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지력 101에 매력 100, 마나는 0-278화 (278/309)

00278 9.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

<그 ‘호수 위의 산’이야말로, 알려지는 순간 대륙의 5대 신비를 6대 신비로 만들어버릴 것임에 틀림없다. 그렇다면 왜 이 신비는, 이제 엘프들도 사라진 마당에, 더 이상 알려지지 않았을까? 사람들이 흥미를 가질만한 것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외지고 험한 곳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배째로 엘프들이 실종되었다는 것에서 보듯, 허락되지 않은 자들이 접근하지 못할 곳일 수 있을 것이다.>

<즉, 이 곳은 일종의 금지(禁地). 정당한 절차를 밟아야만 들어갈 수 있는 곳이다. 마치, 이 방이 그러하듯 말이다.>

첫 번째 정보처럼 충격적이지는 않았다. 뭔가, 나에게 이 정보를 읽게 한 이유가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나에게 큰 필요가 있는 정보는 아니니까. 만에 하나, 저 산을 찾아가야 하는 일이 벌어질 수도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아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두루마리를 말아, 원래 자리에 올려놓았다. 그러자, 마치 내가 두루마리를 다 읽기를 기다리듯 둥둥 떠 있던 두 번째 빛덩어리가, 내 손등에 갑자기 덥석 달라붙었다.

“아얏!”

예상하고 있었지만, 예상했음에도 저절로 소리가 나오는 따끔한 아픔이, 내 팔을 타고 올라와... 이번에는 내 어깨 쪽으로, 그러니까 내 날개뼈 쪽으로 지나갔다. 아야야야... 다행히 내가 팔을 한두번 털자 아픔은 금방 사라지고 은은한 느낌만 남았다. 후우.

마지막 정보는 가장 안쪽 선반에 있었다. 정렬 기준이 있을까? 시간 순서일까? 정보의 중요도 순서일까? 아니면...? 그걸 알기 위해서는 다른 두루마리들을 펼쳐보며 비교해 봐야겠지만... 한 두루마리에서도 나에게 필요한 부분만 읽게 하는 이 방이 그런 걸 용납할 리는 없고...

에잇. 궁금증을 가질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자. 나는 마지막 빛을 향해 다가갔다. 마지막 빛이 가리키는 두루마리는, 지금까지와는 약간 달랐다. 뭐랄까. 쓴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종이가 사각거리는 두루마리였다. 나는 두루마리를 펼쳤다. 곧, 아까처럼, 두루마리가 내 손 안에서 빙글빙글 돌며 펼쳐지더니, 고정되었다.

<그레이 엘프들의 몰락에 관해.>

뭐?!

<그레이 엘프들의 몰락의 원인을 거슬러 올라가자면 수장이었던 프그단 이하 장로들의 조바심이겠으나...>

자, 잠깐! 대체 이런 정보가 어떻게 여기 모이는 거지? 이 마법진은 들어온 기록물을 토대로 분석한다며? 나는 심장이 거칠게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눈을 떼지 못한 채 두루마리에 고개를 처박다시피 하고 읽기 시작했다.

<그 계기가 된 사건은 뭐니뭐니해도 인간 기리인 모스의 특이체질로 인해 그의 변신마법이 풀려버린 데 있다.>

...그러고 보니, 이 내용은 내가 형에게 보고한 내용 같은데. 형이 보고서를 남겼고 그게 여기 기록되기라도 한 걸까?

<변신마법은 현재 인간들의 마법체계에는 전해지고 있지 않으나, 마법의 주인인 드래곤들 외 엘프, 하피, 하플링 등 몇 종족이 자신들만의 변신마법을 사용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공간의 마나를 지배할 수 있는 드래곤의 경우 마나를 지배해 자신의 존재 자체를 다른 종족으로 바꾸는 방식이므로, 자신의 의지 외에는 변신하거나 원래대로 돌아가는데 제약이 없다. 하지만 그레이 엘프들의 방식은 마나를 계속해서 순환하게 하는 방식이고, 그렇기에 인간 기리인 모스와 접촉하였을 때 그의 몸에 흐르던 마나의 흐름이 끊겨 결과적으로 변신이 풀려버린 것이다.>

확실히, 내가 아는 정보도 있지만, 그보다 더 많은 정보가 담겨 있다. 대도서관이 정보를 수집하는 범위는 상상 이상으로 넓을 지도 모르겠다. 나는 계속 다음줄을 읽어나갔다.

<이런 현상을 일어나게 한 기리인 모스의 특이체질에 대해서는, 냉염전쟁과 멸신전쟁 당시의 기록까지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물론 그 때의 기록이 거의 남아있지 않으며 신뢰성도 의문스럽기에 종합된 정보를 모두 믿어서는 안 된다. 하지만 전해지는 기록들 중, 이 대도서관의 가장 깊숙한 곳 어딘가에서 잠자고 있는 기록들 중에서도 일부에, 그에게 나타난 특이한 현상에 대하여 단초가 될 만한 기록이 있다.>

!!!

<하지만, 인간들은 그를 읽을 수 없을 것이다. 읽을 수 없는 자리에, 읽을 수 없는 언어로 기록된 내용이므로.>

아아. 얼마 전, 에스, 그러니까 드래곤 르플레스탁을 만나, 드래곤의 마법이 내 몸의 상태와 비슷하다는 것을 듣고 희망에 갑자기 확 부풀어올랐다가, 르플레스탁의 거절로 그 희망이 갑자기 멀리 사라져버렸을 때 느꼈던 기분. 그 기분이 몇십 배는 크게 다가오는 것 같았다.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고, 일단은 이 기록을 마저 읽자고, 자신을 다독였다. 그런데, 그 다음 줄부터 정말 내 뒷통수를 후려갈기는 듯한 구절이 이어졌다.

<그러니, 지금 이 글을 읽고 있을, 자격이 있는 자, 인간 기리인 모스.>

뭐라고?!

<그대의 몸은 지금 마나를 밀어내고 있다. 그대가 부리는 가벼운 재주는 그 밀어내는 현상을 응용하는 것일 뿐, 드래곤들처럼 마나를 지배하는 것과는 다르다. 밀어내는 것처럼 자유스럽게 끌어당기는 방법을 터득할 때, 그대는 인간들이 지금 하는 반쪽짜리 마법이 아닌, 마나를 지배하는 진정한 마법을 터득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마저 읽기 시작했다.

<그 방법에 대해서는 지금은 인과가 닿지 않아 말해줄 수 없다. 허나, 그대는 지금 옳은 길을 가고 있다. 그대가 공감의 길을 택한 것은 좋은 선택이었다. 앞으로 만나는 이들, 인간이든 이종족이든, 그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공감하도록 노력하라. 프그단에게 그러했듯 그들의 이야기를 모두 받아줄 필요는 없지만 말이다. 그렇게 그대가 남은 기간을 잘 보낸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이는 트리클마저도 동의한 일이다.>

트리클마저도 동의했다고...? 대체 이 방의 주인은 어떤 인물이기에...

<그대의 존재를 기다려온 자들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예언은 그런 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다. 그대는 그대의 삶을 사는 것. 그대가 내려온 선택이 중첩되어 그런 예언에 부합하는 인물이 된 것이지, 그대가 애초에 그런 선택을 하게끔 운명지어진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러니, 그대의 삶이 그런 예언에 의한 부산물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기를 바란다.>

<다행히 기록들을 통해 증명되는 인간 기리인 모스는 의지가 강하고 선하며 지혜로운 인간인 듯하니, 지금까지의 의지를 잃지 말고, 정진하라.>

의지를 잃지 말고, 정진하라... 어느 누구의 격려보다, 내가 지금 걸어왔고 또 앞으로 걷고자 하는 길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려주는, ‘방의 주인’의 신비로운 말이, 나에게는 가장 큰 힘이 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나는 크게 심호흡한 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세 번째 빛이 갑자기 내 얼굴쪽으로 날아왔다. 내 두 눈으로 매섭게 돌진한 빛은 마치 눈 속으로 빨려들어가듯 들어와서는 내 머리를 헤집고는 내 뒷목으로 내려가기 시작했다. 세 번 당하면 바보가 된다는 생각에 나는 이를 꽉 악물고는 비명을 참아냈다. 아까 내 몸통과 내 어깨쪽을 할퀴었던 두 번의 빛이 지나간 길과 만나듯, 세 번째 빛은 내 뒷목에서 등뼈를 타고 내려가기 시작했다. 으으으윽. 나는 이빨을 까득 깨물고는 끝끝내 소리 하나 내지 않고 모든 아픔을 참아냈다. 그 빛이 척추 끝, 꼬리뼈까지 훑고 지나갈 때까지. 후우, 후우. 모든 아픔이 사그라들고, 내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며 두루마리를 원래대로 말아넣고 있자니, 갑자기 방이 다시금 우우우웅 하며 나에게 울림으로 말을 걸어왔다.

“인간 기리인 모스.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만남이 즐거운 것이어서 기뻤다.”

나는, 숨을 몰아쉬면서도,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어느 존재이신지 모르겠지만 미천한 저에게 큰 은혜를 베풀어주셔서.”

우우우웅.

“그대는 미천하지 않다. 자신감을 가져라. 이제, 돌아가라. 설령 그대가 다시 이 곳으로 올 지라도 이 문은 열리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인간들에게 전하라. 이 곳은 인간들에게 허용된 공간이 아니다. 허락되지 않은 자가 문을 여는 순간 이 곳의 모든 기록은 읽지 못하게 될 것이다. 관장에게 단단히 이곳을 지키게끔 하라.”

그 울림이 끝나는 순간, 갑자기, 안에서, 무지막지한 힘이 나를 강하게, 하지만 부드럽게 밀어내기 시작했다. 그 힘에 떠밀려 뒷걸음질치다가, 나는, 내가 올라온 계단에 엉덩방아를 쿵 하고 찧고 말았다. 으윽. 간신히 제 때 일어나 몸을 돌리자, 그 힘은 부드럽게 나를 계단 위로 올려보냈다. 내가 비틀거리며 계단 바깥으로 나서자, 그 힘은, 아까 내가 끼워넣었던 나무토막을 부드럽게 멀리 밀어낸 후... 열려있던 문을 부드럽게, 하지만 누가 봐도 어마어마한 힘으로, 서서히, 닫기 시작했다.

“안돼!”

마블라드 교수가 그렇게 외쳤지만, 문은 조금도 멈추지 않고, 스르르륵, 움직여서는, 쿵. 소리를 내며 제 자리에 닿았다. 이어, 딸깍. 나는 물론이고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들을 수 있는 명쾌한 소리가 났다. 누가 들어도, 문이 잠기는 소리였다.

“기리인!”

요안나 선생님이 그렇게 외치며 달려오는 소리가 들렸지만, 나는 그 쪽을 돌아볼 마음이 들지 않았다. 나는 아직, 저 아래에서 겪었던, 대륙 5대 신비라는 이름에 걸맞는, 그 신비롭고도 엄청난 체험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괜찮아? 기리인? 어디 다친 데는 없어?”

선생님은 내 몸을 이리저리 더듬거리며 질문세례를 쏟아냈다. 나는, 길게 숨을 내쉬며, 현실세계로 돌아와서는, 선생님의 두 손을 잡으며, 웃으며 말했다.

“괜찮아요, 선생님. 저는 멀쩡해요.”

“다행이다... 정말 괜찮은거지? 다치지 않은 거지?”

“네, 그렇다니까요. 몸도 마음도, 들어가기 전의 기리인 모스와 같아요.”

글쎄. 그렇지 않은 것 같은데.. 하지만 선생님은 내 그 말에 크게 안심하는 것 같았다.

“다행이다... 다행이야...”

눈물을 글썽거리는 선생님은 내 품에 쏙 안겨들어왔다. 나는 선생님의 등을 가볍게 다독이며, 방 밖으로 나오자마자 시스템이 내 눈 앞에 띄워올린 창을 읽기 시작했다.

<메인 퀘스트 : 이티클레 대륙의 진실 - 업데이트!>

<이티클레 대륙에서 살아가게 된 당신. 수백 수천만의 사람이 살아가는 이 대륙에는 여러 신화와 전설들이 있습니다. 그리고, 4백년 전 제국을 건설한 치르낙 대왕 이후로 수많은 이야기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대륙에는 아직 전해지지 않은 신화와 전설, 밝혀지지 않은 이야기들도 많습니다.

그 중에 가장 큰 진실은 아직 묻혀 있습니다. 그러나 이 진실은 묻혀진 지 몇천년이 지났는지도 모릅니다.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은 그것을 몰라도 아무런 문제 없이 살아가고 있습니다. 과연, 당신은 숨겨진 진실의 정체를 알 수 있을까요? 그리고 그 진실을 알게 되면 당신의 삶은 어떻게 바뀔까요?>

<퀘스트 달성 조건 : ‘이티클레 대륙의 진실’을 안다

퀘스트 진행 힌트 :

1. 제도로 가서 요안나와 함께 당신의 몸에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알아보세요. - 성공

-> 조건이 성립되어 힌트가 새롭게 갱신됩니다.

-> (update!) 1. ‘레코딩 챔버’의 주인이 당신의 몸에 선물을 베풀었습니다. 이 선물이 어떤 선물이고 어떤 역할을 하는지는 본 시스템도 바로 이야기해드릴 수 없습니다. 이 선물에 대해 알아보세요. 그것이 당신의 돌파구가 될 것입니다.

2. 은둔중인 고대 종족들에 대해 알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 고대 종족들 사이에 조각조각 널리 퍼진 그들의 ‘금제’에 대해 단서를 모으세요.

- 엘프 종족들에게서 ‘마나의 갑옷을 입은 자’라는 단서를 수집하였습니다.

- 단서를 수집하면 메인 퀘스트 진행에 영향이 있을 수 있습니다.

- (update!) 또한 드래곤 르플레스탁으로부터 추가적인 단서와, 이종족을 상대할때의 도움을 구하세요.

3. (update!) 남대륙인들에게는 마나 없이 원소의 힘을 빌어서 쓰는 ‘주술’ 등의 체계가 구축되어 있습니다. 이에 대해 알아보고, 가능하다면 배워보세요.

4. ???

5. ???

퀘스트 보상 : ???>

============================ 작품 후기 ============================

그저, 지금처럼 쓰는 것을 재미있어하고, 많은 분들이 읽어주시는 것을 흐뭇해하는 이 기쁨이, 오래 지속되기만을 바랄 뿐입니다. 모두 여러분들 덕분입니다. 정말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내일 LPL을 상대할 LCK 팀들, 슼, 삼, 킅, 믚, 모두 화이팅!

니코틴 님 // 감사합니다. 힘낼게요!

얼룩야옹이 님 // 축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한도전 님 // 감사합니다!! ^^

계룡산도인 님 // 칭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더 정진하겠습니다!

eastarea 님 // 감사합니다! 차차 떡밥 풀어내겠습니다 ㅎㅎ

박성빈 님 // 칭찬 정말 감사합니다!!

7월해군 님 // 정주행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cacao99 님 // 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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