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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7화 (17/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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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커다란 창문 안에는 술병이 가득한 테이블과 여러 남자들이 알몸으로

돌아다녔다. 그리고 중간에 놓아진 소파에는 손이 묶인 여자들과 그런 그녀들을

보며 웃고 있는 남자들이 보였다. 배율이 좋은 망원경이라 보고 싶지 않은

모습까지 볼 수 있었다.

" 뭐...저런..미친... "

방안에서 행해지는 모습을 보고 난 욕을 안 할수가 없었다.  아직 대낮인데 술에

취한 듯 비틀거리는 놈과 거부감에 발버둥치는 여자들을 안고는 좋아하는 듯 한

놈들이 보였다. 난 우선 방안에 무기들이 있나 배율을 높여 관찰했지만 야구배트

골프채나 공사용으로 보이는 공구 외에는 없는듯했다. 하지만 저들이라고 총이

없으리란 법은 없으니 함부로 갈수도 없었다.

" 구할 수가...없겠군요... "

난 발버둥 치던 여자의 모습이 눈앞에 아른거렸다. 당장이라도 구하고 싶었지만

저들이 얼마나 되는지 또 화력 상황도 모르는 판국에 쳐들어가서 구해올 순 없는

노릇이었다. 몇 분간 그들의 숫자를 파악하려고 노력했다. 2층 건물인 펜션

창문을 통해 보이는 인원만 20명.. 마당에 나와 모닥불에 불을 쐬며 서있는

인원이 5명..못해도 최소 30명을 될듯했다.

" 응??? "

모닥불을 쬐고 있는 남자 중 낯익은 2명.... 얼마 전 내가 펜션에서 추방시킨

옆 좌석 철기의 양아버지와 동생.. 용케 살아서 비슷한 무리로 들어갔나 보다.

아마 들어 간 지 얼마 안 돼서 근무나 서고 있는 듯 했다.  철기도 그런 모습을

본 뒤 아무 말이 없었다. 감금 당한 여성은 3명인 듯 했다. 그리고 비교적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여자 3명도 보였다. 아마도 일행이거나 상황에 수긍한

사람들이겠지...

" 돌아가자... "

홍 소령이 한참을 고민하다 말했다. 우리는 오는 내내 말이 없었다. 인간의 추악한 본성의 한 면을 본 뒤라 충격에서 벗어나긴 힘들었다. 어차피 얼마나 살지 모르는 인생...즐기다 살아가는 건 욕할 순 없다. 하지만 자신보다 약한 존재를 한없이 괴롭게 만들고 그런 모습을 보며 즐거워한다니... 나도 모르게 힘이 들어간 듯 손안에 있던 망원경이 내 힘을 버티지 못한 듯 플라스틱들이  금이 가는 소리가 났다.

" 저...소...소대장님...? "

" 응??? "

" 손..손에..."

" 엥!!!!??? "

어느새 금이 가서 박살나 버린 망원경을 들고 있던 손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다행이 많이 베인 건 아닌지 금세 피는 멈췄다.

" 그게..꽤 단단한 건데... "

" 뭐..크게 좋은 게 아니라 내구성이 좀 떨어지거나 불량품이겠죠.. "

그래도 나름 가격이 나가는 물건이었는데 어이없게도 내 손에서 운명을 다하였다.

난 별다른 생각 없이 손에 반창고를 붙이며 이야기했다.

" 어떻게 하죠? "

" 지금으로선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없다... 물론 여자들을 생각하면 당장

쏴 죽여도 시원찮겠지만 그렇기에는 저들은 우리보다 유리해.. "

여성이 꽤 많은 우리 일행이기에 섣불리 공격할 수도 없었다. 여자가 반 이상인

우리 일행은  상당히 불리했다. 어느새 우리 펜션에 도착했고 급하게 사람들을 모아 우리가 본 장면을 이야기 해주었다. 다들 극도로 분노했고 가서 여자들을 구출해오자고 했다. 특히 여자들은 몸서리치며 그런 놈들은 죽어 마땅하다고 했다.

" 진정하세요. 화가 나는 건 이해하지만 솔직히 저희가 월등히 유리한 것도

아닙니다.  저놈들이 인원이 더 있을 수도 있고 우리도 가진 총을 저들이라고

없으란 법도 없습니다. 그리고 공격해서 구출한다고 해서 우리 피해가 전혀

없으리란 보장도 없고 남자분에게 일이라도 생기면 우린 앞으로 살아가는데 더

불리하게 되는 겁니다."

홍 소령이 분위기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우리 일행도 알 것이다. 남자들이 지금도

고생하는데 여기서 인원이 더 줄어버리면 버티기는 더더욱 힘들어진다. 물론

여자들이 도와주기는 하지만 선천적인 능력에서 떨어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기본적인 유지보수나 힘을 쓰는 일들 말이다.

" 지금은 저들이 우리에게 별다른 피해를 주지 않고 있습니다. 저들이 공격한다면

방어하는데 훨씬 수월한 우리라 피해가 적을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가 공격할

수는 없는 상황입니다... 그러니.....어쩔 수 없습니다.. "

인정하기 싫은 듯 말을 이어가는 홍 소령 이었다. 한때 군인이고 국가가 무너진

지금 군인의 정신으로 살아가는 홍 소령에게는 더욱더 비참한 일이 될 수도

있었다. 다들 그 기분을 이해하는 듯 말없이 흩어졌다.  기철의 여자 친구가 된

민정이 기철을 다독이며 위로하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이야기는 들었을 테니까.

난 정서형과 희욱누나와 홍 소령과 함께 사무실에 앉아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기로 했다.

" 고마워 민정아. "

" 잘 먹을게! "

회의실에 앉아있던 우리에게 차를 가져온 민정이었다. 여기 와서 싹싹한 모습과

특유의 친화력으로 사람들에게 좋은 인상을 심어준 민정이었다. 기철이도 회의에

참석한 모습이었다. 아무래도 같이 이야기는 해야 할 모양이었다.

"  그들이.....올까요...? "

희욱이 누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아마도 욕을 하고 싶겠지만 그래도 한때는

아버지였던 기철이의 입장과 의견도 생각해주는 듯 했다.

" 백퍼센트...조만간에 눈이 녹고 차량이 다니기 수월할 정도가 되면.. "

내가 말했다.  당연했다. 저들 입장에서 여긴 낙원이다. 많은 식량과 저들보다

안전한 쉼터. 그리고 많은 여자들. 눈에 불을 켜고 올 일이다.

" 에이....설마.... 무리해서 저들도 오겠어? "

희욱이 누나가 말했다. 머리는 알고 있겠지만 가슴속에서 인정하기 싫은 건지

아니면 기철이 입장을 생각해 줘서인지 반신반의 하는 모습이었다.

" 반대로 생각해봐. 누나라면 어떻게 할 건지.. "

" 맞습니다. 희욱씨.. 저들은 조만간에 올 가능성이 큽니다. "

" 하지만!! 저들도 피해가 갈 텐데!? 굳이 무리해서 여길 왜?! "

" 어느 정도 피해를 입는다 해도 여긴..얻는 게 더 많은 곳이니까. 저들에게

중요한 것이 과연 생존일까? 쾌락일까? 언제 죽을지 모르니 당장 오늘

즐기다 죽는 것을 선호할 지도 모르지."

지금까지 침묵했던 홍 소령이었다. 머릿속에서 수천 수 만 가지 생각이 들었을

테다.

" 아직은 눈도 녹지 않았고 기온이 영하니까 한동안 오기는 힘들거야. 만약을

대비해서 움직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봅니다. 재원군은 탄약을 확인하고

공격 위치를 대충이나마 정해 놓고 정서씨는 식량을 확인한 후 어머님들께 가능한

아껴 드실 것을 말씀해 주세요. "

인간 대 감염체의 전투가 아닌 인간 대 인간이 싸울 수도 있는 상황.  감염체가

득실거리는 상황에 감염체보다 더 두려운 적이 생겨났다. 그래서 좀비영화들은

승자는 항상 좀비인가보다. 적의 적은 내 편일수도 있는데 이 상황에서는 내편은

없다. 산지사방이 적일뿐...우선 내부 근무만 늘려가기로 했다. 부비트랩은 눈이 녹아야 설치가 가능했기에 지금은 나가서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어차피 인간이나 감염체나 막을 수 있었기에 필요한 작업이긴 했으나 상황이 좋지 않았다. 저들도 식량을 구하러 갔을 때 우리 트럭이 남긴 자국을 봤을 테니까. 더군다나 그들 중에는 우리 상황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인물이 있다. 무리에 뒤늦게 들어갔으니 어떻게든 잘 보이려 부풀려서 말했을 것이다. 많은 식량과 어린여자들.... 차라리 총으로 쏴 버릴 껄 하고 후회마저 들었다.

사람들은 불안에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대비하는 편이었다. 지금보다 훨씬

조심하고 여자들도 근무를 하겠다고 했지만 홍 소령이 반대했다. 아직은 크게

걱정할게 아니라며... 식량은 트럭보다 SUV를 이용하여 구하기 시작하였고

조금 더 수색범위를 넓히려 했으나 괜히 펜션 상황이 걱정되어 멀리 가지는

못하였다.

" 저들이 모르는 건..우리 화력인가.. ? "

" 아마도... 탄약을 구하러 간 것 까지는 알 테지만 성공여부는 모르겠지.

쫓겨났던 시점은 우리가 탄이 부족한 시점이었으니 얼마 없다고 생각할

수도 있고. 우리가 무사히 탄을 가져왔을 거란 생각은 못할지도."

" 제발 안 왔으면 하는데..."

" 아마도 올 걸... 그냥 지나치기에 여긴 너무 탐날 테니까.. "

재효와 근무를 서면서 말했다. 은혜와 미란이도 걱정이 되는 듯 불안한 모습이

보였기에 최대한 집에서 만큼은 밝게 지냈다. 걱정하지 말라고 우리는 만약에

대비하는 거라고 말하긴 했지만 불안한건 여전했다. 이제는 제법 녹은 눈 위로 달빛이 반사되어 반짝였다. 녹았다기보다 서로 뭉쳐 얼어버린 거라 오히려 더 미끄러운 상황이었다. 펜션 언덕을 SUV올라오지 못해 여러 사람이 끌었을 정도이니...

" 탁....탁.... "

" 응??? "

어디선가 들리는 소리에 시선이 돌아갔다. 얼어버린 눈을 밟는 소리에 신경이

곤두 선채 망원경에 시선을 담았다.

" 이런!!! 썅!!!! "

" 왜 형!! "

" 저쪽에서 감염체 무리가 다가온다... 얼핏 봐도 이천은 넘어.. "

" 세상에...지금까지 봤던 숫자 중 가장 많은데... "

" 밑에 내려가서 다들 조심하라고 전해. 혹시 모르니 건물전원을 내려버려서

실수라도 불을 켜지 않게 하고 소리 나지 않게 당부해! "

재효가 신속히 내려가 사무실에서 대기하던 인원에게 말을 했고 곧이어 방방마다

현 상황을 알렸다. 남자들은 신속히 무기를 챙겨 옥상으로 올라왔고 박격포인원은 주차장에서 준비를 맞췄다. 홍 소령과 정서형도 옥상으로 올라와

감염체들의 움직임을 주시했다. 어느 정도 시야에 잡히는 거리가 됐을 때 우리는

감염체의 새로운 모습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2미터는 되어 보이는 돼지마냥

살이 찐 감염체 몇몇이 보였다. 이미 옷들은 의미가 없어 군데군데 걸쳐져

있었고 얼굴은 그저 사람이었네 라고 생각될 정도였다. 몇몇은 원래 여성이었는지 불룩한 배에 늘어질 대로 늘어나서 걸쳐진 가슴이 확인되었고

남자였을 거라 추정되는 감염체는 남자만 가진 형체가 길게 늘어져보였다.

' 생존자를 얼마나 잡아먹은 거지..... 설마.... 그래서 !!!! '

영화 속에서처럼 감염체가 메뚜기 떼 마냥 움직이지 않는 이유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다. 영화 속에서는 보통 생존자들이 좀비에게 잡혀도 좀비들이

그들을 먹어치우는 모습이 안 나온다. 꼭...좀비로 변한 모습으로 다시 나타난다.

영화 속 좀비는 생존자들이 식량이 아닌 종족을 늘려나가야 하는 일종의

자신들의 바이러스를 주입할 숙주로 삼아야 하는 모습이다.  일정이상 감염체가

보이지 않은 이유를 알듯했다. 저들은 먹이사슬 최상위권이 된 것이다. 삼각형

형태가 아닌 역삼각형형태를 유지한 먹이사슬... 더 이상 동족이 늘어나면

자신들이 먹어야할 식량이 줄어들 걸 아는지 아니면 적자생존의 원리가

적용된 것인지...

" 저 돼지가 들어오면 입구는 쉽게 뚫리겠는 걸... 저런 놈을 예상하고 만든 게

아닌데!!! "

" 우선 버틸 수 있을 만큼 버텨야 합니다. 우선 여자들을 차에 태운 채 대기한 뒤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죠. "

신속히 탈 수 있는 모든 것에 총을 쏘지 못하는 사람이 탑승했다. 최대한

여유 공간에 식량과 옷가지들도 넣었다. 남은 인원들은 잘못하면 최후가 될지

모를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

" 아씨... 아직 결혼도 못했는데!!! "

" 넌!! 여자 친구라도 있지!!! 난 3년째 솔로생활인데!!! "

" 그런 소린...살아서 하자고..."

" 쳇!!! 여기서 절대 죽을 수 없어!!! "

다들 한마디씩 하며 공포를 이겨내려 노력했다.  점점 다가오는 감염체들을 보며

긴장감에 손이 떨리기 시작했다.  몸이 굳어버리는 느낌..  은혜의 미소가

눈앞에 생각나며 미소를 지었다.

' 그래...여기서 죽을 순 없지... 덤벼라....  어차피 인간이었던 놈들.... '

차가운 날씨에 소총특유의 차가운 느낌이 손끝에 전달됐다.  이제 완전히 펜션

앞으로 다가온 녀석들... 이대로 지나가길 간절히 바라며... 모두들 숨죽여

감염체를 바라봤다.

" 탕!!!!탕탕탕탕!!! "

"????!!!!! "

그 순간 울려 퍼진 총성. 우린 서로를 바라봤다. 입구 쪽에서는 당연히

안 보일 테니 쐈을 리도 없고 우리들 중에 발포한사람이 없었다. 그렇다면!!

펜션 건너편 가건물에서 차량한대가 빠르게 빠져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역시나

그들이 왔던 것이다. 운이 좋은 건지 나쁜 건지 감염체 무리를 만났고 당황한 듯

총을 쏘며 달아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눈길에 일반 승용차가 그것도 당황할

대로 당황한 듯 보이는 운전자는 앞으로 제대로 가지도 못하는 차량의 엑셀만

밟았다. 몇 번이고 빙글빙글 돌고 다시 방향을 잡았어도 뒷바퀴만 헛도는 모습이

보였다.

" 멍청이 아냐..이런 눈길에 후륜구동을 체인도 없이 끌고 와? "

내가 어이없게 쳐다보며 말했다. 이런 판국에 있어 보이고 싶은 건지 외제차를

구해서 다녔나 보다. 덕분에 모든 감염체들의 시선이 차량으로 쏠려 우리 쪽에

관심을 아예 끊은 듯 했다.  바퀴만 엄청난 속도로 굴러가지만 정작 차량은

걷는 것만 못하는 속도로 전진하고 있었다.

" 차라리..완전 정지했다가 가든가 약간 후진했다 가면 될 텐데..."

아직은 감염체와 거리가 있었지만 이미 판단력은 저 멀리 날려보 낸 듯 연신

엑셀만 밟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감염체들도 상황은 비슷해서 가뜩이나 느린

이동속도가 더 느려진 상황 있었다.

" 저대로 도망갔으면 좋겠는데.. "

" 소대장님! 무슨 말씀을!! 차라리 저런 놈들은 감염체에게 먹혀 버리는게!! "

" 응? 뭐..그렇게도 하지..인간의 탈을 쓴 악마 같은 놈들이니...하지만 저 차량..

그렇게 빨리 가지 못해.. 솔직히 여기까지 왔는데 우리가 눈치 못 첸 것이 더

잘못이지만.. 저들이 도망치면 어디로 가겠어? 어차피 거리도 못 벌리고 갈

텐데 그대로 감염체나 이끌고 집으로 가서 '여기가 우리집이예요' 라고

광고 해주는 편이 더 좋을 듯 한데..? "

다들 수긍하는 듯 했다. 차량에 탄 놈들만 먹히느니 악마소굴로 들어가게

두는 게 우리에겐 더 이익이었다. 차량은 서서히 속도를 내었지만 얼어붙은

눈 위 도로는 일정이상의 속도를 그들에게 허락하지 않았다. 어느새 꽤 다가온

감염체들이었다. 우리는 이미 우리에게 안중도 없는 감염체들을 긴장 속에 바라

보았다. 혹시나 맘 바꿔 우리한테 올지도 모를 일이었지만 다행이 감염체들의

관심은 온통 저놈들한테 있었다. 여전히 비틀거리며 잘 나가지도 못하면서 용케 감염체들과의 거리는 유지한 채 빠져나가는 모습을 본 뒤 우리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해 여자들은 다시 방으로 남자들은 전원 근무를 서며 하루를 보냈다.

" 하....정말 긴 밤이었어... "

" 그렇게요...십년감수했네... "

다들 긴장이 풀리는지 자리에 주저앉으며 말했다. 여자들이 마련해 논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마시며 긴장을 풀었다. 살았다는 안도감에 피로감이 한꺼번에 몰려왔지만 크게 졸리거나 하지 않았다.

" 그나저나 형..형은 어떻게 알았어? "

" 응?? 뭘??? "

" 감염체들 오는 것.... "

" 소리가 들려서 알았지. "

" 그러니까... 솔직히 우리가 망원경으로 봐야할 거리였는데 형은 무슨 소리를

들은 거냐고...? "

생각해보니 그랬다. 뭔가 밟는 소리였는데 근접한 거리도 아닌 감염체가 낸 소리를 들은 거였던 건가.. 말이 되지 않았다.

" 그냥 긴장감에 들었나봐... 우연히 그쪽에 감염체가 있었고.."

" 아무소리도 안 들렸는데 형 혼자 들은 거잖아? "

듣고 보니..요새 부쩍 체력이 좋아지는 느낌이다. 오늘도 긴장감에

뜬눈으로 밤을 보냈는데 다른 사람들은 피곤에 쩐 모습인데 난 멀쩡했다. 오히려

정신이  더 또렷해지는 느낌이다.  분명 저번에 이틀이나 잠든 후에 변화가

생겼다.  난 웃으며 재효 등을 몇 대 치며 어깨동무를 하고 집으로 갔다. 긴장감에 기다린 미란이와 은혜가 우릴 보며 환하게 웃으며 반겼다.  대충 씻고 은혜가 해주는 마사지를 받으며 기분 좋은 잠이 들었다.

얼마간의 수면 후 사무실로 이동했다. 이미 일어난 건지 잠을 안 잔건지 홍

소령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 안 주무신 겁니까?"

" 아니..좀 전에 일어났어... 와이프는 아직 자고 있고.. "

묻지도 않은 희욱이 누나 이야기를 하는걸 봐선 계속 깨어있었구만..

" 그런 표정과 대답으로는 자다 일어났다고 할 수 없습니다. "

" 귀신 같은놈.... 와이프가 널 제일 조심해야 한다고 했을 때 이해가 안 갔는데

요새 뼈저리게 이해가 가는 중이야."

" 그런 건 닮아 가지 마시죠.. "

" 쳇...와서 커피나 마셔.. "

뜨거운 물에 봉지커피를 두개 뜯어 컵에 넣고는 나에게 권했다. 카페인 중독인

내가 커피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 커피...정말 못 타시네요...그것도 믹스커피를... "

" 군대는 맛보다 양이지! "

" 에휴... "

얼마나 물이 많은지 보리차 색이 나는 커피였다. 그냥 뜨거운 물 마시는 것

보다야 마시기 편할 거라는 위로 아닌 위로를 하면서 커피를 마시다 도저히

안 되겠어서 믹스커피 한 봉지를 더 뜯어 컵 속에 쏟아 부었다.

" 그냥 먹어주는 성의라도 보여야지... "

" 못 먹을 걸 주면서 무슨 성의를 바라십니까...? "

" 하하하하!!! "

시덥지 않은 농담에 웃어버리는 홍 소령이었다.  다행이 긴장이 좀 풀렸는지

한결 편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 이로써 확실해 졌네. 그들은 우리의 집과 식량 그리고 여자들을 노리고 있고

저들은 우리를 노리고 있고.. "

그들은 얼마 전 발견한 탐욕의 생존자 일테고 저들은 감염체 일테지..

" 적의 적은 우리편일수도 있는데... 적의 적은 또 다른 적이군요..."

" 전술이라곤 통하지 않겠네.. "

아직은 뜨거운 커피를 입속에 넣었다. 역시 2개 분량의 물이였는지 맛이 딱

좋았다.

============================ 작품 후기 ============================

여유롭게 아무 생각없이 올리니 마음이 편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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