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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어서도 사는 존재들-44화 (44/2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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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시간이 지나자 감염체들이 다가오는 숫자가 줄기 시작했다. 점점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고 박격포 소리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았다.

" 김 중사님! 방재실에서 이제 감염체 무리가 끊겼다고 합니다! 여기에 있는

감염체만 처리하면 됩니다! "

" 그래?!!  다행이군!! 조금만 더 힘내서 가자! "

" 동시 사격!!! 기관총 앞으로 나가! "

" 타타타타타타탕!!! "

공백이 생겨도 더 이상 메꿔지지 않는 감염체 무리였다. 길게 늘어선 감염체들

모습도 서서히 짧아지는 모습이었다. 앞으로 나아가는 속도가 빨라지기 시작했고

뒤에서는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대검을 이용하여 확인사살 작업을 하기

시작했다. 땀이 비 오듯 쏟아졌고 소총을 든 손이 떨리기 시작하였다. 긴장이

서서히 풀려가자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질러 되는 듯 했다. 그렇다고 여기에서

주저앉을 수는 없었다. 난 수류탄 하나를 꺼내어 안전핀을 뽑고 멀리 던졌다.

" 펑!!! "

" 재원!! 수류탄은 그만 던져도 될 듯 해! 뒤쪽에 감염체가 없나봐! "

" 그래? 다행이다! "

" 이제 눈앞에 있는 놈들만 처리하면 된다! 탄을 아껴라! "

감염체들 사이사이가 비어 뒤쪽이 보였다. 김 중사 말대로 뒤쪽에 감염체는

거의 없는 듯 보였다. 우리는 탄을 아껴서 사격을 해고 이제는 수십의 감염체만

남아 우리에게 다가오는 모습이었다.

" 그만!!! 사격중지!!! "

더 이상 탄을 소비 하는 건 무의미한 일이라 나와 김 중사가 정글도로 하나하나

처리해갔다.

" 반은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주위를 살피고 나머지 반은 쓰러진 감염체

확인사살을 시행한다! "

일부 인원은 소총에 대검을 장착시키고 뒤로 빠졌고 나머지 인원들은 주위를

살피며 앞으로 나아갔다. 하지만 워낙 많은 감염체들이 쌓여있어 밟고 지나가

기도 위험한 상황이었다. 혹시나 완전히 끝내지 못한 녀석이 살아나서 공격

하여 감염된다면 정말 미칠 노릇일테니..

" 이대로 나아가는 건 위험합니다. 우선 내부에서 재정비를 한 뒤 시간을 보낸후

나와서 확인하는 편이 안전할 듯 합니다. "

" 흠... 너무 많아....."

차량도 지나가기 힘들만큼 도로에 널브러져 있는 감염체들은 보기만 해도 역겨운

모습이었다. 정문에 보초 몇 명을 세운 뒤 나머지 인원은 내부로 들어가 도로 위

감염체들을 처리하기 위해 장비를 챙겼다. 하지만 저 많은 시체들을 처리할 방법

이 없었다. 불로 태우자니 너무 넓은 면적이었고 그렇다고 하나하나 모아서 처리

할 수도 없었다.

" 큰일이군... 저것들을 빨리 처리 하지 않으면 귀찮은 일들이 생길 텐데."

" 흠... 하나하나 처리하기에는 너무 많은 시간이 소비됩니다. 그렇다고

태우자니 잘못해서 불씨가 숲 쪽으로 튀면 저희도 위험 합니다."

" 어...밖에 장갑차는..? "

" 그거? 이미 퇴역한 모델인데 경찰특공대에서 쓰던 것 그냥 훈련용으로

쓰라고 지방으로 내려왔는데 크게 기능도 없고 무장도 안 되어 있어."

" 아니아니... 그 차량 앞에... 방패 같은거 달려있던데? 그걸로 밀자!

제설차처럼! "

" 아!!! 그럼 되겠다! 조금만 손보면 가능하겠는데? 역시..."

" 그럼 그렇게 하게나! 박 하사가 몇 명 데리고 가서 손을 보고 나머지는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하여 경계를 서도록 한다! "

" 네!! 충성! "

각자 부여된 임무를 수행하러 바쁘게 움직였다. 난 지시 받은 임무가 없었기에

우선 무기고로 향했다. 무기고 내부에는 많은 양을 가져가서 텅 빈 모습이었다.

한쪽 탄약을 보관하는 곳에 들어가 보니 빈 탄약박스만 가득했다. 마침 이곳을

담당하는 부사관이 들어왔다.

" 저기... 김 하사님? "

" 네?? 뭐 필요하신 거라도..?"

" 아뇨.. 혹시 여기 말고 탄약을 보관하는 곳이 더 있나 해서요.. "

" 특별히 보관하는 곳은 없습니다. 지하에 비상용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봐야

두 박스 정도입니다. 여기 있는 것이  전부입니다. "

" 흠.... 그럼...저희는 지금 10박스 남은 건가요? "

" 네.... 아마도.. 저 10박스도 가득 찬 것이 아닙니다. 전부 모아봐야

5박스 정도...박격포 탄과 유탄도 거의 대부분의 양이 소비된 듯 합니다.."

암울했다. 단 한 번의 전투로 가진 탄의 50%를 넘게 소비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지 않은가.. 한 번에 몰려오는 숫자만 해도 엄청났고 머리나

심장에 맞지 않으면 죽지도 않으니 엄청난 양이 소비되는 것이니..

김 하사는 무기고 내부에 어지럽게 널려있는 탄 박스를 정리하기 시작했다.

거의 다 빈 박스라 무겁지도 않았기에 도움이 필요할 것 같지 않았다.

쓸모없다고 여겨진 장갑차는 다행히 다른 용도로 사용이 가능했다. 도로에 나가

눈 쓸 듯 감염체들을 밀어 주도로로 밀어놨고 나머지 인원은 장갑차가 밀기 힘든

곳을 수작업으로 진행하여 장갑차가 밀고 갈 수 있게 하였다. 이미 해가 진 시간

이라 더욱 더 조심하며 일을 처리했다. 자정이 넘어서 감염체들이 주도로에 모아

졌고 그 양은 실로 엄청났다. 왕복 6차선인 도로 중 5차선을 가득 메웠고 널려진

길이 또한 엄청났다. 감염체들이 이룬 산에 기름을 붓고 근처에 죽은 나무들로

덮었다. 다행히 감염체들은 불에 잘 타서 많은 양의 기름이 필요하지는 않았다.

" 활활 타라...."

엄청난 불길이 치솟으며 타는 모습을 보며 김 중사가 말했다. 한 밤중에 때 아닌

불은 주위를 대낮처럼 밝혔다. 감염체는 불을 무서워 하니 다가올리 없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여 주위를 경계하였다.

처음으로 감염체를 상대로 승리 아닌 승리를 일궈냈지만 피해 또한 만만치

않았다. 비축탄약의 50%가량이 사용되었다. 다행이 이번 수색에서 가져온 탄은 사용하지 않았기에 비축량은 늘어날 테지만 그래도 많은 양이 사용된 것은 맞았다. 그리고 일행 중  사망자는 3명. 경미한 부상자는 5명이였다. 그래도 다행인 점은 사망자가 적었다는 점. 이 상태로 한번 더 공격받으면 방어하기 불가능해 보였다. 감염체들이 타면서 생성되는 연기와 냄새는 다행히 바람이 없어 크게 우리에게 피해를 주지는 않았다. 우리는 여러 궁금증을 해결해야만 했다. 락스를 살포한 도로에서 왜 감염체가 나타났으며 어째서 여성체들 만 모여 있는 것일까?

" 우선 감시카메라를 보시면 락스가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저희가

살포한 상행선 방향의 도로에는 감염체들이 피해서 다니다가 저희의 존재를

눈치 챈 후 바로 밀고 들어왔지만 그래도 섣불리 움직이지 못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아마도 보통에는 락스를 피하다가 먹잇감이 되는 인간을 발견 시

어느 정도 극복하는 모양입니다. "

" 흠...불행 중 다행이군. 아예 효과가 없는 것은 아니니.. "

" 네... 그리고 여성체만 다니는 모습은...솔직히 이유를 알 수가 없습니다.

일부다처제 형태인지 아니면 정말 여성체만 몰려다니는 지는.. 현재까지는

정보가 부족합니다. "

다들 녹화된 감시카메라를 보며 머리를 쥐어 짜냈지만 현재까지는 특별한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살아남긴 했지만 어떻게 보면 정말 엄청난 피해를 봤다. 이대로 지속된다면 우리는 일 년도 버티기 힘들 듯 했다. 탄약이나 무기는 썩거나 상하는 물건은 아니었지만 식량은 유통기한이 길어야 1년인 제품이 대부분 이었다. 통조림이야 조금 더 긴 유통기한을 가졌지만 양이 풍족치 않은 상황이다. 그리고 지역 특성상 서울처럼 많은 수의 마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상황이 빠르게 번져 온전한 마트가 생각보다 많을 것이라는 예상정도다. 어디까지나 예상이었지만 그래도 희망을 걸어볼 만 했다. 브리핑을 마친 뒤 다들 상황 처리에 여념이 없었다. 다들 한숨도 못자 피곤한 모습이었지만 언제 올지 모르는 감염체를 대비하기 위해서 분주하게 움직였다. 새벽이 지나 해가 뜨고 정오쯤이 되어 일이 마무리가 되었다. 다시 경계근무를 서고 부비트랩을 보수 하고 내일 수색을 할 인원을 편성하였다.

" 우선... 탄약이 급선무입니다. 물론 현재 보유하고 있는 양은 그래도 많지만 한

번의 전투에서 최소 어제와 같은 양의 탄약을 소비하게 된다면 저희는 최대

5번의 전투를 할 양이 전부입니다. 근처에 군부대는 없는 상황이라 가까운

군부대 라고 해도 차로 2시간 30분 거리입니다. 무리하게 간다고 해도 과연

탄약이 얼마나 남았을 지도 알 수 없습니다. 다행인건 근처 마을에서는 아직

식량수색에 어려움은 없지만 획득해오는 양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역시 식량

수색도 조금 더 멀리 나가봐야 할 듯 합니다. "

" 점점 상황이 어려워지는 군요."

" 어쩔 수 없습니다. 서울이라면 상황이 조금 좋았을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저희 상황은 나쁜 편이 아닙니다. 잠이라도 편하게 잘 수 있고 뜨거운 물도

나오지 않습니까? 감염체와의 전투에서 한번이지만 승리했으니 다음번에도

가능성은 있습니다. "

" 이번 전투로 미약한 부분을 보완해야 하겠습니다."

" 어쩌구 저쩌구.."

난 회의에 참석하지 않고 잠시 듣고 있다 방으로 올라갔다. 내가 적극적으로

참여해야할 이유도 모르겠고 더 이상 앞장서 일을 하지 않기로 다짐했기 때문

이다. 방안에 들어가자 은혜가 침대에 누워 잠을 자고 있었다. 평소 내가 오기

전에는 잠들지 않은 은혜였지만 어제의 전투는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 스윽.."

잠을 자고 있는 은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얼마나 깊게 잠들었는지 내가

한참을 쓰다듬어도 곤히 자는 모습이었다. 난 가볍게 이마에 키스를 한뒤

화장실에 들어가 뜨거운 물로 샤워를 시작했다. 뜨거운 몰로 하는 샤워만큼

긴장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도 없었다. 시간이 꽤 흘러서야 은혜가 자리에서 일어나는 모습이었다. 약간은 통통한 계란형 얼굴이 많이 부어서 인지 호빵처럼 부어있는 모습이었다.

" 자기도 얼굴이 붓는구나.. "

" 응?? 아..!! "

내 말에 얼굴을 한번 만지고는 부리나케 화장실로 달려갔다. 부은 모습을 보여

주기 싫었는지 바로 세수를 하는 듯 물소리가 났고 역시나 한참이 지나서야

화장실에서 나왔다.

" 그렇게 자고 저녁에 또 잘 수 있어? "

" 그럼요! 잠은 언제든 잘 수 있어요. "

" 정말 부러운 능력이야.. "

잠드는데 오랜 시간이 걸리는 나와 달리 은혜는 금방 잠드는 체질이었다. 덕분에

내가 먼저 잠들어 코를 골아 은혜의 잠을 방해하지 않을까 라는 생각은 안 해도

되었지만 아침에 일어나는 모습은 나를 힘들게 했다. 잠시 쉽게 깨어나지 못해

일어나서도 한동안 비몽사몽으로 돌아다니는 은혜였다.

" 오늘은 안 나가요? "

" 응. 군인도 많고 대령도 있는데.. 예전이랑 상황이 틀리지. 내가 책임자도

아니고 굳이 나갈 이유는 없지.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 안마를 받는 게 나에게

이익이지! "

" 풋,, 말은 괜찮다고 해도 받고 싶기는 한가보네요? "

" 응!!! 이제는 당당하게 해달라고 할거야! 정말 너무 좋아!"

" 어쩌죠..? 이제부터는 안 해줄 생각인데? "

" 흠....괴롭혀야지 그럼!!!"

난 은혜의 옆구리를 양손으로 잡았다. 은혜는 옆구리가 민감하여 약간의 자극에

도 간지럼을 심하게 타는 편이라 옆구리를 잡는 행위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다.

" 꺄아아아!!! 알았어요! 알았어! "

" 흥..이번에는 아냐!! "

난 은혜의 옆구리를 잡고 간지럼을 태웠고 은혜는 숨을 헐떡거리며 말조차 하지

못하기 시작했다.

" 아!!! 그...그만!!! 잘못!! 헥헥..했어요! "

하지만 나는 계속해서 은혜를 간지럼을 태웠고 은혜는 필사적으로 발버둥 쳤지만

내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결국 은혜의 발길질에 나는 간지럼을 멈췄다. 우리의 행동은 어제의 감염체사태가 마치 거짓말 같이 보였다. 생각해봐야 공포심과 걱정만 늘어갈 것이고 당장 어떻게 대책을 마련할 수 있는 것도 없었다. 그러다 보니 그런 생각을 잊기 위해 억지로 장난을 치며 애써 밝은 모습을 보여주는 듯이 보이게 되었다. 물론 은혜도 장난을 받아주며 웃고는 있지만 속으로는 두려움이 분명 있을 것이다. 소소한 장난을 치며 웃고 떠들고 있는 동안 누군가 우리는 찾아왔다.

" 재원님 안에 계십니까? "

" 네? 무슨 일이시죠?

" 대령님이 뵙자고 하십니다. "

" 흠..네... 10분 뒤에 내려가겠다고 전해주세요. "

" 알겠습니다. "

" 아...방에 들어온 지 얼마나 됐다고 또 부르는 거야.."

난 내가 허물 벗듯 벗어 널려진 옷들을 보며 말했다. 옷 입을 생각조차 안하고

꼼지락 거리고 침대에서 굴러다니자 은혜가 옷을 새로 꺼내오며 말했다.

" 그래도..오빠를 필요로 하잖아요. 어서 가 봐요."

" 응? 난 가지 않으려 발버둥 치는데 자기는 왜 보내려고 해.."

" 이런 상황에 오빠의 역할이 크니까요. 마음은 보내고 싶지 않지만 머리로는

오빠가 없다면 힘들어 지는 것을 알고 있으니까요. 힘들지만 보내줘야지

어쩌겠어요? "

살짝 미소 지으며 말하는 모습에 약간의 씁쓸함을 느꼈다. 처음에는 내가 나가는

행동을 싫어했지만 이제는 어쩔 수 없는 상황이 됐다는 걸... 애초부터 알고 있어

지만 머리보다 가슴이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다 이제는 이성적으로 행동해야

하는 상황이란 것을 느낀 듯 보였다. 계속해서 어리광을 피우자 학교 안 가려

땡강 피우는 어린아이 다루듯 하며 나를 방에서 쫓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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