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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 펑!!! 펑!!!! "
계속해서 쏘는 박격포로 봐서는 뒤에도 길게 늘어선 듯 했다. 옥상에서도
쉼 없이 유탄을 날리고 있었지만 끊임없이 몰려오는 감염체들을 막기에는
무리였다. 어느새 펜션 정문입구를 반이나 통과했다. 수류탄도 몇 개 남지 않았고
설치되었던 부비트랩도 다 터뜨린 듯 했다. 이제...우리에게 남은 건 없었다. 다들
탄이 떨어진 듯 정글도나 쇠파이프 등을 들기 시작했고 끝까지 저 감염체로부터
식구들을 지켜야만 한다는 표정이었다. 그 순간..
" 쾅!!!! 쾅!!!!!! 쾅!!!!!! "
" 응????"
어디선가 날아온 미사일로 뒤쪽에 있던 감염체 무리들이 초토화됐다. 하지만
계속해서 등장하는 감염체들은 그 빈자리를 다시 채우기 시작했다.
" 소대장님!!! 뒤쪽에!!! "
우리가 터뜨렸던 쪽으로 장갑차와 탱크 군용트럭들이 보였다. 군인이다!!
정말 제대로 된 군인!!! 장갑차에서 내린 얼핏 본 계급장은 중령인 사람이 외쳤다
" 이쪽으로!!! 이쪽으로 오십쇼!!! "
" 다들 어서 뒤쪽으로 이동한다!!! 어서!! "
다행이 차량은 내려갈 수 없었지만 사람을 내려가는데 무리가 없던 지라 다들
신속하게 내려가기 시작했다. 장갑차에서 내린 군인들이 펜션으로 올라와
지원사격을 해준 덕에 조금이나마 시간을 벌수 있었다. 순간 감염체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우리의 사격에 기가 죽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 뭐...뭐지 저것들..왜 갑자기...."
" 그렇게... 저것들이 왜...갑자기....헉!!!! "
" 끼야아아!! "
저번에 얼핏 봤던 돼지3남매.. 여성체 2개체와 뒤쪽에 남성체 한 녀석.. 여성체는
그동안 얼마나 많은 생존자를 잡아먹었는지 저번보다 거대해진 가슴과 덩치를
자랑했다.
" 탕탕탕탕!!! "
" 뭐...뭐...저런.... "
총알이 가슴과 머리에 박혔지만 크게 피해를 입지 않은 모습이었다. 아마도
두꺼운 지방덩어리들이 총알을 방어라도 해주는 것처럼... 원래 가슴이 지방이니
저 정도 크기면 대구경소총이 있어야 할 듯 했다.
" 끄에에에에엥!!!!! "
" 크윽!!!! "
정말 돼지 멱따는 소리마냥 듣기 싫은 음역대의 소리를 내며 포효하는
여성체였다. 저 뒤의 남성체가 리더급인 듯 했지만 방어에는 여성체가 월등한 듯
앞장세워 다니는 듯 했다. 수많은 군인들이 사격했지만 상대적으로 파괴력이
낮은 5.56mm 탄을 사용하는 군용소총은 무리가 있어보였다. 한 걸음 한 걸음
우리에게 다가오는 여성돼지 감염체를 보며 다들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아직
우리 식구들이 이동을 다 하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워낙 많은 인원이었고
여자들이 많아 가파른 비탈길을 가기에는 속도가 느렸던 것이다. 난 옆 군인에게
탄창두개를 얻어 조준사격으로 여성돼지 감염체 머리를 집중 사격했다. 뺨
한쪽이 너덜너덜 해질 정도로 쐈지만 별다른 충격은 없어보였다. 오히려 나의
행동이 감염체의 성질만 키운 결과가 됐다. 뛰지는 못하는 듯 빠르게 걸어오는
감염체 정면으로 내가 정글도 2개를 꺼내 서서 응시했다. 정글도라고 하기에는
날이 80센티에 가까웠지만 정확한 명칭은 알 수가 없는 정글도.
" 다들...피하도록...내가 시간을 끌도록 하지.. "
" 소..소대장님!! 무리입니다!!! "
" 저희도 남아 돕겠습니다!!"
" 아니!! 너희는 뒤로 빠지면서 엄호사격만 해줘! 다들 후퇴해!!! "
" 안됩니다!! 소대장님을 두고서!! "
" 잔 말 말고 후퇴해!!! 너희까지 남으면 식구들은 누가 지킨단 말이냐!!!
어서가!!! "
" 크흑.... "
다들 어쩔 줄을 몰라 했지만 서둘러 후퇴하면서 물러나는 모습이었다.
감염체는 지금까지와는 다른 모습의 인간인 나를 보는 듯 신기하게 바라봤다.
" 어이...한 때 인간이었던 돼지씨... 조금의 인간적인 면이 남아있다면....
내가 상대할 동안 저들은 그냥 두길 바라는데? "
내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알아듣는지는 알 수 없었으나 열심히 노려보며
눈싸움하는 나의 모습에 의아해 하는 기색이었다. 뒤에서는 총구를 겨눈 채
후퇴하는 병사 들이 보였고 그들 사이에 울부짖으며 나를 바라보는 은혜의
모습이 보였다.
" 저희들 캠프는 00구 00동 입니다..... 살아남으신다면 이쪽으로 오십쇼
부디....살아서 오시길 바랍니다. "
구출부대 책임자인 듯 내 옆에서 조용히 말하고는 사라졌다. 귓가에 은혜의
목소리가 들렸지만... 쳐다볼 수 없었다. 이제는 감염체가 점점 다가오고
있었기에..
" 으쌰!!!! "
총검술을 위한 검 몇 개를 힘껏 머리를 향해 던졌다. 체중을 실어 던지는 검은 빠른 속도로 감염체 머리를 향해 날아갔다. 감염체도 본능적으로 위험하다고 판단하였는지 지금과 다르게 팔로 방어를 했다. 내 허벅지두께는 되어 보이는 팔뚝에 깊이 박혀버렸지만 꽤나 고통스러운 듯 울부짖었다.
" 꾸에에에에에!!!! "
" 덤벼라 이 돼지 년아!!!!!"
난 빠르게 다가가 종아리 부분을 베었다. 깊게 박히는 느낌이었지만 크게 피해는
없는 듯 바로 주먹으로 내리쳤다.
" 쾅!!! "
" 크윽!!! "
저렇게 빠르게 반응 할 줄 몰랐기에 가까스로 피하긴 했지만 3미터 이상 날아가
버렸다.
" 젠장.. 덩치만 큰 게 아니었나... "
" 크르르르...."
정말로 열 받은 듯 눈에서 레이저라도 쏠 기세로 나를 쳐다봤다.
" 꼴에.... 스피드는 있어가지고... 응차... "
다행히 큰 상처는 없는 듯 했다. 얼핏 보니 식구들이 전부 차량에 탑승한 듯
서서히 멀어지는 모습이었다.
' 잘 가렴.....애들아....미안하다...은혜야....'
난 다시 정글도에 힘을 주어 감염체에게 다가갔고 역시나 팔을 휘두르는 모습에
살짝 굽힌 뒤 뛰어올라 바로 목을 베어버렸다.
" 아차!!! "
생각보다 깊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상처를 준듯했다. 몇 초간
피가 흐르는 모습이었지만 이내 피는 멈췄고 상처부위가 고스란히 보였다.
내 공격에 당황한 듯 보였지만 몇 번을 주먹질을 했다. 다행히 무식하게
주먹질만 하는 관계로 피하는 것은 무리가 없었지만 맞으면 바로 저세상감인
파괴력이었다.
' 더 이상... 힘들다..'
10분도 채 안 되는 시간동안의 싸움이었지만 극도의 긴장감에 숨이 턱까지
올라왔다.
" 헉....헉.....헉.... 저 돼지는 지치지도 않나? "
숨이 헐떡거려 제대로 서있기도 힘든 내 모습과 달리 처음과 다른 모습이라곤
종아리 부분의 상처와 목 부분의 상처가 전부였다. 이제 식구들이 다 대피했으니
나도 더 이상 싸울 의지가 없었다. 그렇다고 죽고 싶지는 않았기에 기회를 살펴
도망갈 생각을 했다. 이런 나의 생각을 알아채기라도 했는지 옆에 있는
바리케이드를 들어 나에게 던져버렸다
" 이런!!! 무식한!!!! "
생각지도 못한 행동에 난 주차장 바닥을 쓸듯이 미끄러져 갔다. 아슬아슬하게
내 위로 날아간 바리케이드는 주차장 저 멀리 큰소리를 내며 낙하했다.
평소 싸움이라곤 크게 해본적도 없었고 따로 무술을 배운 적도 없었기에 체력은
늘었으나 기술이 없었다. 효율적인 움직임이나 기술은 꿈도 꾸지 못하고 단지
피하기를 지속했다.
" 퍽!!! 크윽.... "
결국 빗겨 맞은 주먹에 건물 입구까지 튕겨 나갔다. 다리가 후들거리는 것이
제대로 맞았으면 그냥 갈 뻔했다. 펜션 입구에는 사용하지 않은 수류탄 몇 발이
보였다. 난 몇 개를 집어 들고는 힘겹게 일어섰다. 여차하면 자폭할 심정으로..
저들의 밥이 되느니 고통 없이 갈 생각이었다.
" 쿠어어어어!!! "
자신의 승리를 예감한 듯 크게 울부짖었다. 덩치가 커짐에 따라 얼굴도 커져
마치 동물원 곰을 보는 듯 했다. 크게 벌려진 입안에는 치아도 몇 개 없어보였다.
" 저런 입으로 잘도 쳐 먹었나보네...응??? "
보통사람보다 큰 머리..그리고 큰 입... 그렇다면!!!
" 으아아악!!!! "
난 남아있는 힘을 쥐어짜셔 모든 수류탄의 안전핀을 제거한 뒤 던져버렸다.
몇 개는 바닥으로 몇 개는 입을 향해 던졌다. 제대로 명중이 안 되도 시간은
벌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쓰러져있어 일어날 줄 몰랐는지 나를 바라보려 했지만 운 좋게 한 개의 수류탄은 입속에 쳐 박혀 버렸다.
" 퍽!!! "
" 에라이!!! "
난 급하게 일어나 주차되어있는 SUV로 뛰었다. 정문은 이미 감염체로 막혀있었고
뒤쪽 무너진 방벽으로 이판사판으로 차를 몰고 갈 생각이었다. 3초 후..
" 텅!!!!!! "
일반적인 수류탄 터지는 소리가 아닌 둔탁한 소리를 내며 터졌다. 제대로 피해가
들어갔는지 알 수 없었지만 수 많은 감염체들이 나에게 다가왔다 나보다 한참 린 그들은 내가 차량을 타고 시동을 걸어 방벽으로 질주 할 때 까지도 다가오지 못했다.
" 쾅!!!! "
차량이 지면과 부딪히며 크게 출렁거렸지만 다행히 운행에는 지장이 없는 듯 했다.
" 허억...허억...."
상처부위에서 피가 꽤 흐르고 있었다. 한동안 정신없이 달리다 한적한 곳에 차를
세우고 상처부위를 살펴보았다. 다행히 깊게 난 상처가 아니라 차에 있던
옷가지로 대충 묶고는 생수한통을 원 샷 했다.
" 크하....시원하다... "
살아남았다는 안도감과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다. 난 무거워진
눈꺼풀을 이기지 못한 채 차안에서 잠이 들어버렸다.
" 헉!!!! "
순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살폈다. 아무 생각 없이 이런 곳에서 잠들어서 힘겹게 살아남았는데 잠들다 허무하게 죽을 순 없었다. 다행이 근처에는 감염체가 없는 듯 했다. 어느덧 해가지는 모습에 난 잘 곳을 찾았다. 다행히 차안에는 최소한의 생필품은 남아있던 터라 버틸만했다. 우선은 내가 아는 우리를 공격했던 무리들 숙소로 향했다.
" 다행이네...공격받아 떠난 게 아니라 웬만큼 방어는 되어있네.. 식량도 꽤 있고
멍청하게 소총이랑 탄약도 몇 개 놓고 갔네? "
정말 급하게 떠난 건지..아니면 도망친 건지 모르겠지만 그래도 하늘이 도왔는지
온전한 편이었다. 인간답지 않은 행동을 한 그 녀석들 모습이 떠올랐지만 우선
나부터 살고 봐야했다. 더 이상 내 곁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제...나 혼자
살아가야만 한다... 꼭...살아서 은혜와..동생 녀석들을 봐야만 했다. 난
주머니에서 초코바를 뜯고는 먹기 시작했다.
" 흑......흑..... 크흐흑...."
어느덧 눈가에 눈물로 시야가 가려졌다. 다들 살아서 갔을까... 난 살아서
그들을 볼 수 있을까.. 배가고파 먹는 게 아닌...살기위해 앞으로의 험한 길을
위해 난 흐르는 눈물과 함께 초코바를 물어뜯다시피 먹기 시작했다.
" 왜!!! 왜!!! 오빠를 두고 와야 하는데!!! 다시가라고!!! "
차안에서 악에 받쳐 소리치는 은혜를 말리는 것 외에 다들 사람들은 말이
없었다. 그들은 자신들을 살리기 위해 변종 감염체와 싸운 소대장을
걱정했지만.... 살아남기 힘들다는 건 알 수 있었다.
" 은혜야.... 오빠는....너랑 우리들을 살리기 위해.. "
" 왜!!! 왜!!! 그게 우리 오빠여야 하는데!!! 다들 도와줬으면 오빠도 나올 수
있었잖아!! 왜!!! "
한동안 소리치던 은혜는 미란이 품에서 서럽게 울다 잠이 들었다. 그런 모습을
본 사람들은 위로의 말을 건낼 수 없었다. 다행히 식구들 중 대부분이
살아남았다. 정문에서 끝까지 시간을 벌어준 몇 명을 제외하고는 전부
살아남은 듯 했다. 군용차량은 반나절 이상 달려 목적지에 도착했다. 족히
5미터는 되는 콘크리트방벽으로 둘러진 거대한 도시.. 물론 도시라고 해봐야 크지는 않았고 기반시설도 없었지만 그래도 펜션보다는 훨씬 안전해 보였다. 꽤
많은 숫자의 군인과 식량이 있었고 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표정은 밝았다. 아마도
감염체가 나타날 때 쯤 건조 된듯했다. 우리를 구출해준 중령이 학교로 보이는
곳으로 들어가 강당 쪽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우리를 발견한건 전기사용량 때문이었다. 필사적으로 발전소를 가동시켜 전기를
사용하는 지역을 찾아 생존자를 구출했다고 한다. 다행히 몇 대 안 되는 헬
기지만 지속적인 순찰로 생존자들을 구출했다고 한다.
" 우선..여기서 일주일 정도 지내셔야 합니다. 혹시 감염되신 분들도 있을지도
모르고 이미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과의 마찰을 줄이기 위해서 하는
방침입니다. 여러분들을 위한 것이니 지시에 잘 따라주시기 바랍니다. "
" 저희는 어떻게 되는 겁니까? "
홍 소령이 중령에게 물었다.
" 만약 감염되신 분이 없다면 개별 숙소로 배정받게 됩니다. 그리고 간단한
신상명세를 작성하신 뒤 전에 하시던 일에 저희가 필요한 인력 쪽에 적절히
투입되실 예정입니다. 시설은... 솔직히 군대 안이라고 생각하시면 편합니다.
오히려 그것보다 떨어질지 모르지만 그래도 안전만큼은 보장되니까요. "
" 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
홍 소령의 인사를 끝으로 중령은 자리를 벗어났다.
일주일후 사람들은 감염이 없다는 걸 판명 받고 숙소를 배정받았다. 급하게 만든
대학교 기숙사 같은 형태였지만 그래도 지낼 만 해보였다. 미란이와 재효가
한방을 쓰고 옆방에 은혜와 예전에 홍 소령이 구출해온 여자 2명이 같이 쓰도록 되었다. 부부나 식구 위주로 편성된 뒤 남은 인원들이 2~3명씩 한방에 배정받았다.
다들 시간이 지나면서 재원이에 대한 기억이 잊혀 지기 시작했다. 한주 한주가
지날수록 마치 예전에 사회에서 했던 집과 회사 그리고 약간의 술자리가
지속되는 쳇바퀴 굴러가는 형식. 처음 은혜도 무척이나 힘들어 했지만 같은 방을
쓰는 홍 소령이 구출해온 서린이와 은영이에게 많은 도움을 받아 차츰 나아지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시간을 흘러..... 사람들은 어느덧 지금의 생활에 익숙해져갔고 재효와
미란이 은혜도 서서히 이별에 아픔에서 치유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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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하루도 편안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