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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33화 (33/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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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마트 안은 제법 규모가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전기가 끊어진지 오래되어 상한 식품들이 많았지만 캔 형태의 음식은 상당량이 있어서 생각보다 많은 양을 구할 수 있었다. 가을 낚시와 캠핑시즌을 준비한 듯 한쪽에는 낚싯대와 텐트 등 여러 가지 용품들이 전시되어 있었고 다들 한 개씩 잡아 텐트를 펼쳐 설치하고 잘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다. 다행히 충분한 양의 물품이 있었고 덕분에 오늘 밤은 무리 없이 잘 수 있어 보였다. 어느 정도 정리를 끝내고 모여서 식사를 준비했다.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못해 다들 허기가 졌고 다양하지는 않지만 많은 양의 캔 음식을 이용해 식사를 준비했고 다들 말도 없이 허겁지겁 식사를 했다.

" 천천히 먹어요. 아직 양은 많으니까요."

" 오늘은 최소 근무인원만 제외하고는 쉬도록 하죠. 다들 너무 힘든 하루였으니."

" 네!"

시간이 지나자 다들 배가 불러온 듯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고 일부 인원은 필요한 옷이나 물건을 찾아 매장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난 낚시용 2~3인용텐트를 하나 잡아 매장 구석진 곳에 설치했다. 낚시용 텐트이다 보니 제법 두껍고 설치도 간단했다.

" 너무 작지 않아요?"

" 응? 우리 둘이 자는 건데.. 너무 크면 오히려 더 추워. 아직은 기온이 낮으니

최대한 보온에 신경써야하고.. 잠만 자면 되는 상황이니 여유 공간도 필요

없잖아."

" 아.. 그래서.."

" 응. 필요한 물품을 구했어?"

" 어느 정도 만... 물건 양은 많은데 다양하게 구비한 것은 아니더라고요. 옷

들도 없고.. 그래도 다른 필요한 몇 개는 구했으니 이걸로 만족해야죠."

" 그래."

난 대충 우리 잘 곳을 만든 후에 매장을 둘러봤다. 다들 기운이 없어서 인지 먹을거리 몇 개를 챙겨 먹었고 나머지 물품은 거의 그대로 있었다. 브랜드 마트와 다르게 폐쇄적인. 애초에 마트로 설계가 되지 않은 건물 덕분에 지금까지 다른 생존자의 방문을 허락하지 않았던 건물 덕분에 우리는 제법 풍족하게 챙길 물품들이 많아졌다. 자리를 잡고 잠을 청하는 인원이 많아져 최대한 조심스럽게 내부를 돌며 가방하나를 챙겨 건전지와 손전등을 챙겼고 초코바나 에너지바등 열량이 높은 간단한 먹거리를 챙겨 가방 안에 넣었다. 구급약품이 구비된 코너도 찾아 최대한 많은 양의 구급약을 챙겨 돌아왔고 피임기구도 몰래 챙겼다.

혹시 잘못해서 임신이라도 되면 정말 난감하니까. 그동안의 피로감으로 인해 그나마 안전한 마트 안에서는 최소한의 인력으로 근무를 서기로 했고 사람들은 일찍 잠을 청하기 시작했다. 홍 소령님과 재효, 기태와 내가 모여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던 중 재효가 나에게 물었다.

“ 형. 앞으로 어쩔 생각이야?”

“ 응? 뭘?”

“ 우선 사람들을 이끌고 이동하기는 했지만 우리라고 딱히 계획된 것도 없잖아?”

“ 그렇군. 나도 얼떨결에 따라오긴 했지만 뭔가 계획이 있는 것 아니었나?”

“ 없는데요?”

“ 뭐??!!!”

“ 앵??!!”

“ 너!! 너 답지 않게!! 뭔 계획도 없이 우리를 끌고 여기까지 온 거야?”

“ 그 당시 계획이라면 남들보다 안전하게 그 곳을 벗어나는 것이었고 지금의

계획은 자세하게 생각해 본 적 없어. 단지 우리가 머물렀던 펜션에 들러 남아

있을 무기나 물건들을 챙기고 다시 우리가 지낼 곳을 찾아보자는 것이

전부야.“

“ 지금까지.. 그럼 무슨 생각으로 여기까지 온 거야?”

“ 아무 생각 없이.”

“ 하..하.. 너란 녀석..”

“ 솔직히 계획이 필요할까? 어디서 농사라도 지을까? 아니면 농성전이라도 할까?

어디서? 어떻게? 우리가 할 수 있는 현재의 최선의 방법은 최대한 은밀하게

움직이며 끊임없이 이동하며 감염체를 피해서 도망다니는 것이 전부 아니야?

어디 안전한 생존지역이 있다는 정보도 증거도 없는 상황에 그나마 다른

곳보다 물품을 구할 수 있는 확률이 높은 지역으로 이동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는데..“

“ 하긴..일 리가 있군. 우리 지금 상황에서는 정말 답이 없으니..”

“ 흠..”

“ 하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 계획은 하고 움직인 것 아냐?”

“ 뭐.. 아니라고는 말 못하겠지만 계획이 있다고도 못하겠네. 그리고 왜 다들

나에게 모든 계획은 떠넘기는 거야? 다들 같이 의견을 조율하고 생각하면

그래도 조금 더 나은 의견이 나올 텐데.“

내가 한마디 쏘아 붙이자 다들 말이 없어졌다. 잠시 침묵이 흐른 후에 말을 한 기태는 지도를 펼치고는 우리의 현재 위치를 찾고는 이동 방향을 정하기 시작했다.

“ 우선 우리 일차 목적지는 예전 그 펜션이니 지도를 보고 이동루트를 찾아보고

움직이자. 눈이 많이 온 상황이니 시간이 지체 될 것은 뻔하고 최대한 안전한

방향으로 움직이도록 하자.“

“ 평소라면 3시간이면 갈 거리를..”

“ 지금은 3일이 걸려도 도착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지.”

“ 그래도 현재는 우리 상황은 크게 나쁜 편은 아니라는 점이지. 운 좋게 멀쩡한

마트 안에서 이렇게 편하게 계획을 세울 수 있으니.“

“ 오늘은 우선 이동 루트만 결정한 후에 내일 일찍 일어나 최대한 많은 식량과

물품을 챙긴 후에 이동하도록 하죠.“

“ 그래. 그리고 건물이 튼튼하니 근무는 필요 없을 것 같으니 오늘은 전부 그냥

자는 것도 좋을 것 같아.“

“ 그래도.. 너무 위험하지 않을까?”

“ 솔직히 우리가 밖을 제대로 볼 수 있는 구조도 아니고 감염체가 시야에 잡힌

상황이라면 이미 늦었지. 큰 소음만 없다면 밖에서 우리 기척을 느낄 정도의

건물이 아니니 오늘은 편하게 쉬자고.“

어째보면 상당히 위험한 결정이었지만 다들 피곤해서 말없이 수긍하는 표정이었다. 이런 상황에 혼자서 근무를 세워야 한다고 주장할 상황도 아니었고 한다고 해도 소용없어 보였다. 다들 각자 임시로 마련한 곳으로 움직였다. 제법 큰 내부로 인해 서로 간격이 멀어 만약에 감염체가 밀고 들어와도 한 방에 무너질 상황은 피할 수 있다는 것에 만족해야만 했다.

“ 어라?”

낚시용 텐트 안에 들어가니 담요를 둘둘 말고 잠을 자고 있는 은혜의 모습이 보였다. 그 옆에는 내 대신에 핑크가 자리를 잡고 누워있었다. 이제는 제법 든든한 경호원 역할과 감염체 경보기 역할을 충실히 하고 있는 핑크였다.

평소라면 나를 기다리다 잠이 들곤 했지만 그 동안의 고된 일정으로 인해 금방 잠에 빠진 모습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가 들어와서 덮을 담요는 남겨둬야지 김밥마냥 돌돌 말고 있는 모습에 약간은 웃음이 나왔다.

“ 춥긴 추웠나 보네.. ”

난 다시 매장을 둘러보며 덮을 만한 것을 찾았고 다행히 꽤 큰 무릎 담요를 찾을 수 있었다. 담요 몇 장을 챙겨 들고는 텐트 안으로 들어가니 내가 들어온 것을 느꼈는지 은혜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 아!! 미안해요. 제가 잠이 들었나보네요.”

“ 어? 괜찮아. 피곤했잖아. 그 전에도 제대로 잠도 못자고.”

“ 그래도 같이 움직인 상황에서 다 같이 피곤하지.. 저만 피곤할 리가 없죠.”

“ 난 기본 체력이 있으니 괜찮아. 내가 담요 몇 장 더 챙겨 왔으니까 밑에 깔고

자도록 하자.“

“ 네!”

아직 잠이 덜 깬 모습으로 꼼지락거리며 움직이고 자리를 잡았다. 다행히 텐트 안은 보온이 잘 되는 편이라 크게 춥지는 않았다. 내가 자리를 잡고 눕자 내 품에 안겨와 안기는 은혜를 꼭 껴안자 핑크가 은혜 옆에 자리를 잡고 누웠다. 다행이 우리 세 명이 누워도 좁지 않은 텐트 덕분에  서로의 체온을 느끼며 잠이 들었다. 나 또한 말은 괜찮다고 했지만 절대 괜찮을리 없는 몸 상태였기에 금방 잠에 빠져들었다.

다음날 일찍 눈이 떠졌고 사람들은 부지런히 물건을 챙겨 담았다. 몇 명이 먼저 밖으로 나가 주변을 살펴 안전한 상황임을 알리고는 빠르게 물건을 싣고 움직였다. 그래도 근무 없이 몇 시간을 자고 일어났더니 컨디션은 괜찮았다.

하지만 도로의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제설은커녕 눈도 제대로 녹지 않은 상황이라 거북이 걸음으로 이동을 했고 중간에 감염체를 피해 움직이는 상황도 생겼다. 다행히 가까운 거리가 아니었기에 우리를 발견하지 못하고 그저 갈 길을 가는 감염체를 보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우리가 지낼 만한 건물이 보이지 않아 우리는 무리해서 야간에도 이동하자는 큰 결심을 했다. 물론 반대하는 인원도 많았지만 허허벌판에서 잠을 청하는 것보다 이동하는 것이 오히려 좋은 쪽이라는 결론에 도달하자 다들 무거워진 몸을 이끌고 다시 차량에 올랐다.

“ 힘든데..”

“ 정말 아무것도 안 보인다.”

“ 그래도 이런 곳에서 지내는 것보다 차라리 차 안이 안전할거야.”

“ 이제..2/3쯤 온 건가?”

“ 어디보자.. 그런 것 같은데?”

“ 내일 중으로 도착하겠지?”

“ 이 속도로 이동한다면 충분하겠지.”

“ 하암...”

“ 졸리면 좀 자둬. 내가 운전할게.”

“ 아냐. 아직은 버틸 만 하니까 괜찮아.”

뒤에서 우리랑 다르게 깊은 잠에 빠져있는 보미와 은혜를 보고 부럽게 느껴졌다.

우리가 잠들까봐 조금 전까지 열심히 수다를 떨며 우리의 잠을 쫓아줬지만 체력의 한계를 느꼈는지 잠시 말이 없어지더니 둘 다 바로 조용해졌다.

“ 그나저나 금방 잠드네.”

“ 피곤하겠지. 여행을 가는 것도 아니고 지금까지 잠을 제대로 잔 것도 아니니.”

“ 하긴..”

우리는 간간히 몇 마디씩을 나눴고 기태의 체력이 한계점에 다다르자 내가 운전대를 잡고 운전을 시작했다.

정오가 지나 3시쯤 되어서야 힘들게 도착할 수 있었다. 건물은 우리가 피난 간 상태 그대로였다. 누군가 왔던 흔적도 없고 감염체가 들어간 흔적도 보이지 않았다. 우리는 건물 내부를 수색했고 다행히 감염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리고 큰 피해가 없던 정문을 다시 설치했고 급하게 터뜨렸던 뒤쪽은 철조망을 여러 겹 걸쳐 설치를 해서 혹시 감염체가 밀고 들어와도 시간을 벌 수 있게 만들었다.

“ 다들 조금만 기운내고 내부를 다시 수색하고 짐을 풀도록 하자. 그리고

발전기 상태를 보고 가동시키고 천만 다행으로 무기가 그대로 있는 상황이니

정리를 하도록!“

“ 네!! ”

다들 해가 지기 전에 일을 끝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열심히 움직였다. 먼지가 양껏 내려앉은 방들에서는 창문을 열어 먼지를 털어내는 작업이 한창이었고 건물 옥상에 올라가 몇 명이 근무를 서며 주변을 살폈다.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나는 내 카라반을 정리했다. 다행이 밀폐가 잘 되어있는 구조라 다른 방들과는 다르게 양호한 편이었지만 그래도 그대로 자기에는 무리였다. 당연히 3개월 넘게 방치되어있던 픽업차량은 시동이 걸리지 않았고 그나마 다행인 것은 카라반 내부 배터리는 용량이 약간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 그래도 다행이네. 용량이 조금은 남아있으니 차량 시동은 걸 수 있겠다.”

“ 소대장님!! 발전기가 가동됩니다!”

“ 그래?! 다행이다! 우선 보일러를 가동해서 다들 씻을 준비를 하도록! ”

“ 아싸!! 드디어!! ”

“ 아!! 그동안..”

며칠 동안 씻지도 못한 상황이라 다들 샤워가 간절했고 신은 우리에게 그런 환경을 선물해 주었다. 해가 진 상황이었지만 다들 부지런히 움직였고 자정이 되기 전에 어느 정도 정리가 마무리가 되었다. 나 또한 카라반 내부 정리가 끝났고

발전기에서 선을 연결해 내부 배터리를 충전했고 차량에도 시동을 걸어 장비를 점검했다. 힘겹게 가동되는 차를 보며 마음 졸였지만 별다른 이상은 발견되지 않았다. 오래 방치된 것 외에는 다른 것은 발견되지 않았고 사람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예상과는 크게 다른 상태가 아니라 우리에게는 큰 이득이 되었다. 근무 순번을 정해 알려주고는 내일 하루는 건물을 임시적으로 손보기로 했고 우선순위는 다른 건물을 찾아보는 것이었다. 보일러가 순조롭게 가동되고 뜨거운 물에 샤워를 했다. 피곤에 절여진 육체에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자 그 동안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왔고 풀어진 긴장감으로 곰 세 마리가 몸에 붙어 있는 느낌이었다. 내가 먼저 샤워를 끝내고 내부 장비를 점검하고 총기류 점검이 끝날 때 까지 은혜는 나오지 않았다. 곧이어 열린 문으로 핑크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 핑크!! 들어와! ”

“ 컹! ”

아마도 그 동안 같이 씻지 못한 핑크도 씻길 생각인지 화장실에서는 한 동안 물소리가 끝날 줄 몰랐다. 난 담배를 밖으로 나와 담배를 입에 물었다. 아직은 차가운 공기에 몸을 움츠리게 만들었다. 역시나 강원도에도 많은 눈이 내렸고 달빛에 반사되는 눈빛은 우리 상황과는 상관없이 아름답게 느껴졌다. 온전한 세상에서 봤다면 감상에 젖어들었겠지만 현재 나에게는 그런 마음의 여유 따위는 없었다. 다들 방안에서 정리를 끝낸 듯 아무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근무를 서는 인원은 제외하면 다른 인원들은 밖으로 나온 사람은 없었다. 담배를 필터까지 다 핀 후 카라반으로 들어가니 이제 막 씻고 나온 은혜 모습이 보였다. 큰 목욕타월을 몸에 두른 모습이었고 핑크도 씻고 나와 짧은 털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다. 수건으로 대충 핑크의 털을 말려주고는 자신의 머리도 말리며 침실에 마련된 화장대 앞에 앉아 거울을 보는 모습을 보며 침대에 몸을 던졌다.

“ 크아아.. 얼마 만에 누워보는 침대야..”

“ 그러게요.  오늘은 정말 편하게 잘 수 있을 것 같아요.”

은혜도 침대에서 잘 수 있다는 것이 좋은 듯 입가에 미소가 떠날 줄 몰랐다. 보일러 작동에 우선 모든 전력을 넣고 있는 상황이라 다들 최소한의 전기를 사용하기로 약속했기에 전등보다 촛불로 내부를 밝히고 있었다. 은은하게 퍼지는 빛을 받고 있는 은혜의 모습을 보니 그 동안 참고 있던 욕구가 솟아 올랐다. 난 조심스럽게 다가가 은혜의 뒤에서 은혜의 몸을 감싸고 있는 목욕타월을 벗기려고 손을 내민 순간 낌새를 느낀 은혜가 몸을 돌렸다.

“ 와... 반사신경 봐..”

“ 역시... 밤에 둘만 있는 공간의 오빠가 감염체보다 더 위험하네요.”

“ 무슨 소리야.."

" 핏.. 하여간.. “

은혜도 말을 끝내고 침대로 들어와 이블 속으로 들어왔다. 난 은혜의 몸을 감고 있던 목욕타월을 풀러 침대 밑으로 던졌다. 풍만한 은혜의 가슴을 잡고 가볍게 애무를 시작했다. 서서히 시간이 지나면서 달아오른 은혜의 얼굴이 붉게 변한 것을 보며 얼마 전 마트에서 챙겨온 피임 기구를 찾아 꺼내었다.

“ 그..그런 걸 언제..”

“ 유비무환.”

“ 하여간...”

다시 침대로 들어가 우리는 오랫동안 하지 못했던 행위를 이어갔고 야릇한 느낌에 빠져들기 시작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체력이 높아진 나를 맞춰가던 은혜는 더 이상 버티기 힘든지 표정에서 지친 기색과 힘든 것이 느껴졌고 나는 서서히 하던 행위의 속도를 줄여갔다. 이미 땀으로 흠뻑 젖은 은혜는 나에게 가볍게 키스를 한 후 바로 잠에 빠져들었다. 평소 은혜라면 샤워라도 하고 잠을 청했을 텐데 어지간히 힘들었나보다.

새벽이 되어 일어나 건물 옥상에 올라가 주변을 살폈다. 눈만 아니라면 내가 마지막으로 빠져나갔을 때와 별반 다를 것이 없는 모습이었다. 우선 주변을 돌아 식량을 구해야 하겠지만 눈이 너무 쌓여 이동이 힘드니 일부 인원은 남아 펜션을 정리하고 일부 인원만 빠져서 우리가 지낼 곳을 찾아봐야 할 듯 싶었다. 다시 카라반으로 들어가니 아직도 깊게 잠든 은혜의 옆으로 가서 앉았다. 머리를 쓸어 넘겨주며 잠든 은혜의 모습을 한참을 바라봤다. 세상모르고 잠들어 있는 아이. 힘든 상황에서도 나를 위해 웃어주고 자신 보다 나를 먼저 챙겨준 아이. 난 이마에 가볍게 키스를 한 후 다시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기 시작했고 건물 밖으로 나온 홍 소령님이 보였다.

“ 편히 주무셨습니까?”

“ 응?? 어!! 오랜만에 침대에서 잤더니 아주 푹 잤어! ”

“ 다행이네요. 오늘부터 부지런히 움직여야겠군요.”

“ 그래도 다행이다. 이 곳이 온전해서.”

“ 현재 식량 보유량은 넉넉한 편이니 한 동안은 저희가 지낼 곳을 찾는 것에

신경을 써야겠어요.“

“ 찬성이야. 그래도 오늘은 그 동안의 피로를 푼다고 생각하고 우선 펜션 수리에

시간을 보내는 것이 어때? 이런 날씨라면 시간이 지나면 눈도 얼추 녹을

텐데.“

“ 네. 알겠습니다. 쌓인 눈으로 바리게이트라도 만들어야 겠네요.”

“ 응. 다들 일부로 깨우지 말고 쉬게 두고 일어난 인원들로만 해서 천천히

시작하자고.“

“ 우선 아침들을 챙겨 먹어야 하니 슬슬 시작하죠.”

나와 홍 소령과 일어난 몇 명이 간단하게 아침을 준비했고 누가 깨우지 않았지만

다들 비교적 일찍 일어나 우리를 도와주기 시작했다.

============================ 작품 후기 ============================

사정이 있어 일주일간 글을 못 올렸습니다. 죄송합니다. 날씨가 풀리는 환절기 입니다.

다들 감기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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