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죽어서도 사는 존재들-18화 (18/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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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늦은 오후

암울한 상황에 다들 말이 없었다. 새로운 감염체의 발견과 우리를 노리는 또

다른 생존자. 하나도 괴로운데 둘이 나 생겼으니 머리가 터질 지경이었다.

" 우선 한동안 그놈들은 오지 못 할 것입니다. 새로운 감염체도 있고 어느 정도

끌고 간듯하니.. 운이 좋다면..우리는 하나만 걱정해도 되겠지요.. "

" 우선 우리도 대비해서 방어를 한 뒤 그놈들이 생존했는지를 확인해야 할듯

합니다. 어째든 적이 늘어났으니까요. "

" 이제부터는 좀 거리가 있지만 다른 항 쪽으로 수색을 해가도록 하고 우리는

한 번 더 부대로 가서 혹시 다른 쓸 만한 물품이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남으신 분들은 내부 경계에 신경 써 주세요. "

엄밀히 말하면 한번 뚤 린 경험이 있으니 다들 긴장하는 듯 했다. 얼마

되진 않지만 그래도 평화롭게 시간을 보냈다. 앞으로 그런 시간이 없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지금보다 더욱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힘겹게 마련한곳이고 지금

이 상황에서는 천국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불안전하지만 전기도 공급이 되고

한겨울에 얼어 죽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이제는 모두 한마음으로

뭉친 상황이다. 다들 반드시 버티고 지켜야 한다는 결의가 보이는 듯 했다.

건물 옥상근무인원을 평소 2명에서 3명으로 늘리기로 했다. 그리고 사무실에서

상주하는 인원1명을 배정하고 15분에 한번 씩 주차장에서 펜스를 돌며

순찰하기로 했다. 어차피 주차장에서는 외부가 안보이니 근무는 소용없고 혹시나

시야가 많이 가려진 뒤 쪽으로 올수도 있기에 취한 결정이었다.  다들 내일의

계획을 정한 뒤 방으로 돌아갔다. 나도 방에 들어가자마자 씻고 침대에 눕자

잠을 자고 있던 은혜가 기척을 느끼고 일어났다.

" 응??  깼어??  조심히 들어온다고 들어온 건데.. "

" 아니에요.. 선잠자고 있었어요. 아직 오빠도 안 들어왔는데.. "

" 훗...신혼 같은데..? 귀엽네.."

" 뭐...신혼이라고 해두죠.. "

보이지는 않았지만 살짝 웃는 듯 했다. 한동안 바빠서 소홀해진 은혜에게

미안했다. 챙겨줘도 모자랄 판국에 모두를 지킨답시고 이렇고 있으니..

" 많이 챙겨준다고 하고는... 챙겨준 게 없네.... 미안해.. "

" 그런 말 말아요...이미 많은걸 챙겨주고 있어요... 오빠가 내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 나한테 큰 힘이 되는데요..  그날...내가 미란언니를 만나서

같이 간 건..내 인생 중 가장 잘한 행동 중 하나 일거에요."

"  처음 봤을 때 생각나네.. 검정색 미니스커트에 노란셔츠에 가디건 입고 있던.."

" 이야...별걸 다 기억하네요? "

" 풋... 아가씨의 추억은 전부 기억하려 노력하는데요? "

난 장난기 어린 목소리로 말했다. 내가 침대머리에 상체를 기대고 앉자 은혜가

내 허벅지에 머리를 대고 눕고는 자리를 잡아버렸다. 난 은혜의 등을 쓰다듬으며

눈을 감았다. 순간이지만 행복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쓰다듬는 손이 겨드랑이 근처로 올라가자 약간은 긴장하는 듯 보였다.

" 응?? 왜..? 어디아파? "

" 아뇨..오빠손이... "

내 손위치가 은혜의 가슴부위에서 상당히 가까워지자 긴장하는 거였다. 손을

일부러 가슴 쪽에 다가가려고 옮기자 획하고 양팔로 가슴을 가렸다. 콤플렉스

부위라서 그런지 반응도 빨랐다. 커도 고민..작아도 고민이구나...

" 하하하!! 빠른데?? 왜 그렇게 긴장해? "

" 아...아니에요.. "

내가 일부러 그랬다는 사실을 알았는지 민망해 했다. 난 다시 자리를 잡고

눕자 은혜가 내 팔뚝을 베개삼하 눕고는 내 쪽으로 돌아누워 껴안았다.

" 아....따뜻해... "

남들보다 열이 많은 나와 남들보다 차가운 피부를 가진 은혜라 서로 만족하는

바가 컸다. 난 더위를 잘 타고 은혜는 추위를 잘 탔으니... 그렇게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아침부터 분주한 모습이었다. 다들 식량과 추가적인 방어물품을 챙기러

움직이는 모습이었다. 처음에 난 전력의 반이나 빠져버리는 움직임에 격렬히

반대했었다. 혹시나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대응이 늦어질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홍 소령은 공백 기간이 길지 않을 것 이며 한동안은 별일 없을 것 이라며

나를 다독였다.

" 후딱 갔다 오십쇼. "

" 알았어..금방 갔다 올게  그런 표정하면서 보내지마. "

약간은 씁쓸한 모습을 보이는 홍 소령이었다. 미안하긴 했나보다. 난 말없이

사무실로 들어갔다.  모두 출발은 한 뒤 옥상으로 올라가 주위를 살폈다. 다행히

감염체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고 또 다른 생존자. 우리는 노리는 인간의 감시를

위해서......

다행이 분위기는 조금 나아졌다. 막강한 화력과 식량. 그리고 끈끈한 유대감으로

뭉친 일행들에게 조금씩 희망이 생기는 듯 했다.  저녁을 챙겨먹고 다들  여유를

즐기는 중이었다. 삼삼오오 모여 수다를 떨거나 남자들은 운동을 하거나...

그런 모습을 보면서 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식량을 구하러 간 일행은 다행히 아무 탈 없이 복귀했다. 더불어 좋은 결과도 가져왔다. 조금 거리가 있는 항은 상태가 온전하다는 것이었다. 제법 큰 슈퍼와 멀쩡한 가게들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밤늦도록 무기를 구하러 간 일행이 복귀하지 않았다. 참다 참다 눈물을 보인 희욱누나를 미란이와 은혜가 달래주었다. 다행이 다음날 저녁에 무기 팀이 복귀를 했다.

" 걱정하게 할 겁니까? "

" 아!! 미안 미안!!! 오다가 일이 좀 생겨서!! "

" 무슨 일입니까? "

" 탄약고를 발견했어...덕분에 대전차 무기까지 챙겼어.. "

나 잘했지..라는 표정으로 웃고 있는 홍 소령을 보니 할 말이 없었다.

군용트럭을 가득채운 물품은 실로 엄청났고 덕분에 한결 마음이 놓였다. 물론

정말 마음이 놓인 사람은 따로 있었으니..

" 후딱후딱 왔어야지!! "

" 아아!! 탄약고에 탄이 많아서 싣고 오느라 시간이 걸렸어! "

" 그러다 감염체라도 마주치면 어쩌려고!! "

" 부대 가장 깊숙이 있는 게 탄약고인데 자기도 잘 알면서... "

" 누가 몰라서 그래!! "

' 이 판국에도 바가지라니.. '

둘이 아웅다웅하는 모습에 절로 웃음이 났다. 그러던 중 희욱누나의 체형에

변화가 생긴 듯 했다. 약간은 통통한 몸매였으나 지금은 더 살이 찐 듯 했다.

물론 은혜와 미란이도 찌긴 했지만 약간 달라보였다. 얼마 전부터 헐렁한 옷과

편한 바지를 입고 다녔고 그렇게 추운날씨가 아닌데도 과하게 껴입고 다녔다.

그런 희욱이 누나의 체형을 자세히 관찰했다. 헐렁한 티가 움직이면서 배 쪽에

닿을 때 생각보다 배가 나온 모습이었다. 그리고 가슴이 유난히 커졌다. 원래

저 정도의 글래머는 아니었는데.. 그런 나의 시선을 눈치 챘는지 희욱이 누나가

물었다.

" 뭐..뭘 그렇게 봐? "

" 임신했지? "

" !!!!!!!!!!! "

나의 직설적인 물음에 당황하는 듯 했다.

" 무...무슨 임신이야!!! 살쪄서 그래!! 어디 엉큼하게 남의 몸을 그렇게 봐!! "

" 대답이 늦었어.. 그리고 살이 그렇게 찌는 건 임신증상이잖아? "

내말에 다들 놀라는 표정이었다. 뭐..남녀사이에 그럴 수도 있다. 더군다나

결혼한 사이인데 당연했다. 하지만... 일행 중 의사는 없다. 의무병이었던 병사도

없다. 출산이 문제일 듯 했다.

" 우선 축하해. 이런 상황에 새 생명의 탄생은 축복이지! 하지만...."

내말에 긴장하듯 반응하는 희욱이 누나였다.

" 대비는 해놨겠지..? 우리 일행 중 의사는커녕 의무병출신도 없는데... "

" 내가 있잖아.. "

" 네??!!! "

홍 소령이 이야기 했다. 무슨 소리지..? 내가 있다니..?

"  나  군의관인데? "

"  무..무슨!!! 분명 나 전역할 때 기억으론 병과가 포병 쪽이었는데? "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포병병과나 여하튼 그쪽 계열이었다.  중간에 의대를

가서 병과변경을 한 게 아니라면 군의관은 아니었다. 병과변경을 했다 쳐도

그렇다면 소령으로 진급은 말도 안 되는데..... 나한테 처음 소개해줬을 때도

몇 번 봤다고 했는데..

" 응??? 뭔 소리야??? "

" 아....아....맞다..."

" 여보??? "

" 하....하.....하...."

그렇다.. 홍 소령은 내가 아는 그 당시 희욱누나의 남자친구가 아니었던

것이었다. 그냥 특이점만 기억할 뿐 정확한 얼굴은 기억도 못했기에 지금까지 그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이다. 희욱이 누나가 당황한 듯 말했다.

" 너....너!!!!! "

" 왜...왜!!! 나한테 분명 몇 번 봤다고 했잖아!! "

순간 자신도 잘못 말한 게 생각났다. 내가 전역할 때 즘 헤어졌다가 현재의

홍 소령을 만난 듯해서 기억이 가물가물 했던 거다. 잘못하다간 부부싸움으로

번질 모습이었다.

" 난!!! 난!! 죄 없어!!! 누나가 잘못 알려 준거야!! 소령님 병과만 미리 알려줬어도

내가 물어 봤을 거 아냐!! 그리고 몇 년 전인데 내가 얼굴을 기억해!! 그리고

무슨 군의관이 화기 다루는 거에 저렇게 능숙한데!!?? "

"  오호라.... "

홍 소령이 새로운 사실을 알아 흥미롭다는 표정이었다. 이봐 이봐 당신이야기

중이라고... 남의 이야기 듣는 것처럼 하지 마...

" 두고 보자 멀쩡한 오타쿠... "

" 그 별명이 여기서 왜 나오는데!!! "

우리 둘이 옥신각신 하는 동안 다른 사람들은 이미 자리를 하나둘씩 벗어나고

있었다. 괜히 홍 소령의 불똥이 튀지 않기를 바라며...

다행히 홍 소령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 듯 했다. 이미 오래전이야기고 이제 와서

꺼내봐야 쓸모도 없는 이야기였으니까. 하지만 희욱누난 자신의 과거남자가

밝혀진 것이 창피 한 건지 한동안 나를 타박했다.

" 애 잡네 잡아. 그만해.. "

" 자기!!! "

" 나도 알고 있던 이야기니까 신경 쓰지 마...."

" 앵??? "

" 내가 발령 받기 전이야기지만 코딱지만 한 부대에서 모르는 게 어디 있어.

자기랑 만나기전에 이미 다 알고 있었는데..? "

" 근...데.... "

왜 자기를 만났냐는 이야기를 하려는 건가? 의외로 답답하군...

" 누구나 과거는 있는데 그런 걸 신경 쓰고 사람을 어떻게 만나.. 나도 자기 전에

여자 친구도 있고 했는데 무슨 문제야.. "

당사자는 신경도 안 쓴다. 다행이다.... 희욱누나도 다행이라는 표정이었다.

여자로써의 알지 못하는 그런 걸까..괜히 신경 쓰였나 보다.. 하지만 이제 다른

문제가 생겼다.

" 언니!! 멀쩡한 오타쿠가 머예요?? "

은혜가 큰 눈을 초롱초롱 하게 반짝이며 조금 전 희욱누나가 나에게 소리쳤던

말을 물었다. 희욱이 누나는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은혜에게 다가갔다.

" 말해주면.....죽일 거야......"

내가 낮게 으르렁 되며 말했다. 하지만 소용없는 듯 했다.

나는 옥상으로 올라가 받은 스트레스를 담배를 피며 풀고 있었다. 절대 내 별명의 시초를 알려주기 싫었고 그런 나를 보며 약 올리는 행동을 하는

희욱이 누나를 말리는 것은 감염체를 상대하는 것보다 더 많은 체력을

소비하게 만들었다.

" 후..."

" 나이도 어린 게 땅 꺼지게 한숨이냐.. "

" 하하..소령님.. "

" 덕분에 우리가 잘 지낼 수 있었다. 고맙다.. "

" 별말씀을요. 제가 더 고맙지요.. "

옥상에서 나란히 담배를 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우리가 살아남았으니

다른 생존자들이 많을 것이며 후방에는 더 많은 생존자나 집단이 살아서 있을

확률이 높을 듯 했다.

영하의 날씨가 지속되어 눈은 쉽게 녹지 못했다.  강원도라는 지역답게 서울보다 훨씬 빠르게 기온이 떨어졌다.  임시방편으로 부비트랩을 손본 뒤 우리를

위협하는 또 다른 생존자캠프로 가봤다. 그때 우리 쪽에 염탐 왔던 놈들은

살아서 돌아가지 못 한 듯 보였다. 몇몇 사람이 바쁘게 뛰어다니며 움직이고

있었다. 창문으로 보이는 내부에서는 남자들이 무언가를 열심히 의논하는

모습이었다. 아마도 복귀 못한 일행이 우리에게 당한건지 감염체에 당한건지 알

길이 없었으니 저들도 혼란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 총기류가 보이는군... "

" 그렇군요. 아마도 근처 군부대나 경찰서에서 구한 듯 보이는데요. "

" 더 어렵게 됐군. 어쩌면 감염체 때문이 아닌 같은 인간  때문에 사망자가

생길지도 모르겠구나.. "

" 그냥..여기서 박격포라도 날려 버리는 것이 좋을 듯 합니다. 앞으로 저희에게

위험이 될 수 있는 상황은 미연에 방지 하는 게 좋다고 봅니다. "

" 아직까지 우리에게 위협을 준적이 없잖아. 그리고 선제공격을 한다면 우리가

저들과 다를 게 없어. 목표가 다를 뿐이지만 결과는 비슷하게 되잖아.. "

저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해 우리들을 위협 하는 것과 저들이 무서워서

오히려 우리가 역으로 위협 하는 것... 어째보면 맞는 말이었다.  구석에서

담배를 하나 피며 나와 홍 소령 정서형님은 앞으로의 대비책을 생각해야했다.

" 우선은 펜션으로 복귀하죠.. 어기서 이렇고 있다가 저들한테 발각이라도 되면

저들은 더 다급해 질 테니까요. 우선 움직이죠. "

" 네 형님.. "

펜션으로 복귀한 뒤 우리는 감염체가 아닌 인간을 방어하기 위한 준비도 했다.

늦어도 저들은 며칠 사이에 올듯했다. 식량을 구하지 못했던 기간은 비슷할

것이고 일행 중 사망자가 발생된 것도 저들 행동에 추진력이 생길 테니까.

시간이 지나 어느덧 하늘은 노을이 불게 물들었다. 세상은 이 모양인데도 하늘은

무심한 듯 해가 지고 뜨고를 반복하고 있었다.

" 오늘도 하루가 저물어 가네.... "

" 그렇게..... 내일도 무사했으면 좋겠다.. "

다들 감염체 보다 더 무서운 같은 인간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이 암울한 듯

보였다. 서로 힘을 합쳐 고난을 벗어나도 모자랄 판국에 오히려 총구를 겨누고

서로를 못 잡아먹어 안달이 난 상황이니까.

" 탕!!! 탕!!! 탕!!! "

순간 총성이 들렸다. 다들 어디서 쐈는지 모르는 총성을 피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펜션 입구에 차량 3대와 승합차 몇 대가 보였다. 입구라고 해도 중간에 감염체를

막기 위한 바리케이드를 치우지 않는 한 올라오기는 힘들어보였다.

" 어이!!!! 이 녀석들!!!! "

펜션 입구에서 소총을 들고 아마도 저들 무리의 우두머리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소리쳤다.

" 이쪽에 괜찮은 게 많다고 해서 들렸다!! 들리나??!! "

" 무슨 일입니까! "

홍 소령이 입구 쪽을 바라보며 외쳤다.  시간을 버는 동안 몇 명의 인원은

식구들을 집 안쪽으로 피난시켰다. 가능한 창가에서 멀어지고 커튼을 치며

혹시나 외부에서 보일모습을 미연에 방지했다.

" 우리가 좀!!! 모자란 것이 있어서!!! 이쪽이 물이 좋다고 해서!!! 멀리서

왔수다!!! "

" 그게 부탁하는 사람의 태도입니까?!! "

" 부탁??!!! 우린 부탁 따위 하지 않아!!! "

" 하하하하!!! "

얼핏 봐도 남자 30명은 되어 보이는 인원이었다. 우리 쪽 남자인원과 비슷한

숫자였다. 그중에는 기철이 양아버지 모습도 보였다. 소총을 들고 있는 인원은

약10명이었고 나머지는 권총이나 쇠파이프 등을 들고 있었다.

" 권총은 그렇다 쳐도 소총이 문젠데.. "

"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 우리가 대비할 시간을 마련해야 합니다. "

" 우선 유탄사수와 10명은 옥상으로 10명은 펜션 입구! 나머지는 입구가 보이는

방 창문 쪽에서 방어한다! "

" 넵!!! "

" 그리고!! "

" ?????? "

다들 내가 말이 끝나기 무섭게 움직이다가 말을 이어가자 의아한 모습이었다.

" 우리가 이번에 상대해야할...적은 인간이다... 감염체가 아닌 우리와 같이

숨 쉬고 살아가는...하지만 감염체보다 우리에게 더 위협이 되는 상황이다.

절대....절대.....망설이지 말도록 해라..... 순간의 망설임이 우리들에게

평생 못 잊을 후회가 되지 않도록 해라... "

감염체외에 적을 상대해야 하는 것에 대한 부담감을 지우기 위해 한마디 했다.

다들 분명 사격을 해야 할 상황이 오면 망설 일테다.  무언가 명분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 생각은 기우였는지 다들 한 번씩 미소 지으며 이야기 했다.

" 걱정 마시죠! 어차피 감염체나 저것들이나 우리한테는 적입니다! "

" 저런 인간 같지도 않은 놈들은 감염체 보다 못한 것들입니다! "

" 두 번 다시는 얼씬도 못하게 만들어야죠!! "

" 그래!! 좋다!!! 다들 위치로 이동한다!!! "

모두들 굳은 결심을 한 표정으로 각자의 위치로 이동을 시작했다.

" 그래서 원하는 것이 무엇입니까!! "

" 뻔한 걸 왜 묻는 거야!! 가지고 있는 식량 전부와 여자들 전부!!! "

" 하..... "

예상은 하고 있었지만 저 단순함에 혀를 내둘렀다.

" 용납할 수 없다! 물러가라! "

홍 소령이 외쳤다. 물러가라고 갈 놈들도 아니었지만 지금은 시간을 끌어야 했다.

"  크하하하하!!! "

저들이 비웃으며 욕을 했다. 홍 소령은 흔들리는 평정심을 부여잡고 말을

이어갔다.

" 지금 물러가면 서로 피해 없이 끝날 테지만 앞으로 한발자국이라도 이동시

공격할 것이다! 명심해라! "

"  탄도 몇 개 없다며!! 우린 그래도 꽤 많은데??!! "

아마도 우리가 군부대에서 가져온 탄은 모르는 모양이었다.

저들이 가진 소총을 흔들며 차안에서 탄약통을 꺼내는 모습이 보였다.

보이는 것만 3통이니 적어도 몇 백발 이상 보유했다는 건데...하지만 보이는

탄창이 몇 개 안 된다. 소총에 장착 되어 있는 한 개를 제외하고 주머니에 몇 개

넣었다고 해도 많은 양이 아닐 듯 했다. 난 소대장 옆쪽에 서서 저들을 바라봤다.

나를 알아본 녀석이 목청 떠나가라 욕을 했지만 별로 신경 안 썼다.

" 다들 공격위치에 자리 잡았습니다. 우리가 먼저 쏠까요? "

" 아니...우선 기다려 보자.. 탄약이 생각보다 많아.. 힘든 싸움이 될 수도 있어. "

최대한 전면전은 피하고 싶은 마음인 듯 했다. 하지만 난 달랐다.

" 아뇨. 저들이 비록 탄약은 많이 가졌다고 해도 탄창은 별로 없을 텐데요?

저희도 부대에서 가져온 탄창이 몇 개나 됩니까?  잘해야 20개도 안 될텐데요?

아무리 군부대에서 급하게 철수한다고 해도 원래 탄창이란 평시에도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것 아닙니까? 탄이 많아도 보유한 탄창이 없다면 언제 탄창에

탄 끼고 싸운답니까? "

" 일리 있는 말이야.. 하지만  난 .... "

" 생각할 시간이 어디 있습니까!!! 지금 이 상황에 저들이 물러나겠습니까?!!!

어차피 벌어질 싸움 차라리 우리가 먼저 때려 우리 쪽 사람이 한명이라도 적게

다쳐야 합니다!  저들은 애초에 싸울 생각으로 온 겁니다!! 저들과 내가

다를 바가 없다고 욕하셔도!!! 난 우리 식구들을 지킬 것입니다! 그래도 내가

저들과 다르다고 말할 수 있는 건!! 적어도 난!!! 탐욕이 아닌 식구를 위해서

하는 행동이니까요!! "

우유부단한 모습에 난 울컥하여 소리쳤다.  희욱이 누나가 옆에서 보고 있다는걸

알았지만 더 이상 지체 할 수가 없었다.

" 어이 거기!!!! "

" 뭐냐 넌!!! "

갑자기 내가 끼어들어 말하자 자기들끼리 수군 되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내가

누군지 말해주는 모양이었다.

" 거기 있는 녀석한테 우리 상황을 들었나본데... 한참 잘못 생각했어!!! "

아마도 그 아저씨는 자신이 마트에서 술만 들고 올 때 본 모습과 한동안

난리쳐도 다들 별말 안하는 행동이 공격을 해도 반격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 듯

했다.

" 긴말 안 해! 물러나란 말도 안한다! 왜냐고??!!!!! "

" ???????????? "

내가 하는 말이 이해되지 않은 듯 다들 고개를 갸웃거리는 모습이었다. 멍청한...

" 잘 가라......사격!!!!!!!!!!! "

난 바로 소총을 들어 쐈다.  내가 소총을 들어 쏘는 모습에 저들은 엄청나게

당황한 듯 바로 반격하지도 못했다.

" 타타타탕!!!! 탕!!!! 탕!!!! "

연사로 쏘는 저들과 달리 우리는 단발로 사격을 했다. 멍청하게 탁 트인 곳에서

위에서 아래로 공격하는 가장 기본적으로 하지 말아야 하는 행동을 보인 녀석들

사격솜씨는 안 봐도 뻔했다.

" 크악!!! 컥!!! "

어느 정도 훈련이 되어있는 우리와 달리 이미 예비군은 한참지난 저들의

사격수준은 형편없었다. 벽에 기대어 쏘는 내 주위에 튀는 탄이 한개도 없는

모습이 정말 어지간히 못 쏘는 모습이었다.

" 이거!! 왜 !!! 총이 안 나가!!! "

" 탕탕!!!탕!!! "

" 사...살려줘!!! 항!!!컥... "

" 펑!!!!!! "

거리가 50미터 남짓이라 박격포는 무리더라도 유탄정도는 날릴 수 있었다.

몇몇은 총에서 탄이 나가지 않아 당황한 듯 했다. 당연했다. 30발 탄창에 30발을

채우고 사격하면 중간에 탄약이 걸려버린다.  군에서 보유한 탄창은 연식이

오래되어 스프링이 30발을 다 밀어주지도 못한다. 보통 25발정도 채운 뒤 연사로

사격하는데 군대에서 연사로 사격해본 경험이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그러니

당연히 저런 사태를 예상하지도 못했을 것이다.

" 재원아... "

옆에서 같이 사격하던 홍 소령이 말했다. 자신이 한 행동이 후회되는지  아니면

내가 한 행동이 마음에 안 드는지 알 수 없었다.

" 싸움은... 이 상황이 끝나고 하시죠.. "

난 담담하게 말한 후 계속해서 사격을 했다. 오랜 시간 지속되면 불리한건

우리였다. 소리를 듣고 나타난 감염체들이 펜션 안으로 밀고 들어오면

큰일이었기에 최대한 빨리 저들을 없애야 했다.

" 입구에서는 올라오는 녀석들만 사격하세요! "

난 다급히 말하고 유탄사수가 있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옥상에서도 간간히 몇

발씩 쏘는 인원이 보였다.

" 유탄으로 밀어!!! 더 이상 소음이 지속되면 우리도 위험해!! "

" 네!!! "

내가한 말이 무슨 뜻인지 잘 아는 듯 보였다.  간간히 쏘던 유탄을 이제는 빠른

속도로 쏘기 시작했다

" 펑!!! 펑!!! "

" 사격중지!! "

대응사격 소리가 들리지 않자 난 사격중지를 외쳤다. 아마도 모두 사망했거나

전의가 상실된 듯 했다. 난 유탄사수의 총을 들고 정조준으로 몇 발 더 사격했다

그리고는 한참을 살펴본 뒤 말했다.

" 상황이 끝난 듯 하지만 섣불리 움직이지 말도록 하죠."

" 거기 3명은 감염체가 다가오는지 확인하고!! "

20여분의 짧지 않은 시간. 우리는 그렇게 인간과의 첫 전투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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