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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274화 (274/309)

00274 9.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뒤돌아보고 있지는 않지만, 모든 사람이, 내 등을 뚫어져라 바라보고 있다는 걸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정말 간만에, 냉철을 얻은 이래 정말 오랜만에 긴장되는 느낌이었다. 대륙 5대 신비와의 만남이라니. 꿀꺽. 침을 삼키며, 나는 뭔가, 반응이 일어나기를 기다렸다. 어떤 반응이 올까? 어... 뭔가 빛이 난다고 했던가? 그럼 바닥에서 뭔가 일어나려나?

“백작님?”

그가 나를 불렀다. 나는 혹시나 발이 떨어지면 문제가 될까봐 고개만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네?”

“어... 이제 잠시 내려오시죠.”

뭐지. 설마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건가... 내가 내려오자, 그는 자신이 신발을 벗더니 내가 내려온 발판 위로 올라갔다. 그러자,

우웅.

절대 자연히 생기지 않았다는 생각이 드는 소리가 1층의 검고 흰 타일 바닥 전체에서 나더니, 번쩍. 바닥에서 빛덩어리가 하나 나왔다. 그 빛덩어리가 어느 방향을 향해 갑자기, 사람이 걷는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기 시작하자, 검고 흰 타일의 사이사이의 틈으로 빛덩어리가 날아간 궤적을 따라 빛의 길이 그려지기 시작했다. 빛덩어리가 1층 어느 복도의 서가 앞에 멈춰서서 둥실둥실 떠 있는 것을 본 그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마법진은 정상인데...”

아... 그럼 내가 올라갔을 때 저런 일이 일어났어야 하는 거구나.

“그럼, 아무 일도 안 일어난 거군요.”

요안나 선생님이 사실을 서술하듯 담담히 말하자, 마블라드 교수가 약간은 어두워진 얼굴빛으로 말했다.

“그렇다고 봐야겠구료. 아무리 마나와 친하지 않은 사람이라 해도 약간은 마나를 가지고 있기에 마법진을 이용하는데 무리가 없거늘, 어찌 이런...”

교수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나는 희망 하나가 꺾이는 느낌에 가슴 속이 쿵 하고 울리는 듯한 느낌을 맛보았다. 하지만, 시스템이 보증한다. 나는 대륙에서 역경을 가장 잘 참는 사람이다. 이 정도에서 좌절하면 내 의지력이 아깝다.

“교수님. 이 마법진의 작동 원리는 어떻게 됩니까?”

마블라드 교수는 자주 설명한 것을 이야기하는 사람이 그러하듯 막힘없이 술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누구나 마나를 많든 적든 가지고 있소. 이 마법진은 저 돌에 올라간 사람의 마나에 접촉해, 그 사람의 생각하는 바를 읽으며, 동시에 그 마나를 빌려와서 작동하오. 그 마나로 지하의 마법진이 작동하여, 그 사람의 생각을 더하여, 도서관 안에 있는 모든 자료 중에 그 사람에게 가장 필요한 자료를 찾게 되오. 이 마법진은 극히 효율적으로 구성되어 있어 반드시 마나가 남게 되어 있소. 그 남은 마나로 빛덩어리에 의해 인도되는 빛의 길을 만들어내오. 돌에 올라간 사람이 내려와, 찾던 자료를 꺼낸 후 저 빛덩어리를 만지면, 그 약간 남은 마나를 다시 흡수할 수도 있다오.”

실제로 도서관 직원은 서가 앞의 빛덩어리를 만지고 있었다. 그 빛덩어리가, 마치 솜사탕이 물에 녹듯, 스르르 녹아 직원의 손으로 빨려들어가고 있었다. 그 직원은 얼굴 정도 크기의 작은 책자 하나를 들고 우리에게로 돌아왔다.

“도서관 마법진에 대한 간단한 설명 책자입니다. 아무래도 도서관은 자신에게는 문제가 없다는 걸 알려주고 싶었던 모양이군요.”

데비로스 교장과 뢰큐 교수는 뭐라뭐라 서로 속닥이고 있었고, 대사제님은 눈을 감고 기도하듯 서 있었다. 마블라드 교수와 이브도 서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나를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요안나 선생님의 눈길을 받으며, 나는, 헛기침을 두어번 한 후 말했다.

“그럼 제가 마나를 불어넣어보면 어떨까요?”

뚝. 모든 대화가 끊기고, 모두가 나를 향해 고개를 홱 돌렸다. 이 정도의 주목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 나는 약간 민망해져 볼을 긁으며 말했다.

“마나를 빌려와서 작동한다면서요? 저에게서 빌려갈 마나가 없었기 때문에 작동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요? 그럼 제가 저 돌에 약간의 마나를 불어넣어주면, 보통 사람들에게 그러는 것처럼 마법진이 작동하지 않을까요?”

정적이 흘렀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은 어느 하나 범상한 사람이 없는, 마법과 마학, 그리고 교단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들이다. 그렇기에 모두, 내 이야기를 듣고 맹렬히 머리를 굴리며 생각하고 있었다. 가장 먼저 입을 연 것은 의외로 정부 마법사 키오이그였다.

“어, 대화를 시작하는 사람은 왕왕 바보라는 격언이 있지만, 그래서 바보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저 말은 정말 바보라는 말이라기보다는... 일부러 대화의 물꼬를 트기 위해 바보같은 의견을 말하는 행동을 말하는 거지. 그리고, 일부러 바보가 되는 사람이 흔히 그러하듯, 정말 바보인 적은 별로 없지.

“어쨌든 지금 우리는 가야 할 길이 모두 막힌 것 아닙니까? 희망을 걸어보았던 대도서관의 마법진 마저도 지금 작동하지 않는 상황 아닙니까. 그렇다고 다른 길도 없고 말입니다. 그렇다면 약간의 위험부담을 감수하고라도 마법진을 한 번 작동시켜보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역시, 키오이그는 바보가 아니었다. 우리에게 다른 길이 없다는 것을 냉정하게 지적하고 있었다. 그리고, 의외로, 마블라드 교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실은 우리도 이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긴 했소. 백작의 특이체질이 이런 일을 낳을 수도 있겠다고 말이오.”

“그래서 직원들을 잔뜩 대기시킨 것이죠. 만에 하나 마법진에 무리가 간다면 수리하기 위해서요.”

이브가 덧붙였다. 대도서관을 지켜야한다며, 다른 길이 없는지 다시 한 번 찾아보자고, 정 방법이 없을 때 마법진을 써보자고 나올 것 같은데... 저 두 사람은 확실히, 궁금한 것을 못 참는, 마법사이자 학자이구나.

“백작. 해 보기를 권하고 싶소. 이건 신의 뜻이 아니라, 나이든 사람의 조언이라고 생각하시오. 의외로 이런 경우에 과감한 선택이 도움이 되는 경우가 많다오. 우리 사제들은 천칭축에 기름칠을 한다고 말하곤 하오. 안 움직이는 천칭에 기름을 칠해 움직이게 만드는 행동이라는 말이지요.”

으음. 대사제님마저 그렇게 말씀하시니. 나는 모두를 죽 한번 둘러보았다. 마지막으로 눈이 마주친 요안나 선생님은 여전히 걱정스러운 눈빛이었지만,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나는 마주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마법진 앞의 돌 위로 올라갔다.

양말만 신은 발로 수많은 사람들이 밟아 생긴 발자국 모양을 밟고서, 나는,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내쉬었다. 기대 반 걱정 반의 마음으로, 나는, 몸 주변의 마나를 불러일으켰다. 마불살을 쏠 때, 화살을 실어나를 마나의 레일을 만들 때처럼, 나는 발 아래의 돌을 향해 마나를 밀어넣었다.

우우우우웅.

마치, 바닥이 없는 통에 물을 계속 부어넣는 느낌이었다. 마불살을 쏠 때는 마나를 계속 밀어넣다보면 ‘여기까지다’하는 느낌, 꽉 찬 느낌이 든다. 그게 150걸음 정도의 거리이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밀어넣어도 끝이 없는 느낌이다. 언제까지 해야 하는 걸까, 얼마나 마나가 들어가야 하는 걸까.

“백작! 그, 그만!”

뒤에서 나를 다급하게 부르는 마블라드 교수의 말을 듣고서야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기함했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아까 직원이 올랐을 때 짧게 우웅 하고 울었던 마법진은 숫제 건물 전체를 진동시킬 기세로 길게 길게 울어대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아니, 정말로 건물이 약간 흔들리는 느낌마저 들었다. 2층에서 3층에서 각자의 자료를 찾아보며 연구하고 있던 사람들이 놀라서 돌계단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아래의 검고 흰 돌바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와중에도 마법진은 계속해서 길게 울고 있었다.

우우우우웅.

우우우우웅.

“어찌 된 일인가!”

“마나가 너무 많이 들어간...”

직원의 말에 마블라드 교수는 한심하다는 듯 말했다.

“이 사람아! 사람 몸의 마나 회로와 마법진의 회로가 같은 줄 아나! 마법진의 회로는 일정정도 이상의 마나를 받아들이지 못해! 그렇기에 과부하가 걸리거나 하는 일도 없... 으윽!”

우우우우우우우우우웅. 마법진이 마지막으로 길게, 그리고 강하게 울며, 건물이 정말로 흔들렸다. 우리 모두는 제자리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애써야 했다. 내가 엉거주춤한 자세로 간신히 돌에서 떨어지지 않은 채 균형을 잡고 있자니, 바닥의 검고 흰 돌 사이의 격자무늬 모양의 좁은 공간들이, 아까 직원을 안내했던 빛의 길을 만들었던 그 공간들이,

일제히, 눈부시게 빛나기 시작했다.

“뭐, 뭐야!”

“트리클이시여...!”

모두가 그 눈부신 빛을 직접 바라보지 못하고 눈을 가리고 있었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였다. 눈을 감아도 눈을 태울 것만 같던 그 환하고 강렬한 빛이 가라앉자... 검고 흰 바닥 위에는, 세 개의 빛덩어리가 떠 있었다.

“셋?!”

누군가가 목이 메는 듯한 소리로 외쳤다. 누군지도 알기 힘들 정도로 목이 잠긴 것 같았다. 빛덩어리는 잠시, 둥실둥실 떠 있더니... 갑자기 셋이 엉켜 마구 빙글빙글 돌아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다시 한 번, 바닥 전체에서 강렬한 빛을 뿜으며, 빙글빙글 도는 빛덩어리가, 갑자기 위로 훅 솟구치더니... 바닥을 향해 쾅 하고 내리꽂혔다.

“어억!”

강렬한 빛에 눈을 가리던 손을 치우던 누군가가 – 나였을지도 모르겠다 – 놀라 외쳤다. 그 정도로 모두가 놀랐다. 이 광경을 지켜보고 있던 모두가 말이다. 대도서관 바닥의 검고 흰 돌 들 중 일부가, 정확히는 가로 세 개 세로 세 개가 들려올라가 있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계단이 하나 보이고 있었다.

============================ 작품 후기 ============================

제목을 바꾸니 바로 투베에 진입하는 사태가...

그간의 제목이 얼마나 구렸는지 대변해주는 것 같아서 마음이 아픕니다.

사실 지금 제목은 너무 노골적인 것 같아서 좀 떨떠름하긴 합니다만...

그래도 이렇게 조회수 차이가 나면 별 수 없지 않나 생각도 들고... 마음이 복잡하네요.

읽어주시는 여러분들께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리리플은 내일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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