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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감염체가 시야에서 멀어지는 것을 보고 한참을 더 달렸다. 근처에 몰려든 감염체들이 있을지 모르니 최대한 빨리 벗어나야만 했다. 굽은 도로를 지나 제법 잘 정비된 길에 들어서자 군용 트럭이 최대한 속도를 내어 달렸다. 도로 옆으로 보이는 큰 호수를 보고 빠져서 정비를 하기로 했다. 논밭이 대부분인 마을은 가정집이 몇 개 보였고 우리는 가장 한 적한 곳을 찾아 이동했다. 아스팔트 도로를 벗어나 시멘트로 엉성하게 덮은 도로로 들어가니 가정집으로 보이는 건물이 몇 채 있었다. 넓은 마당에 쓰러져가는 건물 2채와 제법 멋지게 지은 2층짜리 주택이 있었고 병사들과 남자들이 먼저 내려 주변을 살폈다.
" 안전합니다."
" 우선 몇 명은 남아 주변을 살피고 건물 안에도 확실히 점검해."
" 네!"
병사들의 말에 나머지 인원들이 차량에서 내렸고 건물 수색을 마친 후 우리는 마치 펜션처럼 지어진 건물에 들어가 짐을 풀었다. 전원주택처럼 지어진 하얀 외벽과 회색 지붕을 가진 넓은 마당은 우리 차량이 들어가도 충분히 남는 넓이였다. 바로 옆에 있는 한옥양식으로 지어진 건물은 바로 쓰러질 정도로 허름한 모습이라 너무나도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 이 건물은.. 사람이 사는 건물이 아닌가봐? 짐들만 잔뜩 있는데?"
" 뭔가 정리하려고 만든 공간인가?"
내부에는 플라스틱 박스와 과일 박스가 산더미처럼 쌓여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건물을 뒤로 하고 펜션형태의 건물로 들어갔다. 2층으로 알았던 건물은
실로 3층이었고 내부는 벽난로까지 있는 꽤 고급스러운 주택이었다. 방도 넓고
많은 마치 대가족이 지내려 만든 건물 같았다. 방마다 설치된 테라스로 감염체
경계에도 편리한 형태였다. 우리가 필요한 짐을 풀고 정리를 시작하자 하늘에는 약하게 눈이 내리고 있었다.
" 뒤늦게 눈이 내리네.."
" 이제 2월 초입인데.. 아직까지는 눈이 내릴 시기이지.."
" 산 중간이라 눈이 많이 내릴 것 같은데."
" 그래도 남쪽지방이니 강원도처럼 내리지는 않겠지요?"
" 모르지.. 지형적 특성도 있으니까.."
집안으로 들어가 벽난로에 땔감을 넣고 불을 지폈다. 원래 벽난로는 열효율이
형편없다. 그것을 아는 기태는 가능한 많은 양의 땔감을 넣어 불을 크게 지폈고
사람들은 옹기종기 벽난로 앞에 모여 앉았다.
" 혹시 밖에서 연기를 보고 감염체들이 모이지는 않을까?'
" 그 정도 지능은 아닐 거야. 그리고 날이 어두워서 크게 보이지도 않으니
너무 걱정 마."
" 그래... 나가서 담배나 하나 필까?"
" 그래.."
기태와 나는 건물은 나와 담배를 하나씩 물었다. 슬슬 눈발이 굵어지는 모습에 오늘은 더 이상 이동하기란 어려웠다.
" 오늘은 여기서 보내야겠지?"
" 오늘? 재수 없으면 며칠일지도.."
" 아웅.. 힘든데.."
" 사람들도 지쳐가니까. 하루정도는 쉰다고 생각하자. 차량도 한 대 더 구했으니
다음 번 이동은 조금은 편하게 갈 수 있겠지."
" 응."
" 오빠!! 들어와 봐요!! "
" 응??"
은혜가 다급하게 부르는 외침에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 안에서는 뭔가 다툼이 벌어진 듯 고성이 오갔다.
" 우리는 여기 있을 시간이 없습니다! 어서 가야합니다!"
" 어디를 간다는 말입니까?"
" 이런 외진 곳에서 뭘 하고 있는 겁니까? 남쪽으로 가면 생존자 캠프가 여럿
건설되어 있다고 했는데 왜 우리는 반대로 올라가고 있습니까?"
" 확실합니까?"
" 네! 여기 오기 전에 다들 그쪽으로 피난을 간다고 했는데! 우리만 반대로
가고 있는 상황 아닙니까?"
고작 40명 내외의 인원에서도 분열이 일어났다. 아마도 우리가 북으로 전진하는 것에 대한 불만이 표출된 모습이었다. 그럴 것이면 애초에 불만은 제시하지 왜 이제와 말하는 것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거칠게 항의하는 남자를 홍 소령님이 말리고 있었다. 그 남자 주변에는 약 5명이 모여 있는 모습으로 봐 아마도 뜻을 같이 하는 인원일 듯했다.
" 진정하십쇼. 저희는 출발 전에 충분히 저희 계획을 말씀드렸고 그에 동의한
인원만 저를 따라온 것입니다."
" 저희에게는 말도 없지 않았습니까?!"
" 병사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했습니다!"
" 그건 제 자식이지 제가 아닙니다! 어린 것이 판단력이 흐려서 판단 한 것을
우리까지 따르게 한다는 게 말이 됩니까?!"
" 하아.."
" 초반에 설명이 제대로 안 됐나봐?"
" 아뇨. 병사들에게 충분히 설명을 했고 그리고 우리가 출반 전까지 시간도
있었어요. 이제 와서 저런 모습을 보이는 것이..조금.."
" 흠.. "
열심히 설명을 하는 기태였지만 도통 인정하려 드는 모습이 아니었다. 기태도 포기할 법도 한데 계속해서 설명을 하는 것이 불쌍할 정도였다.
" 흠.. 진정하시고.. 저희도 생각을 해보고 말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기태가 백기를 들고 나왔다. 다시 남쪽으로 내려가려는 인원은 약 15명.
생각보다 많은 인원이었다. 우리 일행은 2층으로 올라가 사태를 해결 할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결론을 내기 위해 모였다. 하지만..
" ......."
".........."
"............."
" 저기.. 다들 말이라도.."
" 딱히 생각나는.."
" 흠... 큰일이구만.."
" 애초에 말하던가 아니면 초반에 나눠가던가 했어야지. 지금 와서 뭐하자는 건지
모르겠네요."
" 그냥 가라고 해."
" 응? "
" 네에??"
홍 소령님의 말에 다들 놀랐다. 우리가 알던 홍 소령님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말이 나왔던 것이었다. 아마도 생존 캠프에서 지내면서 성격이 변한 모양이었다.
" 하하.. 소령님이 그런 의견을.."
" 의외인데요?"
" 그런가? 뭐.. 우리 격어 봐서 알잖아. 융화할 수 없는 인원은 많아봐야 우리만
위험하다는 것을. 잘 못해서 저번처럼 문제라도 일으키면 골치만 아파."
펜션에서의 일을 떠올리며 홍 소령이 말했다. 나또한 격은 일이라 가능한 좋게
보내주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예전처럼 또 악한 마음먹고 달려들면 이제는 정말
답도 없다. 그나마 펜션에서는 방어에 유리한 위치였지만 지금은 상황이 달랐다.
" 그럼.. 우리 트럭을 한 대 더 내줘야 한다는.."
" 그럴 순 없지. 너희 말이 맞다면 저들은 이미 충분히 생각할 시간이 있었을
것인데 이제 와서 그런다는 것은 중간에 마음이 변했다는 것이잖아? 그런
그들에게 우리가 힘겹게 얻은 물건을 냉큼 준다? 우리는 자선단체가 아냐."
" 흠... 그냥 가라고 하면 반발이 엄청날 텐데요."
" 오빠! 주차장에 있던 차들!"
" 응??"
" 아까 그 쓰러져 가는 건물 앞에 승용차 한 대와 트럭이 있었잖아요?
차량이 있다는 것은 어딘가 열쇠가 있다는 것일 수도 있으니 찾아서 주면
안 돼요?"
" 아!! "
은혜의 말에 옆 건물 주차장에 주차된 차들이 생각났다. 화물 트럭 한 대와 오래전 모델인 승용차가 주차된 것을 그냥 지나쳤는데 은혜가 좋은 의견을
말해줬다.
" 오오!! 머리가 좋은데?"
내가 칭찬을 하면서 머리를 쓰다듬자 기분 좋은지 눈을 감고 웃는 모습이 마냥
귀여웠다. 그런 은혜를 바라보며 웃고 있자 희욱이 누나가 말을 했다.
" 연예는 나중에 따로 하고 재효가 그 차량들 열쇠를 찾아보고.. 식량과 무기는
어떻게..?"
" 식량은 공평하게 나누고.. 어차피 사람 수에 맞춰서 나눈 것이니까.. 탄은 몇
박스만 쥐어서 보내. 그것도 인원수만큼 나눠 달라고 하면.. 잘 흥정해야지."
" 시장도 아니고 흥정이라니.."
" 내려가서 기태가 잘 말하고 우리는 열쇠를 찾아볼게. 홍 소령님이
도와주시고요. 기태가 생각보다 말주변이 없어서.."
" 그래..내려가지.."
우리는 그렇게 회의를 끝내고 내려갔고 나와 재효는 차량열쇠를 찾아 집을 뒤지기 시작했다.
열쇠는 비교적 쉽게 찾을 수 있었다. 트럭은 차량에 있었고 승용차는 쓰러져 가는 건물 입구 옆에 있는 찬장에 있었다. 승용차나 트럭이나 영업을 위해 마련해서 인지 아니면 인적이 드믄 곳이라 훔쳐갈 사람도 없어서 인지 관리는 허술한 편이었다. 열쇠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가니 떠날 사람들이 짐을 옮기고 있었다. 인원이 늘어난 모습을 보니 아마도 남자의 의견에 동조하거나 갈팡질팡하다 마음이 기운 것이라 생각되었다. 우리는 처음 결정권을 준 이후 별다른 의견을 제시하지 않고 그저 움직이고 있었으니 불안했을지도 모른다.
나는 조금 전 말다툼을 한 남자에게 키를 건냈고 사람들은 묵묵히 그 남자를 따라 이동하였다. 병사 몇 명과 식구들이 움직였지만 병사들을 제외하면 미안한 감정 없이 이동하는 모습에 약간은 화가 치밀었다.
" 이제야 따로 움직인다는 것도 미칠 노릇인데 당당하네?"
" 병사들은 뭔 죄야.."
" 탄약은 어떻게 됐어요?"
" 말이 없어서 몇 개 안줬어. 오히려 군용 트럭이나 승용차를 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절대 안 된다고 했지. 원래 승용차는 너희 일행이 타려고 구한
것이고 군용 트럭도 한 대는 재원이가 위험을 감수하고 구해온 것인데
양심이 있냐고 받아쳤더니 별 말없이 가더라?"
" 그래요??"
우리가 한창 대화를 하고 있는데 우리에게 차량 열쇠를 받은 남자가 다가왔다.
또 뭔가 요구할 생각인가 긴장하고 있었는데 생각지도 못한 말을 꺼냈다.
" 재원씨..라고 하셨죠? 저희와 같이 남쪽으로 가는 것은 어떻습니까?"
" 네??"
" 남쪽에는 분명 생존자 캠프가 있습니다. 못해도 저희가 있던 곳만큼 생활을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괜히 위험한 곳으로 가는 것 보다 안정된.."
" 말을 잘라서 죄송한데 무슨 근거로 남쪽에 생존자 캠프가 있다고 확신하세요?"
" 처음에는 저희 캠프 외에도 여러 곳의 캠프가 있다고 했습니다. 전기도 공급이
되는 따뜻한!! 새로이 개척하는 것보다 훨씬 이득 아닙니까? 그러니 저희와
같이 남쪽으로 이동하시죠! "
" 저기..전.... "
" 다시 생각해 보세요! 당신 정도의 능력이라면 가서도 충분히 좋은 위치에서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당신 아내를 생각해 보세요! 제대로 물도 나오지
않는 곳에서 씻지도 못하고 잠자리도 불편한 곳에서 무슨 고생인가요?
그러다 2세라도 출산하면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어떻게 키울 생각입니까?"
" 저..저기.."
펜션에서 추방당한 사람과는 다른 형태로 우리를 위협 아닌 위협을 가하고 있는 남자였다. 자신이 힘이 부족하니 자신에게 힘을 늘릴 수 있게 우선 자신을 지지하는 인원을 확보한 후 나에게 자신과 뜻을 같이 하자고 권하는 남자를
보니 어처구니가 없었다.
더군다나 은혜를 보고 아내라고 생각했는지 열변을 토하며 이야기를 하는 남자였다. 생각하지도 않은 2세 이야기에 구구절절한 이야기를 듣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하고 잠시 은혜를 보고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다.
" 흐음.."
" 제가 생존자 캠프에 도착하면 강력하게 요구할 것입니다. 당신 같은 인재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그러니 차량과 무기를 가지고 저희와 합류하여 지금보다
안전한 곳을 찾아 가시죠! "
' 오호라... 원한 것이 내가 아니라 차량이랑 무기였군! '
슬슬 본색을 들어나기 시작하는 남자였다. 감염체를 피해 일반차량으로는 이동에
한계가 있었다. 물론 군용차라고 크게 다를 것은 없지만 무엇보다 높은 차체와 무식할 정도로 튼튼한 점. 전재조건으로 엄청나게 넉넉한 연료가 있어야 한다는
점이었지만 우리나라에 주유소는 많으니 목적지를 정해 이동하는 것에는 아직까지는 문제가 없었다. 그리고 내가 기태와 동등하거나 혹은 그 보다 높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판단을 하여 차량과 무기를 나눌 수 있는 입장이라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순간적인 판단력은 칭찬해 줄만 했지만 너무 앞서갔다.
물론 홍 소령이 있기는 했지만 이들에게는 소령이라는 칭호보다 의사 선생님에
가까운 상황이었다.
" 흠..."
여전히 고민하는 척 표정을 지었다. 슬쩍 옆을 보니 슬슬 불안해하는 기태와
홍 소령의 모습이 보였기에 더 스릴 넘치는 재미가 있었다.
" 만약.. 생존자 캠프가 없다면.. 어쩔 생각이십니까?"
" 분명이 있습니다! 절대!"
" 그러니까.. 만약..만약.. 우리처럼 밀렸거나 아니면 다른 곳으로 옮긴
상황이라면 저희가 가려는 곳보다 더 암울한 상황 아닌가요? 근처에 감염체도
수만이 포진해 있는 상황인데?"
" 없다고 하면.."
남자가 내 질문에 답을 하지 못하였다. 아마도 거기까지 생각은 못한 듯 했다.
" 만얀..없다고 하면... 없다면.. 당신 목숨으로 보상받을 수 있을까요?"
" 네??"
" 말씀하시는 것이 정확한 위치를 알고 하시는 말씀 아닌가요? 아니라면 저희랑
다른 것이 없잖아요? 전 적어도 목적지에 뭔가는 있습니다. 그쪽분이 있다고
확신 하는 3곳을 선점. 있다면 당연한 것이고 만약 3곳 모두 없다면 난
당신의 목숨으로 보상받고 싶습니다만..?"
" 저..그..그게.."
한 번 강하게 나가봤는데 역시나 확신이 없군. 설마 자신의 목숨을 담보로 하라고 할 줄은 생각이나 했을까?
" 역시나 정확한 위치는 모르시군요. 그럼 거부합니다. 애초에 생각도 없었지만."
" 아닙니다! 어딘가! 있습니다!"
" 그렇죠. 어딘가! 그 어딘가! 그게 문제입니다. 정확히 알지도 못하고 그저 그럴
것이다라고 생각하고 움직이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까? 저기 저
뒤에 있는 사람들은 이제 당신이 한 말만 믿고 움직일 텐데 당신은 저들을 위해
당신이 한 말에 책임을 질 수 있습니까? 제가 물었을 때 당신이 만약 바로 그럴
수 있다고 한다면 솔직히 같이 갈 생각도 없었지만 그래도 책임감이나 어느
정도의 판단력과 추진력을 가진 사람이라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당신은
그냥 제가 가진 차량과 무기가 탐나 감언이설로 저를 포섭하려는 것으로만
들립니다. 그냥 가시죠.."
" 하지만.."
" 하지만이고 뭐고 관심 없습니다. 가세요."
내가 단호히 말하자 남자는 몸을 돌려 트럭으로 향하였다. 난 그런 그를 보며
그를 따라 이동하는 사람들이 불쌍하였다. 저들이 이 대화를 들었다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굳이 말해주고 싶지는 않았다.
" 그리고.."
" 네?"
" 예전에는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당신이 하려는 행동.. 목숨을 걸고 해야
할 것입니다. 어설프게 사람들을 이끌고 가다 잘못된다면.. 당신은 모르겠지만
다른 사람들은.. 당신의 행동에 목숨을 걸고 하는 결정일지도 모르니까요."
난 내 할 말을 끝내고 건물로 몸을 돌렸다. 차량에서는 몇 번 시동을 거는 소리가 들렸지만 오랜 시간 방치된 것인지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홍 소령이 나가 우리 차량과 연결하고 시동을 걸어주고는 여분의 연료를 챙겨주고는 들어오는
모습이었다.
" 그나저나 난 아까 형이 같이 갈 줄 알고 얼마나 놀랬는데! "
" 나도! 어쩜 그렇게 넘어가는 척 표정을 짓다가 한 순간에 돌변하냐?"
" 한 번 들어보고 싶었어. 그 사람이 어떤 방법으로 다른 사람을 꾀었는지"
" 참나. 별게 다 궁금하네."
" 소령님 챙겨주시고 오신 거예요?"
" 응.. 그래도 따라가는 사람들은 뭔 죄야. "
" 그래도 우리 쪽으로 오라고 말은 안하시네요?"
" 이미 결정한 사람들이니.. 말을 해봐야 듣겠어?"
내리는 눈을 그대로 맞아 머리에 소복이 쌓인 눈들을 털어내며 들어오는 홍 소령을 보며 말했다. 생각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이렇게 눈이 오는데 굳이 나가겠다는 사람들은 뭘까? 눈이 그치면 다행이지만 만약 더 많이 내린다면 저 차량으로는 오래 이동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만큼 절실한 것인지 아니면 이곳이 더 위험하다고 판단한 것인지는 훗날 우리의 생존여부가 답이 될 것이다.
과연 누가 생존할 것인가란...
다행스럽게 남은 인원들은 크게 동요되지 않은 모습이었다. 우리는 확실한 목적지를 가지고 이동하지만 저들은 아니었고 차라리 우리처럼 이동하며 지낸 것이 생존확률을 더 높일 수 있는 방법일 수도 있었다. 추위를 녹이기 위해 다들 옹기종기 모여 담요와 이불을 덮고 자리를 잡고 쉬는 모습에 나는 벽난로에 땔감을 넣어 불을 지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