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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32화 (32/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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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시간이 지나자 눈발이 거세지며 바람도 강하게 불었다. 우리는 순번을 정해

불침번을 서기로 했고 각자 자리를 잡고 누워 잠을 청했다. 방이 많기는 했지만

난방이라고는 벽난로 하나뿐이니 방에서 자려는 사람은 없었다. 떠난 사람도 있고 불침번을 서는 인원도 있는 상황이라 거실은 크게 비좁지는 않았다. 건물 안에 있던 침구류들을 모두 가져와 바닥에 깔고 자리를 잡았다. 실내 온도는 높은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은혜를 품에 안고 자니 잘만 할 것 같았다. 솔직히

나보다 은혜가 더 좋은 상황이었다. 열이 많은 내 몸에서 나는 열기는 이불속에서 금방 따듯한 기운이 감돌 정도였으니까.

" 따뜻하다.."

" 난 차가운데.."

살이 차가운 편인 은혜는 내 열기를 식혀줄 정도는 아니었지만 이런 상황에서

따뜻한 살결을 느끼고 싶지 은혜처럼 차가운 살결은 피하고 싶었다. 하지만 어쩌랴.. 은혜가 등을 돌리고 눕자 내가 팔베개를 해주었다. 제법 두꺼운 옷을

입고 자는 은혜였지만 나는 간편한 복장을 입고 누웠다. 그래도 긴 옷을 입어

추위는 피할 수 있었지만 불편하기는 어쩔 수 없었다. 확실히 이럴 때는 열이

많은 것이 좋은 것은 아니었다. 제대로 씻지도 못하고 자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이런 안락한 공간이 있음에 감사했다. 한 팔은 은혜의 베개로 한 팔은 은혜를 안고 있는 상황에 내 손이 은혜의 옷 속으로 들어갔다. 은혜는 놀라 약간 몸을 움직이며 거부 반응을 보였지만 사람들이 옆에서 자는 상황이라 큰 움직임이나 말은 하지 못했다. 힘으로 어쩔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니 힘을 주어 반항을 해도 이길 수가 없었고 길지 않은 시간에 내 손은 목적지에 도착하여 이미 원하는 바를 얻고 있었다.

" 후우.."

" 풋.."

마치 한 숨을 쉬듯 숨을 몰아쉬는 은혜였다. 내 손은 이미 은혜의 큰 가슴에

닿아 부드럽게 주무르고 있었고 얼마 후 반응이 오는지 은혜의 몸에 변화가 느껴졌다. 고개를 살짝 들어 은혜의 표정을 보니 입을 꽉 다물고는 소리라도 낼까 긴장하는 모습이었다. 내가 하는 행위가 사랑을 하기 위한 전 단계가 아닌 그저 스킨쉽이라는 것을 느꼈는지 시간이 지나자 표정은 한결 편해졌다. 같은 행동이라도 서로 흥분상태에 가기 위해 하는 행동이 아닌 그저 연인의 스킨쉽  행위이다 보니 나도 은혜의 상태를 봐가며 했다. 하지만 은혜는 그런 내가 얄미운지 내 살을 살짝 꼬집었고 나도 소리도 못 내고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내가 손을 빠르게 내려 바지 속으로 넣으려 하자 당황하며 손을 잡았다. 지금까지 거부한 것과는 다른 정말 힘에 필사적인 것이 느껴졌다. 내가 다시 힘을 풀어 배를 쓰다듬으며 안심을 시키고 다시 상체로 올라가니 은혜도 포기한 듯 거부의사를 밝히지 않았다. 우리는 그렇게 짜릿한 스킨쉽을 이어갔고 시간이 지나자 은혜가 잠든 것이 느껴지며 나도 잠에 빠져들었다.

순간 잠이 깨며 눈이 떠졌고 시계를 보니 내 근무 시간이 약 30분이 남은 상황이었다. 다시 잠을 자기도 그렇고 잠이나 깰 겸 미리 일어나 준비한 옷을 입고 조심스럽게 2층으로 올라가 테라스 문을 열었다. 밖에는 정말 엄청난 양의

눈이 내리고 있었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 마치 옆에서 눈이 오는 착각에 빠져들게 만들었다. 내 뺨을 스치고 지나가는 눈이 따가울 정도였다. 산 중턱에 있는 건물이니 바람이 강하게 불어오는 듯 했다. 내가 올라오는 모습을 보고 전번근무자가 나에게 말을 걸어왔다.

" 일찍 일어나셨네요?"

" 네. 어쩌다 보니.. 그나저나 날씨가 무척..."

" 네. 오늘은 이동하기는 힘들 것 같습니다."

" 무서울 정도로 내리네요. 한 곳에 오래 있으면 좋을 건 없는데요."

" 이런 날씨라면 아무리 감염체라고 해도 쉽지는 않을 겁니다. 가시거리도 채

50m도 안되고 바람도 강하게 불어오는 상황이라 몸을 가누기도 쉽지

않을걸요."

" 그랬으면 다행입니다만.."

우리가 감염체에 대하여 아는 것도 없는데 장담할 순 없었다. 그리고 며칠만 이런 상황이 지속되어도 우린 힘들었다. 식량도 얼마 없고 식수도 부족한 상황이라 얼마나 버틸지 몰랐다. 식수야 급하면 눈이라도 끓여서 녹인다면

가능하겠지만 식량이 문제였다.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물자 나와 같은

근무로 되어있는 기태가 옆에 다가왔다. 이 녀석도 긴장이 되는지 생각보다 일찍 눈을 떴고 우리는 말없이 보이지도 않는 밖으로 보며 담배를 폈다. 인생의 반 이상을 알아온 녀석이니 그저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큰 위로가 됐다. 담배를 다 핀지 한참 되었지만 우리는 그저 창밖을 볼 뿐 말이 없었다.

" 둘러보러 나갈까?"

" 미쳤냐? 그냥 테라스에서 보자. 나간다고 뭐가 보이냐? 눈사람 될 걸?"

" 하지만 여기서 본다고.."

" 2층은 아무도 없으니 방마다 옮기면서 테라스에서 보는 편이 좋다고 전번

근무자가 이야기했잖아. "

" 쩝... 알았어."

내가 나가자는 말에 반대하며 나가기를 거부하는 기태였다. 우리는 10분 정도를

테라스에서 머물고 다른 테라스로 이동하기를 반복했고 중간중간 벽난로에 더 많은 땔감을 넣어 온도를 높이려 노력했다. 우리의 근무가 끝날 때까지 눈은 그칠 줄 모르고 내렸다.

아침에 다들 일어나기 시작했고 아무리 벽난로가 있다고 해도 몇 달을 한파 속에

있던 건물을 녹이기는 역부족이었다. 차가운 냉기를 막는 것으로 만족했지만

몸살이라도 난 듯 몸이 무거운 것이 영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은혜도 몸이 좋지 않아 보였다. 얼굴이 많이 부어오른 모습이었고 미란이도 재효도 상황은 비슷했다. 물을 끓여 습도를 유지했지만 워낙 외풍도 심하고 날씨도 우리를 도와주지 않는 상황에 체력은 급격하게 저하되었다.

" 우선 다들 뭐라도 먹을 수 있게 준비를 해주고, 주변 주택을 뒤져 구급약이나

먹을 것이 있는지 확인을 해보자."

" 오면서 본 기억으로는 그래도 주택이 있었는데. 그런 집들이라도 찾아보자."

" 응. 인원 몇 명을 추려서 움직이고 남은 인원은 어떻게든 실내온도를 높일

방법을 생각하도록 하고, 몸이 좋지 않은 사람들은 더 쉬게 하자."

" 네. 홍 소령님은 사람들을 봐주세요."

" 내 전공은 아니지만.. 그래도 최대한 노력해 볼게."

다들 눈 속을 걸을 것을 대비했고 나는 은혜에게 다가가 몸 상태를 살폈다.

몸에서 미열이 느껴졌지만 기상 직후 보다는 컨디션이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일행 중 심하게 감기에 걸린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었다. 만약 그런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라면 긴장해야했다. 현재로서는 감기인지 감염된 초기 증상인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한바탕 홍역을 치룬 독감상황을 아무 탈 없이 지낸 사람들이지만 혹시 몰랐다. 면역력이 약해져 감염이 될 수도 있었기에 최대한

긴장을 해야만 했다. 우리 몸 상태는 이미 변했을 지도 몰랐다.

"우선 따듯하게 입고 난로 앞에 가있어. 잠깐 나갔다 올게."

" 네. 걱정하지 마세요. 좀 쉬면 괜찮아요."

" 응. 몸조리 잘하고 있어."

어디 멀리 나가는 상황도 아닌데 괜히 마음에 걸려 계속해서 챙겨주며 말했고

다들 나간다는 소리에 나도 급하게 준비를 끝내고 밖으로 나갔다. 새벽과 별반

다른 것이 없는 기상상황에 우리는 최대한 신속하게 움직였다. 이미 종아리 반까지 올라온 눈은 바로 앞까지 나가는데도 시간이 오래 걸렸고 한 참을 걸어가서 주택 몇 채가 몰려있는 곳에 도착했다.

" 혹시 모르니 다들 장전상태에 두고. 긴장하고 이동한다. "

" 타닥."

바람이 몰아치는 소리 속에서도 조종간을 움직이는 소리는 또렷하게 들렸다.

긴장 속에 천천히 건물로 다가갔고 현관문을 부수고 안으로 신속하게 들어갔다.

" 쾅!! "

일반 아파트의 철문이 아닌 유리로 이뤄진 꽤 오래된 현관문이라 들어가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전등을 비추며 빠르게 이곳저곳을 살폈지만 특별히 이상이 있는 것은 없었다. 우리는 둘씩 짝을 지어 집을 수색하기 시작했다. 천만 다행으로 비상약과 약간의 식량을 구할 수 있었고 침구류도 챙길 수 있었다. 한 짐 가득 챙겨 움직이면 좋겠지만 혹시나 감염체를 마주치면 반응이 더뎌 질수 있기에 최소한의 짐을 들고 빠르게 왕복을 했고 필요한 정도의 양을 챙겼을 때는 이미

다들 체력이 바닥이었다. 강추위와 긴장감에 녹초가 되었다.

" 하아..힘들다.."

" 그래도 아침보다는 꽤 따뜻해졌네?"

" 창고에 안 쓰는 난로가 있어서 챙겨왔어. 급하게 연통을 연결했는데

안전할지는 모르겠어."

" 우선.. 한 번 더 확인해보자."

" 응."

다들 우리가 일을 하고 있는 동안 노력을 한 흔적이 보였다. 우리가 여기서 계속해서 지낼 상황은 아니었으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보수하는 것도 손해였기에 임시로 처리를 해놔 지내는 동안은 편하게 지내기로 했다.

수색을 마치고 들어온 인원들은 덜덜 떨며 벽난로 앞에 모여 앉았고 사람들은

집안에 있던 차를 따뜻한 물에 우려서 우리에게 나눠줬다. 그래도 뱃속에 따뜻한

것이 들어가니 조금은 살만했다. 난 한 모금 홀짝거린 후 다시 은혜에게로 갔다.

" 마셔. 따뜻하다."

" 오빠 마셔요. 전 괜찮아요."

" 난 차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자기 마셔."

" 네."

은혜는 몇 번 거절에도 내가 계속해서 권하자 마지못해 받았다. 은혜도 따뜻한

차가 들어가니 조금은 편안해 진 듯 표정이 풀렸고 난 덮고 있는 이불을 정리해 주고 2층으로 올라갔다. 2층 한쪽 방에서는 흡연자들이 모여 앉아 방문을 닫고 담배를 피고 있었고 나도 합류해 흡연자들만의 잡담에 참여하였다.

" 그나저나 큰일입니다. 늦어도 내일은 눈이 그쳐야 우리도 이동을 할 텐데요."

" 솔직히 지금 그친다고 해도 내일 이동은 무리입니다. 워낙 많은 눈이 내려

체인이 있다고 해도 바퀴의 반이 넘게 잠기는 상황에서는 무리입니다."

" 식량은 얼마나 남았지요?"

" 이대로 소비가 된다면 열흘정도입니다. 하루 두 끼 기준으로.."

" 그래서..열흘인겁니까?"

" 하긴.. 3끼 다 챙겨먹는 것도 말도 안 되지요."

" 우리가 가져온 양은 얼마나 되나요?"

" 잘해야..한 끼 정도입니다. 워낙 인원이 많아서.."

" 세 집을 털어도 운 좋아야 하루치라.."

" 이제 그만 내렸으면 좋겠는데요."

" 하아.."

다들 땅이 꺼져라 한숨을 쉬었다. 이도저도 못하는 막막한 상황이었다. 눈이 바로 그친다고 해도 기온이 낮아버리면 역시나 움직일 방법이 없었다. 앞으로 잘해야 열흘. 주변 주택을 수색하여 식량이 나온다는 보장도 없다. 최대한 지금 있는 식량을 아껴서 먹어야했다. 임신부인 희욱이 누나만 신경 쓴다면 우선 크게 건강이 염려되는 인원은 없었다. 그리고 창고에 있던 숯을 이용해 바비큐 그릴에

불을 붙여 놓고 가져온 휴대용 가스 렌지까지 이용해 집안의 온도를 높이려 노력했고 덕분에 처음보다는 훨씬 따듯한 공기가 감돌았다. 무식할 정도로 크게 피운 불로 인해 오히려 2층이 먼저 따듯해졌다. 뜨거운 공기가 위로 올라가서 인지 사람들은 오히려 2층에서 부족한 잠을 보충하는 모습이었다. 시계가 없다면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어두운 하늘은 우리를 점점 불안하게 했다. 단출하게 먹는 저녁식사에도 사람들은 말이 없었다. 각자 배급된 식사를 마친 인원들은

생존에 필요한 행동들을 하기 시작했다. 밖에서 불을 피워 눈을 녹여 필요한 물을 얻었고 비교적 체력적 여유가 있는 나와 재효가 주변을 살피러 나갔다.

" 흠.. 형! 저기 집이 보이는데 가볼까?"

" 그래. 조심히 움직이고 재수 없으면 눈 속에 파묻힌 감염체에게 물리면

답도 없다."

" 어.. 생각조차 못하고 있었는데.. 형이 그러니 갑자기 무서워지는데.."

" 그냥 해본 말이야. 키 만큼 내린 것도 아닌데 감염체가 눈 속에 누워서

뭐하겠니."

이제는 무릎까지 올라온 눈을 보며 말했다. 저렇게 쌓인 눈을 걷기란 무척이나 힘들었다. 물론 우리라고 좋은 것은 아니었다. 눈을 몸으로 쓸다시피 하며 이동했고 얼마가지 못해 다시 돌아와야만 했다.  도로까지 나가는 거리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엄청난 시간과 체력이 필요했기에 굳이 불필요하게 낭비하는

행동은 삼가야만 했다.

" 그냥 돌아가자.. 더 이상은 힘들어."

" 엄청나다. 먼저 간 사람들은 이동은 할 수 있으려나?"

" 신경 꺼. 우리는 그냥 우리만 생각하자."

" 응.."

집 안에서는 사람들은 그저 할 것 없이 잠을 자거나 초점 없는 눈으로 창밖을 바라보는 것이 전부였다. 서로 이야기를 하거나 그런 움직임 없이 그저 가만히 앉아 시간을 보내는 것이었다. 그저 순번을 정해 불침번을 서고 최대한 체력을 비축하여 식량소비를 줄이는 것이 전부인 상황이었다.

다음 날 다행히 눈은 그쳤지만 이미 내린 눈은 상당했다. 아무리 군용차량이라고 해도 스노우 타이어도 아닌 상황이고 체인을 이용한다고 해도 한계이상으로 내린 눈을 헤치고 이동한다는 것은 무리였다. 예전 사회라면 제설작업에 총력을 기울였겠지만 지금은 그런 상황도 아니었다. 우리가 스스로 제설작업을 하며 이동하기도 힘든 상황이라 하루라도 빨리 눈이 녹기를 기대하는 것이 전부였다.

그래도 죽으라는 법은 없는지 햇빛은 강하게 비췄기에 희망은 있었다. 힘들게 주변 집을 뒤져 먹을 것이나 물품들을 챙겨 왔지만 많은 양은 아니었다.

해가 강하게 내리쬐고 있었고 기온도 영하로 느껴지지 않아 운이 좋다면 하루 이틀 정도면 이동이 가능하리라 생각되었다.

이틀이 지나자 어느 정도 녹은 눈을 보고 이동을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 쌓인 양은 엄청났지만 더 이상 여기서 머무르는 것도 위험했기에 무리해서라도 이동을 하기로 결정을 했다. 체인을 결속해 이동하였지만 엄청나게 느린 이동속도는 어쩔 수 없었다. 간혹 눈 속에 빠져 헛도는 차량을 끌어내며 이동하다 보니 거의 걷는 수준보다 약간 빠른 속도였다.  꽤 많은 시간을 차량에서 보냈지만 실제 이동한 거리는 예상보다 한참이나 모자란 거리였다.

" 심각하네요. 이 정도 일 줄이야."

" 지도상으로는 이 길로 약 10km를 이동하면 그래도 제법 규모가 있는 시내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버스터미널도 있고 하니 식량이나 물품을 구하기에는

용이 할 것 같습니다."

" 하지만 위험하지 않을까요?"

" 흠..  그래도 지금으로서는 방법이 없지. 눈이 완전히 녹으려면 시간도 걸릴

것이고 이런 속도로 이동한다고 하면 강원도 펜션까지 며칠이 걸릴 수도 있는

상황이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식량을 구해서 이동하자."

" 네."

" 천천히 이동하면서 주위를 살피고 다들 만약의 사태의 대비한다."

" 넵!"

다들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며 탄창을 챙겨 왔고 소총에 탄창을 결속시키고는 차량에서 주변을 경계하며 움직였다. 어차피 기동력이야 우리나 감염체나 피차일반이었기에 큰 핸디캡은 아니었지만 혹시 몰랐다. 힘겹게 도착한 마을은 생각보다 큰 시내였고 주유소와 창고형태의 마트도 보였고 우리는 주유소에 들려

가능한 많은 양의 연료를 챙겼고 조심스럽게 마트로 이동했다. 창고형태의 마트는 몇 개의 작은 창문이 보였고 손님이 다니는 정문과 물건이 들고나가는 후문을 제외하고는 다른 출입구는 보이지 않았다. 깨어진 창문이나 문이 없는 것으로 보아 감염체 사태 후 사람의 발길이 끊어졌으리라 예상되었다.

" 신기한데요. 그래도 마트도 몇 개 없을 텐데 이렇게 온전한 모습이라니."

" 흠.. 뭐가 이상하기도 하고.."

" 앞쪽으로 차량을 주차시키고 몇 명을 주변을 살피고 경계를 서도록!"

우리는 조심스럽게 차량을 마트 앞에 주차를 한 후 주변을 살폈고 들어갈 입구를

찾았다. 우리는 왜 이 마트가 사람들의 손을 타지 않은 이유를 금방 알수 있었다.

" 이..이런 무식한.. 문도 있네요.."

" 하하.. 보통 철창 비슷한 모양 아닌가? 이건 그냥 철문인데?"

" 우리 차량으로 밀어볼까?"

" 건물보다 문이 더 튼튼해 보이는데.."

건물 출입구는 마치 교도소 철문을 연상시키는 두꺼운 철문으로 굳게 잠긴 모습이었다. 원래 마트로 지어진 건물이 아닌 중간에 리모델링을 하여 변화시킨 건물인 듯 필요이상으로 다른 부분이 튼튼해 보이는 건물이었다. 물론 그래봐야 샌드위치 판넬을 조금 더 두껍게 덮은 모습이 전부였지만. 우리는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판단 창문 쪽으로 들어가려 했으나 너무 작아 우리 일행 중 들어가는 것이 가능한 인원이 몇 없을 크기였다.

" 흠..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들어가는 것은 힘들 것 같은데."

" 창문도 너무 작아 들어가는 것은 불가능 합니다."

" 문을 차량으로 밀고 가는 것도 무리입니다. 눈이 워낙 많아 아마도 차량이

미끄러질 것입니다."

" 혹시 지붕에는 채광창이 있지 않을까?"

" 네?"

" 대충 봐도 원래 마트용도로 지어진 건물이라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모습이니

중간에 리모델링을 거쳤을 텐데 환기도 안 되는 꽉 막힌 건물로 했을 리가 없

잖아? 적어도 채광창이나 환풍을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 텐데 가장 좋은 것은

지붕 아닌가?"

" 흠.. 맞네요."

" 그러지만 눈이 너무 많아 올라가는 것도 무리가 있고.. "

" 그래도 올라가서 확인을 해 보는 편이 좋을 것 같네요. 군용트럭이 높이가

있으니 발판삼아 올라가서 조심스럽게 움직이면서 찾아보죠."

" 그래."

우리는 군용트럭을 최대한 벽에 붙여 이동시킨 후 지붕으로 올라갔지만 워낙 눈이 많아 매우 미끄러운 상황이었다. 하지만 이제 얼마 후면 해가 질 시간이었기에 지체 없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눈을 털어내고 올라갈 자리를 확보한 후 천천히 지붕의 눈을 거두며 이동했다. 중간쯤 지나자 역시나 창문이

있었다.

" 다행이 창문이 있습니다!"

" 그래?! 밧줄로 몸을 묶고 천천히 내려가고 내려가기 전에 충분히 내부를 살펴

혹시 감염체가 있을지 모르니 철저히 경계하도록!"

병사 몇 명이 몸에 밧줄을 묶어 천천히 창문을 깨고 마트 안으로 들어갔다. 15분 정도 지나서 내부에 감염체가 없다고 판단한 후 바닥에 내려갔고 안에서 정문의 잠금장치를 풀었고 우리는 잔뜩 긴장한 채 내부로 들어갔다. 계산대 앞은 생각보다 넓은 모습이었고 내부도 밖에서 본 모습과 다르게 상당히 넓은 모습이었다.

" 해가 지기까지 아직 시간이 있으니 몇 명은 여기서 차량과 일행들을 지키고

나머지 인원은 혹시 모르니 다시 한 번 내부를 수색하도록 한다!"

기태의 말에 다들 짝을 지어 이동했고 우리도 급하게 계산대 앞에 모닥불을 피워 내부를 밝혔고 30여분이 지나 내부에 전혀 감염체가 없다는 것을 확인 후 차량을

안으로 이동시키고는 문을 닫고 하룻밤을 지낼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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