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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248화 (248/309)

00248 9.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선생님은 생긋 웃으며, 폭탄을 하나 꽝 떨어트렸다.

“이브가 주인님 어쩌고 하는 거, 장난이 아니고 진짜지?”

헐... 내가 멍하니 선생님을 바라보자 선생님은 웃음기를 거두지 않은 채 말했다.

“어떻게 그렇게 된 건지는 아직 몰라. 선생님이 근데 다른 건 몰라도 눈치는 좀 있잖니. 너 없는 동안에 이브랑 몇 번 만났어. 어쨌든 나는 대도서관을 이용해야 하잖니. 그리고 이브랑도 연구를 조율할 필요가 있었고. 그리고, 아까 말했듯이 같은 또래기도 하고. 너한테 수작 부릴까봐 약간 걱정은 되었지만, 그때는 니가 없었으니까... 그래서 같이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하면서 친해졌지.”

선생님의 지력은 95. 대륙에서도 손꼽히는 수준이다. 나 스스로도 선생님에게 감탄한 적이 정말 많았다. 지능이라는 것이 그렇게, 무 자르듯 턱 잘라서 높다 낮다를 운운할 수는 없는 것이기는 하지만... 선생님은 지능의 전반적인 모든 면, 그러니까 생각하는 힘, 기억하는 힘, 논리를 세우는 힘 등 모든 면이 전반적으로 뛰어난 분이었다.

“그런데, 좀 눈치가 이상한거야. 처음 이브를 봤을 때가 너랑 같이 있었을 때였잖아. 그 때는 내가 다른 거에 정신이 팔려서 잘 몰랐지만...”

‘다른 거’라고 말하는 선생님의 볼은 약간 붉어졌다. 새하얀 피부에 붉은 기가 살짝 돌자 눈을 떼기 어려울 정도로 아름다웠다. 내 눈길을 의식한 듯, 선생님은 다시 살포시 웃었고, 이브 씨는 약간 입술을 비죽였다.

“그 뒤로 몇 번 만나면서 나는 이브가 나를 미워하거나 꺼리는 게 아니고 약간 ‘무서워한다’는 인상을 받았어. 이상하잖아? 나를 미워하면 몰라도 무서워할 필요는 없는 거잖아. 어... 그래, 마치 사용인이 주인인 귀족에게 좀 어려워하는 그런 느낌, 그것도 좀 엄한 주인에게 말야. 그런 느낌을 받았어.”

아름다움 뒤에 날카로운 지성을 가지고 있는 선생님. 그런 선생님의 관찰이 얼마나 날카로운지는 잘 안다. 그런 선생님이기에 이브 씨의 그런 이상한 태도도 잡아낼 수 있었던 거겠지.

“내가 또 누구니. 한 말빨 하잖니? 그래서 가볍게 찔러봤지. 좀 친해지고, 술도 같이 좀 마시고 하다가... 어느 날, 이브 집에 같이 가게 됐는데... 방에 글쎄...”

선생님의 얼굴이 약간 더 붉어졌다. 이브 씨가 황급히 팔을 뻗어 요안나 선생님의 입을 막으려 들었다.

“야, 정말 그럴거야? 그건 얘기 안 하기로 했잖아...!”

“그래두, 그걸 얘기 안 하면 이야기가 진전이 안 되잖아.”

“그치만 그걸 어떻게...!”

“그만.”

두 사람의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아서 나는 그렇게 말하며 한 손을 들어올렸다. 두 사람은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이브 씨는 곧바로 공손히 두 손을 테이블 위에 가지런히 모으고 정자세로 앉았다.

“이브 씨. 부끄러운 내용이면 직접 수위를 조절해 가며 이야기하면 어때요?”

“...그래도...”

잠시 주저했지만, 어쨌든 나도 본질은 마법사요 학자다. ‘자연 현상’에 대해 궁금해하고, 실험해보고자 하는 마법사 말이다. 결국 내 입에서 말이 튀어나갔다.

“명령입니다.”

이브 씨는 헉 하고, 침을 꿀꺽 삼키더니, 곧바로 술술 말하기 시작했다.

“그 날, 요안나와 제 방에 갔을 때 요안나가 본 건... 제가 가지고 있던 어른의 장난감이었어요.”

“어른의 장난감?”

그냥 반문한 건데 이브 씨에게는 내가 마치 모르는 척 의뭉스럽게 다시 되물은 것처럼 들렸나보다.

“아이, 주인님... 남근 모양의 나무조각 있잖아요. 제가 기억에만 의지해 주인님의 것과 가장 크기와 모양이 비슷한 걸 고르려고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는데...”

요안나 선생님이 헛기침을 하자, 이브 씨는 헉 하고 놀라더니, “죄송해요 주인님, 제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하고... 요안나, 미안해...” 하고 고개를 꾸벅꾸벅 숙이며 사과하기 시작했다. 요안나 선생님이 약간은 씁쓸한 미소를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브 방도 내 방이나 크게 다를 게 없는 크기였거든. 근데 이불 한 가운데에 시커먼 그게 뒹굴고 있는 거야. 방안에서는 온통 꾸릿한 그 냄새고. 그래, 기리인. 여자가 흥분하면 내는 냄새 있잖아.”

나는 뭐라 하면 좋을지 몰라서 아무 말도 못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그런 나를 보고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내가 뭐라고 하기도 전에 황급히 달려가 이브가 그걸 치우더라구. 예의바르게 못 본 척 해 줄 수도 있지만, 우리는 조금 친해진 상태였거든. 내가 그걸 갖고, 뭘 그러냐, 여자도 욕구가 있는 거 아니냐, 남친 사귄 지 오래 됐으면 그럴 수도 있다, 나도 하나 있다... 뭐 이런 말을 했더니, 갑자기 막 고개를 젓는거야. 자기는 원래 이런 거 안 키우는 사람이라나.”

그러더니 요안나 선생님의 미소가 약간은 음흉하게 바뀌었다. 그리고 이브 씨는 약간 얼굴을 붉히며 시선을 내리깔았다.

“그러면서 혼잣말로 ‘주인님만 아니었어도...’ 하고 말하는 거야. 그 순간 왠지 모르게 내 머릿속에서 뭔가 철컥 하고 맞아들어가는 기분이 들었지. 아닌 게 아니고, 기리인, 그 때 이브랑은 꽤 자주 만났는데, 이브가 다른 남자 누구를 만나는 것 같지는 않았거든? 방에도 다른 남자 흔적은 없고? 그런데 그 날 이브가 너한테 보였던 태도를 생각하니까, 왠지 그 ‘주인님’이 너 같은 기분이 드는 거 있지.”

분명 논리적인 비약이다. 하지만 이미 그 비약을 통해 사실에 닿아 있으니 그걸 지적하는 건 무의미하겠지. 나는, 선생님이 그걸 어떻게 알았지 하는 궁금함보다, 선생님이 그걸 어떻게 받아들이려나 하는 불안감이 마음 한 구석을 채우는 걸 느끼며, 조용히, 선생님의 말을 기다렸다.

“그 뒤로, 너한테서 받은 편지 이야기를 몇 번 했지. 일부러 떠 보려고 말야. 그랬더니 아닌 척 하지만 확연히 반응을 보이더라구. 그래서 어느 날, 어떤 방법을 이용해서 사실을 확인했어.”

“어떤 방법인데요...?”

“어머. 기리인 군. 여자의 비밀을 억지로 캐내려 하는 남자는 인기가 없답니다.”

...갑자기 무슨 개수작이야...라고 해야겠지만 선생님의 미모는 그런 수작마저도 먹히게 할 정도의 압도적인 수준이었다...아니면 내 눈에 콩깍지가 씌었던가...

“어쨌건 말야... 그래서, 그 뒤로 이브 모르게 이브를 관찰했지. 다른 사람 앞에서 이브는 예전과 하나 다를 것이 없거든. 그런데 오직 너에 관해서만, 우선 순위가 바뀐 것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단 말야. 이상하지 않아? 마법 중에도 이 정도로 오래, 그리고 강하게 가는 정신계 마법은 없어. 기리인 너도 잘 알지 않니?”

물론이다. 인간의 지능은, 정신은 생각보다 섬세하고 복잡한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신에 작용하는 마법을 사용하는 모든 마법사들의 고민이기도 하다. 인간의 마음은, 인간의 지능은 외부의 힘이 거기에 작용하는 변화를 저항하고 거부하며 원래대로 돌아가려고 애쓴다. 그렇기에, 정신 지배 같은, 8서클이나 하는 고위 마법조차도, 영구적이지 못하다. 사소한 계기에도 깨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그리고 내가 믿고 있던 것도 그것이었다. 이브 씨가 그 날 밤, ‘음란하고 불쌍한 노예’ 운운하며 나와 관계를 맺었던 그 날 밤에, 나는 격렬한 섹스를 마친 후면 그녀가 제정신으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다. 그런 일이 자주 있기도 하고, 특히 매혹(charm)은 성적인 매력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성관계를 가지면 예전같지 않아지는 경우가 잦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 날 그녀는 섹스 후에도 공손히, 뒤처리를 하고, 침대 옆에 무릎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그 후에도, 요안나 선생님과 닭튀김과 맥주를 먹던 그 날 밤에도 그녀는 나를 ‘주인님’이라고 불렀다. 무척 당황했지만, 나는 좀 더 기다려보자고 생각했다. 마침 그 때 전쟁이 터졌고, 나는 석 달이나 제도를 비웠다. 그 기간 동안 나는 그녀에게 일체 접촉을 하지 않았다. 일부러, 매혹을 새로 갱신할 어떤 힌트도 주지 않으려 애썼던 것이다.

“주인님...”

그런데도 지금 저 꼬라지란 말이다! 아오. 머리아파. 대체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난 거야.

“기리인. 솔직히 말해 나는 지금 이 꼴이 매우 마음에 안 들어. 나는 너를 정말 정말 좋아하고, 이브도 마음에 들어. 하지만, 내가 정말 정말 좋아하는 남자에게 자신의 의도가 아니라고 해도 여자 노예가 있다는 사실이, 너의 말 한마디에 부끄러운 사실을 고백할 정도로 복종하고, 주인님에게 조금이라도 더 기쁨을 주기 위해 매일 밤마다 스스로 연습하고 단련하는 여자 노예가 있다는 사실이 나는 정말 마음에 안 들어.”

선생님의, 담담하지만 격정적인 고백은, 나를 당황하게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정말 정말 좋아하는’이라는 말에 그간 가졌던 마음의 어두운 부분이 씻겨나가는 기분도 동시에 느끼고 있었다. 선생님은 말을 이었다.

“그래서, 기리인. 너의 특이 체질에 대한 또 하나의 연구 과제가 생긴 것 같은데. 그러니, 너를 연구해야 하는 주 연구자로서도, 그리고 너에게 달라붙는 다른 파리들을 다 떨쳐내고 싶은 여자친구로서도, 나는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정확하게 알아야겠어.”

이제 선생님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걷혀 있었다. 나를 똑바로 바라보는 그 눈에 노기는 없었지만, 나는 선황제 폐하가 극도로 분노했던 그 앞에서보다 지금이 더 긴장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나는 침을 꿀꺽 삼킨 후 말했다.

“그 날 어떤 일이 있었냐면요...”

============================ 작품 후기 ============================

분명 휴일인데 저는 왜 하루종일 고생을 했을까요. ㅠㅠ 허리가 아픕니다...

읽어주시고 선/추/코/쿠 주시는 독자 여러분 정말 감사드립니다.

DJ스누피 님 // 절단마공 아닙니다 그냥 어쩌다 보니 거기서 끊겼... (설득력 없는 설득을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화이트프레페 님 // 스쳐갈 수밖에 없던 입장의 사람들이 많다 보니(유부녀라거나, 자신의 직업을 더 사랑한다거나...) 그런 것 같네요. 그래도 이제는 메인 히로인도 있고 하니 그렇게 사라져버리는 여자들이 많지는 않을 거에요 ㅎㅎ

eastarea 님 // 마음에 드셨나 모르겠네요 ㅋㅋ;;;;

박성빈 님 // 아쉽게도 메챠쿠챠는 약간 더 기다리셔야 할듯 해요 ㅎㅎ

스키테 님 // 어떻게 저런 현상이 벌어졌는지를 더 궁금해할 것 같네요. 저렇게 머리좋은 사람들이라면요. 그걸 알아야 원래대로 돌릴 방법을 알테니까요 ㅎㅎ

nnuhgwyegd 님 // 천 편...은 너무 과장이시구요 ㅎㅎ;; 대략 5~6백편 정도?면 결말이 보이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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