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251화 (251/309)

00251 9.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 이번 편에는 성애장면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

어떻게 저녁 남은 시간이 흘러갔는지 모르겠다. 멍한 상태에서, ‘테밀 누나와 뢰다에게 들키면 안 된다’는 생각만 남은 나는, 마치 자동인형처럼, 웃어야 할 때 하하 웃어주고, 먹어야 할 때 먹어주고, 마셔야 할 때 마셔주고, 그저 고개만 끄덕끄덕하고 있었다. 어렵지는 않았다. 선생님, 이브 씨, 그리고 테밀 누나 세 사람의 수다는 어마어마했다. 테밀 누나가 뢰다를 챙겨먹이면서도 세 사람은 마치 공놀이하듯, 말을 던지고, 받고, 되튕겨내고, 깔깔거리고 있었다. 아무리 내가 자동인형 신세였어도 가끔씩 날아오는 공을 쳐내는 정도의 대화는 어렵지 않았다.

식사를 마친 후에도 세 사람의 수다는 그칠 생각을 하지 않았다. 덕분에 뢰다랑 놀아주는 건 내 몫이었다. 내가 장난감 칼에 열네 번쯤 얻어맞고 쓰러져주고, 거실에서 공놀이를 하고 있는 동안, 세 사람은 뭐가 그렇게 할 말이 많은지 가끔 깔깔대며 웃곤 했다. 내 이름이 나오지는 않나 유심히 들어봤지만 그건 아닌 것 같았다. 결국 꾸벅거리는 뢰다를 나와 오레즈 할아버지가 방에 눕히고 나와서야 자리가 파했다.

“기리인, 미안, 시간가는 줄 몰랐네...”

미안해하는 얼굴로, 하지만 후련함이 공존하는 얼굴로 테밀 누나가 말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아뇨, 괜찮아요. 밥값 해야죠. 뢰다도 저를 간만에 봐서 좋아하는 것 같구요.”

“삼촌 언제 와? 하고 계속 물어봤거든...”

누나는 창 밖을 보더니, “그이는 늦게나 올 모양이네...”라고 말하고는 다시 나에게 돌아섰다.

“기리인, 내일 너 황궁 들어가야 하지?”

“네, 그래서 말인데, 누나...”

“무슨 말 할지 알겠다. 다녀오렴. 새벽에 돌아오면 괜찮을거야.”

집주인의 허락도 얻었겠다, 나는 “다녀올게요” 하고 인사하고는, 누나와 오레즈 할아버지, 에노 할머니의 배웅을 받으며 현관문을 나섰다. 문 밖에는 두 사람이 기다리고 있었다. 솔직히, 누나한테는 화날 것도 없지만, 두 사람한테는 약간 삐져 있었다. 반한 남자라면서, 그리고 주인님이라면서, 눈치채이면 안 된다는 건 잘 알지만, 그래도 저녁 내내 자기들끼리만 놀다니. 나는 반은 장난기로, 살짝 삐진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차 부르는 깃발을 세웠어. 금방 올 거야.”

나는 아무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두 사람이 내 웃음기 없는 얼굴에 흠칫하는 것이 보였다. 나는 미소띠지 않기 위해 애써야 했다.

“저, 주인님...”

“왜요.”

“화...나셨어요?”

조심스럽게 물어보는 이브 씨. 아니... 이제는 이브, 라고 해야 하나. 나는 여전히 웃음기 없는 얼굴로, 누가 봐도 ‘쟤 삐졌네’하고 생각할법한 태도로 신경쓰지 말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브와 요안나가 당혹하는 것이 느껴졌다.

“기리인, 미안... 그게,”

“가죠.”

마침 마차가 와서 나는 선생님의 말을 자르고 마차를 가리켰다. 그리고는 먼저 올라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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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삐진 척’ 연기를 할 때는 선이 중요하다. 어느 정도 삐진 척을 해야 상대가 당황하지만, 너무 선을 과하게 넘어 화를 내게 하면 오히려 상대가 정말로 기분이 상할 수 있다. 상대가 ‘나를 달래줘야 한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만 하는 거다. 여자들은 본능적으로 하는 모양이던데, 해본 적이야 있으시겠지만, 당해보신 적은 별로 없으시지요?

“기리인~”

선생님이 혀짧은 목소리로 내 팔을 흔들며 나를 불렀다. 아아. 반대쪽 팔은 이브에게 잡혀 있었다. 한 쪽에서는 선생님 특유의,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향기가 훅 들어오고, 반대쪽에서는 이브에게서 나는, 매그놀리아(magnolia) 향기가 났다. 두 쪽에서 동시에, 향기와, 여인의 살냄새와, 은근히 짓눌러오는 가슴과, 귀여운 말투, 이 모든 것의 연합 공격에 나는 넘어가지 않기 위해 내 모든 의지력을 총동원해야 했다.

“네.”

“화났어~?”

“화 안 났어요.”

“이거봐, 화 났잖아... 화 풀어~”

내 팔을 꼭 안으며 흔들어오는 선생님.

“그래요, 주인님, 화 푸세요. 저희가 잘못했어요.”

“화 안 났다니까요.”

갑자기, 선생님이, 이브 씨와 눈빛을 마주치더니, 장난기어린 미소를 지으며, 얼굴을 내 귓가로 쑥 가져왔다. 후욱. 더욱 농밀해지는 선생님의 향기에, 내 의도와는 전혀 관계없이, 내 물건이 훅 하고 일어섰다.

“기리인, 화 풀어, 응? 화 풀면 내가 있다가 좋은 거 해 줄게.”

귓가에 갖다 댔지만, 이브도 충분히 들을 수 있는 크기의 소리였다. 이브 역시, 씩 웃으며 내 쪽으로 가까이 다가왔다. 이브의 손이 내 허벅지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여자의 손길이 너무 오랜만이라서일까. 내가 움찔하자, 이브가 후훗, 하고 웃으며, 내 반대쪽 귀에 대고 말했다.

“그래요, 주인님. 이 노예가 성심성의껏 봉사해 드릴테니까 화 푸시면 안될까요?”

이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내 표정이 웃겼던지, 두 사람은 내 얼굴을 보고 쿡쿡 하고 웃었다. 그 동안 어느새 마차가 멈추었다. 마차가 멈추는 순간 마부의 눈을 의식해서 두 사람은 곧바로 정숙한 자세로 고쳐앉았다. 나는 마부가 열어주는 문으로 내려, 두 사람이 마차에서 내릴 동안 손을 잡아주었다.

‘내 방과 비슷한 방이다’는 말에 걸맞게 이브의 집 역시 수도의 흔한 다세대 주택 중 하나였다. 이브가 손가방에서 열쇠를 꺼내서 문에 걸린 사슬의 자물쇠를 풀어내고, 우리는 안으로 들어갔다.

“이브, 궁금한 게 있는데...”

이브는 방 안을 정리하려다 말고 공손히 두 손을 모으고 섰다.

“아니, 일하면서 얘기해도 돼. 어, 요안나 선생님은 제도에서 1년만 있을 거고, 안식년이라 받는 보수가 크지 않아서 그렇다 치고... 이브는 좀 더 큰 집을 구할 수도 있지 않아?”

“주인님이 제도의 집세를 잘 모르셔서 그래요.”

“아...”

하긴, 나는 집 구할 생각 하기도 전에 형네 집에서 묵게 됐지...

“그래, 기리인. 에아임 님이 정말 큰 호의 베푸신 거야.”

“그렇구나...”

“주인님, 잠시만 여기 의자에 앉아계시겠어요? 아, 아니다. 저기 욕실에 먼저 들어가 계세요.”

나는 가져온 자그만 가방에서 미리 챙겨온 갈아입을 속옷을 꺼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기까지 와서 내숭떨 것도 아니고, 밤은 짧다. 새벽에는 집으로 가서 준비해야 한다. 내가 성큼성큼 걸어 욕실로 들어가는 동안, 두 사람의 키득거리는 소리가 등 뒤로 들려왔다.

욕실은 선생님의 방의 욕실보다 좋아보였다. 우선 방 안에 욕조가 있었다. 몸 하나 들어가면 끝인 조그만 욕조였지만 그래도 그게 어디냐. 나는 옷을 벗어 잘 개어서 선반에 올리고, 손잡이를 돌려 물을 틀었다. 아까 씻었지만, 여름밤이라 어느새 약간 땀이 나 있었다. 뜨거운 물이 나오는 장치가 되어 있지는 않지만, 한여름이니까 어차피 상관없었다. 몸에 닿는 물이 시원하다, 는 생각을 하며, 나는 머리와 온 몸을 적시고, 비누를 들어 거품을 내서 문지르기 시작했다. 온 몸에 비누칠을 하고, 머리와 얼굴에 비누칠을 하고 눈을 감은 채 문지르고 있는데...

드르륵.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주인님.”

후욱. 말보다, 소리보다, 향기가 더 큰 말을 하고 있었다. 매그놀리아의 향과, 이름모를 유혹적인 향... 두 사람이 함께 욕실 안으로 들어왔다!

“뭐, 뭐에요?”

“뭐긴. 정리 다 해서 같이 씻으러 들어왔지.”

선생님의 말소리가 가까워졌다. 아니, 뭐 하는 거야... 나는 물 트는 손잡이를 찾기 위해 황급히 손을 뻗었지만, 더듬대던 내 손은 물컹하고 따뜻한 살덩어리에 안착했다.

“아앙... 주인님, 너무 성급하세요...”

“성급이고 자시고... 눈 안 보여요.”

“잠시만 기다리세요, 주인님. 저희에게 맡겨주세요.”

“에?”

내 얼빠진 대답을 들은 선생님이 쿡쿡거리며 웃더니, 그대로, 등 뒤에서, 나를 안아왔다. 선생님만의 향기가, 살냄새와 섞여 나에게 들어오며, 선생님의 부드럽고 탄력적인, 쭉쭉빵빵한 몸이 나를 꼭 안아왔다. 비누에 미끄러지는 살갗이 내 아랫도리에 확 피를 몰리게 했다.

“그래, 기리인. 아까 그랬지? 우리가 좋은 거 해 준다고.”

“어머... 주인님, 정말 오랜만이에요. 이 늠름함.”

이브가 앞에서 나를 요안나 선생님과 사이에 끼우듯 안아왔다. 그녀의 손은 어느 새 우뚝 서 버린, 비누칠된 내 물건을 움켜쥐어 가볍게 흔들고 있었다.

“주인님, 전쟁터에서 무사히 돌아오신 것 축하드려요. 거기다가 엄청난 전공까지 세우시고, 주인님이 제 주인님이라는 게 너무 자랑스러워요.”

뿌듯해하는 목소리와 음란한 움직임의 괴리가 너무 크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그래, 기리인. 니가 무사히 돌아와서 너무 기뻐. 너무너무 보고 싶었고 그리웠어.”

두 여자의 젖가슴이 앞뒤로 나를 폭신하게 짓뭉개고 있었다.

“주인님, 오늘 밤은 손 하나 까딱하지 마세요. 저와 여주인님이 주인님을 행복하게 해 드릴 거에요.”

“알았지? 오늘은 우리 두 사람한테 맡기는 거야.”

그렇게 이야기하며 두 사람은 아직 비누 때문에 눈 못 뜨고 있는 내 몸에 자신들의 몸을 부비며, 내 머리를 감기고, 내 온 몸을 다시 한 번 비누칠하기 시작했다. 이런 샤워, 듣도보도 못 했다!

============================ 작품 후기 ============================

길어져서 내일까지 씬이 나오겠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추/코/쿠 주시는 분들께 감사합니다.

전편에 코멘트 달아주신 계룡산도인 님, eastarea 님, cacao99 님, 스키테 님 감사합니다. 감사함을 담아 열심히 썼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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