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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존
지금 상황에 아군은 없는 적군만 가득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조금이나마 아군에 가까운 집단을 알아야만 했다. 그들도 아마 우리와 같은 행동을 하고 있을 것이다. 그들도 누구를 더 견제해야하는지 알아야만 생존에 더 유리할 것이니 말이다. 우리는 앞으로의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 우선 내 생각은 오늘 정찰 왔던 인원은 산속에 있는 인원이라 추측하는데."
" 왜?"
" 우선 우리가 봤던 모습은 그리 좋은 모습이 아니었잖아? 무기도 풍족한 것
같고 인원도 많으니 여러모로 유리한 상황에서 더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 것 같아."
기태가 나름 추측을 하여 말했다. 물론 지금까지의 모습을 보아서는 맞는 말이기는 했지만 어딘가 앞뒤가 안 맞는 구석도 있었다.
" 내 생각은 오히려 콘도텔 인원이 그랬을 것 같아. 꼭꼭 숨어있는 것도
어딘가 의심스럽고 걸리는 부분도 많아. 재원아 넌 어떻게 생각해?"
" 흠. 난 솔직히 아직은 둘 다 의심스럽지만 딱히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네.
그래도 요새 들어 더 의심스러운 곳은 콘도텔이야. 산속의 인원들은 정찰
한 결과로 보면 크게 의심스럽거나 그런 면은 없었지만 무엇보다 개방적인
곳에서 생활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려."
" 흠. 콘도텔은 너무 폐쇄적이야. 우리에게 호의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지만
생존하는 다른 인원들은 본 적이 없으니."
" 어렵네."
" 돌아버리겠군. 어디하나 무게를 실을 수 있는 단서가 없으니.."
" 우선은 내일 콘도텔에 가서 물건을 구걸하는 척 하자. 대충 반응을 살피다 보면
얻는 것이 있겠지."
" 그래. 그리고 나서 산속 인원에게 가보자."
" 응??"
" 그냥 솔직히 터 놓고 다가가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해."
" 그러다 완전히 뒤통수 맞으면?"
" 그 전에 최대한 정보를 모아야지. 이대로 시간을 끈다면 오히려 둘 다
적대적으로 변할 수 있어. 하나라도 건져야지."
" 도박이군."
" 좋게 생각하자. 둘 곳 모두 적이라고 해도 현재까지 정보로는 우리가 유리한
상황이고 방어에도 유리한 곳이니까."
우리는 밤 늦게까지 내일의 계획을 세우려 노력했지만 계속 같은 이야기만 맴도는 기분일 들었다. 결국 지쳐버린 우리는 그냥 내일 가서 겪어보는 것으로 결론내고
각자의 방으로 흩어졌다. 난 기태와 같이 옥상으로 올라가 따뜻한 밤바람을 맞으면 담배를 피며 이야기를 나눴다.
" 힘드네."
" 차라리 감염체만 상대해야 했던 시간이 그립네."
" 무리도 아니지 점점 식량을 구하기 어려워지고 적들은 많아지고 감염체도 늘어
날 것이라 판단되는 상황이니."
" 넌 그래도 용케 혼자서 3개월 가까이 버텼다?"
" 기억하기도 싫다."
" 너도 무시무시한 녀석이야. 생각해 보면 고등학교 때도 그랬지."
" 이제 와서 이야기 하면 뭐하나. 오늘 따라 담배가 쓰네."
" 좋아하는 커피도 이제 못 먹어서 어쩌나?"
" 아직은 믹스 커피가 조금 남아서 아껴서 먹고 있어."
" 카페인 중독자 같으니."
" 이런 맛이라도 있어야 버티지 안 그랬으면 정말 미쳐 버렸을 꺼야."
" 풋. 아! 그리고 재효 이야기 들었어?"
" 응?"
" 그 자식 민희라는 아이랑 바람났다며? 소문이 쫙 퍼졌는데 아직은 미란이랑
같은 방을 쓰고 있어서 반신반의 하는 상황인데 넌 친하니까 아는 것이 있을
것 아니야?"
" 몰라. 알고 싶지도 않고."
" 알고 있군."
" 그들의 사정이잖아. 우리에게 딱히 피해를 주는 것도 없고. 다 큰 성인인데
이래라 저래라 하는 것도 웃기잖아? 다들 뭐 그렇게 남의 사정에 관심이
많은지 원."
" 이런 상황에서 안주거리라고는 그런 소문 말고 없잖아. 그냥 하나 걸리면 서로
잡담거리 생겨서 좋다고 떠드는 상황인데."
" 에휴."
" 너도 조심해라. 은혜 노리는 남자가 한 둘이 아니더라."
" 과연 조심해야하는 사람이 나일까? 풋."
" 하긴 너야 워낙 챙겨주고 붙어 다니려 노력하는 것이 보이고 뭐랄까 빈틈이
없어 보여서 섣불리 작업걸었다가는 정말 목숨을 걸어야겠지. 하하!"
" 참네. 별 소리를 다한다."
" 이제 들어가자. 나도 보미 기다리겠다."
" 그래. 너도 푹 쉬고. 아! 하나 물어봐도 돼?"
" 응? 뭔데?"
" 넌.. 혹시 2세를 가질 생각은 있냐?"
" 지금? 미쳤냐? 오늘 내일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이고 먹는 것도 제대로 먹은
적이 언제인지 모르는 상황에 애기는 어떻게 키워."
" 그래도 지금 홍 소령님 부부는 얼마 후면 출산이잖아?"
" 그때만 해도 솔직히 괜찮았지. 하지만 지금은 아니잖아? 난 아직은 자식을
낳아서 키운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보미도 비슷하고. 그래서 피임은
꼬박꼬박 하고 있어."
" 그래."
" 왜? 넌 생각이 있는 거야?"
" 아니. 나라고 이런 상황에 내 자식 낳아서 무슨 고생을 시키려고."
" 그래. 그럼 난 내려간다."
" 응! 먼저 내려가 난 잠깐 있다갈게."
" 그래! 푹 쉬고 내일 보자!"
" 응! 너도 푹 쉬고!"
기태가 내려간 후 난 다시 담배를 하나 더 피기 시작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담배를 다 피고는 방으로 내려갔다. 문 앞에서는 평소와는 다른 느낌에 조심스럽게 방으로 들어갔다.
" 흑흑흑..."
" 언니! 그만 울어요!"
침대에는 엎어져서 울고 있는 미란이와 그런 미란이를 달래는 은혜의 모습이 보였다. 내가 들어온 것을 알아차린 은혜가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난 상관하지 말라는 제스처를 취한 후에 카라반에서 잘 생각으로 내려왔다. 잠긴 문을 열고 카라반 안에 들어가 샤워를 했다. 그리고 옷장을 열어 잠옷을 꺼내어 갈아입고는
침대에 몸은 던져 누웠다. 거의 모든 물품이 적재되어 있는 이대로 어디든 가도 한 동안은 지낼 수 있는 식량과 물품이 보관되어 있는 나만 가지고 있는 히든카드였다. 물론 다른 인원들도 나름 자신만의 방식과 방법으로 연수원이 무너졌을 때를 대비했을 지도 모른다. 다들 분명 자신들이 믿는 사람들과 뜻을 세우고 있을 것이다. 지금은 안전한 상황이지만 언제 무너져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 여기있는 인원들은
안전하다고 믿는 상황에서 몇 번을 무너져 피난을 온 사람들이다. 정상적인 사람의
사고방식이라면 지금의 생활도 언젠가는 무너질 것을 알기에 남들 몰래 대비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나눠준 물품들을 아껴서 사용하고 당장 배가 고파도 배식받은 식량을 아껴 훗날을 대비할 것이다. 난 그렇게 오랜만에 혼자서 잠이 들었다.
다음 날 아침 나와 기태와 김 중사는 해가 뜨기도 전에 움직였고 콘도텔 인원이 있는 곳으로 갔다. 이른 아침부터의 방문에 그들은 어리 둥절하는 표정과 약간은 경계하는 표정으로 우리를 맞이 하였다.
" 이른 아침부터 무슨 일이십니까?"
" 네. 저희가 이번에 사고가 생겨서 현재 식량이 매우 부족한 상황입니다.
혹시 여유가 되신다면 식량 좀 빌릴 수 있을까요? 저희가 계속해서 수색을
하는 상황이라 다시 갚는 데는 오래 걸리지 않을 것 같습니다."
김 중사가 정중히 물었고 정현씨라는 사람은 꽤나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 이런. 하지만 제가 혼자서 결정할 문제가 아니라서 저희 인원들에게 물어보고
결정하도록 하겠습니다."
" 혹시 시간이 얼마나 걸리실까요?"
" 흠. 바로 말씀드리기는 힘든 상황입니다."
"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희가.."
김 중사는 정말 애원하듯 말했고 상당히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정현씨는 끝까지
대답을 피했다. 난 그 상황에서 옆에 있는 남자에게 나지막이 물었다.
" 제가 화장실이 급해서 그런데 혹시 사용할 수 있을까요?"
" 네?? 저.. 건물 안에는 안 되고 저쪽 벽으로 가면 구석진 곳이 있습니다."
" 네. 상관없습니다. 감사합니다."
난 마치 정말 화장실이 급한 듯 빠르게 남자가 알려준 곳으로 갔다. 건물 뒤에는 온갖 쓰레기들이 가득했다. 음식 포장 용기부터 여러 가지 포장용기들이 버려져 있었고 탈만한 것들은 태워버린 흔적도 있었다.
" 용감하네. 그래도 불을 피울 생각을 하다니. 포장 용지도 오랜 된 것이 아닌데
먹을 것이 부족하다는 것은 거짓말인가?"
난 주변을 둘러보며 뭔가 의심쩍은 것이 없나 살폈지만 딱히 의심스러운 것은 발견되지 않았다. 너무 오래 시간을 끌면 의심할 것 같아 빠르게 둘러보고 우리 일행이 있는 곳으로 갔다. 우리 일행은 이미 말을 끝냈는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 어서가자."
" 응. 미안."
김 중사의 표정이 어두운 것으로 보아 아마도 식량을 빌리는 것에는 실패한 모양이었다. 그런 김 중사를 보니 직업을 잘못 택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 실패했어? 못 빌려준데?"
" 응. 자기들도 빠듯해서 빌려줄 수가 없데. 그리고 주변에 더 이상 식량을 구할
만한 곳이 없는데 언제 갚을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빌려줄 수는 없다드라."
" 흠. 주변을 계속해서 탐색했군."
" 아마도 그래 보여. 표정은 난처한 표정이었지만 속은 알 수 없으니."
" 뒤편에 버려진 쓰레기들은 오래된 것들이 아니더라 아마도 우리가 못 미더워서
빌려주기 뭐한 것일 수도 있어. 그리고 원래 여기 전에 이 옆 건물에 있다고
하지 않았나?"
" 응? 맞지. 왜?"
" 그곳에 한번 가보자. "
" 왜? 뭔가 의심스러워?"
" 응. 한번 둘러보게."
우리는 바로 옆에 있는 불타버린 건물 옆에 주차를 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화재가 일어났기에 언제 무너져도 이상할 것이 없는 건물이었기에 최대한 조심스럽게 안으로 들어갔고 가장 크게 타버린 방에서 발견된 것들은 의외의 물건들이었다.
" 뭐..뭐냐.. 이 병들은?"
" 이거 석쇠 아냐?"
" 흠.."
깨져버린 병들과 석쇠로 보이는 물건들이 방안에 널려져 있었다. 깨진 병을 들어
모양을 보니 일반 음료 병이 아닌 술병들로 추측이 되었다.
" 설마 여기서 뭔가 음식을 하다가 화재가 난 건가?"
" 옆 방에도 술병들이 꽤 많은데?"
" 흠. 응??!"
난 얼마 전 편의점에서 식량을 구할 때 술이 들어있는 냉장고에 술이 텅텅 빈 냉장고가 생각이 났다. 설마 이 인원들이 그 먼 곳까지 수색을 했다는 말인가?
" 하하.. 대단한데?"
" 이거 소총 탄피 아냐?"
" 맞네."
방구석에서 발견된 몇 개의 소총 탄약. 그리고 술병들. 우리는 건물에서 나와 은밀하게 주변을 살폈다. 혹시나 콘도텔 인원들이 우리의 움직임을 눈치챌까봐 조심스럽게 움직이며 근처를 수색하던 중 ATV타이어 자국으로 추측되는 것이 발견되었고 이동방향을 따라 움직이다 보니 콘도텔 외부 벽에 천막으로 가려진 주차된 ATV를 발견했다.
" 쳇. 역시나.."
" 그래서 내부로 못 들어가게 한 것이군."
혹시나 상처 입은 사람을 본다면 우리가 의심할 수 있었기에 원천적으로 차단한 것이었다. 그 전부터 자신들의 식구들을 지킨다는 명목 하에 우리를 건물 안에 들어가는 것을 꺼려했는데 확실히 숨기는 것이 있었다.
" 무섭네."
" 우선은 모른 척 하자. 저들을 방심하게 만들어야지."
우리는 혹시나 그들이 눈치 챌까 조심스럽게 빠져나왔고 산속의 인원들을 만나기 위해 방향을 돌려 운전해 갔다. 운전을 하며 가며 산 초입에 도착하기 전까지 우리는 대화 한마디 없었다. 다들 각자만의 생각을 가지고 그리고 새롭게 발견한 생존자 집단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다.
" 쳇. 예상이 틀렸네."
기태가 생각했던 인원이 아니라는 확신이 들자 말을 내뱉었다. 나도 확실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의심이 가는 상황이었지만 이번 사건으로 확신으로 변했다.
그리고 생각보다 인원이 많지 않을 수도 있었다. 자신들의 인원이 노출이 되면 좋을 것이 없으니까. 최대한 자신들의 상황을 외부에 알리지 않는 것도 하나의 전술이다. 숨겨진 힘을 알 수 없으니 정말 월등한 힘을 가진 상황이 아니라면 섣불리 공격하기도 힘들다. 인원이 숫자는 곧 속한 집단의 힘을 알 수 있는 가장 쉬운 척도가 되는 상황이니까.
" 도착했다."
" 이대로 차로 갈 생각이야?"
" 응. 우선 천천히 움직이며 다가가자. 그리고 저들이 반응하면 천천히 차에서
내려서 우리가 위험을 가하려 온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면 우리를 공격
하지 않을까?"
" 너무 위험한데."
" 그러면 중간에 내려서 걸어갈까?"
" 차라리 그게 좋겠다. 괜히 총 맞고 싶지는 않아."
" 그럼 여기서 내려서 걸어가자. 총은 두고 가지만 그래도 모르니 칼을 가지고
움직이자."
" 그래."
우리는 차에서 내려 총기류는 차량 트렁크에서 예비 타이어를 보관하는 곳에
넣어 뒀다. 혹시 차량이 털려 버리면 그래도 찾는데 시간을 끌기 위해서 하는 조취였다. 우리는 천천히 걸어 생존자들이 만든 허술해 보이는 울타리 근처에
도착했고 우리의 존재를 눈치 챈 입구를 경계하는 인원이 총구를 내밀며 소리쳤다.
" 멈춰라! 여긴 왜 온 것이야!"
" 위험을 가하려 온 것이 아닙니다! 저희는 그저 대화를 원합니다!"
" 누가 그런 말을 믿는 거냐!"
" 더 이상 다가오면 쏴버리겠다! 물러가라!"
" 야. 생각보다 엄청 경계하는데? 접근하기는 힘들겠다."
" 이대로 물러가야 하나?"
우리는 그들이 들을까 속삭이며 말했고 입구 경계인원은 우리가 대화하는 그 순간에도 끊임없이 물러가라고 소리쳤다.
" 물러가자. 더 이상 다가갔다가는 과녁판 신세를 벗어나기 힘들겠다."
" 어떻게 보면 콘도텔이 더 믿음이 가는 건가?"
" 여기나 거기나. 괜히 같이 살아보려고 노력하지 말고 우리끼리 살자."
" 그래."
우리는 천천히 뒷걸음으로 물러났고 그런 사이에도 수많은 인원들이 모여들어
우리를 경계했다. 괜히 빠르게 이동했다간 저들을 자극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천천하게 걸으며 차량으로 돌아갔다. 차량에 타자마자 김 중사가 말을 했다.
" 틀렸네. 너무 적대적인데."
" 이대로 물러나자. 우리가 뭐가 아쉬워서 고개 숙이고 들어갈 이유가 없어."
" 아쉽긴 하다. 서로 잘 살아보면 그래도 감염체로 피해를 줄일 수 있을 텐데."
기태는 아쉬운 마음이 큰 것 같았다. 처음부터 줄곧 소수의 인원을 고집했던 나와는 다른 선택을 하는 기태였다. 물론 누가 틀리거나 맞는 선택은 아니었다.
두 선택 모두 장,단점이 있다. 난 많은 인원의 단점이 장점보다 크다고 생각했고 기태는 장점이 단점을 상쇄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뿐이다. 우리는 그대로 다시
연수원으로 돌아갔고 바로 대령의 방으로 이동했다. 나와 다르게 둘은 크게 아쉬운 표정으로 대령의 방으로 들어갔다.
============================ 작품 후기 ============================
과로와 스트레스로 인한 피부병으로 며칠 정말 죽다 살았습니다. 가려워서요. ㅠㅠ
요 며칠 간은 규칙적인 업로드가 힘들 것 같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역시 건강이 최고군요.ㅠㅠ