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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상당히 오랜 기간 사용을 하지 않았지만 그래도 틈틈이 정비하고 내부를 정리했고 수색을 다녀오면서 방향제도 몇 개 가져와 설치했더니 오히려 처음보다 말끔하게 변한 모습이었다. 미국식 카라반은 유럽식과 다르게 공차중량 자체도 무거웠고 벽체도 내구성이 좋은 편이다. 물론 내부 배터리용량은 시간이 지나서 줄어들었겠지만 처음 목적인 장기간의 여행을 위해 대용량으로 설치했기에 한동안은 크게 문제될 것은 없었다. 오늘도 내부를 정리하고 필요한 물품이나 비상식량을 몇 개 적재했다. 지속적으로 비상식을 저장하다보니 그 양도 꽤 되었고 다른 사람의 눈에는 좋게 보일 리가 없었기에 최대한 눈에 띄지 않게 행동했다.
" 생각보다 많이 모았네요?"
" 응. 그래도 항상 부족하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최대한 조심해서 모으자.
그냥 여기서 지낼까? 이제 날도 풀려서 괜찮을 것 같은데?"
" 전 아무래도 괜찮아요. 오히려 카라반이 편한 것도 있고 자기가 하고 싶은데로
해요."
" 흠. 생각 좀 해보고 결정해야지. 다른 사람들이 보는 눈이 있고."
" 네. 이건 여기에 둘까요?"
" 응! 우선 식량은 최대한 안 보이는 곳에 숨기자. 침대 밑에 공간이 있으니까
그쪽에 넣어두고. 나중에 시간이 나면 몰래 나가서 필요한 것을 구해야겠다."
" 안돼요. 너무 위험해요. 지금 있는 것들로도 충분하니까 너무 위험하게
행동하지 말아요."
" 응. 너무 걱정 하지마. 내 몸 하나는 지킬 수 있으니까. 이렇게 여유가 있을 때
가능한 끌어 모아야 나중에 고생을 안 하지."
" 에휴. 그놈의 준비성.."
" 풋. 이런 성격으로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하는데?"
" 맞는 말이니 할 말은 없네요."
" 하하! 오늘은 여기까지만 하고 들어가자."
" 네! "
난 은혜와 카라반을 나와 다시 건물로 들어갔다. 건물 주변에는 몇 명의 커플들이 가볍게 산책을 하는 모습이 보였고 나는 별다른 신경을 쓰지 않으며 방으로 들어갔다.
우리는 아침 일찍 어제 봐두었던 가정집으로 차량을 몰고 이동을 시작했다. 가져올 양이 많다고 생각되어 군용차량으로 이동을 했고 선두에 일반 차량이 안내하며 이동을 시작했다. 인원은 10명이 이동을 하기로 했고 김 중사를 책임자로 나와 기태 그리고 일반 병사나 부사관이 함께 움직이기로 했다.
" 아! 이제는 날씨가 따듯하다."
" 응. 완전히 봄이 오려나봐."
" 봄이 어딨냐. 이러다가 엄청 더워지겠지."
" 하긴. 언제부터인가 대한민국에는 2계절만 있게 된 느낌이야."
나와 김 중사는 가는 동안 영양가 없는 이야기들을 주고받았고 30여분을 달려 도착한 곳에는 생각보다 많은 양의 식료품이 있었다. 부지런히 나르고 가정집을 뒤져 필요한 물품들을 챙기고 나는 동떨어져 있는 창고로 기태와 들어갔다. 기대와는 다르게 창고는 농사에 필요한 자제나 잘 쓰지 않는 물건들이 있는 창고였다.
" 에잉. 허탕이네."
" 쳇. 기대하고 왔는데."
" 어라??"
나와 기태는 허무함을 감출 수 없었고 우리 둘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어 피기 시작했다. 순간적으로 싸한 느낌에 난 밖을 바라봤다. 밖에는 SUV차량 두 대가 빠르게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우리 일행에게 말해주기도 전에 우리를 지나쳐 우리 일행이 있는 곳으로 다가갔다. 다행이 우리 일행도 발견한 듯 빠르게 엄폐하며 다가오는 차량을 경계했다.
" 정지!! 무기를 버려!! "
" 뭐냐!! 너희는!! 네놈들이야 말로 무기를 버려라!! "
차량에서 내린 6명은 우리 일행을 향해 총구를 겨눴고 서로 고함을 치며 무기를 버리라고 외치고 있었다. 말을 서로 버리라고 했지만 멍청하게 버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긴장감이 흐르는 대치상태가 이어졌다.
" 여긴 우리 구역이다! 너희는 뭐냐?! "
" 이런 상황에 내 것 네 것이 어딨냐?! 발견한 사람이 주인 아니냐!"
" 서로 좋게 하자고! 여긴 우리 구역이니까 물러가라!"
" 아무리 봐도 우리가 유리한 상황인데 뭘 가라마라냐!"
우선 수적으로 우리가 우세했다. 눈에 보이는 인원만 8명인데 저들은 6명이고 더 중요한 것은 우리 둘이 저들 뒤에 있는 상황이었다. 무기 상황도 저들은 그냥 소총만 들고 있는 상황이지만 우리는 수류탄에 유탄이 장착된 소총도 있다. 뭐하나 그들보다 부족한 것이 없는데 무슨 자신감인지 연신 자기들 것이라 우기고 있었다.
" 조금 있으면 우리 추가 인원이 도착한다! 지금 이 상황이 유리하다고
생각하나?!"
" 글쎄. 여기서 피해 없이 너희를 해치우고 뒤따라오는 녀석들도 처리한다면
크게 불리할 것도 없다고 생각되는데?"
내가 그들 뒤로 가서 기태와 총을 겨누며 말했다. 설마 뒤에서 나타나리라 생각하지 못한 녀석들은 당황했고 저들은 독 안에 든 쥐꼴이 되어버렸다.
이 상황에서 멍청하게 전투를 한다면 솔직히 우리 쪽에는 피해가 거의 없을 것이지만 저들은 엄폐물이라고는 차량이 전부인데 절대적으로 불리하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 크흑! 언제..?"
" 뭐가 중요해. 어서 총 버려. 안 그러면 6명 중 4명은 순식간에 저 세상에
갈지도 몰라."
누가 될지 모르는 죽음의 공포가 사기를 꺾을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누구를 지칭해서 말하는 것이 아닌 너희들 중 누군가라는 식의 협박은 6명 전부에게 공포감을 심어줄 수 있었으니 말이다.
" 털컥."
" 탱! "
하나둘 총을 놓자 이내 모든 인원이 총을 버렸다. 김 중사의 손짓에 인원 몇 명이 빠르게 다가가 총들을 회수했고 6명의 인원을 포박했다.
" 크흑. 설마 우리가 한 말이 거짓말이라 생각하는 건 아니겠지?!"
" 너도 설마 내가 한 말이 거짓말이라고 생각한 거냐? 살려두면 후환이 될 것이
뻔한 너희를?"
내가 살벌하게 말하자 다른 인원들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 살려주세요! 저희는 그저 따라오라고 해서!"
" 전 지금 처자식이 있는 몸입니다! 제가 없으면 그들은.."
영화에서 보던 뻔한 핑계들이 나열되었다. 진짜인지 가짜인지 알 수도 없는 핑계들을 듣고 있자니 머리만 아파왔다.
" 조용히 해! 그리고 너! 정말 뒤이어서 오는 인원이 있는거냐?!"
" 그럼! 조만간에 올테니 긴장하라고! 대략 20명쯤 되는.."
" 정말이네."
" 응??!"
멀리서 차량 몇 대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트럭과 승용차 SUV등
적어도 3대 이상의 차량이 빠르게 우리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어쩌지? 이 녀석 말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불리한데!?"
" 너! 한가지 묻자."
" 뭐냐!"
" 일행이 오면 우리를 쏘겠냐 아니면 말로 하겠냐?"
" 당연히 쏘는게 정상아니냐! 이 판국에 누굴 믿는 다는 것이 정상이란 말이냐!?"
" 흠. "
" 대응한다."
" 응?? 아직 저들 의중도 모르는데 우리가 먼저?"
" 이 녀석 말이 맞다면 이대로 붙으면 우리가 이기긴 해도 피해가 있을 수 있어
그러니 우리가 먼저 공격하는 것이 최선이야."
" 찬성이다. 애초에 이런 녀석들을 살려둔 것도 껄끄러운데! 다들 자리를 잡아라!
차량이 근처에 오면 바로 수류탄과 유탄을 써서 최대한 피해를 입힌다! 그리고
자리를 잡고 정조준으로 사격한다!"
" 네!!"
" 이 녀석들은 어쩌고?"
난 묶여서 양반다리를 하고 있는 인원들을 보며 김 중사에게 물었다.
" 포로는 의미가 없어. 두 명 정도만 잡아서 고문해서 위치를 알고 우리가 먼저
공격을 하자!"
" 제가!!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 아닙니다! 제가 알려드리겠습니다! 그러니 제발!!"
두 명만 남기겠다는 김 중사의 말에 리더로 보이는 녀석을 제외하고는 모두 살려달라고 애원했다. 대충 상황을 파악해보니 이들은 그저 던져진 먹이감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감염체가 있다면 제대로 싸우지도 못하고 죽을. 그리고 후에 도착하는 인원에게는 아마 리더격인 녀석이 살아서 감염체의 유무를 알려주는 그런 역할로 보였다.
" 우선 녀석들을 차량에 넣어놔! 그리고 자리를 잡는다!"
" 네!!"
우리 일행들은 빠르게 자리를 잡고 공격준비를 했고 어느새 차량은 꽤 가까이 접근을 했다.
하지만 우리가 수류탄을 던지거나 유탄을 날리는 거리까지는 다가오지 않았다. 유탄을 날리자니 피해가 많지 않을 것 같고 수류탄을 던지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었다. 몇 분이 지나 차량에서는 인원 수명이 내렸고 그들도 우리와 같이 근처에 숨으며 우리를 조준하며 외쳤다.
" 뭐냐!! 너희는!! 여기는 우리가 먼저다!"
" 먼저 발견한 놈이 주인이지! 뭔 소리냐!"
역시나 같은 대화를 주고 받으며 소리쳤다. 조금 전과 다른 것이라고는 무기를 버리라는 말이 생략된 것 뿐이었다.
" 어라? 누가 걸어오는데?"
" 흠.."
내 나이 또래의 한 남자가 팔을 올리고 우리에게 다가왔고 김 중사는 그런 모습을 보고 사격을 하지 말라고 당부했고 잠시 상황을 지켜보던 김 중사도 우리도 같이 가서 대화를 하자고 했다. 아무래도 이대로 붙기에는 불리한 점도 있기에 최대한 피해없이 복귀하는 방법을 택하여야만 했다.
" 대화를 원합니다."
" 정지! 박 하사! 가서 몸 수색!"
" 네!"
박 하사가 다가온 인원의 몸을 수색하고 이상이 없다는 제스처를 취했다. 김 중사와 나도 다가갔지만 총구는 그들을 향하게 하면서 걸어갔다.
" 서로 피해를 원치 않습니다. 그러니 여기 있는 물건을 나누는 것이 어떨까요?"
" 이미 우리가 와서 챙기고 있는 상황인데 나누는 것도 웃기지 않습니까?"
의외로 존대를 하자 김 중사도 존대로 대꾸했다.
" 솔직히 저희는 생존지에 인원이 많습니다. 어린아이도 있고요. 그쪽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아량을 베풀어주시죠."
말을 저렇게 하고 있지만 눈은 사납게 우리를 노려보고 있었다. 마치 거부하면 바로 공격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 그럼 지금까지 저희가 챙긴 것은 저희 것이고 앞으로 챙기는 것은 서로
챙길만큼 챙겨가도록 하죠. 어떤가요?"
" 알겠습니다. 저희는 그럼 저 집에서 나온 물건들을 챙기겠습니다."
" 저희는 이 집에서 나온 물건을 챙겨가도록 하죠."
" 네. 그리고 잡혀있는 저희 인원들을 넘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만."
" 흠."
바로 허락하기에는 위험한 점이 너무 많았다. 풀어주고 바로 돌변해서 우리를 공격한다면 인원이 적어진 우리에게는 부담감이 많았다. 포로로 데려가자니 밥은 먹여줘야 하는데 그것도 아까웠다.
" 그럼 우선 물건을 챙긴 후 먼저 출발하시죠. 출발할 때 맞춰서 풀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지금 당장 풀어 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혹시 모르니 총기는
분해해서 드리죠. 눈 앞에서 분해해서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무기까지 가져간다고 하면 싸움이 날 것 같은 분위기라 김 중사가
적절한 절충안을 찾았다. 다행히 그들은 별 반대없이 허락하였다.
" 알겠습니다. 단 저희가 출발 후 15분 이상 머무른 후에 출발하시죠. 만약 저희
시야에 당신 일행이 보이면 그때는 가차 없습니다."
" 좋습니다."
아마도 미행을 두려워해서 그런 듯 했다. 우리를 대화를 끝내고 부지런히 물건을 챙겼다. 두 명이 빠져 포로로 잡힌 인원들을 지켜보느라 일이 지체되었지만 그래도 초반에 챙겨둔 양이 상당해서 그리 오랜 시간이 소요되지는 않았다.
" 저희는 출발할 시간입니다. 약속을 지키시죠."
" 알겠습니다. "
김 중사는 포로로 잡힌 인원들을 넘겨주며 말했다. 혹시나 모를 사태에 대비해 다들 긴장했고 다행히 우리가 걱정한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다.
" 내가 따라가 볼게!"
" 응?? 뭔 소리야! 남는 차도 없는데!"
" 뛰어서 따라잡아 볼게. 길도 험하고 내가 산길로 가면서 쫓아가면 저들도 쉽게
나를 볼 수 없고 근처에 가지 않아도 저들이 지내는 곳 근처만 가도
우리에게는 상당한 이득이니까."
" 너무 위험해!"
" 이대로 저들을 보내주는 것이 더 위험해! 걱정마!"
" 허락할 수 없어! 절대! 그러다 역으로 네가 잡히기라도 한다면!"
" 내가 순순히 잡힐 놈이냐? 저대로 아무것도 모르고 보내면 우리가 더 위험한
상황이 생길 수 있어! 그러니 가봐야해! 전체를 생각해봐!"
" 쳇.. 알았다. 다녀와. 2시간만 기다리마. 대신 절대 무리하지 마라!"
" 걱정마!"
난 말을 끝내고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한 후에 생수 한통을 챙긴 후 무서운 속도로 달려갔다. 아무리 차량이 느린 속도로 이동한다고 해도 아무리 내가 체력과 근력이 늘어난 상태라고 해도 산길을 달리는 내가 뒤처지는 것은 당연했다. 그래도 최소한 방향만이라도 알기 위해 쉴새 없이 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들은 내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 쳇! 그래도 대략적인 방향을 알았으니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그들이 이동한 방향은 번화가가 많이 없는 곳이었다. 난 대충 위치를 기억해두며 다시 우리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갔다.
" 금방오네?"
" 생각보다 따라가기 벅찼어. 그래도 대략적인 방향을 알았으니 내일 부터라도
찾아봐야겠어."
" 흠. 정말 남쪽에 감염체들이 많아서 생존자들이 북쪽으로 몰리는 건가 아니면
지금까지 우리가 발견하지 못한건가?"
" 아직은 정확히 모르니. 그래도 처음 발견한 생존자들은 호의적이니 다행이다.
그들이랑 조금 더 친분을 쌓아서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어야지."
" 그래도 우리에게는 정말 귀중한 정보가 있잖아."
" 뭐?"
" 락스라는.."
" 아!!"
완벽히는 아니지만 그래도 감염체들이 기피하는 것을 발견했다는 것만으로도
엄청난 발견이었다. 비록 기피하는 것보다 생존자들을 탐하려는 욕구가 강한 것은 어쩔 수 없었지만 그래도 락스라는 것으로 우리의 생존확률은 크게 증가하는 상황이었다.
" 자! 다들 돌아가자! 무사히 돌아갈 수 있어서 다행이다!"
" 어서들 움직이자!"
우리는 혹시 몰라 다른 집들도 간단히 수색을 하였지만 크게 성과는 없었다. 우리는 다시 차량에 올라타 조심스럽게 이동하며 연수원으로 돌아갔다. 연수원으로 돌아가는 길에도 내가 한 것처럼 혹시 미행이 있지 않을까 주기적으로 확인을 하면서 이동했고 어느 정도 돌아서 이동하며 가다 서다를 반복하다 보니 다시 복귀하는데 2시 간이 넘게 소요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