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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4화 (1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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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둘 다 똑같은 놈이라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고 있던 홍 소령이 내가 쳐다보자

바로 표정을 바꿨다.

"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우선 무리를 해서라도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감염체가 들이 닥쳤을 때 물자를 이동하고 식구들을 이동시킬 시간을

벌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얼마 전 전기를 가동시켜 준 30대 후반의 남자. 본명은 박 정서라고 했다. 이분도

여기서 하는 일이 꽤 많아 소대장이랑 호칭으로 부르게 됐다. 어째보면 행보관

스타일이라 박상사가 더 어울릴 것 같았다.

" 그럼...가는 쪽으로 해야 하는 건가..."

홍 소령이 말했다. 아무래도 다들 무기가 필요하다는데 자기혼자 반대하기는

뭐한 듯 했다.

" 그럼 제가 다녀오겠습니다. "

내가 말했다. 의견을 제시한 사람이 나니 내가 나서야 된다고 생각했다.

" 아니! 내가 가겠네! "

" 무..무슨!!! 만약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여긴 어떻게 하란 말입니까! "

" 현재 소대장 2명과 전직 소대장 1명이 있지 않은가? 둘 다 잘하고 있고 오히려

사람들이 솔선수범해서 움직이는 자네들을 더 신용하네. 그건 그렇다. 치고

나도 뭔가 해야 할 것 같아서"

" 당신이 가면 나도 갈래요."

" 누나!? 누나까지! "

" 좀 전까지 호칭 어쩌고 한 놈이 누나는 무슨 누나.."

" 그 문제가 아니잖아!!! "

내가 욱해서 소리쳤다. 저 부부는 왜 항상 내 혈압을 오르게 하는지 알 수가

없다.

" 부부일심동체야. 그리고 내가 일반 주부도 아니고 10년 가까이 군 생활 한

사람인데 뭐가 문제야? "

할 말이 없다. 나보다 군 생활 오래한 사람인데...  난 한숨을 쉬면서 말했다.

" 하...그럼 두 분 언제 출발하실 생각입니까..? "

" 내일 아침. 해 뜨면 바로. "

단호한 목소리. 아무래도 단단히 각오한 듯 했다.

" 알겠습니다. 준비해 놓도록 하죠. "

" 아니. 내가 직접 하겠네. 내가 해야 할 작전준비는 내가 해야지. 다들 어서가세

쉬게나. 내일부터 인원 좀 빠지면 바빠질 테니.. "

홍 소령이 살짝 웃으며 말했다.

난 오랜만에 은혜랑 테라스에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햇살이 따사롭고

바람이 불지 않아 밖에서도 크게 춥지는 않았다. 무릎까지 오는 나풀거리는

치마에 제법 큰 박스티를 입고 앉아있는 은혜. 보통여자가 입으면 몸매가 티도

나지 않을 크기지만 은혜의 바스트는 존재감을 나타내려는 듯 나와 있었다.  뭐하나 빠지는 것이 없는 아이가 왜 남자친구가 없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스스로 말하기 전에 물어보지 않기로 했다. 정 궁금하면 미란이도

있으니까 말이다. 내가 계속 쳐다보는 시선을 느껴졌는지 긴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날 바라봤다.

" 응? 왜 그렇게 봐요? "

" 아..예뻐서...과연 내 여자 친구가 맞나 싶어서.."

" 치..."

민망한 듯 웃어넘기는 모습조차 사랑스러웠다. 감염체만 아니라면 정말

행복한 시간이겠지만 잠시나마 이런 행복을 느끼는 것도 감사할 따름이었다.

은혜는 딱딱하지만 넓은 간이 의자에 양반다리를 하고 상체를 뒤에 기댄 채 눈을

감았다. 나랑 비슷한 생각인지 이런 여유로움을 즐기고 싶은 모습이었다.

" 엄맛!!! "

감자기 불어온 바람으로 치마가 위로 솟구쳤다. 은혜는 급하게 양손으로 치마를

잡고 내렸지만 이미 속옷이 모두 노출된 상황이었다.

" 흠...빨간색이라...은혜가 은근히 화려한 걸 좋아하네..."

" 아!!! 오빠!!!! "

" 아파!!아파!! 그만!! "

은혜가 민망한지 얼굴이 빨갛게 변하며 내 등을 몇 대 쳤다. 예전 카라반 화장실

사건으로 알몸 아닌 알몸도 봐버렸지만 그때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 그런 건 못 본 채 넘어가면 안 돼요? "

" 다 봤는데 뭘..다음에 수색하러 가면 빨간색 위주로 구해 와야 겠구만!! 하하!! "

난 은혜를 약 올리듯 말하며 방으로 들어왔다.  바로 은혜가 침실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 이불 속에 들어갔다.

" 아!! 따뜻해.. 역시 이불 속이 최고야.. "

몸이 나른해 지는지 중얼거리며 말했다. 자신한테 민망한 대화의 화제를 바꾸고

싶은 모양이었다.  난 은혜 옆자리에 누워 팔베개를 해주었다. 은혜는 꼬물거리며

내 품에 안겨왔다.

" 히...역시 여기가 최고다 "

눈을 감고 미소 지으며 말하는 은혜를 보며 한동안 잠들게 놔둔 뒤 난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아래층은  크지 않은 거실과 부엌, 그리고 테라스 쪽에 마련된 넓은 스파가 있는

구조였고1층 침실은 미닫이문이 설치되어 있었다. 가족이나 커플단위만 받는

방이었기에 칸칸이 나눠진 구조였다. 다른 방들도 각자의 특색이 있었다.

마루와 침실이 일체형인 곳도 있었고 온돌방 형태나 아예 평수를 넓게 하여

여러 인원이 놀러 와서 잠만 잘 수 있게 만든 방도 있었다. 처음에 제비뽑기 후

다들 어느 정도 안면이 생기고 서로 생존해야 한다는 유대감이 생기자 식구들에

맞는 방들을 바꾸기 시작했었다. 커플인데 우리처럼 큰 방을 얻은 사람이 있었고

식구들과 여자 친구까지 구조된 일행들이 마루와 침실, 스파가 일체로 된

커플전용 방을 뽑은 사람도 있었다. 처음에는 솔직히 다들 정신이 없었고 우선

짐을 풀고 쉴 곳을 배정해야 했기에 급하게 정했지만 시간이 지나자 서로

양보하고 손해를 감수하는 모습이 보였다.  다행히 극장과 같이 나만 살고

보자는 사람들 보다 서로 지켜주고 구하러 와 준 것에 대한 보답을 하며 양보하며 지내는 모습이었다.

" 응? 은혜는 자? "

위층에서 나만 내려오는 모습을 보고 재효가 말했다.

" 응... 피곤했나봐... 금방 잠들어버리네..  "

" 평소에 원래 잠이 많았어. 이제 슬슬 긴장이 풀렸겠지. "

미란이가 과자를 먹으며 말했다. 마루에 앉아 나란히 TV를 보며 앉아 있는

둘의 모습이 어찌나 똑같은지 웃음이 나왔다.

" 왜 웃어 오빠? "

" 아아..너희 지금 앉아있는 포즈가 똑같은 거 알아? "

둘 다 소파에 거의 눕다시피 앉아 소파 앞에 마련된 티 테이블에 나란히 발을

올려 논 모습인데 오른발을 왼발위에 걸쳐 올린 모습과 둘 다 과자를 한 개씩

손에 들고 먹는 모습이 데칼코마니를 연상케 했다.

" 평소에도 많이 들었어. 우리 둘이 비슷한가봐? "

" 어련하시겠어... "

난 코웃음을 치고 냉장고에서 물을 꺼내 컵에 담았다. 자면서 자주 물을 찾는

은혜라서  침대 옆에 마련된 테이블에 물을 가져다 놓는 것이 습관이 됐다.

신기하게 물은 많이 마시는데 화장실은 잘 안 간다.

" 이제 우리도 자야지.. TV소리 시끄럽겠다. "

" 응? 아냐..생각보다 방음이 잘되어있어. 지금까지 너희 둘 TV보는 것도

몰랐는데 뭘.. "

생각보다 인테리어에 신경을 쓴 건물인 듯 사소한 것에도 그런 느낌이 들었다.

" 그래? 그럼 우리 좀 더 봐도 돼? "

미란이가 초롱초롱하게 쳐다보며 말했다. 하여간 TV라면 사족을 못 쓰네..

" 그래..우린 잘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봐.  근데 그렇게 보고도 남은 게 있어? "

한동안 TV앞에서 살다 있는 미란이었다.  이런 상황에 먹는 거에 별다른 문제가

없었고 주전부리식품이나 유통기한이 짧은 식품을 버리기 아까워 먹어치우다

보니 확실히 살이 찐 미란이었다. 물론 은혜도 마찬가지였지만...

" 외장하드 3개 있는데 아직 한 개중에서 십 분에 일 정도 본 듯한데? "

" 대단하다... 그래도 엄청난 용량인데.... 평생 볼 수 있겠다. 마지막 꺼 다보면

다시 처음부터 보면 처음 본건 기억도 안 나겠다. "

" 솔직히 이거 아니었으면 난 미쳤을 거야... 히히 "

미란이가 TV를 보며 웃으며  말했다. 다행이 여자들은 크게 할 게 없었기에

식사를 준비하거나 남자들이 수색하면서 가져온 놀이물품으로 시간을 때우거나

했다. 다행히 우리가 가져온 영화나 드라마를 USB에 나눠서 다른 사람들도

볼 수 있어 이런 상황에도 밝게 지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난 다시 침실로 올라가

은혜 옆에 조심스럽게 누웠다.

얼마나 잤을까.. 품에 안 긴 채 자고 있던 은혜가 움직이는 듯 했다. 난 살며시

눈을 떴고 내가 깨어난 걸 의식한 은혜가 미안해하는 듯 했다.

" 응?? 저 때문에 일어난 거예요? "

" 아니야... 일찍 자서 그런지 눈이 떠졌네..? "

" 아니긴...더 자요... 난 물 좀 마실게요... "

" 그럴 줄 알고 테이블위에 물 가져다 놨어. 컵이랑 있으니 마셔 "

" 정말요? 고마워요! "

은혜가 침대 옆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컵을 찾는 듯 했다. 불을 켜지 않으면

커튼이 쳐져있어 매우 어두웠지만 밤에는 전등사용을 자제하기로 해 전등을

켤 수도 없었다.

" 텡.... "

" 에고...다 흘렸다.. "

" 으구... 조심하지.. 안보이면 말하지.. 내가 찾아줄걸.."

의외로 밤눈이 어두워 잘 부딪치고 다니는 은혜였다.

" 그러게요..아니면 손전등을 킬걸..내려갔다 올게요.. "

" 같이 가자 또 넘어질라.. "

" 아니에요.! 그냥 누워있어요! 혼자 갈수 있어요! "

" 그러는 애가 전에도 계단에서 굴렀잖아.. "

얼마 전 내가 잠든 사이 아래층에 물을 가지러 갔다  계단 몇 개를 남겨놓고

발을 헛디뎌 종아리에 멍이 들었던 아이다.

" 그래도... "

" 뭘 그래도 야... 어차피 잠 깼으니까 같이 가자.. "

난 자리에서 일어나며 기지개를 펴며 말했다. 조심스럽게 은혜를 잡고 방문을

열었다. 문을 열고 계단을 내려가려는 순간 재효 방에서 소리가 흘러나왔다.

" 허억..허억..오..오빠... "

" 헉헉헉....미란아....사랑해... "

얼핏 보니 살짝 열린 문에서 빛이 세어 나오고 있었다. 아마도 촛불을 켜 논

모양이다. 아마 문을 완전히 닫는 걸 잊었는지 어느 정도 경사로 인해 밀리는

문 때문에 신경을 안 쓴 건지 방안에서 하는 행위에 대한 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우리는 조용히 방문을 닫고 다시 들어갔다. 둘 다 이 상황에 할 말이

없었다. 성인이긴 했지만 키스 외에 다른 행위는 한 적이 없었고 실제로 이런

소리를 들으니 어색해진 상황이었다.

" 음....내려가긴 힘들겠지? 다음에는 물통으로 가져다 놔야겠다.. "

" 응??? 아...네... "

은혜가 살짝 놀라며 말했다. 난 순간 장난기가 발동하여 일부러 은혜를 뚫어져라

쳐다보기 시작했다. 분명 내 시선을 느껴 움질거리는 것이 느껴지는데 내 쪽을 바라보지 못하고 있었다. 그런 은혜의 모습을 보며 더욱 장난기가 발동하였다. 난 강하게 은혜의 어깨를 잡아 내 쪽으로 돌린 뒤 키스했다. 평소 둘이 있으면 자주 하긴 했지만 이렇게 강하게 한 적이 없었다.  약간은 당황한 느낌이었지만 신경을 쓰지는 않았다. 평소보다 과격한 키스를 하며 침대로 상체를 눕혔다. 정확히는 말하면 밀어버린 모습이 되었다. 평소 부드럽게 리드하던 내 모습이 아닌 과격하고 약간은 포악한 모습을 보여줬다. 은혜는 그런 나의 모습에 어찌할 줄을 몰라 내 팔뚝을 잡은 손에 힘이 느껴졌다. 한손으로 은혜의 양 팔목을 잡아 머리 위로 올렸고 은혜는 적지 않게 당황했는지 꽤 힘을 쓰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난 일부러 더 거칠게 대하였다. 남은 한손을 은혜의 상의 안쪽에 넣었다. 아기같이 부드러운 피부를 느끼며 손은 점점 위로 올라갔다. 내 손의 목적지를 알아차린 듯 은혜가 거칠게 반항했지만 난 신경 쓰지 않는 듯 행동했다. 내 손이 은혜의 상의 속옷에 닿았을 때 은혜의 행동이 멈췄다. 갑작스러운 행동변화에 난 은혜의 얼굴을 보고 깜짝 놀랐다. 질끈 감은 두 눈에서 눈물이 흐르고 있었다. 아마도 이런 내 모습이 무섭기도 했을 것이고 예전에 안 좋았던 기억이 떠올랐을 수도 있다. 난 황급히 하던 행동을 멈추고 말했다.

" 은혜야. 은혜야...미안 미안..장난이었어...그냥 갑자기 은혜 모습을 보니까... "

" 끄윽...끄윽... "

차마 소리 내어 울지 못하는 모습에 더 미안해졌다. 조금 위험한 장난이었는데

역시나 결과가 너무나 좋지 않았다. 난 한참을 다독여서 은혜의 울음을 멈추게

하기 위해 노력했다.

" 미안..미안...내가 잘못했어..그럴 생각은 없었는데..하다 보니... "

"  흑...흑.... "

한참을 더 울다가 나를 강하게 껴안았다. 다행히 화가 난건 아닌 듯 했다. 나의

생소한 행동을 보고 놀란 듯싶었다. 난 누운 체로 은혜의 등을 토닥거리며 진정

시키기 시작했다.  다행이 울음이 멈춘 모양인 듯 진정되는 모습이었다.

" 놀랬잖아요. 오빠.... "

어느덧 말문을 열었다. 목소리를 보니 화났다기보다 놀란 목소리였다.

" 미안...미안... "

난 한참을 미안하다는 말 외에는 할 수가 없었다. 아마 은혜생각에는 내가

순간적인 욕망에 휩싸여 자신을 덮친다고 느꼈을 것이다. 물론 은혜도 내 분위기에 맞춰서 움직였다면 아마 그대로 진행됐을 아니 아마 커플 스킨쉽의

최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었겠지만 연예경험이 거의 없는 은혜에게는 갑작스러운 나의 행동에 맞춰가기에는 무리였다. 다행히 울음을 멈추고 나를 한참을 쳐다봤다. 차마 눈을 마주칠 수 없어 고개를 돌리고 있었지만 은혜의 길고 가는 손가락들이 내 뺨을 감싸고는 자신의 눈에 시선을 고정시켰다.

" 오빠가 그럴 줄은 몰랐어요... 흥 "

" 미안 미안...네가 당황한 모습을 보고 장난기가 들어서.. "

물론 속마음은 달랐지만.

" 흥!!! "

화난 게 아닌 듯 약간은 애교 섞인 말로 토라진 듯 돌아섰다. 난 그런 은혜의

뒤에서 팔을 감싸 안았다.

" 미안...다신 안 그럴게요.. "

" 피...힘 만센 늑대.... "

다행이 진정이 되었다. 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잘못해서 좋은

감정들이 틀어지면 가뜩이나 힘든 상황에 더 힘들어 질수도 있었으니...

갑자기 상체를 일으켜 앉는 은혜의 행동에 난 의아한 듯 쳐다봤다. 은혜는 나의

눈을 바라보다 결심한 표정을 짓고는 상의를 벗었다. 갑작스런 행동에 이번에는

내가 당황했다.

" 야..야...왜.... "

은혜의 팔을 잡고 말렸지만 어느새 상의는 은혜의 손에 말려졌고 난 은혜의

상의 속옷을 그대로 볼 수가 있었다. 빨강색상에 화려한 모양이 그려진....

얼핏 봐도 상당한 크기의 속옷이었지만 은혜의 상체를 가리기에는 부족한 모습

이었다. 은혜는 팔을 뒤로 가져가 속옷을 벗으려는 듯 하였다. 난 강하게 은혜의

팔을 잡으며 하려는 행동을 막았다.

" 굳이...억지로 하지 마.... 이렇게 안 해도 돼.."

" 괜찮아요.. 오빠라면... "

은혜가 수줍게 말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서 진도가 나간다고 좋을 게 없었다.

자연스럽게 분위기를 타고 넘어가는 것이 아니라 의무적으로 해야만 하는 듯한

행동이 마음에 걸렸다.

"  아냐....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이런 장난으로 시작한 행동이 아닌...

정말 우리가 더 많은 것을 알아갈 때....해도 늦지 않아... 내가 한 행동 때문에

이러는 것 같아 내가 더 미안해... "

" 흠.... "

은혜는 한동안 생각에 잠긴 듯 했다. 난 차마 은혜의 얼굴을 볼 수가 없어

고개를 숙였다.

" 역시...오빠는 내가 생각했던 사람이 맞는 거 같아요. "

은혜가 이불을 끌어당겨 자신의 상체를 가리며 말했다. 난 고개를 들어 은혜의

표정을 바라보았다. 해맑게 웃고 있는 모습.... 저런 아기 같은 아이에게 몹쓸

장난을 한 게 너무 나도 후회되었다.

" 음..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오빠 말대로...오빠가 원하면 행동해요...

그때는 지금 처럼 아닌...평소의 오빠처럼...부드럽게 부탁해요..."

은혜가 부끄러운 듯 얼굴까지 이불을 덮으며 말했다. 난 그런 아이를 보며 작게

소리 내어 웃고 다시 옷을 입혀 준 뒤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잠들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며칠 동안 잠이 부족했는데 바로 반응이 오네요.. 온 몸이 천근만근입니다.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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