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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2화 (12/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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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우와...복층에 스파까지 있어.... "

" 전망도 끝내주네.... 바비큐 그릴도 테라스에 있네.. "

원래 가족을 위한 방인지 복층에도 출입문이 있어 사생활 보호가 가능하게

되어있었다. 2명이 들어가고도 남을만한 스파에 대형TV까지.. 아마도 위치가

좋지 않다보니 이런 쪽으로 특화시킨 모양이었다. 객실마다 기본적인 주방 용품과 여러 물품들이 가지런히 놓여있었고 비수기여서 그런지 깨끗한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다행히 펜션은 기름보일러와 소형발전기도 보유하고 있었다. 바닷가 근처라 바람이나 태풍으로 정전이 심심치 않게 일어나다 보니 발전기까지 보유한 모양이었다. 서울에서 전봇대가 사라진 이유 중 하나가 건물들 사이가 좁아져 멀리까지 선을 끌어가며 이어갈 필요도 없었고 미관상 보기 좋지 않아 보도 블럭 안쪽에 묻어버린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렇게 드문드문 있는 경우 차라리 전봇대 형식이 싸고 효율적이니 전선이 밖에 노출되어 있으면 확실히 날씨 영향을 많이 받을 수 있으니까.

홍 소령과 병사 몇 명은 펜션 정문을 보수할 물건을 찾아 주위를 살폈다.

다행이 근처에 공사장이 많아 철근이나 각종 공사자재와 공구 등을 쉽게 구할 수

있었고 생존자 중 용접을 하실 줄 아는 사람과 인테리어관련 종사자도 계셔서

어렵지 않게 정문을 보수 할 수 있었다.  도착 후 병사들과 남자들은 계속해서

이제는 한동안 지내야 할 곳 수리를 하다 보니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내일 미비 된 작업을 계속하도록 하고 오늘은 이만

들어가  쉬는 게 좋을 듯합니다. 다들 피곤하실텐데 고생하셨습니다. "

" 네...다들 쉬세요.. "

홍 소령에 말에 다들 각자의 객실로 이동했다. 기름보일러다 보니 기름보유량도

상당했고 오늘은 다들 피곤한 관계로 무리해서라도 발전기와 보일러를 가동하기로 했다.

" 크아....며칠이 몇 년 같았어.. "

재효가 침대에 몸을 던지며 말했다.

" 씻고 누워!!! "

" 미란아 좀 봐줘! 지금까지 일하다 왔는데!!! "

" 일은 나도 했어! 이제 계속 써야하는 건데 깨끗이 좀 쓰자!! "

미란이와 재효가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니 이제야 긴장이 풀렸다.

" 오빠 먼저 씻을래요? "

" 응??? 응???? "

잘못 들으면 상당히 은밀한 말이 될 수 있어 난 장난을 치며 대답을 했다.

은혜도 뭔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고개를 약간 숙인 채 말했다.

" 아니..먼저 씻으시라고요.. "

" 아냐... 먼저 씻어. 난 정리 좀 하다 씻을게. "

" 네.. 그럼 먼저.. "

그동안 못 씻은 것이 신경 쓰였는지 거절하지 않고 화장실도 들어가는 은혜였다.

은혜가 먼저 씻고 미란이 그리고 나와 재효가 샤워를 마치고 나왔다.

" 아직은 물이 나오니까 너희 둘 저기 스파라도 써봐! "

" 그래. 언제 물이 끊길지도 모르는데 조금이라도 여유를 부리자. "

" 여기 지하수를 쓰는 것 같은데... 그래도 이런 상황에 사치 좀 부려보자."

나와 재효가 말했다. 다행히 지하수를 퍼다 쓰는 모양이었지만 발전기에 넣을

연료가 없으면 물도 안 나올지 몰랐다. 마지막이 될지 모르는 여유를 즐기기

위해 스파에 물을 받기 시작했다.

" 앗..뜨... 보일러가 잘 작동되나 뜨거운 물이 잘나오네."

" 그러게..다행이다.. 여유를 누릴 수 있어서.. 상황이 처참하지만 할 건 해야지."

미란이와 은혜는 이 상황에 수영복이 없었으니 편한 복장으로 갈아입는

중이었다.

" 어...오빠? "

" 응?? 왜 미란아? "

" 잠깐 이리로 와봐... "

이상하게 나를 찾는 미란이었다. 짧은 트레이닝 핫팬츠에 검정색 티를 입은

미란이였다. 여름 복장으로 자주 입던 모습이라 그렇게 어색하지는 않았다.

물론 다른 남자들이 본 다면 정말 침을 흘리고 볼 모습이었지만 나는 여름 동안

많이 봤던 복장이었고 재효의 여자친구니 그런 쪽으로 보일 리가 없었다.

" 왜? "

" 있잖아...은혜는 솔직히 오빠나 재효 오빠한테 이런 옷 입은 모습을 보여주기

좀.. 우리가 처음 올 때 은혜 옷을 많이 챙겨 오지 못해서.. 대부분 내 옷이다

보니.. 그...좀 애가..크다 보니까...민망해 해서..지금.. 그러니 먼저 위에 올라가

있어. 우리가 끝나면 알려줄게."

대충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내가 봤을 때 이상할 정도로  민망해 하는 건 미란이 였다. 원래 털털한 성격에 야한 농담도 별 부끄러움 없이 던지는 아이인데 이런 모습을 보니 의외였다. 하긴 원래 수영복을 입고 들어가는 스파인데 수영복을 챙겨 올 상황도 아니었고 충분한 옷을 가져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마트나 상점에서 얼추 비슷한 크기의 옷을 챙겨오는 것이 거의 전부였으니. 더군다나 확연히 차이나는 체형으로 은혜가 미란이의 옷을 입었을 때 모습을 상상하니 꽤 민망했다.

" 아...그래...그럼 나랑 재효는 위층에 가있지 뭐... "

" 뭐 그런 걸로 그래! 그냥 나와 은혜야! 어차피!!! "

옆에서 다 듣고 있던 재효였다. 어차피 미란이도 갈아입었으니 은혜도 다 갈아

입었을 생각에 문을 벌컥 열었다.

" 아!!! 오빠!!! "

황급히 돌아서는 은혜였다. 은혜도 복장은 미란이와 같았다. 짧은 트레이닝

핫팬츠와 몸에 붙는 검정색 티를 입고 있었다. 하지만 미란이랑 키가 비슷했지만

서구적 체형으로 다리가 더 길어보였고 모델 일을 하던 은혜라 허벅지부터

발목까지 군살이 하나도 없이 말 그대로 뛰어난 각선미를 자랑했다. 재효와 나는

그런 모습을 보고 얼어버렸고 재효는 문을 닫는 행위도 잊고 은혜의 모습을 봤다.

" 미쳤어!! 어디를 들어가!! 재효 오빠 때문에 못살아...  문 안 닫아?!!"

"어?? 응...."

재효나 나도 방안에 있는 은혜의 모습을 다 본 상황이었다.

물론 전에도 씻고 나오는 모습을 보긴 했지만 저렇게 붙는 옷을 입은 적은

없었고 스파를 하기 위해 최대한 간결하게 입은 옷 이었다.예전에  티를 입었을 때도 어느 정도 크기의 옷을 입어 부각이 되긴 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다. 미란이 말로는 은혜보다 큰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했는데 내가 은혜 바스트를  실제로 본적이 없으니 그냥 크다고만 생각했는데 이렇게 보니 엄청났다.

" 어...난 그냥 올라가있을게... 편히 있다가 다하면 불러.. "

" 나도 같이 가. 형... 담배하나 피자.. "

같이 민망해진 재효랑 나랑은 도망치듯 위층으로 올라갔다. 위층에 마련된 작은

테라스에서 담배를 물었다. 나랑 재효는 은혜의 모습에 약간은 민망해진 기분이었다.

" 미란이 몸매도 상당한 몸매라고 생각했는데...아니었나... "

" 하하... "

내가 멋쩍게 웃었다.  아직도 은혜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려 환각을 보는 듯

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스파가 끝났는지 미란이가 우릴 불렀다.

" 오빠!!! 와서 밥 먹어!!! "

둘 다 긴 트레이닝복을 입고는 식탁에 밥과 찌개를 만들어 놨다. 얼마 만에

먹어보는 제대로 된 식사인지 몰랐다. 매번 인스턴트만 먹다 직접 만든 걸

먹으니 꿀맛이었다.

" 오!!! 제대로 만들었네!!! 완전 맛있어!! "

우리가 허겁지겁 먹는 모습에  미란이와 은혜는 꽤 만족스런 눈으로 바라봤다.

그렇게 오늘 하루가 저물고 있었다. 다행이 근무는 이 틀에 한 번꼴로 있었다. 90분씩 나눠서 근무를 서기로 했고 덕분에 여유가 있었다. 객실마다 소총과 약간의 탄약을 보유하고 1층 사무실에서도 보관하기로 했다.

방은 나와 은혜가 위층에서 재효와 미란이가 밑에서 자기로 했다. 다행히

화장실은 계단 바로 밑 부분이라 미란이와 재효한테 방해는 되지 않을 듯 했다.

" 어...먼저 누워... "

" 네..."

같이 몇 번 동침 아닌 동침을 하긴 했지만 이렇게 처음부터 같이 눕는 건

어색하기만 했다. 은혜가 꼬물거리며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마냥 귀여웠다.

저렇게 큰 키를 가진 여자가 귀엽게 보이는 건 힘든데 말이다. 나도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지만 우리중간에 어색한 기운이 흐르는 건 어쩔 수가 없었다. 하지만

워낙 피곤한 날이었기에 우리는 금방 잠들 수 있었다. 새벽 동이 틀 무렵 눈이 떠졌다. 아무래도 요 며칠 간 긴장했더니 습관처럼 눈이 떠지는 듯 했다. 난 아직 곤이 자고 있는 은혜가 깰까 조심스럽게 침대에서 일어나 펜션 앞 주차장으로 갔다. 바닷가근처라 바람이 무척 차고 매서웠다.

" 일찍 일어 나셨네요? "

" 아.. 김 병장님이시군요. 어쩌다 보니 일찍 일어나게 됐네요.  이제 교대하러

가시는 건가요?  "

" 네.. 군대처럼 바로 일과 하는 것은 아니라 마음은 가볍네요! "

억지로 웃으며 대답하는 김 병장이었다.  밝고 호탕한 모습. 부모님과 여자친구를

구출해 온 뒤 마음의 짐을 덜었는지 밝은 모습이었다. 펜션 사무실에 마련된

책상에서는 이미 일어난 홍 소령과 손 중사가 있었다. 펜션에 도착 후 군복을

입지 않는 손 중사와 달리 홍 소령은 계속해서 군복을 입고 있었다. 약간은

통통한 몸매인 손 중사는 꽤 귀여운 동물이 그려진 셔츠를 입고 있었다.

" 아직도 동물그림에 집착하는 겁니까? "

" 왜이래! 얼마나 귀여운데!! "

군 생활에서도 동물그림을 유난히 좋아하던 손 중사였는데 나이가 들어도 취향은

변함이 없었다.

" 그나저나 뭐하시고 계셨던 건가요? "

" 근처에 주유소와 마트 등을 찾아보던 중이었네. 여기를 요새화해서 지내볼까

한다네.. 더 이상 많은 인원을 통솔해서 움직이긴 힘들고 이제 겨울이 올 테니

최소한 겨울은 여기서 지낼 생각이네. "

" 여기서 최소한 5개월은 지내야 한다는 말이군요.. "

10월 초인 지금부터 3월까지는 여기서 버텨야 한다는 것이었다. 펜션에는

남는 방과 여유 공간이 있었지만 얼마나 많은 양의 기름과 식량을 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 우선 항 위주로 수색하는 게 좋을 듯합니다.  먹자거리가 형성되어 있으니

식량 구하게도 쉬울 것이고 주유소도 꽤 규모가 있을 테니 저장량이 상당량

될 듯 하고요. 지금은 우선 여러 곳을 들리기보다 한곳에서 여러 가질 구할 수    있는 곳부터 봐야할 듯 하네요. "

난 지도를 보며 말했다. 그래도 나름 관광지가 몰려있는 곳이라 물품구하기는

어렵지 않을듯했다.

" 마누라 말대로 판단력이 좋구만. 지금까지 군 생활 오래한 편이 아닌

마누라지만 많은 병사들 중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는데 맞는 말이긴 하군. "

" 맞아. 저 녀석 임기응변이나 잔머리 쪽에서는 천부적이었어! "

" 지금 그거 칭찬입니까... ? "

부부여서 그런지 쿵 짝이 잘 맞는군.  현재 식량으로는 일주일도 힘들듯 했다.

다행이 겨울을 대비하기 위해서인지 펜션에는 꽤 만은 양의 기름이 있었지만

이 많은 인원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는 의문이었다.

" 소...소대장님!! 밖을!!!! "

허겁지겁 뛰어온 상병계급장을 단 병사가 얼굴이 하얗게 질려 말했다.

" 무슨 일인가!! "

" 엄청난 숫자의 감염체 입니다! "

우리는 상병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밖으로 향했다.  다른 사람과 반대로 난

옥상으로 향했다. 시야가 넓어 옥상 쪽이 좋을 듯해서이다. 내가 반대로 뛰어가는

모습에 다들 멈칫거리더니 나를 따라 옥상으로 올라오기 시작했다.

" 빌어먹을.... "

난 멀리서도 보이는 엄청난 숫자의 감염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우리가 가진

화력을 모조리 쏟아 부어도 어림도 없을 숫자였다.

" 당장 내려가서 보일러와 발전기 가동을 중지시키고 방마다 커튼을 치도록

하고 최대한 소리를 내지 않도록 각 방마다 알리도록 해! "

홍 소령이 낮은 소리로 말했다. 그 말을 들은 병사는 방마다 문을 두드리며

주의사항을 말해줬고 순식간에 모든 인원이 기상하여 움직이는 듯 했다.

" 아직 정문도 완벽보수가 안됐는데.. 하지만 저 숫자라면 굳이 보수가 됐다고

안전한 것도 아니겠다."

" 손 중사님 ... 이대로 지나가길 빌어야죠...."

아마 여기까지 오는데 저 속도라면 최소한 15분 정도일 듯했다. 일어난 병사들은

옥상에 유탄을 들고 대기했고 주차장에서는 박격포 설치가 완료된 모습이었다.

병사들은 탄창에 탄을 채우는 모습이었고 가능한 총을 사용할 수 있는 인원은

모두 나왔다. 이런 상황에 도망치지  않고 나오는 인원이 상당한 모습에 작은

희망이 보였다.

"  제발 그냥 지나가라... 우리가 가진 탄 한발 당 한 놈씩 처리해도 탄이 부족할

텐데... "

" 조용! 만약 우릴 눈치 채고 이쪽으로 온다면 유탄사수만 남고 나머지 인원은

밑에서 사격한다! 최대한 이쪽으로의 진입을 저지하고 만약 정문이 뚫리면

차량으로 각자 이동한다..."

홍 소령이 나지막하게 말했다. 아마도 밀린다면 우린 다시 흩어져야 했기에

다들 최대한 살아서 나가자는 듯 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는 동안 감염체들은

어느새 펜션 앞쪽까지 다가왔다.

" 후.... "

꽤 추운 날이지만 땀이 흘렀다. 소총을 잡은 손에도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극도의 긴장감... 나와 손 중사와 유탄사수만 옥상에서 자리 잡고 나머지

인원들은 전부 주차장 쪽에서 몸을 최대한 숨기고 있었다. 다행이 정문에서

주차장까지는 직선거리가 아닌 완만한 곡선이었기에 밖에서는 주차장이 보이지

않았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감염체들은 살아생전에 입었던 옷들이 넝마가 된

녀석들이 대부분이었고 거의 반나체인 놈들도 있었다.

" 응?? "

난 감염체들을 바라보다 이상한 점을 발견하였다. 내가 숨을 쉴 때마다 미약하게

입김이 나오는데 저들도 입김을 뿜어내고 있다. 숨을 쉰다는 증거였다. 하지만

팔다리가 절단되어도 피가 얼마 나지 않았던 모습을 보았는데.. 불과 물을 피하는

이유가 어찌 보면 숨쉬기 힘들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았기 때문인가... 머릿속이

복잡했다.

" 온다.... "

내가 이런저런 고민에 머리를 쥐어뜯는 동안 감염체 무리가 펜션 앞을 지나가기

시작했다.

" 크에에에엑....크에에에엑.... "

숨을 쉬는 건지 소리를 내는 건지 알 수 없는 요상한 소리를 내면 시커먼 얼굴과

왠지 썩어버린  몸을 하면서 지나가는 감염체들을 보았다. 차라리 영화 속

한 장면이었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옥상 담벼락에 바짝 엎드린 채

배수구 구멍으로 간간히 밖을 보는 정도였다. 30분 정도가 지나 감염체가 꽤 멀리까지 벗어난 모습을 보고난 뒤 다들 자리에서 일어났다. 우리는 혹시나

남아있는 감염체가 있을까  몇 분을 더 긴장감에 조심스럽게 주위를 둘러봤고

다행히 남은 감염체는 없는 듯 했다.

" 하....살았다.... "

다들 안도감에 한숨을 내쉬었다. 새벽동이 트자마자 내일 뜨는 해를 못 볼 수도

있는 상황은 일어나지는 않았다.  우리는 주위를 정돈한 뒤 각자 방으로 향했다.

내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자 상황이 좋게 끝난걸 알았는지 재효와 미란이도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갑자기 어디서 나타난 은혜가 나에게 달려와 안겼다

" 크억!! 야야!! 네가 그렇게 갑자기 안기면!! "

" 앞으로 절대.... 내가 일어났을 때 옆에 오빠가 있어야해...오늘처럼 말없이

나가면 나 진짜 화 낼 거야.. "

" 응??? 응....미안... "

아마 일어났는데 옆에 내가 없고 상황이 감염체가 다가온다는 걸 알고선

무척이나 무서웠나 보다. 난 울 듯 한 은혜를 한참을 다독여 주며 앞으로의

계획을 말해주었다.

" 우선 항이나 먹자거리등에서 식량을 구해 올 거야.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일

거고 만약 감염체들과 마주치면 바로 이쪽으로 도망쳐 오진 않을 거야. 혹시나

우리를 따라올 수도 있으니까 최대한 안전해지면 돌아오는 방식이야.  그리고

재효는 여기서 애들을 지켜. 밖으로 나가는 건 내가 움직일 거야. 병사 몇 명과    이번에 돌아온 생존자들 중에서 팀을 짜서 움직일 거야 "

" 왜 난 빼는데!!! "

" 만약 무슨 일이 생기면 넌 이 둘을 지켜야해. 나보다 네가 중요한 일이야.

방안에 k-1 소총이 있어. 혹시 무슨 일이 생기면 사용하도록 해. 정말 위급한

상황이 아니면 사용하지 말고... "

다들 요 근래 내가 홍 소령과 손 중사와 많은 이야기와 행동을 하는 모습을 보고

어느 정도 예상은 한 눈치였다.  은혜의 눈빛에는 서운한 감정이 그대로 보였다.

하지만 생각이 깊은 아이라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다. 여자들이 아침을 준비하는 동안 재효에게 신신당부와 함께 내가 못한 이야기를 은혜에게 잘 좀 해달라고 전했다. 아마도 한동안 나보다 더 오래 있어야 했기 때문에 재효가 말하는 게  조금 편할 수도 있었다. 식사 후 방에서 은혜와 이런저런 이야기와 약간의 애정 표현 후 난 은혜의 마중을 받으며 1층으로 내려갔다. 주차장에는 이미 나갈 준비를 완료한 병사들과 생존자들, 그리고 홍 소령이 보였다. 병사들도 이제 편한 사복차림이라 머리가 짧은 게 아니라면 구별하기 쉽지 않았다.

" 언제 출발한다는 말씀은 없으셨는데요? "

난 마치 내가 지각한 모양이 되어버린 상황이 싫어 말을 했다.

" 응?? 아아!! 너한테 말을 안했구나!!! "

홍 소령이 어처구니없이 대답했다.

' 저...저런....바보를 봤나.. '

" 하하...그래도 운 좋게 제시간에 나왔네! 자자 다들 출발 전에 제가 한마디만

하겠습니다. "

무리에는 홍 소령보다 나이가 많으신 분도 있었기에 지금까지와 다르게 존댓말을

사용해가며 말을 했다.

" 여긴 저보다 어르신들도 계십니다. 지금이야 존댓말을 하지만 상황에 따라

아닐 수도 있습니다. 이점 우선 양해 부탁드립니다. "

다들 군대를 다녀왔으니 수긍하는 모습이었다. 지금이야 어째든 홍 소령이

전문가이니 다들 군말 없이 받아들이는 표정이었다.

" 이런 특수한 상황에서 원래  통제를 받는 게 맞습니다만 절대 강요는 아닙니다.

지금까지 우리가 감염체 공격을 받고도 살아남았고 이동 중에도 낙오자 없이

온  이유는 여기 있는 재원 군 도움이 컸습니다. 펜션 안에는 아니지만

밖에서의  전투상황이 온다면!!! 재원 군이 여러분을 통솔할 것입니다!! 불만

있으신 분계십니까? "

홍 소령의 말에 난 깜짝 놀랐다. 저 사람 말도 없이 자기 후임으로 날 선택 한

것 아닌가! 손 중사도 있는데 굳이 왜 날 선택한 거며 말 한마디 없이 결정한 것도 다들 별 불만이 없는 표정도 나에게는 큰 스트레스였다.

" 한마디 말도 없이 이러시깁니까... "

" 상의했으면...허락 했을 거야? "

" 절대 아니죠... "

" 그치...그래서 마누라가 그냥 말해버리래.. "

능글맞은 웃음을 지으며 군용차에 탑승해버린 홍 소령이었다. 난 앞으로의

고난에 머리가 지끈거리며 아파왔다.. 저 팔불출 같은 군인부부를 데리고 이 많은

인원의 생사를 책임지게 되었으니 말이다.

============================ 작품 후기 ============================

글이..길긴..기네요...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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