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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5화 (15/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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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다음날 아침. 홍 소령은 희욱 누나와 함께 뜻을 같이할 5명과 함께 펜션을

출발하였다. 넉넉한 탄과 식량을 챙겼고 다들 걱정 어린 눈으로 쳐다봤지만

아무것도 아닌 듯 행동하는 부부였다. 홍 소령이 나에게 오더니 악수를 청했다.

아마도 위험한 길이고... 다시 올수 있을지도 의문인 행동이었기에 무언의

부탁인 듯 했다.

" 다녀 오십시요.. 무사히... "

" 다 죽어가는 표정으로 그러말 하지 마. 금방 다녀 올 테니 문단속이나 잘해."

" 걱정 마십쇼.. "

" 자자!! 출발하자!!! "

묵직한 60트럭 2대와 렉토나가 펜션을 빠져나가 시야에서 벗어날 때까지

난 한동안 그들을 바라보았다.

" 자자!! 아침 먹어요! "

" 응? 웬 아침? "

평소 난 아침을 못 먹는 편이라 나를 제외한 아이들만 아침을 챙겨먹었다.

오늘따라 유난히 밝은 미소를 지으며 나를 붙잡고 계속 아침타령인 은혜의

성화에 못 이겨 아침을 먹으러 올라갔다.

" 응?? 죽이네?? "

" 응! 오빠 아침 잘 못 먹어서 그나마 소화 잘되는 죽 해봤어. 어서 먹어봐!! "

바로 앞에서 싱글싱글 웃으며 말하는 은혜에게 차마 거절 할 수가 없었다.

생각보다 맛이 좋아서 놀랬다. 미란이나 은혜가 하는 음식솜씨는 솔직히

별로였다....

" 오!! 맛있는 걸?? "

내가 맛있다는 표현과 꽤 빠른 속도로 죽을 먹자 만족하는 듯 나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다행이 어제 밤 사건은 크게 신경 안 쓰는 듯 했다. 다른 사람들은

저마다 남는 시간에 여러 행동들을 했다.  남자들은 대부분 근무나 주변

방어물에 보강과 수리를 하거나 가벼운 운동이나 체력을 기르는데 열중하는

모습이었고  여자들은 나이 또래가 비슷한 무리가 형성되었다. 은혜나 미란이는

병사들이 구출해온 여자 친구들과 친해진 모습이었고 식구 중 어머님들끼리

친해진 무리도 있었다. 하지만 그중에 역시나 사이가 안 좋은 커플이 있기도

했고 남자들 중 한 두 명이 비협조적인 사람도 있었다.

" 아니...그러니까 왜 우리가 저걸 같이 수리해야하는데.. "

" 다들 안전하게 지내기 위해서 아닙니까.  선생님도 여기서 식구분과 안전한

생활을 원하시는 것 아닙니까? 그러면 같이 해야 하는 게 아닐까요? "

" 어차피 문 닫고 있으면 감염체가 들어오지도 못하는데 뭔 상관이야. 지금도

튼튼해 보이는데 왜 자꾸 사람 귀찮게 해.. "

" 그러게요 형님... 어차피 감염체도 요새 안 보이는구만.."

중간 중간 끼어들어 약 올리듯 말하는 사람은 동생인 듯 했다. 아주 쌍으로

문제였다. 얼마 전에도 새벽에 술이 거하게 취해 옥상에서 소리치며 술주정을 부린 적이 있는 형제였는데..  우리의 모든 의견에 부정적이고 삐딱하게 행동했고 근무를 설 때도 잠만 잤다고 한다.

" 아버지.. 저분들이 아버지 힘들게 하려고 한 게 아니자나요. 저희를

구해주신분이고 앞으로도 지켜주실 분 이시자나요. 작은 아버지도..."

" 넌 좀 닥쳐!! 어른이 말하고 있는데 감히 어딜!! "

꽤 강압적이고 권이적인 듯 했다. 옆에 계신 어머니와 여동생도 쩔쩔매는

표정이었지만 남편의 성격상 잘못된걸 알면서 말을 못하고 있었다.

여기 와서도 벌써 몇 번째 저런 행동이다. 가뜩이나 일손이 부족한데 도움은

커녕 계속해서 분위기만 흐리고 있었다.  말리고 있는 아이는 희욱이 누나부대

병사라고 들었다. 평소 착실하고  모범적인 병사라 포상도 많이 받았고

휴가 나가서도 아르바이트를 해서 어려운 집안 살림에 보탬을 주곤 했다고 했다.

' 참네..저런 부모 밑에 저런 녀석이 나온 게 기적이구만.. '

난 속으로 중얼거렸다. 우리가 주차장에서 제법 언성이 높은 대화가 오가자

다들 수군 되며 나와 보기 시작했다.

" 뭘 봐!! 구경났어!! "

작은아버지라고 불린 남자가 버럭 소리를 쳤다. 다들 작은 소리라도 냈다가

감염체라도 몰려올까 조심하는 판국에 저런 행동이라니..

" 선생님 그래도 지금 상황이 일손이 부족합니다. 좀 도와주시면.. "

" 아!!! 됐다고!!! 뭘 자꾸 도와 달라고 해!! 안 해도 될 일을 하니까 싫다는 것

아냐..  해야 될 일이면 우리가 도와줬지!! "

정서 형이 애써 침착하게 말했다. 내일모레면 40대인 정서 형과 작은 아버지라

불린 남자랑 나이차이도 얼마 안 나는 것 같은데 계속해서 반말이다.

" 도대체 해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되는 게 무엇입니까? "

" 식량을 구하러 간다거나 물품 구하러 가는 거지 뭐! "

말을 저렇게 했어도 가서 양손 가득 술 만들고 왔던 기억이 있다. 홍 소령이

처음에는 별 말 안하다 정도가 심해지자 제재를 가했지만 소용없었다. 저들이

구한다는 식량은 술이었으니... 둘은 머가 신이 났는지 낄낄되며 받아쳤다. 그

모습에 난 그나마 유지했던 평정심과 일말의 동정심이 날아가 버렸다.

" 당장 여기서 나가라... "

" 응?? 머라고?? "

내가 한말이 잘못 들었는지 확인하는 듯 되물었다.

" 못 들었냐? 앞으로 한 시간 준다. 그 안에 내 앞에서 꺼져라.."

더 이상 존대자체가 필요 없는 사람이라 난 똑같이 반말로 응수했다.

" 참네..네가 뭔데 여기서 나가라고 그러는데?? "

" 당신들이 아무행동안하고 여기까지 올 동안  난 우리들이 안전하게 지낼 곳과

식량 물품을 구하러 갈 때마다 나갔고 펜스설치와 부비트랩설치로 하루 종일

여기 있는 사람들과 일했어.  그러는 동안 당신들은 뭘 했지? "

" 우리도 식량 구하러 나갔잖아! "

" 당신들이 생각하는 식량이 술이라면  앞으로 당신들한테 술만 주도록 하지.

나가기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우리가 구해온 식량을 줄 순 없으니 당신들이

가져온 그 식량만 먹도록 해."

어차피 가져온 거라곤 술안주와 술뿐이니 얼마 못 버티겠지 라고 생각했다.

희욱이 누나가 아끼는 병사였고 식구들이 무슨 죄일까..

"  이자식이 새파랗게 어린것이 어디서!! "

" 나이 처먹고 나이 값 못하는 너 보다는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요새 얼마간

안전했다고 여기가 파라다이스인줄 아나.. 정신 못 차리고 밤낮 술만 쳐 먹는

주제에.."

" 이 녀석이!!! "

그나마 감염체가 올까봐 두려웠는지 주머니에 있던 칼을 꺼내어 들었다.

그래봐야 버터플라이 형태의 나이프는 길이가 짧다 길어봐야 10cm도 안되는데...

그동안 감염체를 상대해서인지 아니면 무슨 자신감인지 크게 두렵지는 않았다.

" 그런 걸로 겁먹을 거라 생각했나... 그리고 그 짧은 칼은 뭐 하러 가지고

다니는 건데 과일이라도 깎아 드시려고?  감염체한테 찔러봐야 움찔거리지도

않을 크기구만.."

내가 여유롭게 말하자 오히려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차라리 펜스보강을 위해 나가려는 팀을 엄호하기 위해서 들고 가려는 소총을

들어서 위협 하는 게 효과적일 텐데 나와 저 남자 중간쯤에 위치한 4명의 남자가

들고 있는 게 안 보이나보다...

" 하나도 안 무서우니까 괜히 다치지 말고 들어가서 짐이나 챙겨.. 이러는 사이

먹을 거라도 하나 더 챙기겠다. 무식하면 용감한 거냐 아니면 그걸로 날

찌르면 여기 계속 있으면서 술이나 쳐 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나? 네 옆에 총

든 사람은 바보냐? 네가 그렇게 행동해 왔는데 저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까?

" 이.....새끼....가...."

" 김 상병과 김 일병은 저 놈들 정문까지 배웅하고 와줘! 괜히 혼자두면 또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 잘 감시하고! "

" 넵!! "

내말에 포기한 듯 머리를 떨구는 모습이었다.

' 포기한 건가? '

라고 생각한 순간 멀찍이 여자들끼리 식량을 정리하다 다투는 소리로 모여든

은혜 쪽을 보더니  뛰어가기 시작했다.

" 이런!!! 거지같은!! "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 한 행동에 난 순간적으로 옆에 다가왔던 김 상병의 소총을 뺏어 바로 쏴버렸다.

" 탕!!!! "

애초에 맞출 생각이 없었지만 크게 빗나간 게 아닌 듯 바로 옆에서 탄이 튀어

나간 듯 땅이 파이는 모습이 보였다. 설마 진짜 쏘리란 생각을 못했는지

갑작스럽게 울린 총성으로 멈춰 서서는 나를  바라봤다. 난 소총을 어깨에

견착 후 총구를 겨눴다.

" 한발자국이라도... 고개라도 그쪽으로 돌리면  뒷일은 책임 못 진다. "

" 탁...탁..... "

난 단발로 맞춰진 조정관을 연발로 변경했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겁에 질려

나이프를 던진 후 고개를 푹 숙였다.  난 여전히 총구를 겨눈 채 말했다

"  김 상병! 당장 방으로 데려간 뒤 옆에서 하나하나 지켜본 후 밖으로 내보내!

쓸데없는 행동하면 바로 쏴버려!  "

" 네?? 네!!! "

이런 내 모습에 당황한 듯 대답했다.

" 그리고 박소대장님은 다른 식구는 따로 모셔주셔서 의견을 물어봐 주세요.

제가 내쫓은 건 저 두 놈이지 식구들은 말한 적 없으니까요. 저들과 함께

간다면 어쩔 수 없지만요.."

혹시나 같이 두었다간 협박에 못 이겨 같이 나갈 수 있기에 조취를 취했다.

그런 나의 의도를 알았는지 정서형님은 식구를 모시고 사무실로 들어갔고

김 상병도 두 남자를 데리고 방으로 올라가는 모습이 보였다. 김 상병 뒤로

두 명의 인원을 더 붙여 허튼짓은 생각도 못하게 만들었다. 다들 이런 내 모습을 보고 내심 놀라는 눈치였다. 행동하는 게 개차반이긴 했지만 설마 내쫓아 버릴 줄은 몰랐던 것이다. 더군다나 저 병사와는 꽤 친분이 있었고 서로 자주 작업을 나간 사이었기 때문이다. 난 서둘러 총성으로 인해 감염체가 몰릴까봐 옥상으로 주위경계를 부탁했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아이에게 다가갔다.

" 이런 날....원망해도 할 말 없다... 욕하고 싶으면 욕해.. 하지만 난... 나를

바라보고 나만 아는 아이들을 지켜야 하고... 저기 다른 식구들도 지켜주겠다고

약속했어. 앞으로 너의 결정에 도움은 줄께.. 들어가 봐.. "

" 아닙니다.. 아닙니다....전...어머니에게 가겠습니다.. "

우는 건지 아니면 억울한 건지 숙인 고개를 들지도 않고 사무실로 들어갔다.

난 은혜에게 다가가 놀라지는 않았는지 물었고 은혜는 그 남자가 칼을 들고 오는

모습에 당연히 내가 지켜줄 거라 생각했다고 말했다. 생각해보니 저 남자가

칼 들고 뛰는데도 놀란 기색이 없었던 것 같았다..그냥 느낌인가..

" 그나저나 형!! 정말 빠르더라!! 진짜 눈 깜짝할 사이였는데!! "

" 그러게 말야... 평소에 운동을 한 거야? "

다들 분위기가 조금 풀렸는지 말을 했다. 내 주의에 모여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고 약간은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바뀌었다. 아무래도 계속 이런 분위기를

이어 가기보다 아무렇지 않게 행동하는 게 좋은 거라 생각했는지 다들 약간은

오버하면서 이야기를 했다. 얼마 후 문제를 일으킨 남자 두 명이 정문을 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역시나 다른 식구들은 동참하지 않았다. 억울한 듯 큰소리로 욕을 했지만 황급히 자신들이 이제 보호받지 못하는 곳에 있는걸 알았는지 빠르게 이동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모습을 담배를 피며 옥상난간에 기대어 바라보고 있었다. 혹시나 한밤중에 들어와 해를 끼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쉽사리 안에 들어오기에는 이제는 너무 튼튼하고 견고해진 펜션이었다.

" 소대장님..."

" 응?? 아... 철기구나.. "

쫓겨난 남자의 아들 철기.. 난 미안해서 시선을 맞추지 못했다. 그런 나를 보며

말을 이어갔다.

" 죄송합니다..그리고 감사합니다... 비록 아버지라는 이름으로 부르고 있지만

친아버지는 아닙니다. 제가 중학교 때 재혼한 어머니.."

재혼하여 몇 년은 아버지다운 모습이었지만 술 때문에 회사에서 문제를 일으켜

해고를 당한 후 폭력적으로 변했다는 이야기였다. 술에 취해 고등학생인

여동생에게 몹쓸 짓을 하려고도 했다는 말과 어머니가 힘들게 벌어온 돈을

도박과 술, 여자로 탕진했다는 이야기였다. 이번에 구출하러 갔을 때도 솔직히 집에 없었기를 바랐다는 것이었다. 아마도 나를 위로하기 위해 하는 말일지도

몰랐다.

" 너만 괜찮다면.. 난 괜찮으니까 신경 쓰지 마.. 어머님과 여동생..더욱더 네가

지켜야해... 나도 힘껏 도와 너와 가족뿐만 아니라 여기 모두를 지킬 거야.. "

" 아닙니다..제가 도와드려야죠... 어째든 죄송합니다.. "

" 넌 죄송할 게 없어. 그만 죄송하다고 해. 이제 펜스, 입구보강이나 하러가자! "

" 네!! 알겠습니다!! "

밝게 웃으며 나를 보는 철기... 덕분에 난 약간의 죄책감을 덜 수 있었다.

============================ 작품 후기 ============================

부족한 부분이나 오류,오타는 지적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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