그 여자아이는 묵묵히 그 구타를 받아낼 뿐이었다.

“백작님.”

마스 경이 내 팔을 잡았을 때 나는 이미 두세 걸음 앞으로 걸어나가 있었다.

“놓으세요.”

“잠시만요. 제 말 좀 먼저 좀 들어보시죠.”

만약 마스 경의 말이나 눈빛에 ‘뭘 모르는 애송이가’라는 눈빛이 있었다면, 그게 싫어서라도 나는 뿌리치고 그 쪽으로 달려갔을 거다. 하지만 마스 경은 어디까지나 간곡하게 나에게 부탁하듯 말했다. 그 간곡함에 나는, 어느새 머리 끝까지 올라있던 분노가 한 꺼풀 꺾이는 것을 느꼈다.

‘띠링!’

<냉철이 발동됩니다. 상황을 조금 더 냉정하게 바라볼 수 있게 됩니다.>

후우. 나는 달아올랐던 머리가 약간은 식는 느낌을 받으며, 마스 경을 바라보았다.

“백작님. 저 소녀는...”

“보나마나 전쟁 유민이겠죠.”

“...알고 계셨습니까?”

“뻔하잖아요. 융파트 영지가 식량이 궁해졌다는 얘기는 없었으니, 지금 굶은 것이 아니고 굶은 채 이 영지에 도착한 사람이겠죠. 맞으면서도 한 마디의 반항도 불평도 못 한 것은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는 것일 테고요.”

“거기까지 보셨으면...”

나는 마스 경이 뭐라 할지 알 것만 같았다.

“저 한 명에게 돈을 줘 봐야 포주들에게 뺏길 테고, 실제로 저 여자애에게 도움이 되는 건 없을 거고, 그렇다고 내가 여기 있는 전쟁 유민들을 모두 구할 수도 없을 거고... 이런 말 아닙니까.”

“...죄송합니다, 백작님. 제가 백작님을 너무 과소평가했군요.”

나는 탁한 공기로나마 심호흡을 하며 한 번 더 자신을 가라앉힌 후 차분하게 말했다.

“마스 경. 경은 전장 경험이 꽤 있으신 모양이더군요. 저는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때 제가 활 쏘다 말고 토했을 때, 경이 저를 경험이 없는 애송이라고 낮춰보지 않고, 제가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 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방금 전도 그랬고요.”

새삼스럽게 고개를 숙이자, 마스 경은 당황해하며 마주 고개를 숙였다.

“이제 와서 변명을 하자면... 그 때, 저는 그 광경이 역겹고 못 견디겠어서 욕지기가 올라왔던 것이 아니었습니다. 산 사람을 쏜 것도, 끔찍한 피해를 낸 것도 처음이 아니었으니까요.”

“아... 그러셨겠군요. 황제 폐하를 구출하신 것도 백작님이셨었죠...”

“그게 끔찍해서라기보다는, 뭐랄까... 이 전장이 거대한 시궁창 같았습니다. 어떤 좋은 것들이 들어간다 한들, 어떤 선의로 거기에 들어간다 한들, 그 안에서는 너도나도 시궁창 안의 한 구성물이 될 뿐인 그런 거대한 부조리처럼 느껴졌다는 말입니다. 단순히 상관의 명에 따랐을 뿐인데, 화살에 머리가 터져 죽고, 그 화살이 만들어낸 뼛조각에 긁혀 다치고...”

마스 경은 전에 그러했듯 이번에도 차분히 내 얘기를 들어주고 있었다. 나는 마스 경이라는 사람이 조금씩 더 마음에 든다고 생각하며 말을 이었다.

“물론 나는 내 의무를 도외시할 생각이 없었고, 주어진 임무를 다하려 애썼습니다.”

“누구도 백작님이 의무를 게을리했다고 말하지 못할 겁니다.”

마스 경은 힘주어 말했다.

“감사합니다, 마스 경. 그 뒤로 계속 생각했습니다. 전쟁이란 거대한 시궁창 같은 것이구나. 거기에 발을 들이면서, 나 자신을 더럽히지 않는다는 건 불가능하겠구나.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시궁창 속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어느새 그런 고민을 하셨군요.”

“헛짓거리 한 거죠.”

마스 경은 입을 약간 벌린 채 멍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얼마 전 누군가 저에게 ‘사람의 몸에서 나올 수 있는 것 중 가장 더러운 것이 똥이다. 하지만 그 똥을 모아서 퇴비를 만들면, 그것은 더할나위 없이 아름다운 꽃이나, 풍성한 수확을 일궈내기도 하는 법이다’라고 말해준 적이 있었죠. 그 때는 그 자에게 그저 ‘헛소리’라고만 말했지만, 이제 저는 그에 대해 답을 말하고 행동에 나서려고 합니다.”

나는 비록 지금은 목과 머리가 분리되어 목숨이 끊긴, 그래서 비르히를 비롯한 몇 명에 의해 몰래 암매장된 프그단을 생각하며, 그에게 인간 기리인 모스로서, 늦었지만 인간의 답변을 주고자 했다.

“시궁창에서도 꽃은 피어날 수 있겠죠. 하지만 꽃이 되는 것은 그 시궁창 속의 똥이 아니라, 꽃의 씨앗입니다. 시궁창 속에서도 씨앗이 되려는, 나아가서 꽃이 되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똥이나 다름없겠죠. 마스 경. 저는 인간입니다. 그리고, 인간다우려는 노력을, 즉- 다른 사람의 고통에 공감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령 그게 그때는 바보같은 행동이고 아무리 좋게 봐줘도 내 개인의 만족일 뿐이라고 해도 말입니다.”

마스 경은, 어느새, 덤덤히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그럼 같이 가시죠. 백작님의 이름으로 사는 것보다는 제가 사는 편이 여러 논란거리를 잠재울 수 있을 겁니다.”

마스 경은 앞장서서, 어느새 포주의 손에서 머리채가 놓인 채, 그 뻣뻣한 몸을 움직여 애써 유혹의 몸짓을 흉내내 보려고 애쓰는 여자아이와, 그 여자아이를 포함한 몇 명을 못마땅하다는 듯 보고 있는 포주에게로 걸어가고 있었다. 그 때였다.

‘띠링!’

어? 갑자기 뭐야.

<‘추가 스킬권’이 사용되어 추가 스킬이 생성되었습니다.>

뭐라고? ‘정보 확인’!

<이름       : 기리인 모스

나이       : 18세

HP        : 2000/2000

힘         : 87

민첩       : 100

지능       : 101

마나친화력 : 0

매력       : 100

지구력     : 80

특수       : 의지력 101 / 고급 언변 92 / 냉철 94

스킬       : 정보확인 Lv. 2, 마나 배치 Lv. 1, 감정동조(S) Lv. 1>

‘감정 동조’?

<감정 동조란, 논리와 언변으로만 설득되지 않는 상대와 감정을 일치시켜 상대를 진심으로 납득하게 만들 수 있는 기술입니다. 이는 당신이 지금 막 말했듯, ‘공감하려는 노력’을 계속 해 왔고 앞으로도 하려고 할 것이기 때문에 만들어진 스킬입니다.>

<‘위업’을 달성하여 만들어진 스킬권으로 탄생한 스킬이기 때문에 감정 동조는 처음부터 S급을 받았습니다. 적절히 사용하면 아주 강력한 스킬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몸의 모든 것이 그러하듯 마음도 소모되는 자원입니다. 당신이 남의 감정과 고통에 공감하기 위해 감정을 사용할수록, 당신의 감정의 내구력도 소모될 것입니다. 이를 버티기 위해 감정에 무감각해지려고 하면, 그 순간 당신은 공감의 능력을 잃게 될 것입니다. 적절히 사용하기를, 정말 적절히 사용하기를 권합니다.>

이렇게까지 간곡하게 경고할 줄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밀려있던 숙제를 하기로 했다.

<프그단의 부탁을 받아들이시겠습니까? Y/N>

인간들의 입장에서 보자면 저들은 인간을 대등한 상대로 인정하지 않고, 수단으로 여기고 있다. 그리고 황제 폐하는 저들을 적대하며 철천지 원수로 여기고 있다. 하지만, 나는 아까 말했듯... 계속 공감하려는 노력을 해 보려고 한다. 그게, 치르낙 대왕이 말했듯, ‘우리 편은 가까이, 적은 더 가까이’라는 말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이야기만이라도’ 들어보고 싶다. 그게 호기심이건, 혹은 공감하려는 노력이건 말이다.

나는 Y를 눌렀다.

============================ 작품 후기 ============================

이번 챕터를 마치겠습니다.

예상하셨던 대로 기리인은 Y를 선택했습니다.

이성적으로는 Y가 맞다고 작가인 저도 생각은 하는데... 막상 제 가족이 저런 놈들에게 피해를 입으면 끝까지 이성을 유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읽어주시는 분들이 없으면 제 작업도 의미가 없겠지요.

eastarea 님 // 진짜 더운 날에는 일이고 뭐고 맥주 한 캔 따서 마시고 싶을 때가 있죠. 벌컥벌컥. 크으.

화이트프레페 님 // 그러고 보면 기리인이 옆사람을 오징어로 만드는 테러를 하는데도 남자들에게도 미움 안 사는 걸 보면 참 마성의 남자다 싶... 어 이러다 잘못하면 딥다크로...

스카테 님 // 말씀듣고 얼른 엔터를 쳤습니다 ㅋ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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