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죽어서도 사는 존재들-37화 (37/281)

0037 / 0281 ----------------------------------------------

생존

" 생존자가 있다니...놀랍구만.. "

군인들 뒤에서 나타난 또 다른 군인. 전투모에 보이는 대나무꽃 3개. 시쳇말로

말똥 3덩어리..대령이었다.

" ..........."

난 말없이 대령을 바라봤다. 사람을 첫인상으로 판단하면 안 되지만 크게 좋은

인상은 아니었다. 난 인상을 쓰고는 날 겨누고 있는 부사관들에게 말했다.

" 언제까지 겨누고 있을 생각입니까? "

" 아.... 총 내리게 다들.. 어차피 자네들이 덤빈다고 이길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존재라네. "

대령의 말에 다들 총구를 내리는 모습이다. 대령이 한 말은... 나처럼 발달된

존재를 알고 있다는 것처럼 들렸다.

" 들어오게나. 여기 까지 왔는데 차라도 한잔 대접해야지."

그리고는 뒤돌아서 건물로 걸어 들어가기 시작했다. 우리 일행도 말없이 따라서

들어갔고 우리 주위를 감시하듯 부사관들이 에워싸고 움직였다. 건물은 3층으로

마치 학교처럼 단순하게 지어진 형태였다. 내부는 학교보다 군대에서 보는 연대

건물구조랑 크게 다르게 보이지 않았다. 얼핏 본 푯말에는 생활관이라는 글씨나

화장실이라는 글씨가 새겨져 있었다. 1층 중간에 위치한 대령의 사무실로 보이는

방으로 들어가자 군대에서 봤던 대대장실이랑 똑같은 모습이었다. 필요 없이

넓은 공간과 푹신한 소파와 티 테이블.

" 앉게나. 문 하사 여기 차 한잔 주게나."

" 넵! 충성! "

절도 있는 동작으로 거수경례를 하고는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차를 가지고

나타났다. 혹시나 약이 들었을까 의심하는 모습을 보자 대령이 웃으며 말했다.

" 허허... 영화를 너무 많이 봤구만... 걱정 말고 들게나. 자네들 잡아봐야 뭐에

쓰겠나... 그렇게 의심되면 자네가 직접 골라 나에게 주게나! "

" 아닙니다. 잘 마시죠. "

나는 살짝 미안해지며 차를 들고 마셨다. 젠장...내가 싫어하는 티백 녹차였다.

한동안 적막한 공기만이 사무실에 맴돌았다. 딱히 할 말도 없고 왠지 모를

중압감.

" 자네.... 또 다른 감염체구만.."

" 네??!!! "

무..무슨..말도 안 되는...난 멀쩡히 살아있는데 감염체라니!

"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입니까! 멀쩡히 살아 있는 사람한테! "

" 감염체라는 말이 거슬렸다면 미안하네. 하지만 우리 군에서는 자네들을

또 다른 감염체로 보고 있다네. 물론 좋은 쪽이지! 어떻게 보면 진화했다고

해야하나..? "

" 무슨 말씀이신지요? "

다들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감염체가 종류가 있다는 말인가?

" 하긴.... 일반 시민 생존자들은 모르겠지.. 그저 독감에 걸린 사람들이 백신이

잘못되어 이렇게 된 줄 알고 있을테니. "

" 무언가 알고 있다는 말투이시군요. "

" 그럼...이 사태의 중심부에 있던 사람인데.."

" !!!!!!!!!!! "

이 사태의 중심부...그럼 이런 빌어먹을 녀석들이 등장한 이유가 저사람 때문이란

말인가! 난 분노에 찬 눈빛으로 쳐다봤다.

" 허허...그렇게 죽일 듯 쳐다보지 말게나. 중심부에 있던 사람이지 이런 일을

발생시킨 사람은 아니니까 말일세."

" 그럼!!! 말해 보시죠! 왜 이런 상황이 생긴겁니까!! "

기태가 울컥하며 말했다. 말은 안했지만 재효도 분노에 찬 눈빛으로 대령을 바라

보고 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상황을 아는 존재가 나타났으니 원망할 것도

당연했다.

" 길고 길지..... 어차피 남아고 남는게 시간이니 천천히 말해 주겠네.."

우리는 대령이 하는 이야기를 초초한 표정으로 듣기 시작했다.

" 원래 독감이 아니었어.. 독감과 유사 증세를 지속하다. 서서히 죽어가는

병이었지. 처음 발견된 것이 약 2년 정도 됐으니까.. 그렇다가 1년 후

쯤 사람들이 사망하기 시작했지. 그것도 빠른 속도로...

감염체라는 존재가 생겨나기 전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말이야..

국가는 국민들의 동요를 막기 위해 언론을 통제하고 비밀리에 치료약을

개발해서 성공한줄 알았지. 호흡기 질환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사람들이

감염은 됐지만 어떤 이유에서인지 항체를 가진 사람들이 많아서 40%정도는

항체를 보유하고 있거나 운 좋게 면역이 되어 살아남은 것이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치료약은 스테로이드를 기반으로 만들어 진듯하네. 면역반응을

높이고 통증을 최소화해 환자가 고통 받지 않게 하여 마치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 모양이야. 문제는 급하다 보니 보통은 몇 년이 걸리는 실험도

짧은 기간 안에 끝냈고 실험했던 동물들도 제대로 관리 하지 못했지. 관리가

안 된 것이 문제였지 . 배설물이나 물려서 감염되는 경우야 많지만 개가 감기

걸렸다고  사람이 감기 걸리는 경우는 없다고 봤지. 운 나쁘게 같이 감기

증상을 겪은 건  환경상의 문제이지. 전염됐다고 보기 힘들지.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지. 사람이 감기를 옮기듯 실험체로 사용되던 동물에게서 사람이

감염된거야. 또한 물리거나 상처입으면 바로 동일 증상이 나타났어.  실험 동

물에게 나온 부작용이 사람들에게 까지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돌연변이가 생긴

것이야.  초반에 난폭하게 변한 환자들은  이미 동물실험에서 나타난 상

황이었지.  하지만 그 확률이 극히 미미했기에 아마 급한 마음에 묵인하고

넘어간듯해.  부작용이 없는 동물들은 지능이나 체력. 근력이 향상됐어.

어떻게 보면 또 다른 부작용이지. 훈련시키지 않은  원숭이가 스스로 문을

열고 탈출하거나 이동 중 도망치는 경우가 많이 생겼어.

여기까지가 내가 근무 할 때까지 알았던 내용의 전부일세. 그리고 그

대형감염체...아마도 적자생존으로 인해 변종된 감염체 일듯하네.. 양육강식이

아닌 적자생존이지 인간들이 총이나 칼로 위협하니까 그에 맞는 진화를

했을 테지. 피부가 단단하게 되거나 덩치가 커지는 등..원래는 몇 대에 걸쳐

진화해야 정상이지만.. 이 상황에 정상이 어디 있겠나?  개중 돌연변이의

돌연변이가 생겨 빠르게 진화 하는 걸지도. 인간은 인간의 유전자를 100%알고

있는 게 아냐. 당연히 변수는 어마어마하지. 자네도 그렇고 저 친구도 그렇고

근력이나 체력이 월등히 높아지고 있지 않은가? 원래 인간은 그렇게 빨리

진화하지 못해. 쉽게 말하면 자네들은 병에 걸린 게야..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병이 아닌 게지.. 가끔 뇌에 이상이 생겨 머리가 월등히 좋아졌다는

사람들이 있지 않은가? 정확히 이래서 좋아 진거라고 진단 내리는게 아닌 그저

종양이 어디 부위를 압박해서 생긴 듯..이라고 하지 않는가? 자네 둘도 그런

것 일 거야.. 우리가 말한 독감이 유행 했을 때 자네들이 이상이 없었다는 건

항체를 보유한 것일 테고 그렇다 감염체와 접촉하면서 호흡기 질환인 병이

자네들에게 옮겨 반응을 일으킬 수도 있지. 우리들은...우리 몸을 정확히 알지

못해. 그렇다면 불치병이 존재 할 수가 없겠지. 그저 어느 정도 알고 있는

것인데 마치 전부다 알고 있다고 착각하여 행동한 것이 문제야... 이런 사태는

우리 인간이 부른 과욕과 착각의 결과일지도 모르지.."

기나긴 이야기가 끝이 났을 때는 이미 뜨거웠던 녹차는 식어버린 후였다.

" 그렇다면...왜 감염체를 막지 못한 것입니까? "

정작 중요한 왜! 감염체가 이렇게까지 늘어버렸는데 군대나 국가는 무얼 하느라

사태가 이지경이 된 것인지를 설명하지 않았다.

" 불특정 다수가 감염된 것이니 특정 발생구역이 없다는게 문제였지. 한동안은

경찰력으로 충분히 메웠지만 치료약의 부작용이 나타나는데 시간이 걸렸고

도망친 실험동물들에게 감염된 숫자가 기하급수적으로 늘기 시작했지.

점점 많은 수가 변하자 손 쓸 수가 없었던 게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일이

아니야... 지속적으로 변했지만 그동안 통제가 가능했지. 급하게 병원을 만들어

대외적으로는 치료목적이라고 했지만 가둬버리는 것 외에는 할 수가 없었지만.

식구들이 살아있는데 대책 없이 죽일 순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이미 그 전에

중국에서는 엄청난 속도로 퍼지고 있었어. 인구가 많고 그나마 강압적 통제가

가능한 나라라서 늦게 알려진 것 뿐 이지. 개발도상국이야 쑥대밭이 됐지만

강대국에서 테러와의 싸움이라는 명목으로 군대를 보내어 제거 하려 했지만

이미 한참 늦었지. 애초부터 모든 것을 정지시킨 후 일을 처리했어야 했지만

국가의 경제력이 후퇴하고 잘못하면 망해버리는 행위를 누가 하겠는가?

그저 자기 돈 자기 식구들 지키느라 우물쭈물 하다 이지경이 된 게지.."

식어버린 녹차를 마시고는 다시 이야기를 이어갔다.

" 여기도 원래 감염체를 가두고 치료하려는 목적으로 급하게 만든 곳이야.

그렇다가 멍청한 연구원 하나가 실수로 동물실험체에게 물렸고 그 동물이

마구 잡이로 사람들을 물어서 몇몇 사람을 제외하고는 전부 감염되었지

다행히 주둔 병력들은 따로 숙소가 있었기에 제거가 가능했지. 그래서

여기서 지낼 수 있었고. 아직까지도 치료약 개발을 위해 연구 중이지 "

" 흠... 그렇게 된 것이군요. 대충은..이해했습니다. 더 자세한 내용은..? "

" 나는 치료약 개발 초기에만 참여 했다네. 그 후의 자세한 내용은 알지

못하네. 단지 우리 인원에도 자네와 같은 증상이 나타난 사람이 몇 있지."

" 그중..한분이 대령님이시군요. "

" 역시,,, 알아 보는구만.. 이상하게 능력이 향상된 사람들은 서로를 느낄 수가

있는 듯 하더군. 난 지능이 향상된 듯 하네. 기억력이 좋아졌어. 예전에 배워

이미 잊어버린 지식도 살아나는 중이라네.  "

명쾌한 답은 아니었지만 상황이 이렇게 된 이유는 이해가 갔다. 대령은 그 외에

여러 가지 이야기들을 해주었다. 아직 상당수의 생존자들이 살아있고 그들은

최남단에 캠프를 건설하여 살아있다는 것과 가장 안전한 나라는 미국이라는 것

대형 감염체와 특이 감염체는 전체 감염체의 1%미만이라는 추측과 시간이 지나

면 일반 감염체는 움직임이 둔해진다는 것이었다. 아무리 감염체라고 무적은 아

니었다. 즉 영양이 공급이 되어야 육체가 유지가 되는데 그렇기에는 그들에게

식량이 되는 우리의 숫자가 너무 적다고 했다. 하지만 완전히 기능을 멈추는데

최소 5년 이라는 추측이었다. 최소... 한명의 생존자라도 흡수한다면 수명은

늘어날 것이라 했다. 다행이 아직까지 감염체는 번식할 가능성은 낮다고 했다. 정확하게 연구가 된 것이 아니라 확답은 줄 수 없다는 말과 함께..

" 그런데..어떻게 그렇게 자세히 알고 계신 겁니까? "

분명 개발초기에만 참여했다고 말한 것 치고는 너무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었다.

" 연구소에서..지금 이 건물에 포획한 감염체 몇 놈이 있다네... 그놈들로

조심스럽게 연구 중이라네.. "

" 하...대단하군요. 이미 한번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다시 도전한 것이군요."

" 그렇지... 어찌됐든 이 사태를 끝낼 무언가가 필요하니까.."

" 치료약...말씀이십니까? "

" 치료약이던 감염체를 한방에 보낼 수 있는 독약이던 어떤 것이라도

발견해야지. 이대로..우리 후손에게 같은 사태를 물려 줄 수 없는 것 아닌가? "

" 그렇군요... 헌데....이 근방은 왜 감염체가 한 놈도 보이지 않는 이유를

아십니까?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서 예전에 생활했지만 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머물면서 감염체 무리는 본적도 없습니다. 기껏해야

한 두 개체 만 목격이 되었습니다. "

" 아...그건 말일세....그들에게도 기피하는....성분이 있다네... 살충제라고나

할까.... 한동안 여기서 엄청나게 뿌렸기에 감염체들이 보이지 않을걸세.

하지만 얼마 뒤에는 나타날 테지..얼마나 될지는 모르겠지만.."

" 기피한다고요? 그게 뭡니까?!!! "

" 락스라네.."

" 락스요??!! "

정말 의외였다. 락스라니... 평소 소독이나 표백제로 쓰이는 락스가..감염체가

기피한다는 생각을 꿈에도 해본 적이 없었다. 더 의외인건 도대체 락스를 감염체

들이 기피한다는 사실을 어떻게 알았던 거지?

" 실험도중 감염체 몇 놈이 죽었지. 다른 실험공간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정확한

데이터를 얻기 위해 실험에 쓰였던 곳과 감염체를 가둬놨던 곳을 락스로 소독

했다네. 약품도 부족했고 그나마 쓸만했던 것이 락스였으니까. 소독이 끝나고

새로 포획해온 감염체를 집어넣으려고 하자 지금과는 다른 반응을 보인 게야

우리를 공격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아닌 마치 감옥에 들어가기 싫어하는 사람

마냥 행동하는 모습을 본 것이지. 처음에는 그냥 넘겼는데 실험체를 옮기는

도중에 락스로 소독했던 곳을 격렬하게 기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네.

몇 번 실험을 해보니 모든 감염체가 락스가 쓰였던 곳을 기피한다는 사실을

발견 할 수 있었지."

"  그런 사실을 아셨다면 다른 생존자 캠프에 알려주셨다면!! 좀 더 수월하게

막을 수 있었을 것 아닙니까!! "

기태가 약간 높아진 억양으로 이야기 했다. 아마도 처음부터 락스를 기피한다는

사실을 알았다면 생존자 캠프에서 그렇게 쉽게 무너지진 않았을 거란 예상을

한 모양이다. 하지만 기태도 잊은 것이 있었다.

" 미리 알았다고 하자. 그 방법을 무슨 수로 전파 하는데? 핸드폰이 터지기를

하니.. 전화가 되니... 인터넷이 되서 이메일을 보낼 수가 있니...?

방법이 없잖아... 그리고 많은 곳에서 락스를 사용하면 아마 얼마 후에 내성이

생길지도 모르고. 일반 감염체는 아니더라도 현재는 대형 감염체만 방어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행운이야."

" 잘 아는구만.. 그리고 우리가 락스를 기피한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도 얼마 안     되네. 아마 자네들이 그 펜션에 도착할 때 쯤 일게야."

" 저희가 온 것을 알았군요. "

" 그렇지... 처음부터 알았지만 우리도 조심했어야만 했네. 이 건물에는 많은

병사가 주둔 하는 건 아니네. 자네들이 봤던 부사관들과 그들의 가족이나

일행을 다 합쳐봐야 35명 남짓이라네. 연구원이라고 해봐야 5명이 전부고"

" 그렇군요...그리고 발견했다고 해서 바로 다가가는 것도 무리지요. 혹시나

잠복기에 있을지 모르는 인원이 있다면 그것도 문제니까요. "

" 제법 똑똑한 친구구만..  맞네. 섣불리 다가가기에는 우리가 가진 힘이 약했네

아무리 우리도 발달된 능력을 가진 인원이 있다고 해도 얼핏 봐도 자네들의

화력이 월등해 보였으니. 그런 의미에서 제안을 하나 하지.."

우리는 대령의 질문에 우선 침묵을 유지했다.

" 자네들...이곳으로 와서 지내는게 어떤가? 원래 150 정도 지내도록 설계된

건물이라 남는 방은 많다네. 그리고 전기와 수도도 잘나오는 상황이고 하지만

우리에게 부족한 인원과 화력은 자네들이 가지고 있으니 서로 윈윈아닌가? "

매력인 제안이었다. 하지만 우리 세 명이 결정할 사항은 아니었다.

" 숙소로 돌아가서.... 다른 일행에게 의견을 물어보겠습니다. 당장 저희가

결정할 사항은 아니라고 봅니다."

" 그렇게나! 나도 바로 듣자고 한 것은 아니니까! "

" 감사합니다. 그럼 저희는 늦어서 이만.. "

" 그렇게나. 마중은 안 나가겠네. 가는 길은 문 하사의 안내를 받도록 하게나.."

" 네. 3일 안에 결정지어서 오겠습니다. 만약 3일 안에 저희가 오지 않는다면

거절이라고 생각하십시오. "

" 그렇게 알지..조심히 가게나.."

" 네....."

우리가 문 하사의 안내를 받고 연수원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이미 시간이 한참은

지난 듯 해가 뉘엿뉘엿 넘어가는 모습이었다. 펜션의 인원이 복귀하지 않은

우리를 걱정할 생각에 빠르게 이동했다.

펜션에 도착하자 다들 걱정한 듯 우리를 마중 나왔다. 아무래도 펜션에서 주축

아닌 주축 역할을 하고 있는 3명이 동시에 나가 시간이 지나도록 복귀하지 않자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을 것이다.

" 미안 미안... 생존자들이 있는 곳을 발견했어.. 그래서 늦은 거야. "

" 정말!! 어딘데!!! "

" 멀진 않아. 하지만.."

우리는 대령이 해준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해주었다. 왜 감염체가 생겼는지

부터 우리랑 같이 생존하자는 말까지.. 다들 한동안 말이 없었다. 한번 무너진

캠프를 격어 봤던 사람들이라 또다시 같은 실수를 반복하고 싶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보다 더 나은 시설과 환경은 쉽게 결정 할 수 없는 문제였다.

" 우선 3일 안에 결정지어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3일안에 가지 않으면 저쪽

제안은 거절하는 것으로 생각하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니 다들.. 내일 저녁

식사 전까지 생각해 주시겠습니까? 우선 제 생각은 가고 싶은 사람은 가고

남고 싶은 사람은 남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괜히 단체로 움직여 불화를

일으키는 것보다 각자의 의견을 존중하고 싶습니다. "

" .........."

다들 깊이 생각하는 듯 말이 없었다. 난 한동안 그들을 바라보다가 숙소로

올라갔다.

" 자기 생각은 어때? "

화장실에서 대충 세수만 하고 나오는 은혜에게 물었다.

" 흠...저는....이동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우리랑 별반 다른 상황이 아니라면

위험을 무릅쓰고 갈 필요는 없지만 오빠 말이라면 우리보다 좋은 상황에 방어

마저 튼튼하다면 굳이 여기 있을 필요는 없을 듯 해요. 더군다나 감염체가

기피하는 락스가 있으니 더 방어하기 좋지 않을까요?  그런 상활이라면 생존자

가 많이 모인다고 감염체들이 올 확률은 적어지니까 인원수가 많아서 위험한

상황은 없어지는 것이 되는 거죠? "

" 흠... 일리가 있어... 그런데 자기야... 솔직히 대외적인 명분 말고 자기가

그곳으로 가고 싶은 이유는...씻는 문제 때문이지? "

" 아...그..그게.."

" 역시....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외워둔 대사 말하듯 대답할 때부터 알아봤어.

그냥 여기보다 씻는 게 편할 거라고 하면 되는 걸 뭘 그리 돌려 말해.."

" 아!!! 정말 씻고 싶단 말이에요!!! 여기 와서 샤워도 제대로 못해서 얼마나

찝찝한 줄 아세요?! 얼마나 신경 쓰이는데요! 오빠 옆에서 편히 잠들 수도

없단 말이에요! 혹시나 냄새라도 날까봐.."

" 뭘.. 그런 걸 걱정해..자기만 그런게 아니잖아? 나도 제대로.."

" 됐어요! 됐어! 흥!! "

뾰로통한 표정으로 화장대에서 머리를 말리는 모습에 웃음이 나왔다. 여자들이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에게 잘 보이고 싶은 모습은 어떤 상황에서도 변하지

않는 듯 보였다. 정작 나는 신경도 안 쓰고 있는데 은혜는 그 부분이 상당히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덕분에 별다른 고민 없이 나도 결정할 수 있었다.

은혜가 원한다면야... 지금부터라도 감염체들을 몰살시키고 다닐 생각이니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