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254화 (254/309)

00254 9.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어전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드르연 경이 말했다. 모든 참석자가 일어서고, 황제 폐하가 걸어들어왔다. 걸어들어오며 그는 나를 일별하고는, 짧게 눈짓하며 웃으면서 자리로 올라갔다. 어디 가서 ‘아제트’라고, 그의 이름을 부르지는 못하겠지만, 그리고 나는 그를 황제로 모시지만... 그는 나를 친구로 생각하고 있다. 그렇게 믿고 있다.

오늘의 어전 회의는 전후 처리와 포상 과정에 대해 이야기하는 자리다. 그래서, 평소같으면 회의석상에 함께 앉아야 할 린베크 아버님도 우리와 함께 서 있었다. 폐하가 자리에 앉자 서 있던 모든 사람이 함께 앉았다.

“먼저 북부군의 우수 유공자에 대해 포상하고, 이어 어전 회의 참석자들만 모아서 전후 처리에 대해 논의하겠습니다.”

드르연 경이 부스럭거리며 종이를 넘겼다. 그러자 황제 폐하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리가 서 있는 앞으로 내려왔다. 우리의 대여섯 걸음 앞에 황제 폐하가 서자, 드르연 경이 말했다.

“원정군 사령관 린베크 로그푸스 변경백은 황제 폐하의 앞에 무릎을 꿇으십시오.”

내 왼쪽에 있던 아버님이 검은 망토를 멋지게 날리며 대열의 앞으로 나아가 무릎을 꿇었다. 궁내부원이 진한 붉은 색의 천에 받쳐든 것을 내밀었다. 폐하는 그걸 받아 린베크 아버님의 앞으로 걸어갔다.

“린베크 로그푸스 사령관은 이번 황제 폐하의 친정에 임함에 있어, 황제 폐하를 모시며 그를 보위하고, 적의 궤계들을 당당하게 분쇄하여 황제 폐하의 위엄을 널리 세우는데 그 공이 크므로, 이에 제국 무공훈장 백금장을 수여한다.”

원탁에 모인 사람들과 우리처럼 도열한 사람들 모두가 박수를 치고 있었다. 백금장이면 금강장 다음으로 높은 거라고 기억하고 있는데, 아버님은 덤덤한 표정이었다. 백금장을 예전에 받아보셔서 그런 건가.

이미 변경백이라는 높은 자리에 올라 있는 아버님에게는 다른 포상이 없었다. 아버님도 그걸 바라는 사람도 아니었고 말이다. 박수 소리가 멎고, 자리에서 일어난 아버님이 멋지게 군례를 올리고, 자리로 돌아갔다. 다음은...

“다음은, 이번 전쟁에서 가장 높은 공훈을 세운, 기리인 모스 백작, 황제 폐하의 앞에 무릎을 꿇으시오.”

내 차례다. 이 엄숙한 자리에서도 약간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홀 안의 모든 사람이 여기에 집중하고 있었다. 내가 제일 화려한 마차를 탄 사실은 이미 개선식을 참가했거나 본 모든 사람이 아는 사실이었기 때문에 다들 놀라는 것은 아니었다. 그보다는... ‘어떤 공을 세웠길래 저러나’와 ‘저 어린 놈에게 어떤 보상이 주어질까’에 가깝지 않을까.

잠시 후에 폭탄이 떨어지면 다들 어떤 반응을 보이려나.

폐하의 곁에 궁내부원이 다가와 아까처럼 붉은 천 위에 올려진 뭔가를 내밀었다. 황제 폐하가 그걸 받아들자, 드르연 경이 말했다.

“기리인 모스 백작은 이번 전투에 있어 압도적인 공훈을 세웠습니다. 적의 정찰 마법사를 수 차례 저격하였으며, 야습에 참여하여 적의 함정에 빠진 습격대를 활로 구출하는가 하면, 두 배 많은 병력의 역습을 받았을 때도 그의 활로 그 적병 중 절반 가까이를 거꾸러트려 무사히 귀환하였을 뿐만 아니라 적에게 심대한 타격을 입혔습니다. 또한, 지난 구릉지에서 벌어진 회전에서 기리인 모스 백작은 혼자의 힘으로 적 보병대를 괴멸시키는가 하면, 적의 함정을 제일 빠르게 눈치채고 이를 파훼하는 데도 결정적인 공헌을 세웠습니다. 이에 모스 백작은 원정군 장병들로부터 ‘신궁’이라는 별명을 얻었으며, 역시 원정군 장병들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몰표에 의해 최고 공훈자로 선출되었습니다.”

아직 포상은 내려지지도 않았는데 사람들이 박수를 쳤다. 박수가 잦아들기를 기다려, 드르연 경이 말했다. 나는 보이지 않게 짧게 숨을 들이마셔 앞으로의 일에 각오를 다졌다.

“이러한 압도적인 공훈이 없었다면 이번 원정은 매우 힘들었으며 심지어 패배했을 가능성도 있었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평가입니다. 이에, 황제 폐하께서는 제1공훈자인 기리인 모스 백작에게 다음과 같은 포상을 내립니다.”

꿀꺽. 한번 침을 삼킨 드르연 경이 말을 이었다. 사람들이 ‘얼마나 대단한 걸 말하려고 저 정도까지 하나’ 하는 그 순간.

“대역죄를 저지른 뫼르말 가의 영지를 몰수하여, 이를 기리인 모스 백작에게 하사한다. 현 시간부터 뫼르말 영지는 모스 영지로 불리게 될 것입니다. 모스 백작은 제국 모든 영토의 정당한 지배자로서, 대륙 모든 인간과 생물들의 주재자로서, 그리고 신앙의 수호자로서 신께서 황제 폐하에게 부여하신 정당한 권한에 의거하여, 모스 영지의 통치권, 사법권, 조세권을 지닙니다.”

격한 웅성거림. 하기야. 나도 그걸 들었을 때 놀라 뒤집어지는 줄 알았는데, 당신들이야 오죽하겠어... 나는 오늘 아침의 일을 떠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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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하께서 직접 보낸 마차를 타고 우리는 다른 사람들보다 30분 정도 빨리 황궁에 들어갔다. 폐하께서 ‘어전 회의 전에 잠시 먼저 봤으면 좋겠다’라고 전갈을 보내오셨기 때문이었다. 어느 안전이라고 거역할까. 그날 새벽에 들어왔다는 형과, 역시 새벽에 잠 한숨 못자고 들어온 나는, 그나마 형수님과 에노 할머니의 도움을 받아 사람 같은 꼬라지 정도는 되어 있었다.

우리가 황제 폐하의 방으로 안내되어 가자, 폐하는 바삐 서류를 넘기며, 수프를 그릇 째로 들고 들이마시고 있었다.

“오, 형님. 기리인. 어서 와라. 아침은 먹었어?”

“대충 먹었습니다. 보아하니 폐하께서는 식사를 못 하신 모양이군요.”

형님이 말하자, 폐하는 웃으면서 수프를 그릇째로 마저 들이킨 이후 대기하고 있던 궁내부원에게 그릇을 넘겼다. 그리고도 계속 서류에서 눈을 떼지 못하며 폐하가 말을 이었다.

“아이고. 죽겠습니다. 아무리 재상과 어마마마가 맡아서 했다고 해도 내가 결정해야 할 것들이 산더미이니까... 사실은 어제 대신전에서 돌아온 후 계속 이러고 있는 겁니다. 밥도 제대로 못 먹고 말이죠.”

다시 한 번 나는 선황 폐하와 나눴던 대화를 떠올렸다. 황제의 자리가 전혀 부럽지 않다는 그 말 말이다. 그런 자리에서 저렇게까지 헌신적으로 일할 수 있는 의무감은 대체 어디서 나오는 것일까. 그게 권력인 건가?

“오늘 두 사람을 먼저 부른 것은... 포상 문제 때문입니다.”

“포상...입니까.”

“네, 좀 더 정확히 말하면 기리인의 포상 말입니다.”

나와 에아임 형은 고개를 끄덕였다. 생각해 본 내용이었으니까. 보통은, 다른 사람보다 몇십 명 정도 더 죽이고, 화려한 전과를 세운 사람이 제일 화려한 마차에 오른다. 그러기에 그들은 자신을 과시하거나, 과신하다가, 이후 별볼일 없어지는 경우가 잦았다. 그래서 상도 별로 크지 않았고, 내려진 상금은 빠르게 술값으로 소모되기 마련이다.

하지만, 내 공훈은 그런 것들로 가리기에는 너무나 크다. 형도 그런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내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이런 상훈 보고서는 받자마자 허위보고라고 질책을 했을 겁니다. 소설 속에 나오는 명궁들도 그 정도의 전과는 세우지 못할 저도의 어마어마한 전과를 세웠단 말이죠. 우리 기리인이.”

“그렇...긴 하죠.”

“형님. 기리인. 부탁 하나만 합시다.”

“부탁?”

“이번 전쟁을 통해 제가 얻은 것이 몇 가지 있지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융파트 가의 영향력이 크게 축소되었다는 점입니다. 융파트의 입김이 닿는 주변 영지의 후작령, 백작령들을 청소할 수도 있었고, 그를 통해 좀 더 황제의 말이 잘 먹히는 구조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그래, 그런데... 대체 뭘 왜 시키시려는 걸까...

“하지만 나스프는 그대로 살아있습니다. 나스프 공작이 지금은 나에게 충성 맹세를 했고 그렇기에 나는 그를 믿지만... 언제까지 그것이 그대로 되리라고는 생각하기 힘듭니다. 그래서... 기리인. 너에게는 이 부탁이, 내가 내리는 상훈이 마음에 안 들수도 있겠지만... 미안하다. 너는 내가 가장 믿는 사람이니까. 나로서는 이런 천금의 기회를 놓치기 어려워.”

“말씀하십시오, 폐하.”

“너에게 뫼르말 영지를 주고, 모스 백작령으로 만들려고 한다.”

“네에?”

형과 나는 둘다 화들짝 놀라 말했다. 영지라니! 그것도, 뫼르말 영지면 백작령인데! 작위 없는 귀족들이 천지일 정도로 영지 있는 귀족과 없는 귀족의 차이가 큰데, 그걸 나에게 덥석 안겨줘도 되는 건가?

“폐하.”

“네, 형님.”

“저는 기리인의 능력을 의심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기리인은 지금 너무나도 빠르게 신분이 수직상승하고 있습니다. 그와 처음 황도를 달릴 때만 해도 그는 보통의 또래 남자였습니다. 그랬는데, 여러 사건들을 겪으며, 그는 지금은 영지가 없는 단승 귀족이 되었습니다. 폐하. 여기까지 걸린 시간이 고작 4개월이 고작인데, 그 중에 절반 이상을 전쟁터에서 보냈습니다. 그런데도 저 정도입니다. 저는 그가 겪게 될 무시와 따돌림과 괴롭힘이 제일 먼저 걱정됩니다."

============================ 작품 후기 ============================

늦어서 죄송합니다.

반쯤 졸면서 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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