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죽어서도 사는 존재들-4화 (4/281)

0004 / 0281 ----------------------------------------------

시작

이제는 대놓고 음흉한 눈으로 쳐다보는 두 남자였다. 은혜도 그런 시선을

느꼈는지 티 위에 걸친 셔츠로 황급히 자신의 가슴부위를 가렸다. 크게 도드라지는 모습은 아니었지만 아마도 자신의 몸매 중 가슴이 확연히 큰걸 알았기에 본능적으로 취한 행동인 듯 했다. 여자둘이 속옷을 구한다고 거리를 둔 것이 화근이었다. 거기다 은혜는 맞는 제품을 찾아 한참을 있어 화를 자초한 듯 했다. 둘은 뭐라고 수근 거리고 킥킥 거리며 웃기 시작했다. 그런 행동을 본 나는 머릿속이 하얗게 변하는 느낌이었다. 지금까지 감염체가 가장 위협이 된다고 생각을 했었지만 감염체보다 오히려 생존자들이 더 위협적인, 최악의 상황인 것이었다.

" 그냥 가신다면 없던 일로 해드리지요. "

" 어이 어이.. 우리가  왜 그냥 가나..... "

재효나 나도 무술에 달인도 아니고 유단자도 아니다. 그래봐야 군대에서 딴 태권도 1단이 전부인데 군 적역한지가 언제인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다. 둘의

손에는 골프채와 야구 배트만 들고 있는 상황이었다. 골프채는 꼴에 1번 우드를

들고 있었다. 제일 무겁고 긴 골프채이니 감염체를 상대할 생각으로 들고 다녔을

테지만 감염체를 상대하는 무기로는 적절치 않았다. 골프채는 생각보다 이음새부분이 잘 파손되기 때문에 골프공도 아니고 몇 배의 힘으로 쳐야하는 감염체를 상대한 경험도 골프를 쳐본 경험도 없다는 소리였다. 한 녀석만 제대로 처리한다면... 승산은 있었다.

' 잔인해지자.... 내가 못한다면... 아이들이 죽을 만큼 괴로워 질 테니... '

난 잠시 마음을 다잡기 위해 눈을 감았다. 그래봐야 1,2초 남짓. 내 모습을 본

불량배들은 내가 포기한줄 알고 음흉한 미소를 보였다. 아마도 손쉽게 여자

두 명을 안아볼 생각에 들떴을 테다. 난 얼마 전 캠핑장비에서 챙긴 서바이벌

나이프를 꺼내 들었다. 내가 단박에 나이프를 꺼낼 것이란 생각을 못했는지 우리

일행도 놀랬지만 양아치들도 놀랜 눈치였다.

" 셋을 셀 동안 사라지시죠. 그렇지 않다면 두 명 중 한 명은 밖에 생각 없이

돌아다니는 녀석들의 한 끼 식사거리로 던져드리죠. "

" 훗...이 새끼가 그런 거 들어봐...컥...... "

난 셋을 세기도 전 은혜를 잡아채던 가장 앞쪽에 있던 녀석의 옆구리를

찔러버렸다. 평소에도 순간적인 스피드는 자신 있었고 저들도 방심하고 있던

터라 나의 움직임을 보고 반응하기에는 너무 늦었다. 칼이 옆구리에 들어가는

느낌은 좋지 않았다. 강한 힘을 주고 찔렀지만 13센티 정도 되는 칼날이 전부

들어가지도 못했고 빼는 순간에도 마치 쌀 포대에서 칼을 빼는 느낌이 들었다. 짧은 순간이지만 어디서 들었던 돌려서 빼야한다는 생각이 순간적으로 들었고

칼을 비틀어 찔린 남자를 밀치며 칼을 빼내었다. 평소 운동을 게을리 해서 인지

놀랜 팔 근육들이 욱신욱신 아파왔다.

" 하나...."

난 나지막이 숫자를 세어갔다. 찔린 놈은 옆구리에서 피가 철철 흘렀고 옆에 있는 일행에게 간신히 기대고 서있었다. 난 한발자국 걸어가면서 무서운 눈빛으로 말을 이어갔다.

"둘..... "

" 이..이 새끼!! 오늘은 그냥 가지만 두고 보자! "

" 두고 보자는 놈치고 무서운 놈 못봤.... "

내말이 끝나기도 전에 칼에 찔린 놈을 질질 끌고는 빠른 속도로 도망쳤다.

바닥에는 보기에도 엄청난 피들이 흥건하게 흘러 있었다. 의사도 없는 상황이고

응급조치조차 모를 놈들일 테니 아마 저놈은 잘못하면 과다출혈로 죽을지도

몰랐다. 그나마 다행인건 죽는 모습을 본 게 아니기에... 난 내손에 흥건히 묻은

피들을 보고는 옆에 걸려있던 옷을 들어 대충 닦아냈다.  사람을 찔러놓고도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본 아이들은 나를 두려운 눈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저들을 구하려고 한 행동이었지만 오히려 내가 더 무서운 존재가 되어버린 상황.

하지만 괜찮다.. 내가 악마가 된다고 해도... 지켜야만 하는 존재들.. 하지만 날 더 슬프게 하는 건 날 쳐다보는 은혜의 눈빛... 겁에 질려 나에게 말도 아무말도

하지 못하는 아이들..

" 오늘은 여기까지만 챙기고 돌아가도록 하자.... "

그들은 말없이 나를 따라 나오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다들 말없이 짐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난 바로 화장실로 들어가 손에 묻은 피를 지우기 시작했다. 피가 굳어서 그런지 잘 떨어지지 않았지만 따뜻한 물로 계속해서 헹궜더니 원래의 약간의 갈색인 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내 눈에는 여전히 피가 묻었던 손이 겹쳐져 보였다. 아무리 씻고 씻어도 내 눈에는 피가 묻은 모습만 보였다. 환각인 듯 한 느낌을 알면서도. 아무리 그래도 사람을 찌른 나의 행동에는 죄책감이 들었다. 애써 상황을 모면하며 담담한척 해야만 했다. 화장실에서 씻고 나오는 모습을 본 은혜가 정면을 날 쳐다보지도 못했다. 내가 시선을 돌려야지만 내 얼굴을 바라보다가 나와 마주칠라하면 고개를 돌려버렸다. 암울한 상황에서도

털끝만큼의 희망을 바라보며 가능한 화기애애하게 보냈던 시간들이 마치 거짓말처럼 느껴졌다. 평소에 활발하던 미란이 조차 말이 없었다. 그들이 알던

나의 모습과는 너무나 다른 모습. 그들이 보기에는 아무렇지도 않게 감염체도

아닌 자신들과 같은 생존해있는 사람을 찔렀다는 사실이 무섭게 느껴질 테다.

난 주머니에 있던 열쇠중 하나를 거실에 마련된 테이블에 위에 떨어뜨리며

말했다. 이런 상황에서의 융합은 불가능했다. 난 저들에게 공포감을 주며 억지로

같이 지낼 생각은 없었다.

" 밑에 있는 SUV키야. 이런 내가 무섭고 싫다면 가지고 가... 식료품도 얼마든지

가져가도 상관하지 않겠어. 내가 한 행동이 잘한 게 아닌 건 알아. 하지만 그

상황에 지금 이 상황에 잘못된 것도 아니라고 봐. 그 불량배들이 나와 재효를

제압하고  미란이와 은혜를 데리고 갔을 때 과연 그때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난 무슨 생각을 할까? 두 결과모두 후회하겠지만 난 차라리 지금 이 상황에서

후회하는 것이 마음 편해. 그나마 결과는 우리 모두 무사하다는 거니까. "

난 말없이 돌아서서 방으로 돌아갔다. 오늘밤은 잠들기 힘들 것을 느끼며...

한참이 지나 일어났을 때 침대 옆에 있는 전자시계는 오후 5시는 넘어가고

있었다. 일어나서 방을 나섰을 때 사라져 버린 그들의 자취를 보기 싫었기에

억지로 눈을 감고 다시 잠을 청했다. 다시 일어났을 때는 새벽 1시가 넘어가고

있었다. 타는 갈증과 생리현상으로 어쩔 수 없이 부엌으로 향하였다. 집기류나

식료품들이 제자리에 있는 것을 보아하니 집을 떠난 것은 아닌 듯 했다.

현관문 옆 화장실을 지날 때 가지런히 놓아진 신발들로 보아 확실히 떠난 것은

아니었다.

" 흠... 아무도 안 갔나 보네... "

" 그럼요 오빠. 오빠를 놔두고 누가 가요."

뒤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순간 깜짝 놀랐다. 시간상 다들 잠을 청하거나 아니면

떠났을 것이라 생각해서 긴장을 놓고 있어 놀람이 더 컸다.

" 아아..미안해요 놀라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

많이 미안한지 방 입구에 동작인식 전등만 켜진 미약한 불빛이었지만 그 표정이

보였다.

" 아냐. 아냐. 뭘 그런 걸 가지고.. "

" 몸은 좀 괜찮아요? 한동안 안 일어나서 재효 오빠가 많이 걱정하던데... "

" 응! 그동안 피로가 좀 있었나봐. 그래도 푹 잤더니 괜찮네. "

며칠 동안 한 거라곤 1시간 남짓 빠르게 털어온 마트가 전부인데 핑계도 말도 안 되는 핑계를 생각해냈다..

" 오빠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을까요 ? "

" 응??? "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어 마시다가 은혜가 나를 보며 이야기를 했다. 솔직히 그

상황에서 가장 놀란 건 은혜였을 텐데 너무 내 생각만 한 것 같아 미안했다.

" 너무 미안해하지 마요. 어쩔 수 없었다는 거 알아요. "

마치 내 생각을 읽은 듯 말하는 은혜. 난 물을 가지고 방안으로 들어갔다.

불을 켜기에는 너무 밝고 안 켜기에는 너무 어두워 책장에 있던 향초에 불을

붙였다. 은은한 빛과 향이 방안을 감싸면서 빛나기 시작하였고 우울한 모습에

은혜가 내 시선에 사로잡혔다. 난 컴퓨터 책상에 있는 의자에 앉았고 은혜는

침대 끝자락에 앉아 저번처럼 긴 다리를 까딱거리며 앉았다. 아마도 저 버릇은

무언가 깊게 생각하거나 말하기 부끄러울 때 하는 행동인 듯 했다. 다시 존대를 하는 것으로 보아 꽤 심각한 이야기를 꺼낼 듯 했다. 친구처럼 말을 하기는 했지만 아직은 부담스러운지 존댓말도 섞어가며 말을 했지만 지금은 느낌이

달랐다. 만약 여기를 떠나 대피소로 가고 싶다고 하면 보내줄 생각이었다. 어찌 보면 내가 더 무서운 존재가 되어있을 테니까.

" 고마워요... 오빠가 나를 얼마나 생각해서 그런 행동을 한 거 알아요..

너무 고마운데 내가 그런 눈으로 오빠를 쳐다 본 게 너무 미안해요....

나를 보고 모든 걸 체념한 듯 한 오빠 표정...나를..위해 한...건데...흑..."

말을 이어가지 못하고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난 자리에서 일어나 은혜 옆으로 가서 어깨를 어루만지며 다독여 주었다.

" 굳이 말하지 마. 체념한 것도 아니고 그냥 내 자신이 무서웠던 것뿐이고

너희들이 날 무서워 할까봐 걱정 했던 거야.. 지켜주기로 했는데 오히려 내가

더 무서운 존재가 되어 버린 기분. 밖에서 보이는 감염체보다 내가 말 했던

사람이 더 무서울 수 있다는 것이... 내가 그런 상황이 되니까 혼란스러웠어..

너희에게 무언가 바라고 한 행동이 아니었잖아. 그러니 너무 울지 마.. "

" 흑.....흑.... "

무슨 말이라도 하고 싶은 눈빛으로 처다 봤지만 울음이 그치지 않을 듯 했다.

" 은혜 표정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있으니 걱정 마...맘껏 울고 풀어버리렴.. "

난 은혜의 어깨를 다독이며 말했다. 하루 동안 나에게 미안했던 감정과 내가

보여준 행동의 의미를 아는 듯 내 품에서 서럽게 울음을 터뜨렸다. 한참을

울다가 울음이 멈췄는지 나를 수줍게 바라보는 눈빛이 느껴졌다.

키는 나랑 10cm차이었지만 오늘따라 한없이 작아 보이는 아이였다. 순간의 감정에 휩싸인 나는 나도 모르게 은혜의 입술에 나의 입술을 포개버리는 실수를 했다.

" 흡!! "

순간적인 나의 행동에 놀라서 나를 잡고 있던 손에 힘이 들어갔다. 그러나 이내

힘이 풀리면서 나의 행동을 받아주기 시작하였다. 내 혀가 그녀의 입술 사이를

비집고 들어가자 매우 놀란 듯 다시 손에 힘을 주어 나를 꼬집는 모습이

되어버렸다. 크게 아픈 건 아니지만 그 행동은 저 멀리 날려 보냈던 이성이

빠른 속도로 돌아오게 만드는 행동이었다.

"아...미안...정말 미안.... "

순간적인 충동에 사로잡혀 한 행동이 정말 미안했다. 동정으로서 나를 받아들인

느낌이 들어 더욱더 미안한 감정이 밀려왔다. 잘 정리한 짐들이 한꺼번에 다시

무너져 내린 기분이었다.

" 아니에요..괜찮아요. 오빠...하지만... "

고개를 푹 숙인 모습에 정말 할 말이 없었다. 말은 하다가 쉬는 잠깐의 시간이

마치 수천시간인 마냥 길게 느껴졌다.

" 음.. 첫 키스를 가져갔으니....앞으로 잘해야 해요.. 난 오빠랑 다르게 첫 키스

이니까요! "

수줍게 웃으며 첫 키스라는 말을 강조하며 말했다. 난 순간의 긴장이 풀리며

그대로 침대에 누워 버렸다.

" 아... 내 인생에 가장 떨린 순간이었어.... 몇 초가 몇 억 광년의 시간처럼

느껴지는 엄청난 경험인데.. "

"  연애도 많이 해보신 분이 뭘 그런걸.. "

아마도 재효나 미란이에게 나에 대해 많은걸 들었던 모양이다.

" 훗...그래도 아가씨 첫 키스를 뺏었으니 잘해야 하겠네."

난 약간은 놀리는 말투로 이야기 했다. 솔직히 22살인 아이가 첫 키스라는 것도

신기했고 월등한 미모를 가진 아이가 이제껏 남자친구도 없었다는 것도 신기했다. 졸지에 8살 연하의 여자 친구가 생겨버렸다. 우리는 그대로 침대에

누워서 잠을 청했고 난 익숙하게 은혜에게 팔베개를 해줬다. 은혜는 약간 당황한

듯 했지만 이내 편한 자세를 취하고 내 품에 안겨 금방 잠이 들어버렸다.

' 이제는...필사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가 늘었구나..... '

하루 종일 잠을 자고 일어났지만 긴장감이 풀렸는지 나도 금방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북적거리는 소리에 잠이 깨어버렸다. 주방 쪽에서 뭘 하는지 재효랑

미란이가 가끔씩 언성을 높이며 말을 하고 있었다. 말 톤으로 봐서는 싸우는

건 아닌 듯싶었다. 난 옆에서 곤히 잠든 은혜를 보고 한번 미소 짓고 주방으로 가보았다. 그곳에는 요리책을 들고 티격태격 하는 재효랑 미란이가 있었다.

" 아니!! 여기서 이걸 넣어야지!! "

" 책은 제일 나중에 넣으라고!  "

별것도 아닌 걸로 연신 티격태격 거리는 둘을 보다 한마디 했다.

" 그냥 쉽게 라면이나 먹지 않을래? "

" 응??? 오빠! 일어났어? "

마치 어제일은 잊어버린 듯 말하는 미란이가 오히려 고마웠다.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얼마나 생각하고 위해주는 서로 알고 있었다.

" 너희 둘이 얼마나 시끄럽던지 잠을 잘 수가 없다. 그냥 조촐하게 먹지

아침부터 웬 수라상을 만들려고 그래?"

이미 식탁에는 한가득 음식이 가득했다. 어차피 유통기한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아마도 어제 나한테 했던 행동들이 미안했는지 그런 듯 했다. 이 와중에

제대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요리뿐이니..

" 라디오에서 잘해야 5일정도만 전기를 서울로 보낼 수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그전에 다 먹어 버리려고 어차피 냉장고 없으면 보관도 안 되잖아? "

재효가 아침에 일어나 틀어본 라디오에서는 현재 대피소와 서울 상황에 대하여

방송한 듯 했다. 5일이라...짐 싸고 이동준비를 해야 할 듯 했다.

" 응? 다들 일어나서 뭐해? "

우리의 시끄러운 소리가 은혜까지 깨워버렸다. 부스스한 머리에 방금 잠에서

깬 모습이지만 어제의 그 사건이후라 그런지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순간적으로 미란이가 아침인사를 하려는 찰라 뭔가 이상했는지 바로 표정을

바꿔 소리를 쳤다.

" 너!!! 너!!! 왜!!! 거기서 나와!!!!! "

" 아!!! 언..언니 그게 아..아니고.. "

심하게 당황하는 은혜였다. 재효도 말없이 멍하니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마도 지금의 이 상황이 머릿속에 어지럽게 돌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겠지.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밤새 둘이 저 방에서 뭘 한 걸까..라고 써 있는

표정을 보며 나는 한숨을 지었다. 미란이는 마치 못할 짓이라도 저지른 아이를 타박하듯 은혜를 몰아붙였고  당황한 은혜는 귀까지 빨개지며 말까지 더듬기 시작하여 미란이의 의심을 더욱 증폭시켰다.

" 걱정 마 네가 생각하는 그런 게 아냐. 어제 늦게 까지 이야기하다가 잠든 것

뿐이니까.  그리고 밤마다 시끄러운 소리 때문에 한동안 못자다가 긴장이

풀려서 잠든 것뿐이야. "

" !!!!!!!!!! "

" 아.. 아니야 형... "

" 응??? "

난 단지 감염체가 울부짖는 소리를 이야기 한건 데 저들은 뭐가 찔렸는지 당황했고 미란이 역시 얼굴이 붉어졌다. 덩달아 내가 말한 내용을 잘못 이해한 은혜까지 얼굴이 붉게 변했다. 도둑이 제 발 저린 다고....이 녀석들...

" 뭔 소리야. 난 감염체가 밤마다 울부짖는 걸 이야기 한 건데. 설사 너희 둘이

밤마다 뭔 짓을 했던 둘 다 성인인데 무슨 상관이야. 그리고 방마다 방음이

잘되어 있어서 웬만큼 소리치지 않은 한 밖에서 들리지도 않아. "

" 으...응... "

" 도둑이 제 발 저린 다고... 참네.. 밥 다됐으면 먹자.  "

나를 제외한 3명은 어정쩡한 표정으로 어색한 아침을 먹기 시작했다.

나와 은혜사이에 좋은 감정이 있다는 걸 눈치 챈 둘은 마냥 신이 난 듯 이것저것

이야기를 했다. 아마도 한 커플과 남여보다는 두 커플이 자기들도 편하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아침에 재효가 들은 내용은 처참했다. 이미 남쪽도 감염체가 폭발적으로 늘어 대피소 몇몇이 붕괴되었고 감염체가 이동을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느낌상 아마도 감염체로 완전히 돌아선 듯 했다. 어째든 원초적인 사람의 본능을 따르는 될 수밖에 없을 테니까. 서울, 경기지방은 앞으로 최대 5일정도 전기 공급이 가능하다고했다. 아마도 지키고 있는 발전소 안에서 더 이상 생존이 불가능해 탈출을 결심한 모양이었다. 어차피 냉장. 냉동식품들도 많이 남지 않은 상황이었다. 우리도 마냥 여기서 머무를 수도 없었으니 이동을 시작해야 했는데 그 날자가 타의에 인해서 정해진 게 맘에 들지 않았을 뿐이다.

하지만 정해진 날짜까지는 최대한 편하게 지내고 싶었다.

" 오늘부터 슬슬 필요한 짐들 위주로 카라반에 옮기자. 가능한 식량은 많이

옮기고 의류나 꼭 필요한 것 외에는 두고 가자.  다행이 카라반이 있으니

남들보다 좋은 상황이니 너무 암울해 말고 조금 쉬었다 슬슬 시작하자. "

난 말을 마지고 복층 방으로 올라갔다. 필요한 게 무엇일지 생각하며 짐을

추리려는데 창밖에  빌라 주변을 돌고 있는 차량을 발견했다. 느낌상 어제의

그 무리 일 듯 했다. 아마도 마트 근처에 주거지역 몇 집 안 되니 계속해서

찾아보는 듯 했다. 다행이 창마다 커튼이나 천등으로 창문을 가려놔서 안쪽이

보이지 않았고 저들 위치에서 복층 방을 제외하고는 안쪽을 보긴 힘들듯 했다.

' 아무래도 서둘러야겠네. 그래도 남은 기간은 집에서 보내고 싶었는데.."

마트사건은 순간적인 기습 이였기에 성공했지만 다시 한 번 붙으면 우리 쪽

승산은 없다. 아직까지 저들은 우리가 어디 있는지 모르는 상황이니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 소형 발전기와 말통과 잡다한 물품을 가지고 카라반 쪽에

옮겨놓기 시작했다. 하루가 걸려 출발준비를 마무리 지었다. 단순이 옮기는 게 아니라 정리를 하면서 옮기는 거였고 남자 2명이서 옮기기에는 꽤 많은 양이었다. 그래도 이동 중  먹을 식량과 안락한 취침이 보장된다는 것에 위안을 삼았다.  이 와중에 미란와 은혜는 킬 힐에 치마등 말 그대로 생존에 전혀 필요가 없는 짐들을 싣다가 나에게 걸렸다. 어차피 공간도 많이 남아있지만...

눈웃음을 치며 애원하는 은혜의 모습에 도저히 거절할 수 없다는 건 말 못한다.

한편으로는 상황이 오래 지속되리라 믿고 싶지 않았던 모양이다. 희망을 가지고 싶은 모습이랄까. 두려울 정도로 몰려다니는 감염체를 본 적이 없으니 피부에 와 닿는 느낌도 적었고 남쪽으로 피난을 간다면 분명 방어에 성공한 도시도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이제 슬슬 빌라 밖에도 많은 감염체들이 보였다. 다행이 우리 빌라단지 안에는 우리 말고는 생존자가 없었던 모양인지 이쪽을 넘보지는 않았다. 엊그제 보였던 차량이 또 보였다. 어제도 보였는데... 아마도 우리 쪽 위치를 대충 파악했을 듯 싶었다.

" 내일 아침 해가 뜨면 이동하자. 아직은 전기가 들어오니까 마지막으로

목욕이나 하던지... 앞으로 꽤 힘들어 질 거야... 그러니 마음 다잡고..."

저녁을 다 먹고 이야기 했다. 이제 그나마 안락했던 생활은 접어야 했다.

이제는 제법 가까운 곳에서도 감염체의 소리가 들렸다. 아이들은 각자 집에서 하는 마지막 행동에 들어갔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